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56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56화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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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8시.
곧 있으면 가족들이 모두 일어날 시간이다.
그럼 간만에 솜씨 좀 부려 볼까?
자고로 남자는 휴일에 요리 하나는 가족들에게 해줄 수 있어야 사랑을 받는 법이었다. 그리고 나는 요리사 출신으로 한식 계열은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여기에 퓨전 요리도 어느 정도 할 줄 알았다.
김치를 넣은 봉골레 파스타.
예전에 한창 연구를 하였었는데 실패를 거듭하다가 겨우 완성을 했었다. 그리고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었다.
아내도 좋아하고 수정이도 잘 먹었던 요리였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탁탁탁탁!
빠른 속도로 재료를 손질한다.
봉골레 파스타의 핵심은 불맛을 어떻게 내느냐다.
가게에 따라서 불맛을 입히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그래서야 맛이 영 살지 않는다. 진정한 봉골레 파스타는 화려한 불쇼.
화르륵!
채소에 불을 붙여 볶은 후에 육수를 붓는다.
김치는 완전히 씻어서 한 번 볶아서 넣어 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치에도 불맛을 한 번 입혀 준다는 것이다.
면도 삶아졌겠다, 이제 볶기만 하면 된다.
그건 가족들이 일어나면 해야겠지.
시계를 보니 9시다.
요리를 하도 쉬었더니 이 정도 요리를 하는 데에도 한 시간이 금방 가 버렸다.
지이잉!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 온다.
모르는 번호였는데, 받아 보니 변호사였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이번 세운선 건을 처리할 로펌에서 연락드렸습니다.
“벌써 처리가 된 겁니까?”
-그럴 리가요. 한 며칠 걸릴 겁니다. 이래저래 절차가 있어서요. 라이온 그룹 제임스 총괄 이사님이 의뢰를 넣으셨습니다.
“허어. 오늘 새벽에 말을 한 건데.”
-그리고 바로 의뢰를 넣고 주무신 모양입니다. 어쨌든 저희가 맡게 되었으니 두 분께서 오늘 회사로 방문해 주신다면 며칠 안에 권리를 이전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별다른 문제는 없고요?”
-만약 다른 분에게 권리가 넘어간다면 문제가 좀 있겠습니다만, 부부이시니 문제없습니다. 사업상의 이유이니 사유도 확실하고 말입니다.
“다행이군요.”
-오늘 방문하시겠습니까?
“그러죠. 오전 내에 가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문자로 사무실 위치를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새삼 제임스의 일 처리가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영국에서는 내일부터 처리를 하겠지만 이쪽에서 먼저 준비를 하면 좀 더 빠르게 일 처리를 할 수 있었다.
나를 배려한 건지, 까먹을까 봐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다.
전화를 끊고 주방으로 나오자 가족들이 모두 일어나 있었다.
“당신, 일찍 일어나셨네요.”
“앉아. 오늘은 간만에 김치 파스타를 했으니까.”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무슨 말이야? 휴일 중 한 끼는 내가 하게 해 줘야지. 급한 일이 없으면 말이야.”
“그럼 오늘 호강을 해 볼까요?”
“우왕! 김치 파스타!”
애들도 좋아하는 요리다.
수아에게도 한 번 해주었는데 아주 그릇을 싹싹 비워 놨었지.
아침은 그렇게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오전 내에 준비를 하기로 했다.
아주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늦봄.
오늘 같은 날에는 나들이가 제격이다.
로펌에도 들러야 하니 겸사겸사 가족 소풍을 가기로 했다.
인천 중구 S로펌.
대한민국에서도 톱에 들어가는 이 로펌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이름에서도 알다시피 S그룹의 일부를 관리해 주는 로펌이기도 하였고 높은 승소율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내가 하려는 일은 영국 정부의 허가만 득하면 크게 어려운 일이 없는 일이라 승소율과는 크게 상관이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
로펌 앞에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인천으로 바로 출장을 온 자들이다.
아까 전화를 했었던 담당자 오세찬 과장이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국제 민사를 담당하고 있는 오세찬이라고 합니다. 저희 로펌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절함이 묻어난다.
하긴, 요즘 넘쳐나는 자들이 변호사였고 영업을 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권위 넘치던 예전과는 다르게 영업 사원과 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이유성입니다.”
“이번에 M그룹을 인수하시고 곧 있으면 안드로이드 사업까지 하실 거라는…….”
“요즘 제 주가가 올랐긴 하죠.”
“대단하십니다. 대한민국 경제에 버팀목이 될 분은 다르시군요.”
혀도 매끄럽게 돌아간다.
이제는 아부를 하지 않으면 변호사도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온 건가.
어쨌든 불친절한 것보다는 친절한 것이 백번 나았다.
오세찬은 올라가면서 리사의 외모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처음 사모님을 뵙는데 선녀가 내려오신 줄 알았습니다. 아, 영국분이시니 선녀가 아니라 천사라고 해야겠군요. 따님들은 아기 천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군요. 부럽습니다.”
“하하하! 남자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결혼이라 하겠습니다. 하는 일이야 운에 따라서 쇠락을 거듭하는데 와이프는 일평생 동안 한 명이 아니겠습니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이혼율 50%가 넘어가는 이 시대에 변호사가 듣기에는 개소리도 이렇게 찰지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나는 큰손이 될 가능성이 큰 사람이었기에 오세찬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나타낸다.
한참이나 아내와 딸들에 대해 떠든 것 같다.
수정이가 하품을 했다.
“으하하함! 언제까지 자랑할 거야?”
“응? 내가 그랬나?”
“하여간, 팔불출이라니까.”
“아이고,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요. 빨리 처리를 하도록 하죠.”
“아닙니다. 저도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개뿔.
간신히 참으면서 들은 티가 역력하다.
그래도 끝까지 웃으면서 응대를 하니 이 정도 서비스면 몇 번 이용해 줄 만하지.
절차는 간단했다.
그냥 신분증을 주고 위임장에 도장만 찍으면 끝.
신분증을 복사한 후에 돌려주었다.
“영국 정부에서 승인이 나면 곧바로 서류가 팩스로 옵니다. 그걸 이쪽에서 공증을 받아 처리하면 끝이죠.”
“간단하군요?”
“그거야 이 권리도 일종의 부부 공동 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다.
모든 절차를 마치자 변호사가 본론을 꺼낸다.
“참으로 대단한 일을 하시는 분이 로펌을 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로펌이요? 아는 사람들은 있죠.”
“이만한 회사를 운영하시면 전문적으로 법률을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실 겁니다. 저희 S로펌은 훌륭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습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 애가 법률 전문가라서요.”
“……예?”
“법전을 통째로 외웠다고 하니 딸아이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
그는 살짝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법전을 통째로 외운다는 것.
수정이의 나이를 보니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이 확실한데 그건 말도 되지 않는다고 여긴 거다.
“아, 그래도 고려해 보겠습니다. 다 경험이라는 것이 있는 거니.”
“예, 예. 맞습니다.”
그는 내 말을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팔불출 아빠가 딸에 대한 착각을 심하게 해서 자랑질을 늘어놓은 것이라고 말이다.
모든 일을 마치고 로펌을 나온다.
“……진짠데.”
그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간만에 인천 근교 강화도로 나들이를 나왔다.
해수욕장에 돗자리를 하나 폈고 파라솔도 대여했다.
이제 늦봄.
곧 있으면 해수욕장도 슬슬 개장을 시작할 것이었고 일부 상점들은 문을 열기도 했다. 혈기왕성한 20대 학생들은 벌써부터 수영을 하기도 한다.
해변을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
모래성을 쌓기도 하였고 자매가 아주 사이좋게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뭔가 경쟁이 붙었는지 세세하게 모래를 조각하기 시작한다.
단단하게 뭉쳐 놓은 거대한 모래더미가 깎여 나가자 중세의 아름다운 성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음?”
“어머?”
자매가 경쟁이 붙었다.
수정이와 수아가 미술에도 소질이 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해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는 일이다.
두 천재는 미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 정도는 아이들에게 있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머릿속으로 사진으로 보는 듯이 스케치를 하고 조각을 해 나갈 것이지만.
물론 손재주가 없고서야 저런 수준의 성을 만들 수는 없었다.
모래로 만들고 있었지만, 얼음 성의 느낌이 난다.
이미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변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합당한 의심(?)을 했다.
“당신에게 미술적인 재능이 있었나?”
“음악에는 재능이 있었던 것이 확실해요. 하지만 미술 쪽은 공부해 본 적도 없어요.”
“기본적인 원리는 알아?”
“그냥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에 공부해 본 정도죠.”
“그런데도 저 정도 성을 만든다니…….”
아이들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곧 있으면 여름이었고 주말이었기에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지나가다가 예쁜 소녀들이 모래성을 만들고 있었기에 구경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아에 대한 놀라움은 대단한 것이었다.
“두 돌도 안 지난 것 같은데 저 정도라니. 미술의 천재인가?”
“아니, 그것보다 애들이 어쩜 저렇게 예쁠 수 있는 거야? 아역 배우들 아니야?”
사람들의 질투 어린 말들까지 들려온다.
입이 헤벌쭉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에 가려져 애들의 모습이 사라지려 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얘들아, 뭐 하고 있니?”
“…….”
아이들은 전혀 내 말을 듣지 못했다.
대단한 집중력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들을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여기에 더하여 사람들은 나를 알아봤다.
“이유성 회장 아니야?”
“그런 것 같은데? TV에서 봤는데 아내가 영국 왕족이라고 하더라고.”
“그 아내도 상당히 아름다웠던 걸로……. 와아!”
리사의 등장이었다.
주변이 술렁거릴 지경이 되었다.
“얘들아, 왜 그렇게 열심히 만들고 있니?”
리사가 아이들의 머리를 짚었다.
수아는 리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말했다.
“언니가 자존심을 긁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
“흥! 내가 언제?”
“모래성은 예술 분야라면서 나 같은 어린애는 만들 수 없다고 했잖아? 흥! 수아도 이제 아기가 아니야!”
“허어.”
“무슨 애가 저렇게…….”
보통 돌 전후로 엄마 아빠를 말하기 시작한다.
3살은 되어야 말을 할 수 있었는데 수아는 아직 두 돌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창하게 말을 하는 것을 넘어 감정을 담아 언니에게 윽박까지 질렀다. 과연 저게 유아의 모습으로 볼 수가 있는 건가?
누가 보아도 천재의 모습.
“두 딸이 천재라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맞네.”
나도 거기까지는 부정할 수 없었다.
한참 동안이나 성을 만드는 모습. 우리 부부는 그 틈에 끼어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애들이 크는 것을 보니 세월이 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뜻이겠지.”
시간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
아직 내 나이 30대 중반이었지만, 지금쯤에서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