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240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240화
240
영원의 제국(2)
타다다다!
헬기가 상공을 가로지른다.
헬기를 엄호하는 전투기들이 편대를 이루었고 나는 발전해 나가는 제국을 두 눈에 담고 있었다.
“벌써 15년인가.”
이제는 서울급으로 성장한 제국의 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15년 동안 제국의 인구는 3배로 증가하였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세였으며 식량의 문제가 해결된 이상은 꾸준하게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에서 가져오는 각종 백신들, 진보된 기술들, 그리고 우량한 품종의 종자들이 들어오면서 가난과 기아, 질병 등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전쟁이 사라지고 영양 상태가 좋아지자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는 데 힘을 썼고 영아의 치사율이 줄어들자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제 한 가정에 자녀가 넷, 다섯 정도 있는 집은 흔해졌다. 굳이 인구 증가를 막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고 제재할 생각도 없었다.
그렇게 발전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앞으로 1년만 있으면 수많은 청년들이 더 생겨날 것이다.
카렌 대륙의 성인식은 16세부터였으니까.
이런 추세면 앞으로 20년 후에는 인구가 10억에 육박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대륙은 넓었고 개발할 곳은 많다.
지구 정도의 넓이를 가지고 있는 단일 대륙이었기에 한 30억 정도로 인구가 증가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그 이상 인구가 폭발하게 되면 곤란하니 그 즈음에는 슬슬 산아 제한 정책을 도입해야겠지.
하지만 아직까지는 먼 이야기였다.
여기저기 고층 빌딩들이 즐비하다.
아직은 대도시에나 이런 빌딩들이 있었지만, 점점 지방으로도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할 것이다.
“격세지감이로군.”
“허허허. 폐하. 이제 소신이 할 일은 다한 것 같습니다.”
칼번 공작을 슬쩍 바라본다.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좀 더 젊어진 느낌이다.
7서클에 이르고 난 이후로 육신은 점점 젊어지더니 갓 50대에 접어든 것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육체가 젊다는 건 아직 일을 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아직 할 일이 많지, 공작은. 만약 나랏일을 그만두고 싶다면 대학교의 학장이 되어 주어야겠어.”
“아직도 소신을 부려 먹을 작정이십니까?”
“당연하지.”
“앞으로 5년. 그 이후에는 은퇴를 하고 싶습니다.”
“5년이라.”
5년은 좀 이르지 않나?
제국 중앙 대학교는 크리스탈 제국의 대학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한국으로 치면 S대 정도 되겠지만, 이곳에서 제국 중앙대가 갖는 권위는 상상 이상이다. 제국 중앙대를 나오면 고위 관료 시험을 칠 수 있었다. 5급 공무원부터 시작을 하기도 하였으니 어마어마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나는 이 제국 중앙대의 수장으로 칼번을 앉히려 하는 것이다.
“10년. 딱 10년만 고생해.”
“앞으로 10년입니까?”
“그래. 그 시간을 채우면 놔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음……. 어쩐지 속은 느낌이긴 한데.”
칼번 공작도 지금 당장 은퇴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찔러본 것일 수도 있다.
뭐, 상관은 없다.
“나도 사실 5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협상이 잘 된 것 같군.”
“저도 10년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능구렁이란 말이야, 공작은.”
“폐하도 마찬가지십니다.”
“나도 10년 정도만 일을 하다가 물러나야겠어. 그때 즈음에는 수정이가 제국을 잘 다스릴 수 있겠지.”
“황태자께서는 이미 그럴 능력을 갖추고 계십니다.”
“그래도 내가 좀 더 이끌어 줘야 하지 않을까?”
“함께 은퇴를 하면 되겠군요.”
“그래. 불멸의 제국을 이룩하였으니 쉬어도 되지. 모든 권력을 물려주고 여행이나 다녔다가 한 20년쯤 후에 다시 통치를 이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리사와 함께 은퇴를 해 버린 후에 사라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크리스탈 제국 재상 관저.
제국의 황제는 거의 굵직한 사안들만 처리를 하고 나머지 자잘한 업무들은 재상을 통하여 처리된다.
황제는 약속대로 이슬기를 공작에 봉하고 제국의 재상으로 임명하였으며 그녀는 지난 15년 동안 이곳에서 뼈가 가루가 되도록 일을 해야만 했다.
제국을 움직이는 권력을 가진 그녀였지만, 이미 일만 하느라 나이가 40대 후반으로 치닫고 있었다.
가끔 지구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는 하는 그녀였기에 꾸준한 관리로 40대 초중반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나이가 먹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
재상 관저로는 끊임없이 재상부 관료들이 오갔으며 그들은 올 때마다 서류를 한 아름씩 가져다주었다.
만약 보조를 해 주는 사천왕급의 브레인이 없었다면 진즉에 그녀는 일을 때려치우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재상 각하. 이번에 실행되는 무상 급식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놓고 가.”
“초급 교육 의무화에 대해서.”
“놔.”
“사회 복지 문제에 대해 폐하께서 거론을 하셨습니다.”
“그건 그냥 지구의 것을 쓰면……. 안 되지. 하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스아아아!
지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맑은 공기가 밀려들어 온다.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이 땅 위에도 자동차들이 생기기 시작하였지만, 황제는 친환경 자동차를 굳이 고집했다.
공장에 들어가는 연료들도 친환경이다. 주로 물을 분해하여 얻는 수소와 산소를 사용하였으며 자동차는 죄다 수소차 아니면 전기차다.
이건 전부 제국에 ‘마도 공학’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마법과 과학의 결합으로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속속 추진되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으아. 나도 은퇴를 하든지 해야지 원.”
“헉! 각하께서 사라지시면 제국은 무너집니다!”
재상부 관료들이 기겁을 했다.
하지만 이미 이슬기는 이 시점에서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결혼 좀 하자.”
“음……. 그건 좀 늦은 감이…….”
식은땀을 흘리는 관료들이었다.
정례 회의 시간.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제국의 중앙 귀족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한다.
오늘은 중요한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중대 발표라는 이야기를 해 두어서 그런지 귀족들의 표정은 매우 불안해 보였다. 내가 한번 중대 발표를 할 때마다 귀족들은 철야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말이 귀족이지 제국에서 권력자가 되면 죽어라고 혹사를 당한다. 최근 들어서는 귀족의 작위도 마다할 지경이라고 하니 그 업무량을 실감케 한다.
“황태자 전하께서 오십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이제 23살이 된 수정이가 들어온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은발의 처녀. 저 아이가 바로 내 첫딸이자 제국의 황태자인 수정이다.
예전의 모습이 남아 있었지만, 리사를 닮아 가는지 표정을 감추는 데 능하였으며 은은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도통 속을 알 수가 없다.
어린 시절에는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이제는 내 품을 떠난 것같이 느껴진다.
아니, 이게 당연한 건가?
수정이는 내게 인사를 하더니 대신들의 상석 좌편에 앉았다.
곧 수아도 들어온다.
“제국 사령관께서 들어오십니다.”
끼이익!
갑옷으로 중무장한 수아가 들어왔다.
올해 18살이 된 수아는 제국에서는 성인 취급을 받았으며 무리 없이 제국 사령관으로 취임할 수 있었다.
물론 수아는 정치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다만 5살 무렵부터 검을 배우더니 발군의 실력을 보였으며 마법도 이미 수정이를 뛰어넘어 버렸다.
실로 어마어마한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아빠! 수아 왔어요!”
“오냐.”
수아는 하품을 하며 수정이의 맞은편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태생적으로 수아는 권력에 별다른 욕심이 없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수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사는 없었고 그렇기에 그 자리에 앉혔다. 당연히 누구도 반발하지 않았다.
이슬기가 꽤나 피로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늘 폐하께서 중대 발표를 하신다고 하니, 들어 보죠.”
“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벅저벅.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주변을 바라본다.
나름대로 인재를 고루 등용하여 여성들이 40%를 차지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걸음이 수정이 앞에서 멈추었다.
매우 희귀한 은발의 은안을 가진 딸.
나는 수정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현 시간부로 황태자가 대리청정을 한다.”
“……!”
모두가 놀람을 드러냈다.
수정이의 웃는 낯이 조금 풀린 것으로 보아서는 딸아이도 꽤나 당황한 듯하다.
“수정아. 한번 안아 보자.”
“왜, 왜 그래요? 어디 떠날 사람처럼.”
“10살 이후로는 안아 본 적이 없는 것 같구나.”
이제는 훌쩍 커 버린 수정이다.
수정이의 등을 토닥인다.
“너는 잘 할 수 있을 거야.”
“으잉? 아빠 죽어?”
수아가 잠에서 깨어 나를 본다.
수아도 달려와 나에게 안긴다.
“너희 두 자매가 제국을 잘 이끌어 나가고 있어.”
“어디에 가시는데요?”
수정이가 물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사항일 거다.
“여행을 가야지. 리사와 함께.”
“와! 그냥 놀러 가겠다는 거네! 나는 또 무슨 아빠가 죽을병에 걸렸다고.”
수아는 대놓고 그리 말했고 수정이는 작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어쨌든 네가 지금부터는 제국의 통치자다. 그럼 나는 가 본다!”
“…….”
그러고는 미련 없이 황제의 궁을 빠져나왔다.
그날 밤.
나와 리사는 아직까지도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짐이 한가득하다.
어마어마한 양의 짐들이 아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 정도면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이사를 가는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황궁 앞에는 호화로운 마법 카라반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저 카라반을 타고 우리 부부는 대륙 곳곳을 누비게 될 것이다. 어디든지 갈 것이며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두 눈에 담을 것이다.
어느 정도 짐을 싸고 나서 우리들은 테라스로 나온다.
이제는 인공적인 불빛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화려하게 번화하고 있는 제국의 수도.
지난 15년 동안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쪼르르륵!
아내가 내 잔에 와인을 채워 주었다.
이제 아내도 40대 초반이다. 하지만 외모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아내 역시 지난 시간 동안 마법을 연마하여 7서클에 이르렀으며 점점 젊어지더니 20대 시절의 미모를 되찾았다. 나는 물론 15년 동안 늙지 않았고 말이다.
“지금까지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무슨. 당신이 더 고생했지.”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었어요. 그래도 빨리 와서 다행이에요.”
“당신도 이런 날이 오기를 기대했던 거야?”
“그럼요. 저도 대륙의 모든 것을 두 눈에 담는 것이 꿈이었죠.”
아내가 은은하게 미소를 짓는다.
이제 아내와 내 삶은 기본적으로 300년 이상이 보장되었다. 아내가 그 이상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나와 비슷한 경지가 된다면 우리는 정말 수천 년을 해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당신과 함께하는 한순간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아.”
“앞으로는 그렇게 될 거예요.”
우리는 손을 잡고 창밖을 바라봤다.
고아하게 달빛이 내려앉았고 우리들의 시선은 도시 너머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