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58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58화
158
S건설(2)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전 내내 S건설의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국내의 많은 건설사들이 있었지만, H건설과 더불어 전 세계의 건설계를 주름잡고 있는 회사다.
자금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인수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만큼이나 상당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곳.
서류 검토 결과는 만족스럽다.
S그룹이라면 국내에서는 1, 2위를 다툴 정도로 규모가 대단했고 굳이 서류 조작을 하지 않고서도 회사를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을 만큼 자금력도 튼튼하다.
하지만 굳이 S그룹이 건설을 쳐내려 하는 이유는 딱히 그들의 사업과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원자재 가격의 등락이 요동쳤고 적자가 빈번하게 발생하였으며 그들의 주력 사업인 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인수를 하고 난 이후에 뭔가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내가 가진 자금력으로 충분할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그룹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이 아니었으니 마음이 다소 가볍기도 하였고 말이다.
모든 일은 순조롭다.
하지만 인생사가 어디 그렇게 순조롭기만 하던가.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칼번이로군. 일하는 데 문제는 없나?”
-마스터! 미국에서 활동하는 흑마법사 단체를 아십니까?
“음?”
급작스러운 물음이었다.
지금쯤 칼번은 M그룹을 운영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야 했다.
특히나 이번에 서큐버스들과 상급 마족들이 가세하면서 연예계 부분을 탄탄하게 다지는 작업에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흑마법사 단체라니?
물론 너무 뜬금없는 소리는 아니다.
현재 목표를 차원 무역으로 잡아 두었고 다크문의 문도들과 수정이는 어떻게든 마법진을 완성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다.
그 말은 곧 차원 무역이 재개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으며 이를 위하여 지구상의 모든 흑마법사들을 통합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눈앞에 닥친 급한 용무가 아니라 다소 뜬금없다고 느꼈을 뿐이다.
“알지. 포이즌이라는 단체 아닌가? 독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지.”
-맞습니다. 독 계열을 오랫동안 사용했고, 또 발전을 해 왔죠. 역사적으로 놈들이 독을 개량하여 일으킨 전염병만 해도 상당합니다.
독뿐만이 아니라 세균학에도 조예가 있어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전염병들을 그들이 만들어 냈고, 또 퍼뜨렸다는 사실은 흑마법사들 사이에서도 극비로 취급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들이 왜?”
-이번에 포이즌의 마스터가 7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공표하였습니다.
“7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어떤 식으로 작용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7서클의 경지에 오르지 않고서도 해당 위력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뭐야 그건?”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그러니까 지금 칼번은 나와 대적할 수 있는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너무 순탄하게 사업이 이어진다고 하였는데 다른 곳에서 일이 터져 버린 것이다.
앞으로 그와 대적해야 하나?
“그렇다고 해도 한계는 있을 터.”
-연구를 한다면 파훼법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저희 다크문에 도전장을 냈다는 것이지요.
“도전장을 냈어?”
-고대의 예법에 따라 양피지에 도전장이 작성되어 프랑스 본단으로 날아왔습니다.
“그럼 싸우자는 건가?”
-마스터들과의 생사결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
-패한 단체는 승자의 단체에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거절하면?”
-놈들은 독과 병균을 다룹니다. 악심을 품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허어.”
뭐 그런 놈들이 다 있지?
역사적으로도 놈들에게 밉보였다가 도시 하나가 궤멸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그런 놈들의 수장이 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거절하기도 힘들다.
만약 내가 거절하면 프랑스 파리와 미국 등지에 어마어마한 전염병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미국은 본래 이민자들의 천국이다. 오래전부터 교회의 시선을 피하여 자리 잡은 흑마법사들이 많았다.
조국이라는 개념이 없는 놈들이었으니 내가 거절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뻔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건데.”
-7서클의 독 계열 흑마법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닿는 것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지요.
“그 자리에서 소환을 하면 물량으로 밀어붙일 수 있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거참.”
역시 세상이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7서클 마법을 사용하는 자가 동시대에 두 명이나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고대에도 편법을 사용하여 7서클 마법이 사용됐다는 기록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딱 한 번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런 놈이 탄생했다.
“그래도 상황은 내게 좀 더 유리한 것 같은데?”
-놈은 마스터가 7서클의 마법사인 것을 모르니 유리한 건 맞습니다.
“그러면서도 위험한 것도 맞고?”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 정도면 되었다.
놈들을 처리하고 나면 세력은 급속도로 팽창한다. 무엇보다 7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지 않던가.
그렇다면 미래를 위해서라도 흡수를 하는 편이 좋았다.
만약 시간을 끌어 괜히 도시에 역병이 창궐하거나 놈이 정말로 7서클에 오르면 곤란해진다.
“보름 후 대결하자고 전해라.”
-괜찮으시겠습니까?
“피할 수 없는 싸움인 것 같군. 난타전을 가는 것보다 깔끔하고 말이야.”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
“좋아. 그렇게 보내라고.”
-명에 따르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이슬기가 심각해진 내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는 내가 전화를 하는 동안 들어와 있었다. S그룹 회장과 약속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 있으세요?”
“후우. 가면서 이야기하자. 약속 시각이 다 되었으니까.”
“알겠어요.”
이슬기 역시 다크문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였음을 직감하였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동안 이슬기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알려 주었다.
“……그러니까 포이즌이라는 곳에서 대결을 하자고 한 거군요?”
“그렇지.”
“포이즌이 가지고 있는 기업이 바로 A사고요?”
“그래.”
“포이즌을 갖게 되면 A그룹도 회장님의 휘하로 들어온다는 뜻……?”
“아주 잘 이해를 했다.”
“엄청난 기회가 아닌가요?! A그룹이면 시총으로 전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방대한 기업이에요!”
“누가 그걸 모르나.”
“그럼 대결이 부담되시나요? 지고한 경지에 오르신 분께서?”
“놈도 나와 비슷한 수준의 흑마법을 사용하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법진과 관련이 된 것이 아닐까요? 마법진을 사용하면 한 서클 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요.”
“응?”
아주 간단한 원리였다.
7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반드시 마법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었는데 바닥에 그리는 마법진은 비효율적이다.
그렇다면?
몸에 문신을 그리면 가능하다.
문신에 마석만 박아 넣을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었는데 인간의 몸에 마석을 박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 놈들이 마석의 정수만 추출하여 소형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과학과 흑마법이 결합되어 어마어마하게 압축이 되어 있는 압축 마석을 박았다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설마 과학의 발전과 함께 오랫동안 연구가 되어 왔었나.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한계는 있겠죠.”
“마석을 깨 버리면 되니까?”
“네! 명석하시네요!”
“왜 이래? 이래 봬도 7서클 흑마법사인데.”
“지고한 경지의 분이시죠.”
그녀는 씩 웃었다.
흑마법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제법 정확하게 추론을 하였고, 그 파훼법까지 예상을 해냈다. 이슬기도 꽤 대단한 두뇌를 가졌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좋아. 그럼 어떻게 하면 놈이 가진 마석을 파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겠군. 파괴만 할 수 있다면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을 것이고.”
“그럼요!”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역시나 이슬기에게 모든 사실을 알려 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S그룹 김명철 회장을 만나기로 한 장소는 서울 근교의 유명한 한식당.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의 VIP룸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소였다.
음식의 맛도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국립공원 중턱에는 당연히 음식점 허가가 나지 않는다. 조선시대부터 쭉 명맥을 이어 오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식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신선로가 세팅되어 있다.
“어서 오게!”
“처음 뵙겠습니다. 이유성이라고 합니다.”
“자네의 이야기는 귀가 따갑게 들었다네.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이미 자네가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라고 하더군.”
“거기까지는 아닙니다.”
“전 세계에 안드로이드를 판매하고 있고, 어제는 러시아에 새로운 안드로이드를 팔지 않았나?”
“…….”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을까?
S그룹은 전통적으로 정보를 중시한다고 한다.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었고 세계의 정세에 따라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변화하니 당연한 일이라고 할까.
나는 굳이 여기서 사실을 숨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말씀 그대로입니다.”
“허허허. 시원하게 인정하니 좋군.”
“어차피 알려질 일인데 비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자네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네.”
“감사합니다.”
“앉지.”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 주는 건가?
아니다.
내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었고 굳이 나를 압박할 이유도 없다.
신선로가 끓자 식사를 시작했다.
술도 몇 잔 하였는데 몇 순배가 돌아가자 김명철 회장이 말했다.
“얼마를 생각하나?”
“예?”
“인수 자금 말일세.”
“이리저리 재본 결과 1조 원 정도 책정하고 있습니다.”
“아주 적절하군?”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였으니 조절은 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허허허. 실무자가 아닌 내가 왜 직접 나왔겠나? 걱정 말게. 1조 원으로 하지.”
“시원시원하시군요.”
“흠. 그런데 혹시 말이야.”
“예.”
“인수 자금을 대신하여 안드로이드로 받을 수 있나?”
“안드로이드는 어디에 쓰시게요?”
“에너지 사업을 하다 보면 아주 위험한 일들이 많지. 먹지도, 마시지도, 쉬지도 않고 심지어는 잠도 안 자는 안드로이드라면 엄청난 가치가 있지.”
“일반형 안드로이드를 말하는 거군요.”
“가능하겠나?”
“이번에 일반형 안드로이드를 200만 달러에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관계를 생각하여 1,000기를 제공하겠습니다.”
“오! 정말인가?”
“예.”
“허허허! 고맙네! 직접 나오기를 잘했어!”
우리는 술잔을 부딪치며 웃었다.
완전 호구인 각국 정부에 군사용 안드로이드를 판매한다.
그리고 일반 기업에는 범용 안드로이드를 판매하는 것이다. 어차피 그들에게는 군사용 안드로이드를 판매할 수 없었으니까.
김명철 회장은 자신이 호구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