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4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14화
014
새로운 의뢰(2)
“헛!
잘못하면 그대로 껑충 뛸 뻔했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의뢰가 나에게?
아니다. 괜히 설레발부터 치지 말자.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이서경 팀장의 말을 내 귀가 곡해해서 들었을 수도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H건설에서 저희 모아 건설로 하청 의뢰를 했고 저희가 검토를 해 본 결과, 이번 건은 사장님께서 처리하시는 게 비용 면에서 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위험한 일이라 가능할지는 사장님과 상의를 해 봐야죠.”
“하하하하! 어떤 위험한 일이라도 신기술로 돌파가 가능할 겁니다. 어떤 의뢰를 하려 하시는지요?”
나는 그대로 영업을 하는 자세가 되었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사장이라고 불리는 것 자체가 황송한 일이었다.
사장은 무슨 사장이란 말인가. 그냥 개인 업체 수준이다. 그것도 인간이 아닌 언데드 직원들을 거느린.
이서경 팀장이 말을 이어 나갔다.
“의뢰 자체는 간단해요. 바닷속으로 들어가서 나사만 조이면 되니까요.”
“그 정도야 간단한 일이죠!”
“그런데 문제는 수심 50미터 안으로 들어가서 어마어마한 조류를 견뎌야 하는데 사장님이라면 어떤 신기술이 있지 않을까 싶어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사무적인 이야기가 나오자 이서경의 얼굴도 살짝 딱딱해졌다.
어마어마한 조류라면 바닷속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나는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니까, 이서경의 말에 따르면 오래전 H건설에서 건설한 인천 교량 공사에 보수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0년 전 당시에는 워낙 튼튼하게 지어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나사 부분이 조류에 쓸려 조금 느슨해졌다고 판단됐다. H건설에서는 이 부분도 관리로 보고 나름 건축물 관리에 일가견이 있는 모아 건설에 의뢰했다.
모아 건설에서는 간단하게 나사만 조이는 일에 꽤 비용이 나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작업에 적합한 잠수함을 타고 들어가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유속이 너무 심해서 무리가 있었다.
보통 사람은?
내려가는 난간 형식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들어가자마자 조류에 휩쓸려 시체조차 건지지 못할 거라고.
“……그래서 의뢰를 하게 된 거죠. 벽에도 잘 달라붙은 기술이 있으시니 조류에만 견딜 수 있는 장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건 된다.
무조건 할 수 있다.
“아이고, 사람 제대로 찾아오셨네요.”
“가능하신가요?”
“일단 그 정도면 전체 작업비가…….”
“1억 수준이에요.”
“……!”
놀라운 일이다.
그냥 내려가서 나사만 조이는데 1억이라니?
이서경은 그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저희가 하면 최소한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죠. 전문 잠수함을 빌려야 하니까요. 문제는 그 비용이 만만치 않고 유속 때문에 부딪혀서 망가지면 감당이 안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리스크 때문에 저에게 하청을 주시는군요?”
“이해가 빠르시네요. 가능만 하시다면 수중 작업 장비는 저희가 대여를 해 드릴 수도 있어요. 다만 특수 잠수복이 필요한데 그 기술이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정말요?”
“예! 제가 누구겠습니까? 이 시대를 선도하는 과학자가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1억이란다.
내일 빌딩 청소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튼튼한 놈으로 두 마리만 뽑아오면 된다.
지금 나는 14마리의 언데드를 뽑을 수 있었는데 이걸 2마리로 줄이면 당연히 상당히 강화된 언데드를 뽑아낼 수 있다.
“역시 대단한 기술자시네요. 정말 MIT 공대 나오신 건 아니죠?”
“그냥 먹고살려다 보니 이것저것 연구를 하게 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 생각은 했죠.”
“그 정도 기술이라면 대기업에서 탐을 낼 것 같은데…….”
“언젠가는 크게 사업이 확장될 텐데 굳이 대기업에 기술을 팔 생각은 없습니다.”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런 기술이 있다면 진즉에 팔아먹었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벅찬 시국을 지나왔는데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사람의 생존보다 중할까.
나는 그렇다고 쳐도 내 가족들이 굶는 걸 보는 것은 뭐라고 형용을 할 수가 없다.
“역시 가능하실 줄 알았어요. 이렇게 되니 여러 가지 기술을 보유하셨을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입니다. 건축 관련해서는 꽤 써먹을 기술이 많죠. 다만…….”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나요?”
“돈은 바로 받을 수 있을까요?”
“아, 그 부분은 염려 마세요. 내일 안에 작업 끝난다면 그날 입금이 가능하니까요.”
이서경은 슬쩍 웃었다.
내 사업이 초반부라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사실은 집 보일러가 터졌고 한겨울에 얼어 죽을 것을 염려해서 집 보증금을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힘들어질 테니까.
“그럼 내일 아침에 가겠습니다. 인천으로 가면 되나요?”
“정말 내일 바로 가능하세요?”
“물론이죠.”
“내일 인천 제3 교량에서 뵙죠. 저희도 바로 준비를 해야겠네요. 제대로 볼트가 체결되면 바로 안전성 검사를 하고 지불을 하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저희 쪽에서도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게 되어 좋아요.”
이서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도 이미지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천사로 보인다. 우리 집의 생계를 책임져 주는 진정한 천사 말이다.
“그럼 내일 뵐게요.”
“조심히 가십시오!”
이서경이 컨테이너를 나간다.
갑자기 가슴이 붕 뜨는 느낌이었다.
“됐어!”
드디어 보증금을 구할 수 있게 됐다.
강화 언데드에 다시 강화 마법을 건다. 그렇다면 유속 따위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14마리를 신경 쓰다가 겨우 두 마리만 풋 스파이더를 걸어 주면 되는 것이니 절대 흔들리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1억 원을 그냥 바닥에서 주운 셈이었다.
“고맙구나, 수정아!”
갑자기 수정이의 얼굴이 보고 싶어진다.
수정이의 흑마법이 아니었다면 절대 이런 식으로 돈을 모을 수는 없었을 거다.
월세 보증금?
아마도 지금쯤 길거리에 나앉아 서울역에서 노숙을 해야 했겠지.
“오늘은 데리러 가야겠네.”
일찍 퇴근하고 잠시 스쿠버 다이빙 전문 매장에 들렀다.
여기서 살 것은 래시가드 두 벌이다.
래시가드와 잠수 장비가 세트였지만 잠수 장비는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그건 신기술이라고 대충 둘러댈 셈이었다.
이러다가 대기업에서 관심을 더 갖거나 언론에 새어 나가면 문제가 되기는 하는데……. 기업 기밀이라고 하여 유출을 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추가하면 될 것 같다. 기밀이라는데 어쩔 텐가.
래시가드는 그냥 위장용이다.
신기술 따위는 당연히 없었고 언데드라 숨을 쉬지 않는다. 불편하게 잠수 장비를 짊어지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수정이가 다니는 유치원 앞에 핫도그 하나를 들고 찾아왔다.
여전히 수정이는 키티 유치원의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우르르 아이들이 몰려나오더니 수정이에게 인사를 한다.
“잘 가, 수정아!”
“내일 봐!”
대충 고개를 까딱거리는 수정이.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러나? 저러다가 애들이 90도로 인사를 하게 되는 것 아니야?
그러다가 수정이가 나를 발견한다.
“아빠!”
총총걸음으로 수정이가 달려오더니 폭 안겼다.
이제 수정이의 원복은 새것으로 바뀌었다. 새 구두에 머리핀까지 단정하게 꽂았고 누가 봐도 귀티가 줄줄 흘렀다.
나는?
정장 위에 외투 하나를 걸치고 있어 예전과 같은 지질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한 폭의 그림이겠지.
수정이는 내 목에 코를 파묻더니 한껏 숨을 들이켠다.
“짙은 흑마기 냄새……. 아니, 아빠 냄새 좋다. 히히.”
“……그런 거였냐?”
“아니야. 그런 건 절대 아니지. 나 아빠 딸이야. 알지?”
수정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핫도그를 낚아챘다.
약간 수정이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이 들지만, 흑마기 역시 나를 상징하는 냄새이니 상관이 없으려나.
“수정아. 오늘 아빠가 한 건 했다.”
“어으떠은 거(어떤 거)?”
입안에 핫도그를 가득 물고 있었고 케첩이 이리저리 묻어 있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 수정이의 입을 닦아 주었다. 이대로는 말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차에 일단 올라탔다.
언데드들은 꾸역꾸역 승합차 뒤에 구겨 탔다.
수정이는 핫도그를 다 먹고는 말했다.
“다른 의뢰를 맡았어?”
“오냐. 교량 보수 작업.”
“유속이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서 볼트를 체결하는 거라거나? 혹시 30년 정도 된 다리? 그럼 인천 쪽이야?”
“…….”
귀신을 다루더니 정말 귀신이 된 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와! 아빠 최고! 이렇게 빨리 경지가 올라서 그런 것 같아. 이제 세상도 아빠를 알아주는 것 같아. 헤헤.”
어쩐지 흑마법에 대한 것만 칭찬을 받는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겠지?
수정이를 데리러 온 이유가 또 있었다.
“수정아. 아무래도 절벽초를 찾아야 할 것 같아.”
“응? 그거 마령단 재료인데.”
“맞아. 그러니까 찾아봐야지.”
“벌써 3서클에 오를 준비를 하는 거야?”
“그래.”
수정이는 묘하게 기뻐했다.
눈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니 꽤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고 말이다.
수정이는 자기 가슴을 탕탕 쳤다.
“아빠! 여기 딸이 있잖아. 그건 수정이가 할게.”
“네가 한다고?”
“응! 수정이도 언데드 두 마리는 다룰 수 있으니까. 마신의 축복을 받은 아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 그래?”
“응! 시켜 줄 거야?”
“오냐. 네가 해 봐.”
수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겨우 7살짜리 딸이 아빠를 돕는다고 나선다. 당연히 흐뭇한 광경이다.
다만 백골로 이루어진 언데드를 이용해서 악령들이 즐비한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오늘 일찍 퇴근한 이유가 또 있었다.
일단 아내는 수아를 봐야 하기에 오래 돌아다닐 수 없다. 이런 추운 날씨에 아기가 노출되면 전혀 좋을 게 없으니까.
수정이와 함께 부동산에 들르기 위해 찾았다. 몇 군데 후보를 정하고 아내에게 보여 줄 예정이었다.
오늘 오전에 갔던 망원동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았다.
꽤나 까칠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주 종목은 투자라고 한다. 이렇게 중개를 하는 건 부업이라 이거지.
그러니까 그리 까칠할 수 있는 거지 본업이 중개라면 절대 손님에게 그럴 수는 없다.
딸랑딸랑.
부동산의 문을 연다.
그 사람 참 센스하고는. 요즘 시대에 누가 이런 종을 달아?
사무실에서 중개사가 서류 처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를 보더니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수정이가 쪼르르 달려오자 눈빛이 바뀐다.
“아빠! 나도 데려가야지!”
“오, 그래.”
수정이는 내 팔에 안겼다.
나름 노동으로 단련되어 있는 몸인데 겨우 어린애 무게를 감당 못 할 리가 없지.
윤강식 중개사가 나와 수정이를 번갈아 보더니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어떻게 이런 아빠에게서 저런 딸이……. 험험.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뭔가 사람이 횡설수설한다.
설마 어린아이에게 반한 건가? 그런 인간들은 때려죽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내 오해였던 것 같다.
“제 지인 중에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순간적으로 연예인을 하면 대성할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저 이상한 사람 아니니 그만 표정 푸세요.”
“그런 거였습니까? 오전에 너무 까칠하시다가 달라지니 말이죠.”
아직도 내 말투는 딱딱했다.
어쩐지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윤강식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따님을 연예계로 보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