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65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65화
165
20세기 울프(1)
“딱히 저는 통일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정말인가요?”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잘못하면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주축이 되어야 하는데 그건 원하지 않아요. 할 일이 많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내가 굳이 통일 부분까지는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건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이지 개인적으로 힘을 쓰려면 아예 그쪽에만 목을 매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침공도 북진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뜻인가요?”
“이거 좀 귀찮은데 어쩌지요?”
“……!”
캐서린은 그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전 세계 국가의 대부분 사람들을 찍어 누르는 걸 습관 들였던 캐서린 국장이었다. 여긴 한국이었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습성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미국과 러시아의 참사를 생각했어야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으신 모양입니다. 제가 원한다면 이미 다른 방법을 취했을 겁니다. 별생각이 없었는데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이 드는군요.”
“제, 제가 잘못했어요!”
“그런가요?”
“네! 주제넘게 나섰네요.”
“앞으로 귀찮게 하지 마세요.”
“물론이죠.”
캐서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괜히 여기서 나를 더 자극했다가는 큰일이 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거다.
그녀가 나가고 나서야 일과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슬기가 회장실로 들어온다.
“그 늙은 여우는 갔어요?”
“아, 정말 귀찮게 하더라고.”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별생각 없었는데 침공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넌지시 협박을 했지. 그러니까 꼬리를 말고 가더라고.”
“와! 천하의 CIA를 협박하시고. 아주 막 나가시는 것 아닌가요?”
“막 나가면 좀 어때? 저쪽에서 만약 나를 암살이라도 하려고 한다면 그때부터는 전쟁이지.”
물론 캐서린이 미치지 않은 이상 이렇게까지 협박을 했는데 찾아올 리는 없을 거다. 만약 찾아온다면 정신 상태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임원회의 전에 MH 탐사 기획의 로한 사장을 만나기로 했고 그는 이미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일해야죠. 로한 사장 불러올까요?”
“그 양반도 참. 그렇게까지 급한 일은 아닌데 말이야.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빨리 계약을 하고 돌려보내자고.”
“알겠어요.”
곧 로한 사장과 만날 수 있었다.
머리는 아무렇게나 길렀고 어디 하와이에서나 볼 수 있는 관광객 차림으로 왔다.
무슨 동네 부동산 계약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차림으로 오다니. 물론 제멋대로 행동하는 거야 나도 마찬가지였으니 별로 할 말은 없기는 하다.
로한 사장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반갑습니다!”
“음. MH사 사장님 맞습니까?”
“예! 제가 로한 라테스입니다.”
“그런데 그 차림은.”
“아하! 기왕 온 김에 한국 관광 좀 하고 가려고 했죠. 이런 옷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 아닙니까?”
“전혀요.”
“하하하!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미국에서는 꽤 유행하고 있습니다.”
입이 찢어지려고 한다.
나이는 대략 50대 초반.
벌써부터 은퇴를 하는 것을 보니 지금부터는 일은 아예 손을 떼고 그냥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일이기도 하다.
남자가 일을 포기한다는 것은 야망을 포기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5천억 정도면 물론 평생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다. 놀고먹는다고 해도 몇 대는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았으니 이슬기에게 두 잔 부탁했다.
캐서린 국장과의 이야기는 별로 좋은 기분으로 한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마실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로한 사장과는 다르다.
우리는 경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 이렇게 일선에서 물러나시는 것이 아깝지 않으신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일을 그만할 때도 됐죠.”
“50대면 한창인데요?”
“후. 어릴 적 꿈은 30대까지만 일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막상 사회에 뛰어들어 보니 그게 만만치가 않더군요. 30대 후반이 되어서 40대 중반까지만 일을 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이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마누라가 반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흠. 왜요?”
“남자가 돼서 벌써 은퇴를 하냐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일을 했습니다. 마누라 잔소리만 아니었으면 10년 전부터 놀고 있었을 겁니다.”
“하기야, 여자 이기는 남자 없다고 합니다.”
“우문현답이로군요.”
대충 결혼한 남자들이라면 공감을 할 만한 이야기들을 했다.
결국, 그가 지금까지 일한 것이 부인 때문이었다니. 그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사업에 대해 할 말은 없으십니까?”
“저는 경영 철학 같은 건 없는 사람입니다. 오직 돈을 벌고 은퇴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일을 해 왔죠. 딱히 드릴 말은 없군요.”
그런 가치관을 가졌다는데 내가 할 말은 없었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달랐고 그걸 이해하는 데서부터 인간관계가 시작되지 않던가. 물론 로한 사장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비서.”
“네, 회장님.”
이슬기가 계약서를 내밀었다.
로한 사장은 다른 건 읽지 않고 가격만 확인하고 사인했다.
“내용은 안 보십니까?”
“돈은 제대로 주실 것 아닙니까?”
“그건 당연하죠.”
“그럼 됐습니다.”
돈 이외에는 회사가 어떻게 되든지 아무런 상관이 없단다.
보통 자기가 일으킨 회사에는 애착을 갖지 않나?
뭐,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다.
스스슥!
나 역시 사인을 끝냈다.
“이 비서. 바로 입금하도록 해.”
“알겠어요.”
계약을 마치고 바로 입금한다.
변호사들이 들어와 공증 절차를 거쳤고 이제 나머지는 법무팀에서 알아서 할 것이다.
대충 일이 끝났으니 로한 사장과도 헤어지기로 한다.
로한이 내 손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회장님께서도 적당히 일하시고 인생 즐기는 방법을 찾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들 인생은 한낱 바람이 스치는 것보다 못한지라 눈을 감았다가 뜨면 어느새 늙어버리거든요.”
“생각해 보겠습니다.”
로한의 발걸음은 아주 가벼워 보였다.
그와 헤어진 후에 이슬기와 함께 복도를 걸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로한 사장의 말도 완전히 틀린 건 아니야.”
“인간이 한낱 스쳐 가는 바람보다 못하다는 말이요?”
“그만큼 자연적인 이치에서 보면 인간의 삶이 짧다는 거지.”
“글쎄요? 그건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요. 인간의 업적이야말로 불멸성을 갖는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요.”
“그렇겠지?”
“당연하죠. 역사에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는 사람만큼 불쌍한 자들이 어디에 있을까요.”
역시나 이슬기다.
그녀는 나름의 불멸성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것이 생명에 대한 불멸성이 아니라 명예에 대한 불멸성이었지만.
오랜만에 열린 중역 회의.
이제 회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잘한 업무들은 중역들이 알아서 처리한다.
내가 관여할 부분은 M&A였다.
지금의 수 그룹은 마치 고대의 정복 군주처럼 영역을 넓혀 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회사의 몸집을 불려 가고 있었으며 가능하다면 탄탄한 사업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 위주로 인수를 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곧 있으면 차원의 문이 열린다. 그렇다면 그전까지 10만 대군을 완성해 두어야 하는데 최소한 한 달 정도는 훈련을 시키려 한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훈련을 시킬 예정이었으며 그 명분으로 영화 제작을 내세웠다.
그런데 이게 보통의 영화사로는 소화할 수 없는 스케일이었다. 엑스트라만 10만 명이라니. 중요한 전투 장면에만 동원되는 인력이라고 해도 도저히 한국에서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빅6에 속한 영화사 중 하나를 인수하겠다고 결심했다.
중역들은 짧은 시간 동안 나름대로 푸시를 하였고 드디어 성과를 냈다고 한다.
오늘의 중역 회의는 바로 영화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슬기가 말문을 텄다.
“얼마 전에 회장님께서는 영화사를 인수하시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하셨죠. 그리고 여러분들은 인맥을 총동원하여 영화사 인수에 착수했어요. 빅6 영화사를 말씀하셨는데 그에 대한 성과가 있으신 분은 발표하세요.”
이슬기의 말에 위엄이 묻어난다.
초거대 그룹의 2인자로서 자리를 공고히 하였고 어느 정도는 인사권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무소불위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
요즘 시대에 주요 인사가 여성이라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고 그녀의 나이가 나와 비슷하다는 것도 별로 문제가 안 된다.
신생 기업은 원래 젊은이들로 구성되지 않던가.
의외로 손을 든 사람은 이태진 부장이다.
정보부를 총괄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의 역할은 실로 막중해지고 있었다.
“20세기 울프사와 접촉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지금 울프사라고 하셨습니까?”
“예!”
“1900년대 초에 설립된 그 울프사요?”
“맞습니다.”
“허어.”
웅성웅성!
주변이 술렁거린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였다.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회사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울프사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1915년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영화계의 공룡으로 이름을 날렸던 회사.
그런 유구한 역사를 담은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태진이 헛소리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의 자리는 헛소리를 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위치였다.
“거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M&A 의사가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 잘나가는 회사인데.”
“그건 순전히 경영의 문제입니다. 울프사는 대표적인 언론 재벌이죠. 머크 회장은 울프사를 계열 분리하고 그 자금으로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려 하고 있습니다.”
“자사주를 매입하여 경영권을 방어한다?”
“그렇습니다.”
이태진은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했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회사들이 다 그렇듯이 경영권 부분에서는 완벽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언론 재벌의 경우가 그렇다.
무차별적인 M&A와 투자 모집을 통하여 확장을 해 나가지만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경영권을 방어하지 못할 정도까지 몰린다.
이건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고 순전히 지배력 강화에 대한 문제였다.
지금 울프사의 회장 머크 회장은 언론, 출판 부분과 영화, 방송 부분으로 분리하였다. 이 중에서 영화와 방송 부분이 20세기 울프사에 분할되었고 기존의 사업들에 대한 지배권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방송 영화 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