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229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229화
229
숙청(1)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상대측에 제안을 한 시간은 정확히 60분.
이제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흠. 역시 거절인가?”
“그렇지는 않을걸?”
수정이가 즉답했다.
군사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수정이는 대국을 총괄하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무슨 전쟁이냐 싶겠지만, 현재로서는 수정이를 능가하는 책사를 구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수정이를 바라본다.
“수정이 생각에는 카이너스 후작이 방법을 만들어 올 거야.”
“방법?”
“카이너스 후작이 사령관이기는 해도 리에드 대공파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말이야. 황제파가 숙청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지.”
“흠. 그렇기는 하지?”
“그 사람들이 문제라서 조금 늦어지고 있는 거야. 그런데 뭐 수정이가 봐도 지금 제국에는 답이 없거든. 내부 분열에 대공은 실책을 하고 있는 중이고 무력에도 밀려. 그냥 빈껍데기라고 봐야 해.”
“그래서?”
“어떤 제안을 할 거라고 생각해.”
“제안이라.”
대충 수정이는 칼린 제국 대군사가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어떤 제안일지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수정이는 잘해 왔다.
처음에는 수정이가 천족이라고 생각을 하였지만, 이제는 그냥 돌연변이 천재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린아이의 외모를 가진 것에 대한 편견은 아예 저 멀리 치워 버렸다.
“수정이라면 대공파 사람들을 암살하라고 할 것 같지만 모르지. 혹시 카이너스 후작이 수정이보다 뛰어난 사람이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낼지도?”
막사로 척후병 하나가 달려온다.
척후병은 군례를 취하더니 대답했다.
“카이너스 후작이 독대를 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수정이에게 집중된다.
그들이 찾아와 뭔가 제안을 할 거라는 수정이의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막사.
카이너스 후작의 뜻대로 독대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주변은 완벽하게 결계를 쳤으니 말소리 하나 새어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은 바깥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쟁터가 조용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기에 카이너스도 내가 방음을 완벽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독대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이너스 후작은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수정이의 말대로 마음이 완전히 기운 것이 틀림없었다.
“제국의 상황이 말이 아니기에 여러 가지 문제가 많겠군.”
“그렇사옵니다. 지금 제국은 분열 직전이며 반란까지 일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경제는 파탄 났으며 농사를 지어야 할 청년은 줄어들고 간신히 여자들이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지요. 아니, 생계가 유지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거리에는 아사자가 속출하고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겠지.”
“허허허, 차라리 전방의 군인들은 잘 먹고 있습니다. 먹어야 싸우니 말입니다. 하지만 후방은…….”
카이너스는 참담한 표정이었다.
나라는 존재가 등장함으로 인하여 대륙에는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마국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으나 기득권층은 권력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이건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당연한 일이었다.
권력을 쥔 사람은 그걸 절대 놓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전쟁은 이로 인하여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게 제안할 일이 있다고?”
“폐하.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자비? 무슨 자비?”
“이미 제국은 회복 불능의 상태입니다. 청년들이 더 사라지면 인류의 미래는 없습니다.”
“인류의 미래는 걱정하지 말라.”
“크리스탈 제국이 성립되면서 인류는 어느 정도 살아남겠지만, 그래도 제국의 인구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특수 부대를 파견하여 대공파를 척살해야 합니다.”
“오호.”
이미 수정이가 말했던 내용이다.
하기야, 지금 카이너스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어떤 식으로?”
“폐하의 특수 부대를 투입해 주신다면 살생부 명단에 올라와 있는 부대로 배치할 것이옵니다. 전쟁을 시작하는 즉시 그들을 주살하신다면 저희 결사대는 폐하께 투항하겠습니다.”
“하하하하!”
“살아남기 위한 발악이라 생각해 주십시오.”
내가 웃은 것은 수정이의 말이 하나도 빗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이너스 후작의 능력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뛰어났다면 곤란해졌을 수도 있겠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허를 찌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하지.”
“가, 감사합니다!”
“나 역시 살육자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야.”
카이너스와의 독대를 마치고 바로 대량의 마계 귀족들을 소환했다.
살생부 명단을 보니 그 숫자가 자그마치 30명에 달했다.
이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사단 수뇌도 죽여야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30명 정도의 암살자는 필요했다.
8서클에 오른 이후로 마력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렇기에 수십 마리 정도의 마계 귀족을 소환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운이 좋았나?
그중 사천왕은 셋이나 되었다.
총 40마리의 마계 귀족을 소환하였으며 그들은 무릎을 꿇은 채로 대기를 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은 알 거라고 본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들은 충성심에 가득한 얼굴을 했다.
그래, 이들이라면 실패하지 않겠지.
“약속 장소로 향해라.”
“예!”
파바밧!
그들은 그대로 사라졌다.
수정이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다가왔다.
“히히. 수정이의 말이 맞았어?”
“오냐! 내 딸, 장하다!”
수정이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어찌하여 수정이와 수아 같은 천재들이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나도 천재인가?
생각해 보면 내 머리가 특별하게 비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흑마법에 재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수정이의 덕분이다.
“그럼 곧 적들이 혼란에 빠지겠네?”
“개전과 동시에 그렇겠지.”
“카이너스 후작은 수성을 포기할 거야. 그리고 사람들을 설득하겠지.”
“어떻게?”
“그러니까…….”
칼린 제국 진영 지휘부 막사.
이곳에서는 격한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쾅!
“안 되오!”
“불가합니다!”
다들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군사 카이너스는 수성을 포기하고 공세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크리스탈 제국 황제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니까. 하지만 여기서 그리 말한다면 숙청당하는 것은 카이너스였다.
다행히 아직까지 사람들은 카이너스가 배신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리에드 대공이 섭정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카이너스가 다 뒤에서 물밑 작업을 하였기 때문이다.
전쟁만 끝난다면 카이너스는 바로 대공의 최측근으로 공신에 봉해질 것이다. 재상 후보로 유력하다.
그만큼 귀족들은 아직까지 카이너스가 대공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카이너스 후작도 만약 칼린 제국에 희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렇게 작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더 이상 제국이 존속되는 건 무리다.
다들 이렇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카이너스는 조용히 사람들을 설득하였다.
“이대로 부딪치면 적들을 막을 수나 있고?”
“그거야.”
“필사적으로 저항을 하다 보면…….”
다들 말끝을 흐렸다.
수성을 하여 막을 수 있다면 걱정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성을 한다고 해도 그 이점을 살릴 수 없으니 걱정인 거다.
“적들의 무기는 성벽을 박살내고 우리들의 기동력을 막아 대량으로 살상할 것이 뻔하다.”
“…….”
“설마 그 무기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
“크흠.”
“하아. 대군사의 말씀이 맞습니다. 성벽의 이점은 지금까지의 전쟁에 맞춰진 것이지 크리스탈 제국의 어마어마한 무기 앞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됩니다. 한 방에 몰살당하기 딱 좋지요.”
참모부에서도 그리 성토하였다.
이에 대공파 귀족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대공파의 쿠하스 백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대군사의 의중은 무엇입니까?”
“지금 제국은 분열되고 반란 직전이다. 여기에 더하여 경제는 파탄이 나고 이번 전쟁에서 패하면 도저히 복원할 길이 없지. 그렇다고 정석적인 전쟁을 벌인다면 몰살은 뻔한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어떻게든 결사대를 꾸려 황제를 죽이는 것뿐이다.”
“결사대!”
웅성웅성!
갑론을박이 오갔다.
곧 있으면 전투가 벌어질 텐데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곧 귀족들도 생각을 정리했다.
“각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온데 결사대는 어떤 식으로 꾸리겠습니까?”
“결사대는 내가 직접 한다.”
“각하께서 직접 말입니까!?”
“실패하면 그냥 그 자리에서 죽을 작정이다. 우리 가문의 기사들과 사병들로 결사대를 꾸릴 것이다.”
“세부 작전을 하달해 주십시오.”
후작은 작전 하달에 들어갔다.
모두 후작을 지원하는 형태였으며 모두가 각오를 다졌다.
둥! 둥! 둥!
전쟁의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들은 빠르게 진격을 시작하였고 그건 아군도 마찬가지였다.
쐐애애액!
하늘을 나는 물체들이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쿠하스 백작은 산개 명령을 내리고 돌격하게 하였다.
적들의 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괜히 밀집 대형을 형성하였다가 죽기 딱 좋은 먹잇감이 될 수는 없었다.
모든 귀족들이 산개를 하여 돌격하였다.
이쯤 되면 불벼락이 쏟아져야 한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불벼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팟!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뛰어올랐다.
“저런 미친 놈! 백작님을 지켜라!”
한 병사가 하늘을 날아 빠르게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막아!”
푸하하학!
기사들이 겹겹이 병사를 둘러쌓지만, 그 병사는 가볍게 기사들을 처치했다.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다.
병사는 그대로 창을 찔러 쿠하스 백작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어억!”
피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도대체 너는 누구…….”
쿠하스 백작은 사방에서 이런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야말로 대혼란이다.
이제야 쿠하스는 카이너스 후작의 생각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는 애초부터 결사대를 조직할 생각이 없었다. 그보다는 살아남기를 택한 것이다.
“이런 비열한…….”
정신이 한없이 아득해진다.
심장이 꿰뚫렸으니 그는 곧 죽을 것이다.
심장이 멈추었고 의식이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제국의 대군사 카이너스 후작이다! 우리는 항복한다! 더 이상 무의미한 피를 흘릴 필요가 없다!”
전쟁의 흐름이 그대로 멈추었다.
잘 흐르던 피가 멈추어 버린 것처럼 그대로 병사들이 우뚝 섰다.
다시 카이너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전쟁은, 우리가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