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81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81화
181
진정한 휴일(1)
“누구세요?”
“KBC 방송의 강소진 기자라고 해요!”
“끄응.”
대단한 여자다.
아파트 정문에는 이미 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내가 나오기만 기다리면서 한마디라도 인터뷰를 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휴일이고 내가 멍청하게 정문으로 나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짐작한 기자가 있었다.
그녀는 아예 비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참.”
“노력이 가상한데 인터뷰에 응하시는 것이 어떤가요?”
아내의 말이었다.
다른 사람의 말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내의 말이라면 내 철벽도 무너진다.
언론은 이용해야 하는 것이지, 내가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아내가 몇 시간을 기다리며 고생한 기자를 측은하게 바라봤고 내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아내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정아, 뒤로 가라.”
“가는 길에 하려고?”
“그래야지.”
차 문을 열고 나와 당당하게 차를 막고 있는 여자와 마주한다.
30대 초반 정도 되었을까.
상당히 큰 눈이 남자들에게 인기가 꽤 많을 거라고 생각됐지만, 내 눈을 전혀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당장 서큐버스만 한 마리 뽑아도 그녀를 능가할 것이 분명하다.
“대단하십니다. 내가 후문으로 나올 거라는 사실도 짐작하시고.”
카메라맨 한 명과 기자 한 명.
서울로 가는 길에 인터뷰를 할 생각이었으므로 카메라맨은 탈 수 없다.
“혼자 앞 좌석에 타세요.”
“저, 정말인가요!?”
“당연히 제 입장에서 보면 인터뷰가 싫지만, 아내의 부탁이 있어 어쩔 수가 없군요.”
그녀는 내 말이 바뀔까 싶어 잽싸게 보조석에 탔다.
강소진이라고 밝힌 기자는 아내에게 몇 번이나 고마움을 표했다.
“사모님 덕분에 이유성 회장님을 인터뷰 할 수 있게 됐어요! 감사해요!”
“더운데 고생하시고 계시니까요.”
아내의 말처럼 삼복더위였다.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다리려면 땀이 삐질삐질 나기 마련이었다.
다행히 강소진에게서는 땀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땀 냄새가 났다면 바로 쫓아냈겠지.
바로 서울로 출발한다.
한 시간 후에 공인중개사와 만나기로 하였으니 여기서 지체하면 약속 시각에 늦고 만다.
지방에서 올라가는 거라 좀 늦는다고 해도 별문제는 없었지만, 역시 약속을 어기는 건 내 사상에 위배된다.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강소진이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 냈다.
“회장님! 전 세계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어요. 무차별적으로 기업을 인수하신다는 말들이 퍼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차별이라.”
수정이가 아까 지적을 했던 말이다.
누가 봐도 멀쩡한 회사들을 인수하고 있었으며 해당 국가의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었다.
물론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한국 경제 규모를 키워 주는 일등 공신일 것이고 말이다.
“무차별은 아닙니다. 필요한 회사들을 인수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여기에 어떤 패턴이 있다는 말도 있던데요, 정말 패턴이 있나요?”
“첫 번째 질문과 같군요. 필요한 회사들을 인수하니 패턴이 있을 수도 있지요.”
“역시 자금의 출처는 안드로이드 판매인가요?”
“잘 아시는군요.”
나는 꽤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강소진은 크게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하기야, 세상에서 가장 얼굴이 두꺼운 직종 중 하나가 바로 기자였다.
“3세대 안드로이드가 곧 출시된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3세대라. 아직 공식 출시는 한 적이 없습니다.”
“각국에 군사용 안드로이드를 판매하고 계시잖아요?”
“3세대는 사실무근입니다.”
“그렇군요.”
강소진은 질문을 하였고 나는 가볍게 대답해 줬다.
물론 핵심적인 질문은 피했다.
30분이 지나자 강소진을 태운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서울에 들어와 강소진을 내려 줬다.
“또 만나 뵈었으면 좋겠어요!”
“글쎄요. 이렇게 한가하게 인터뷰를 하게 될 날이 올지 모르겠군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손까지 흔드는 강소진이었다.
여기서 강남까지는 20분 정도 남았다.
“아이고, 귀찮아라.”
“잘하셨어요.”
“당신이 하라고 해서 한 거지, 인터뷰는 썩 내키지가 않아서 말이야.”
“후후. 좋은 일을 하면 그것이 되돌아오기 마련이에요.”
“그래. 당신의 말이 맞겠지.”
우리가 흑마법사 부부이고, 사실 선한 쪽은 아니었기에 아내의 말에 살짝 어폐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내의 말이라면 물이 술이라고 해도 믿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남자들의 기본 소양이 아닐까.
강남구에 속해 있지만, 주변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었고 산을 깎아 700평 대지에 1층 면적만 100평이 넘는 저택이다.
좀 더 넓은 마당이 있었으면 했지만, 서울권에서 그만한 대지를 가지고 있으려면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여기서 3분만 걸어 나가면 각종 편의 시설이 있었으며 저택에서는 한강이 내려다보인다.
실로 어마어마한 입지가 아닐 수 없다.
서울권치고는 공기도 맑은 편이었고 그럭저럭 넓은 마당도 마음에 든다.
잔디가 깔려 있었으며 관리는 매우 잘 되어 있다.
일단 내가 이 집을 계약하면 바로 이삿짐센터에서 짐을 빼서 가져올 것이다. 오늘 안에 입주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물론 내부를 채우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돈이라는 것이 쓰기는 아주 쉬운 법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모두 채울 수 있겠지.
차에서 내리자 아이들이 잔디를 뛰어다닌다.
“우와!”
“연못도 있어, 언니!”
700평 대지.
여기에 연못과 각종 운동 시설과 잘 조성된 정원.
이런 입지에 이만한 저택이면 아마 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물론 얼마가 되었든지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공인중개사였다.
말쑥한 차림의 40대 남자였다.
꽤 큰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고 보조중개사가 둘이나 되었다.
남자가 명함을 건넨다.
[공인중개사 이한소]아마 내게 눈도장이라도 찍겠다는 심산이겠지.
좀 낮춰 말하면 부동산 주인이었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대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나였으니 한 발 걸치면 어마어마한 중개 수수료를 챙길 수도 있을 것이었다.
물론 회사 자체적으로 부동산 개발 파트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좋은 땅은 중개를 거쳐야 한다.
“반갑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회장님을 뵙게 되다니요.”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아, 예. 원래 이 부근은 그린벨트 지역입니다. 지금은 절대 주택 허가가 나오지 않는 곳이죠.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대지이고 그린벨트로 지정이 된 이후에도 꾸준하게 증축과 관리를 하여 지금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5년 전에는 거의 신축을 했다고 봐야 하지요. 다 부수고 새로 지었으니 말입니다.”
확실히 서울 내에서 이만한 주택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파트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철근 콘크리트이지만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였고 외장재는 세라믹으로, 앞으로 30년은 관리가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내부 대리석에 최고급 내장재를 사용하였습니다. 가구들도 웬만큼 갖춰져 있죠.”
거대한 석재데크를 지나 거실로 들어온다.
거실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 시내.
4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집이었고 엘리베이터도 있다.
4층에서 내려다보면 아마 전망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1층 100평, 2층이 70평, 3층은 50평, 4층은 30평이다. 여기에 옥상은 물론이고 각 층마다 발코니가 있었다.
여기에 압권은 1층부터 4층까지 오픈으로 뻥 뚫려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웬만한 호텔 수준의 내부를 가졌다 할 수 있었다.
거대한 벽난로도 설치되어 있었으나 이는 전기를 사용하는 벽난로 모양의 히터라고 한다.
가스와 전기를 혼용으로 사용하며 지열과 태양광, 지금은 설치가 되지 않는 태양열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유지비가 어마어마할 테지만 어느 정도는 보조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인은 여기서 살 수 없다.
혼자서는 관리할 수 없을뿐더러 아무리 여러 가지 보조적인 장치가 있다고 해도 엄청난 유지비 때문에 압사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 저택은 갑부가 아니면 살 생각을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각 층을 지나 옥상으로 올라온다.
옥상까지도 한순간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됐으니까.
옥상에도 각종 시설들이 잘되어 있었다.
옥상 정원에 바비큐장까지.
각 층마다 이런 옥상이 있을 정도였으니 집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격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 정도 입지에 이런 집이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당신은 어때?”
“마음에 들어요.”
“너희들은?”
“응! 좋아!”
“좋아. 그럼 여기로 결정하자.”
“역시 시원시원하십니다.”
이런 집을 즉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별로 가격을 깎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만한 집을 사겠다는 사람도 없을 테고 아마 가격 협상은 한유람이 이미 끝냈을 것이다.
“저녁은 여기서 파티를 하자고.”
“그럼 준비를 해야겠네요.”
“어허. 이런 날에는 그냥 부르는 거야. 지인들도 초대해야 하니까.”
“뭔가 어색한데요?”
“앞으로는 하고 싶은 일만 해.”
“고마워요.”
수정이가 우리들의 앞을 촥 갈라놨다.
“셋째는 곤란해?”
거기에 맞춰서 수아가 눈을 반짝였다.
“동생은 어떻게 만들어?”
“……!”
우리 부부는 물론이고 수정이의 표정까지 굳어 버렸다.
아직 두 돌도 되지 않은 유아가 탄생의 비밀까지 알고 싶어 한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이제 말을 하기 시작할 텐데 빨라도 너무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무려 수정이보다 빠르지 않은가?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음. 그게 말이지.”
“수아야. 언니가 알려 줄게.”
“엉?”
“정말이야!?”
“…….”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난감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어린 시절이 기억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인가?
문득 아이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여쭤본 적이 있었다.
즉, 어떻게 만드냐가 아니라 나는 어디서 나오는지가 궁금했고 어머니는 난감해하시며 말씀하셨다.
‘배꼽에서 나온단다.’
그때부터 중학생이 되는 순간까지 정말로 배꼽에서 태어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교육 시간이 되어 웃음거리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이나 설명하기가 난감하였는데 수정이가 5살 때 물어봤을 때는 아내가 교육했다.
그 이후로 수정이가 한창 충격에 빠져 지냈던 적이 있었지.
수아도 같은 과정을 겪게 되려나?
수정이가 수아를 데리고 들어가자 나는 아내를 쳐다봤다.
“수아 성교육을 벌써, 그것도 수정이에게 시키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음…….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어요. 벌써 호기심을 가질 때가 됐다니.”
“수정이보다 빠른 것 같아.”
“설마 수정이처럼 자기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
참으로 두려워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부부는 고개를 흔들었다.
“파티 준비나 하자고.”
“그, 그래야죠?”
평소 표정의 변화가 없는 아내도 이번만큼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