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97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97화
197
침투 작전(1)
6시 무렵이 되자 수정이가 도착했다.
해가 길어져서인지 어둠이 내리지는 않았고 슬슬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빠!”
“오, 수정아!”
수정이가 도도도, 작은 걸음으로 달려와 안긴다.
이슬기는 그런 수정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가씨가 여기는 왜 오셨나요?”
“저도 카렌 대륙으로 넘어가요, 아줌마!”
“뭐라고요!?”
평소 같았으면 아줌마라는 소리에 발끈했을 이슬기였지만, 도대체가 말이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수정이가 곧 5서클에 오를 거라서 말이지.”
“5서클이고 뭐고 8살짜리 아이를 전쟁터에 데려가요?”
“흠. 5서클에 올라가면 거의 다칠 일은 없지. 위급한 상황이 오면 바로 텔레포트를 탈 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5서클에 오르지 못하면 다시 돌아오기로 했어.”
“아빠가 내린 결정이니 제가 뭐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해야겠어요. 위험하다는 건 충분히 인지를 하고 계시죠?”
“아줌마! 수정이가 졸라서 데려가는 건데? 나도 위험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니까 그만 좀 해.”
“뭐라고요!?”
“너무 열 내지 마요. 그러다 주름 생긴다니깐? 아직 시집도 못 갔는데 쭈글쭈글해지면 남자들이 싫어해.”
“…….”
역시 수정이다.
어쨌거나 이슬기는 수정이가 카렌 대륙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는 입장이었고 그렇기에 수정이가 날을 바짝 세우는 것이었다. 만약 그러다가 내가 반대를 해 버리면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걸 알기에 바짝 밀어붙인다.
“그리고 수정이는 갑옷도 입을 거라고. 실드가 겹겹이 자동으로 쳐질 건데 무슨 일이 있겠어? 또! 수정이가 전략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니까 큰 도움이 될 거야.”
“끙. 전략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손자병법, 육도삼략, 오자병법, 위료자, 사마법, 당태종이위공문대, 무경총요, 기효신서, 연병실기, 춘추, 맹자, 장자, 한비자, 여씨춘추, 제자백가, 관자, 제갈량집, 정관정요, 자치통감까지 줄줄이 꿰었는데?”
“어……. 뭐라고?”
이슬기는 기가 막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엔간히 세상에 알려진 병법서는 모두 통달했다는 뜻이다.
아마 수정이라면 수십 가지 병법서를 완전히 외우고 응용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니 이슬기가 할 말이 없을 수밖에.
그녀가 완전히 기가 막혀서 있는데, 수정이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했다.
“오늘 일로 대통령님이 의심을 하지 않을까?”
“무슨?”
“반나절 만에 드론과 헬기의 조종법을 줄줄이 꿴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여기에 이론까지 완벽한데 대통령님이 의심을 할 것 같아.”
“의심을 하면?”
“히히. 그럼 더 좋지.”
“더 좋다고?”
“아빠가 우습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수정이의 말이 맞았다.
대충 한국 정부에서도 보급되고 있는 군용 안드로이드의 성능이 최대치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미국과 약간의 정보라도 공유를 한다면 사실 군용 안드로이드가 내가 가진 성능의 1할 정도라고 알고 있을 거다.
지금 여기서 안드로이드의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김 대령이 보고한다면 오히려 나에게는 유리한 것이다.
“김대수 대령은 지금쯤 보고를 하고 있으려나?”
“대충 들어 보면 그 사람은 그냥 군인인 것 같은데, 아마 사실대로 보고를 하겠지. 보고 느낀 대로 말이야.”
“그게 나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줄 거고 말이야.”
“응!”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역시나 수정이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 결과와 파급력까지 생각한다. 진정한 천재의 자세가 아닐 수 없었다.
과연 수정이는 카렌 대륙으로 넘어가 또 어떤 기가 막힌 전략을 내놓을까?
솔직히 위험스럽기는 해도 수정이가 참모가 되어 준다면 이보다 든든할 수는 없었다.
“그럼 슬슬 넘어가도록 하자.”
“헤헤, 기대된다.”
수정이는 몹시 기대가 되는지 몸을 베베 꼬았다.
하기야, 흑마법사라면 그 누구라도 발원지로 발을 들이고 싶어 한다. 이슬기는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이 비서. 내가 없는 동안 회사를 부탁해.”
“몰라요!”
“거, 괜히 애가 한 말 가지고 상처 받지 말고.”
“흥! 아가씨가 그냥 애인가요?”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여 보였다.
저런 린치도 나에게는 그저 팔불출력(?)을 드높일 뿐이었다.
대한민국 청와대.
이른바 파란 지붕.
한국의 권력은 이곳 파란 지붕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대진 대령은 졸지에 청와대로 불려 왔다.
뭔가 잘못을 했나 싶었는데 대통령은 이 늦은 시간까지 퇴근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의외의 질문을 했다.
“김 대령님? 그곳의 생도들은 어떻던가요?”
“예?”
“보고 느낀 그대로 생도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 보세요.”
“음.”
김대진은 잠시 기억을 되짚는다.
그들을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하나였다.
“천재입니다, 각하.”
“천재요?”
“다른 말로는 설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군 생활 20년 만에 그만큼이나 대단한 천재들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인간인가요?”
“인간인 것 같았습니다.”
“근거는 있습니까?”
“근거는…… 없습니다. 이유성 회장의 발언 이외에는 말이지요.”
“확신은 없다는 뜻 같군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김 대령은 전형적인 군인이고 명령을 받았기에 수행을 했을 뿐이지요. 원래 그런 일은 정보부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사실 이유성 회장님에게 정보 요원들을 붙이기에는 부담이 많아요.”
“그렇습니까.”
김대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실제로 그는 별다른 생각이 없기도 했다. 조금 이상하다고 여기기는 했지만, 정보부가 아닌 이상에야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장군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위에서 받은 명령을 아래로 하달하는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가서 쉬도록 하세요.”
“충성!”
김대진은 경례를 하고 집무실을 나선다.
대통령 집무실에 홀로 남은 이한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나 그랬나.”
안드로이드의 완성형은 실로 대단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들었다.
미국이나 러시아의 중심부가 괜히 뚫린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전부 납치당했었고 뭔가 이유성 회장과 굴욕적인 조약을 체결했을 걸로 보였다.
그렇다면.
“한국이 패권을 가져올 수도 있지.”
이한진의 가슴에서 야심이 꿈틀거린다.
단순히 한국이 경제 대국을 넘어 군사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한국에 걸려 있는 수많은 제약들이 풀릴 수도 있었고 그리된다면 그 누구도 한국을 넘볼 수 없게 된다.
“결국 이유성 회장에게 답이 있는 거겠지.”
자신의 임기 안에 얼마나 대한민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
그의 임기는 3년 남아 있었으니 그 안에 어떻게 해서든 대한민국이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입지를 다져 놓아야 한다.
아르덴 후작령 외곽.
드론을 보내서 국경 지역의 지도를 그렸고 하루에 40km를 행군하라고 지시를 내렸었다. 그렇다면 지금쯤 아르덴 후작령의 경계에 닿아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심 도시까지는 반나절이 걸렸으니 내일 전투를 위해서라도 이쯤에 숙영지를 마련하는 것이 맞았다.
도착을 하자 아니나 다를까, 넓게 숙영지가 펼쳐져 있었다.
“오오!”
“천군께서 오셨다!”
숙영지 바깥으로 드론과 헬기, 각종 장비들이 줄줄이 들어온다.
경계를 하고 있던 병사들은 경례를 붙였고 휘하 흑마법사들도 몰려와 인사를 했다.
그들은 갑옷을 입고 있는 수정이의 모습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전쟁터에 수정이가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그런 기색을 지운다.
“아가씨 오셨습니까?”
“아가씨를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뵐게요. 수정이에요!”
수정이가 수하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통역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수정이는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해 주었다.
“다들 고생이 많네요.”
아몬 백작과 루얀 백작도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루얀 백작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천군님 오셨군요!”
“별일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진군 도중에 몇 번 언데드의 습격이 있기는 했지만, 천군 전사들의 도움으로 쉽게 격파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분은…….”
그들도 수정이의 존재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여기서 민망해하면 되레 신뢰를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제 딸이자 참모입니다.”
“허어!”
“따님이라고요!?”
“예. 병법에 통달한 참모이기도 합니다.”
“천군님의 따님이라니. 도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저런 어린 모습으로 참모를…….”
“이보게. 어찌 천족의 나이를 인간의 잣대로 가늠하려 하는가? 그건 실례일세.”
“아, 그렇군.”
아몬 백작과 루얀 백작은 서로 친우 사이다. 어릴 적에 아카데미를 함께 수료하였으며 그때부터 쭉 친우로 지내 왔다.
비록 아몬 영지는 망했지만, 그들이 친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수정이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드는지 씩 웃으며 손뼉을 쳤다.
짝짝!
“그럼 우리 전략 회의를 하도록 할까요!?”
“전략……회의요?”
“네! 수정이가 좋은 전략을 짜 왔어요!”
“그, 그러시죠.”
다소 당황해하는 사람들.
하지만 흑마법사들은 곧 정신을 되찾았다. 수정이가 천재 중에서도 희귀하게 태어나는 돌연변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의실 막사로 지휘관들이 모여들었다.
흑마법사들도 간부들만 모였으며 아몬 백작가와 루얀 백작가의 가신들만 모였다.
이렇게 해도 막사가 꽉 찰 지경이었다.
수정이는 당당하게 지도 앞에 섰다.
여기서 수정이는 허공에 둥둥 떠 있었는데, 이건 5서클 고위 마법인 플라이다. 수정이의 서클은 이미 5개로 갈라졌고 완전히 그곳을 채우기 위해 조금만 노력을 하면 되었다.
흑마법사들의 눈동자에 이채가 흘렀다.
저 나이에 5서클이라면 도대체 나이가 들면 어찌 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과연 천족이라며 추켜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 그럼 수정이가 작전을 설명할게요. 여기가 아르덴 후작령이고 점령이 되기 직전이라고 들었어요. 맞죠?”
“아, 네. 드론을 띄워 정찰한 결과 성벽의 병력은 고립됐고 이미 도심은 점령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다수의 영지민들이 영주성과 대피소로 대피를 했다는 점이죠.”
“좋아요. 그럼 해가 뜨고 적들이 약해질 즈음에 침투를 하기로 해요.”
칼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침투라니요?”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 군대가 미적거릴 이유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해가 뜰 때 5만이 도심으로, 5만이 배후를 치면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