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62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62화
162
MH 탐사 기획(2)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한 가지 생각에 매진했다.
과연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아내가 내 비밀에 대해 아무런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가끔 아내를 슬립 마법으로 재운 후에 수정이와 함께 수련을 했지만, 매일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결국, 아내도 몇 번 정도는 나와 수정이가 야심한 새벽에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리사와 결혼한 지도 꽤 세월이 지났다.
그 긴 세월 동안 아무런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아내에게 알려야 할까?
나 역시 남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세상의 많은 남편들은 아내 몰래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여러 가지 뻘짓들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신기한 것은 아내 몰래 벌이는 짓들이 대부분 발각이 된다는 것이다. 여자의 직감을 속이기란 숙련된(?) 사기꾼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벌이는지는 몰라도 뭔가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왜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걸까?
‘저는 당신을 믿어요.’
아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는 아내에게 진실을 밝힐 때가 아닌가 싶었다.
더 이상 아내를 속이게 되면 언젠가 신뢰에는 금이 갈 것이고 그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어쩔 수가 없네.”
“뭐가 말인가요?”
“리사에게 말해야겠어. 곧 있으면 차원 이동까지 하게 생긴 판국에 숨기고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충격이 크실 텐데요.”
“충격이 크다고 해서 숨길 수야 있나.”
나는 결심을 굳혔다.
이렇게 되었다면 아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이 바로 결전의 날이야.”
“살아남기를 바랄게요.”
“어쩌면 아내도 알고 있을지도 몰라. 흑마법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하겠지만 말이야.”
집 앞에 도착했다.
곧 있으면 아내와 결판을 내야 한다.
어쩌면 먼 미래에는 거처를 이계로 옮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여유가 있을 때 이야기를 해서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았다.
딩동!
문이 열리자 맛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역시나 아내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빠!”
수아와 수정이가 달려온다.
딸들이 안겨 비비적거리는데 수정이가 귓속말을 했다.
“반쯤 번역이 끝났어.”
“벌써?”
“히히. 수정이가 누구야?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혀가 내둘러진다.
오랫동안 흑마법을 연구해 왔던 흑마법사들도 번역에 애를 먹고 있었다.
말이 번역이지 룬어를 해독하고 살을 붙이는 작업이었다. 애석하게도 워낙에 흑마법의 역사가 오래됐고 원본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였다. 몇 번이나 옮겨 적고 주해본을 달면서 아예 처음의 마법이 사장된 것도 많았다.
그래도 흑마법사들이 꾸준하게 흑마법을 연구해 왔기에 유실된 부분은 상당히 복원되어 있었다.
“그건 내일 학교 가면서 이야기하자.”
“응!”
“오셨어요?”
수정이와 이야기를 막 끝냈는데 아내가 다가왔다.
아내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해준다.
“잘 있었어?”
“저야 항상 같은 일상이죠.”
아주 만족스럽게 웃는 아내의 미소가 보인다.
물론 내가 보기에 만족스럽게 웃는다는 거였지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그냥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 거라고 여길 것이다.
식탁에 앉자 오늘도 진수성찬이다.
아내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렇게 밥을 차렸다.
처음 나와 약속을 했던 대로, 내가 현모양처를 원하기에 그에 걸맞은 여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그때 당신을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겠노라고 갖은 이빨을 털었다.
아내는 항상 그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했고 나는 사업에 실패하고 가족들에게 개고생을 시켜야 했다.
‘그래. 아내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부부지간에 비밀이 있어서야 그 신뢰는 얼마 가지 못해.’
내가 비록 결혼생활을 오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해야 부부간의 신뢰가 지속될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서로 간에 비밀이 없는 것.
게다가 이번에 세운선에 대한 권리를 취하였고 어마어마한 재화가 세탁되어 들어올 것이다.
더 거짓말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수정이와 수아는 거의 초저녁부터 잤다.
수정이야 새벽에 수련을 해야 하니 조금이라도 자 두려는 것이고 수아는 수정이가 유아기에 그랬던 것처럼 최소한 12시간을 잤다.
8시가 되자 아내를 불렀다.
“잠깐 산책이라도 할까? 할 이야기도 있고.”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살이 찌는 것 같아서 고민이었어요.”
아내가 살이 찐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아내는 하루에 한 시간씩 무조건 운동을 했다. 그 습관은 결혼 후에도 계속 이어져 왔다.
물론 살림이 각박할 때에는 어쩔 수가 없었지만, 요즘과 같이 안정된 생활에서는 운동은 필수적으로 하는 아내였다.
내가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 괜히 그리 말하는 것이다.
“그럼 나가 보자고.”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공원.
내가 어린 시절의 공원은 일명 양아치들의 집합소였다. 지금 시간 정도면 불량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거나 싸움을 벌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이제 볼 수가 없다.
깨끗하게 정돈된 공원에는 산책하는 몇몇 사람들밖에 없었다.
날씨도 포근했기에 우리는 공원 벤치에 앉았다.
“참으로 당신이 고생하고 있어.”
“무슨 말씀이세요? 저보다는 당신이 고생이죠.”
“지금까지 나는 거짓말을 했어. 그리고 오늘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해.”
“편하게 말씀하세요.”
아내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으로 운을 떼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아내의 장점이자 무서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내게 화를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실로 엄청난 감정 컨트롤이 아닐 수 없다. 리사도 인간인 이상 화가 날 때도 있을 텐데 말이다.
“우선 내가 거짓말을 한 이유는 도저히 현대인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기술을 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
아내는 조용히 경청하고 있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수정이로부터 흑마법을 배웠고 그걸 사업에 접목시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찍었으며 곧 있으면 차원 이동도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안드로이드는 내 사업의 핵심이었고 그것 또한 흑마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아내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내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설마 이걸 다 받아들였다는 건가?
내심 식은땀이 흘렀다.
보통의 여자들이라면 어디 아픈 것이 아니냐고 머리부터 짚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증거를 보여 주면 뒤집히겠지.
“지고한 경지에 오르신 것을 축하드려요.”
“엉?”
이게 아닌데?
아내의 반응은 내가 예상을 하였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걸 그냥 받아들일 사람이 없을 텐데?
“좀 걸을까요?”
“그, 그럴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걸까.
이 순간에도 아내는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리사도 표정의 변화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미소가 더욱 짙어지거나 옅어지는 정도의 반응은 있었다.
몇 번 정도, 아내의 미소가 사라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건 모두 코튼 가문에서 비롯된 일 때문이었다.
공원 으슥한 곳.
아내는 아주 익숙하게 흑마기를 사용하여 언데드 한 마리를 일으킨다.
“……!”
대략 아내의 경지는 3서클 정도로 보인다.
나는 경악을 한 채로 아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하니 수정이가 제 엄마에게도 흑마법을 가르쳤나?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수정이도 리사가 우리들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는 말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리사를 설득할 수 있을지 알 길이 없어 지금까지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가 마법을 시전한다?
리사가 말했다.
“거짓말을 한 건 저예요.”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저희 가문 자체가 흑마법을 익혀 왔으니까요. 사령술을 사용하여 사업을 일으켰고 라이온 그룹의 모태가 되었죠.”
“허어.”
정말 놀라서 자빠질 뻔했다.
아내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코튼 가문은 유서 깊은 흑마법사 가문이었고 가문의 사람들은 흑마법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중세에 유행했던 마녀사냥 때문에 그 당시에는 주춤했는데, 사업화가 시작되자 사령술을 사용하여 대량의 무상 노동자들을 이용하여 가업을 발전시켰다. 그렇게 라이온 그룹이 탄생하였다.
당연히 이는 비밀이었으며 가문의 사람들 이외에는 전수를 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제가 파면을 당할 때, 기밀 서약을 했어요. 만약 흑마법을 유출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를 받았어요.”
“그, 그래?”
“당신에게는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미케린은 제 심복이었고 가문의 방계였어요. 저와 함께 한국으로 와서 보좌를 했는데 수정이를 특히 예뻐해서 흑마법을 알려 준 모양이에요.”
“그 쪽방촌의 노인이?”
“네.”
그 이후로는 아내도 예측불허였다고 한다.
수정이는 천재였고 흑마법을 파고들어 나에게 전수하였다.
당연히 가정이 위기에 처해 있던 나는 어떻게든 그걸 사업에 이용하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말이다.
아내는 거짓말을 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내 사업이 망했어도 아내는 재기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런 식으로 재기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 한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결국, 사령술은 아내에게서 온 것이었다. 물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내 사업은 승승장구하였고 몇 번이나 코튼 가문에서 의심을 했었다. 다만 가문에서 파견이 된 사람이 제임스였기에 지금까지 별다른 말이 없었던 거다.
그리고 내가 5서클이 넘어가고 안드로이드라고 하는 더미가 대량으로 생산되려 하자 코튼 가문에서는 엄중하게 경고를 했다고 한다.
얼마 후에 6서클이 넘어가서는 코튼 가문도 잠잠해졌다.
“당신이 힘을 가졌기에 가문에서도 해방됐어요.”
“당신이 힘들었겠네.”
“비밀 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 당신이 지켜 줄 수 있잖아요.”
“당연하지. 수정이도 5서클에 이르렀는데.”
“코튼가의 최고 실력자가 아마 5서클 수준일 거예요.”
“내가 7서클에 이르렀다는 걸 거기서도 알까?”
“알게 된다고 해도 별수 없겠죠.”
아내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제야 속이 후련한 모습의 리사였다.
아주 미세한 차이였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아내가 내게 안겨 왔다.
“고마워요. 그리고 죄송해요. 이제야 당신에게 고백하게 된 것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껴요. 비밀을 묻으려 하였지만, 마음 한편에 찝찝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제 비밀을 알게 될까 전전긍긍하기도 했어요.”
나는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걱정하지 마. 코튼 가문이고 뭐고 우리 가족을 해하려 하는 자들은 다 박살을 내 버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