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25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25화
025
알박기(1)
총 30마리의 인부들을 우르르 끌고 간다.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용역 깡패들과는 다르게 내가 이끌고 있는 언데드 군대는 질서 정연하다.
3서클에 올라가면서 하나하나 컨트롤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저 내 의사만 전달하면 알아서 움직이는 거다.
역시나 경지를 올리는 것이 답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두 컨트롤을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각종 공구를 든 인부(?)들이 접근하자 건달들이 말 그대로 건들건들 일어나 터널 입구를 가로막았다.
50명이 조금 넘는 큰 덩치의 남자들이 입구를 막자 꽤나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진입을 할 생각조차 못 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에는 나에게 딸려 있는 식구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겨울이라 다들 외투를 걸치고 있었지만, 목 주변까지 올라온 문신들만 보아도 일반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크고 험상궂게 생긴 사내가 앞으로 다가온다.
나름대로 살기를 풀풀 날리면서 8자로 휘적휘적 걸어오던 남자는 살짝 구부정한 자세로 내게 얼굴을 들이댄다.
“누구여?”
“저는 H그룹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터널 보강 공사를 하러 들어가는 업체입니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인데 제 앞을 가로막습니까?”
“아야, 고만 꺼져브러. 손에 피 묻히기 싫응께.”
“의뢰를 받은 이상 공사를 강행해야겠는데요? 저는 보강 공사만 하면 됩니다. 그게 맡은 의뢰니까요. 나머지는 공사를 막든 어쩌든 상관 않겠습니다.”
“아따, 쓰벌놈이 지금 이게 장난하는 걸로 보이는 겨?”
“귀사도 사정이 있으시겠지만, 저도 사정이 있습니다. 당장 생계가 걸린 문제라서요. 비키시죠?”
“이 새끼 보소? 깡다구 하나는 지존이네. 아들아, 이 꼬마가 비키라는데 내가 쫄아야 쓰것냐? 어이쿠, 오줌 지렸네.”
“푸하하!”
“성님, 병신 같은데 그냥 몇 대 쓰다듬어 주고 끝내쇼.”
“들었제? 처맞기 싫으면 돌아가라이?”
나름대로 사정을 봐준다, 이건가?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냥 돌아갈 거라면 사정을 전해 들었을 때부터 포기를 했을 거다. 예전 같으면 실제로 그랬을 테고 말이다.
우리 집은 내가 무너지면 가정 자체가 깨진다. 그 때문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몸을 사렸지. 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십니까? 그럼 악수나 한번 하시죠.”
“악수? 이 새끼가 세상 살 줄 아는 고만?”
조폭 두목이나 행동대장 격으로 보이는 남자가 손을 내민다.
나는 몸속에서 음기를 끌어모아 주입했다.
처음에는 갑자기 몸이 차가워지자 당황하던 남자는 온갖 악령들이 내뿜는 저주파 찌꺼기에 몸을 덜덜 떨었다. 그러더니 소리를 치며 주저앉아 버렸다.
“으헉!”
“성님, 왜 그러쇼?”
“괜찮소?”
“이, 이, 이 새끼. 뭐 하는 새끼여? 시방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겨?”
“다 닦아 조직이다, 새끼야.”
“너, 어디 조직에서 왔냐?”
표준어를 쓰는 남자의 등장이었다.
안경이 잘 어울리는 지적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도저히 깡패로 보이지 않는 비주얼이라고 할까.
놈은 나름대로 여기서 높은 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대로 살기를 퍼뜨렸다.
“좋은 말로 할 때 비켜라. 내 인내심이 그리 깊지가 않아. 나는 그냥 공사만 하고 나간다니깐? 그 이후에는 니들 마음대로 해.”
“이거 말로 해서는 안 될 분이군요?”
남자가 손짓을 하자 조직원들이 각종 무기를 들었다.
정말 장난이 아니라는 듯이 칼을 꺼내 드는 놈들도 있었다.
아, 여긴 CCTV도 없나?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칼을 들어? 나는 그대로 수인을 그려 스피릿 아머를 시전한다.
무형의 기운이 나를 둘러싸고 양쪽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금 니들 쌍팔년도 영화 찍냐?”
“이 씨발 것!”
용역 깡패들이 달려들었다.
일단은 맞아 준다.
캉! 캉캉!
칼과 각목, 지렛대 등으로 놈들이 스켈레톤과 나를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부들은 물론이고 내 몸에서도 쇠를 때리는 것 같은 소리만 들렸다.
나는 슬쩍 뒤를 돌아봤다.
이서경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곳의 상황을 모조리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됐다.
“증거 충분하고.”
“어엉?”
아무리 쳐도 우리가 쓰러지지 않자 오히려 저쪽에서 당황했다.
칼로 쑤셔도 어떻게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놈들이 배나 머리 쪽을 쑤시는 것은 아니었다.
그 나름의 룰이 있는지 다리나 팔만 베거나 찔렀는데 당연히 칼이 들어가지 않았다.
“애들아. 살짝 쓰다듬어 주자.”
그대로 언데드 군단이 움직였다.
언데드 군단에 주입된 놈들 중에서는 과거 일본군인 출신이 많았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무사 출신도 있었으며 각종 전투에 능한 놈들만 골라서 집어넣었다.
흡수한 언데드만 거의 천 마리에 육박하였는데 그중에서 격투기를 배운 자들을 찾는 건 쉬운 일이었다.
언데드가 재빠르게 움직인다.
빠악!
“끄아아악!”
빠아아악!”
“아아아악!”
그야말로 언데드들이 붕붕 날아다녔다.
수인을 그려 다크 헤이스트를 걸어 준다. 그러자 언데드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여기저기 깨지는 소리와 저 멀리 날아가 처박히는 소리와 비명이 난무한다.
이것이야말로 힘을 가진 자의 오케스트라.
“뭐, 쉽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슬쩍 웃을 뿐이다.
전투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이서경은 이유성 사장이 지시를 한 대로 휴대폰 카메라로 지금의 상황을 녹화하고 있었다.
분명히 시비를 건 것도, 폭력을 행사한 것도 저 깡패 놈들이었다. 그런데 바닥에 널브러지고 있는 자들 역시 모두 그 깡패들이다.
퍽퍽퍽!
“아아아악!”
다 닦아의 한 직원은 붕붕 날아다니며 발차기로 깡패들을 날려 버렸다.
유려한 발차기 기술이 펼쳐진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다.
또 한 직원은 회초리 같은 것으로 검술을 펼쳤는데 무협 영화에서나 보던 화려한 기술이 펼쳐졌고 깡패들은 한 대 맞을 때마다 꺼꾸러졌다.
무식하게 박치기를 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그냥 힘으로 제압하여 집어던지는 자들도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하나같이 무술을 연마하였다는 점이다.
“어,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사실 처음 이유성 사장이 정면 돌격을 하겠다고 하였을 때, 걱정이 많았다.
NK건설은 애초에 몇 개의 조직이 불법에서 손을 떼고 모든 사업들을 합법화시키면서 탄생한 회사였다.
나름대로 업계에서는 실력이 있어 쓴 모양이었는데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저렇게 추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H건설도 오랫동안 사업을 하다 보니 저런 놈들과도 인맥이 쌓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게 아니라면 NK건설 자체가 오래전부터 H그룹의 뒤를 닦아 주는 곳이었던지.
“저 사람……. 대체 과거에 뭘 했더라?”
한정식 식당을 했다고 한다.
저쪽 세계와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였는데 싸우는 모습만 보면 왕년에 이름 좀 날리던 건달 같았다.
굳이 내가 움직일 필요는 없었지만, 한 악령의 도움을 받아 격투기를 사용해 보았다.
3서클에 올라오니 좋은 점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해당 악령이 생전에 배웠던 기술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개중에는 그 당시 가라테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도 있었다.
나는 그 악령의 기술을 이용하여 깡패들을 날려 버렸다.
빠아악!
“끄아아악!”
몸이 붕붕 뜨는 것이 느껴진다.
다크 헤이스트와 몇 가지 버프 관련 마법을 걸었더니 몸이 말도 못 하게 강화되었다. 과연 이게 내가 싸우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으으으.”
한 5분이 지났을까?
그 누구도 지면 위에 발을 딛고 서 있지 못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놈들을 무릎 꿇린다.
나는 유일하게 표준어를 쓰던 남자에게 다가간다.
“인마.”
“쿨럭! 어디 조직에서 나오셨습니까?”
“조직? 다 닦아 조직이라고 했잖아, 새끼야.”
“다, 다 닦아 조직?”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이렇게 피해를 주면 쓰겠냐?”
“후욱! 지금은 이렇게 저희를 처리하셨어도 위에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위? 너희 깡패 새끼들 두목 말이냐?”
“저희는 엄연히 회사원들입니다만.”
“회사원? 웃기고 자빠졌네. 온몸에 그림 그리고 칼질이나 하는 녀석들이 무슨 회사? 그냥 깡패 새끼들이지.”
나는 혀를 끌끌 찼다.
직접 상대해 보니 별것도 아닌 놈들이었다.
폭력이라는 것은 나에게 힘이 없을 때나 위협적이었지 그만한 힘을 갖추게 되자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누가 법보다 폭력이라고 하였던가.
그 폭력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모두 무용지물이다.
“어쨌든 나는 정당방위다. 너희처럼 무슨 날붙이를 쓴 것도 아니고. 어디 더 몰고 올 수 있으면 몰고 와 봐.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내 가족을 건드리면 너희 모두 잡아 죽일 거라는 사실이다.”
나는 눈에서 살기를 뿜어냈다.
안경 남자는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이건 경고이자 단 한 번이라도 어길 경우에는 정말로 내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진심이기도 하였다.
내가 다치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내 아내나 두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NK그룹이고 뭐고 모조리 잡아 죽일 수 있음은 확실했다.
간단하게 일을 해결하고 터널 안으로 진입하였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녀석들이었다. 그냥 덩치만 컸지 전문적인 프로 싸움꾼의 실력은 아니다.
깡패들이 사업한답시고 회사를 만들어서 그런가, 왕년의 실력들이 완전히 녹이 슨 건지도 모르겠다.
터널로 들어오자 기온은 뚝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삼척 날씨가 서울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강원도라 그런지 명성에 걸맞게 날씨가 오지게 추웠다.
핫팩을 열 장이나 꺼내서 각종 주머니와 신발에 구겨 넣자 조금은 버틸 만해졌다.
일단 천장에서 흙이 떨어져 내리지는 않는다. 아마도 너무 추운 날씨에 얼어 버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람이 다니는 건 문제가 없는데 장비만 들이대면 무너지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곧바로 수인을 그렸다.
오늘을 위하여 우도에서 개고생을 하지 않았던가.
“스피릿 필드.”
심장의 서클 안에 잠들어 있던 악령들이 깨어난다.
그들은 내 손끝을 통하여 터널로 퍼져 나갔고 내가 맡은 사방 30미터의 지반을 단단하게 고정하였다.
스스스슷.
생각보다 흑마기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한번 흑마기를 방출하고 나면 몇 시간은 방치를 해도 된다.
바로 공사를 시작한다.
내가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어 공사를 하는 건 아니다.
터널 양쪽으로 박혀 있는 H빔들에 다시 H빔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여기에 다시 철근을 엮고 거푸집을 설치하여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끝이다.
일단 나는 그 정도 보강만 하면 되었고 나머지는 전문 건설인의 영역이었다.
가장 근처 장비를 이용하여 H빔을 끌어 올린다.
양쪽 기둥 역할을 하는 H빔에 연결하고 용접하면 끝. 천장에 피스도 박아야 했지만, 이건 영혼들이 잡고 있어 안전하게 작업이 이루어졌다.
“뭐, 간단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