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28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28화
028
제대로 깽판(2)
퍼억!
카앙!
카아앙!
싸움이 시작되었고 덩치들이 먼저 움직였다.
주먹으로 얼굴을 치고 달려가 발길질을 하고, 여의치 않으면 칼질도 서슴지 않는다. 역시 그들만의 룰이 있는 모양인지 얼굴이나 장기가 몰려 있는 곳은 제외하고 칼로 베어 내고 있었는데 웬 놈의 새끼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팔과 다리를 벴는데 어째서 쇳대기에 튕겨져 나가는 소리가 난다는 말인가?
안성철은 불가사의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문득 다 닦아라는 신생 업체가 신기술을 찍어 내듯 개발한다는 소문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방검복이라도 입고 왔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떤 특수한 재질을 가진 옷이 아니라면 칼을 튕겨 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였던 것이다.
안성철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놈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자리에 우뚝 선 망부석처럼 아예 움직이지를 않았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이유성 사장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충 증거 수집은 끝났나?”
“증거 수집? 대체 무슨……?”
“너희들이 집단 폭력은 물론이고 살인미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증거 말이다.”
“이 새끼!”
기술이 뛰어난 놈이다.
어딘가에 초소형 카메라를 매달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러니까 나중에 혹시나 문제가 될까 싶어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는 거였는데, 그 자체가 상당한 오만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열이 머리끝까지 치솟은 안성철이 직접 나선다.
지금도 안성철 실장은 전국구 스타라는 타이틀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이나 칼을 잘 썼고 나름대로 이 바닥에서는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박치기 하나로 건달계를 평정한 윤용구 회장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칼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다루었다.
그는 날렵하게 움직여 그대로 이유성 사장의 눈앞에까지 이동하였다. 그리고 바로 배때기를 쑤셔 버렸다.
다른 놈들은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이유성 사장은 달랐다. 감히 NK그룹의 앞길을 막고 있었으니 드럼통에 시멘트를 붓고 바다에 던져 버릴 계획이었다.
캉! 카가가가강!
“이 무슨!?”
배때기에 철판이라도 깔았는지 칼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특수복장이 아닌 곳을 골라서 찔러야 한다. 분명히 윤용구 회장은 이놈을 산 채로 잡아 오라고 했었지만, 상황이 그리 여의치 않았다.
그냥 이 자리에서 죽여야겠다고 다짐하고 살수를 폈다.
조금 잔인하지만, 모가지를 따 버리면 과다출혈로 죽는다. 다른 부위에는 죄다 신기술이 적용된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으니 목을 따 버려야겠다.
카앙!
“크윽!”
정확하게 목젖을 노리고 찔렀다.
놈은 막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그대로 목이 관통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대체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모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피부에 강철을 이식하기라도 했는지 철판을 찌른 듯이 그의 손이 튕겨 나왔다.
꽈득!
손목이 기이하게 꺾인다.
목젖을 관통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힘껏 찌른 거다.
만약 철판을 그런 식으로 찌른다면? 당연히 손목이 부러진다.
“끄아아악!”
“얼씨구? 쇼를 하고 자빠졌네. 지금 내가 뭘 했다고 그러는 거냐?”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는 이유성 사장.
안성철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 이 새끼 대체…….”
“이게 바로 과학의 힘이다.”
퍼억!
놈은 무식하게 주먹으로 그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그것이 안성철이 기억하고 있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40층으로 보낸 놈들이 다였나?
안성철을 기절시키고 거침없이 놈들을 쓸어버렸다.
애당초에 인간이 언데드에게 덤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내가 만약 1서클에 갓 올랐던 시절이라면 이렇게 쉽게 처리하지는 못했을 거다. 아마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야만 했겠지.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언데드의 뼈 강도 자체가 강철 비슷하게 되어 칼이고 뭐고 박히지를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회장실에 이르렀다.
회장실 앞에는 몇몇 깍두기들이 비장한 얼굴로 지키고 있었다.
나름대로 최종 보스라 이건가?
이걸 어떻게 요리를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나려나?
피투성이가 된 언데드 군단의 모습은 가히 공포였다. 게다가 일반인은 보지 못하지만, 실내에 이 많은 언데드가 전투 모드로 들어가자 소름 끼치는 음기를 발산하였는데 눈으로는 안 보여도 피부로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벅저벅.
“마, 막아라!”
“그만!”
끼이익!
회장실 입구는 거대한 원목이다.
용이 양쪽에서 똬리를 튼 모습이 음각되어 있었고 그런 거대한 문이 열리고 반백을 멋들어지게 넘긴 남자가 걸어 나온다.
왕년에 건달계에서는 전설로 불렸던 남자.
박치기 하나로 이 바닥을 평정해 버렸다고 하니 젊어서부터 싸움판을 전전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회장님!”
건달 몇이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혀를 찬다.
“쯧쯧. 윤용구 회장. 어째서 나를 건드린 거요?”
“허허허. 자네는 지금 시험 무대에 올라 있다네. 몰랐나?”
“무슨 시험 무대요?”
“이강노 회장의 시험 무대지. 그 시험에 통과하면 영광을 누릴 수 있을 걸세.”
“글쎄요. 저는 이미 할 일이 있는 사람이라.”
“그건 이강노 회장이 판단하겠지. 어디에 찍으면 되나?”
“이거 사태 파악이 빠르신데요?”
“그런 능력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살아 있을 수조차 없겠지.”
이기는 싸움만 하고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상황에서는 물러난다.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고 성공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살았다. 윤용구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들어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안다.
순순히 포기 각서에 사인을 해 준다면 나야 윤용구 회장을 괜히 건드릴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좋네.”
“회장님!”
건달들이 윤용구를 찾는다.
윤 회장이 싸늘한 눈으로 그들을 노려봤다.
“너희가 상대할 수 있을 만한 그릇이 아니다. 그러니 물러나라.”
“알겠습니다.”
눈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던 건달들이 목례를 하듯 고개를 숙였다. 나름대로 인정을 해 준다는 그 말인가?
복도도 그렇지만 회장실 내부는 더욱 고풍스럽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술품들과 골동품들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언뜻 책에서 보았던 유물도 몇 점 있는 것 같다. 진품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앉게. 한잔하겠나?”
“독을 타시려고요?”
“허허허! 나는 그렇게까지 치졸한 사람이 아닐세.”
“그럼 냉수나 한 잔 주시죠. 힘을 썼더니 목이 마르군요.”
“그러지.”
윤용구 회장은 웬 보석으로 만들어진 잔에 위스키를 부었다.
그 알싸한 향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아주 머리부터 발끝까지 허세에 전 사람이로구만. 그게 아니면 건달 특유의 과장된 삶을 살았는지도 모르지.
시원하게 냉수를 한 사발 들이켜고 서류를 내밀었다.
“찍으시죠.”
“공사 포기 각서인가?”
“그렇습니다. H그룹의 모든 공사에서 손을 떼라는 각서죠.”
“결국, 이렇게 되는가.”
그는 망설임 없이 사인을 했다.
이거 일이 쉽게 풀리는데?
아니다. 내가 힘이 있었기에 쉽게 일을 풀 수 있었던 거지, 힘이 없었다면 놈들과 몇 날 며칠을 씨름해야 했을지 알 수 없었다.
윤용구 회장이 사인을 하고는 물었다.
“싸움은 어디서 배웠나?”
“그것까지 알려 주어야 합니까?”
“궁금해서 그러네. 무슨 고대 무술이라도 익힌 건가?”
“전혀요.”
“함구를 하겠다는 건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일어나도 됩니까?”
“한 가지만 더 묻겠네.”
“뭐 그러시죠.”
깔끔하게 공사 포기 각서에 사인까지 해 줬는데 몇 분 시간을 내어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자네 혹시 내 밑에서 일할 생각 없나?”
“오늘 저에게 패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그런 사람의 밑에 들어가서야 쓰겠습니까?”
“싸움 실력만이 다가 아닐세. 이 세상이 얼마나 더럽냐면…….”
“충분히 겪어 봐서 알고 있습니다. 돈 없고 힘없고 빽 없으면 서러운 세상이지요. 저는 실력을 갖추고 있고 그만한 힘과 배짱도 있습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용 꼬리가 되느니 뱀의 머리가 되어 성장하겠다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만.”
“허허허. 그런가? 알겠네.”
윤용구 회장은 더 이상 잡지 않았다.
이게 바로 강자에 대한 예우인가?
나에게 아무런 힘이 없을 때 이런 소리를 하였다면 개소리가 되었겠지. 하지만 힘을 갖추고 말을 하자 그건 내가 가진 신념이자 앞을 밝혀 주는 등대가 되는 것이다. 누구라도 그런 신념을 존중해 주었고 말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느낌이 이러할까.
‘그래도 아직 멀었지.’
오늘 이렇게 설칠 수 있었던 것은 H그룹이라는 뒷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에 한정해서는 어느 정도 보호막이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그런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또 보세.”
“앞으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그야 모르지. 이 업계에 있다 보면 필연적으로 마주치게 될 걸세.”
H그룹 본사.
최근 들어 이강노 회장은 이유성이라는 젊은 사업가에게 관심이 많아졌다.
35살. 이제 곧 36살이라면 사리 판단은 할 수 있는 나이였다. 남자로서는 완숙기에 접어든다.
이강노는 방금 들어온 보고에 조금씩 이유성이라는 남자에게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지금 뭐라고 했나?”
“이유성 사장이 NK그룹으로 쳐들어가서 윤 회장의 각서를 받아 냈답니다.”
“허허허. 그게 가능한 일인가?”
“저도 그게 의문이기는 합니다만.”
보고를 하는 한철수 본부장도 혀를 내둘렀다.
NK그룹으로부터 CCTV 화면을 입수했다.
이강노 회장은 화면 속에서 붕붕 날아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저건 대체……. 이유성 사장이 건달 출신인가?”
“그런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허허허. 그렇다면 과학인가?”
“사실, 그것도 모호하기는 합니다.”
동영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놀람만 터져 나온다.
전국구 1위 조직이라는 사실을 알고나 쳐들어간 걸까? 잘못하면 살아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자네는 어떻게 보나?”
“그의 무모함 말입니까?”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무모함이 아니라 용기가 되는 걸세. 그 거침없는 추진력이 마음에 드는군.”
“저도 놀라기는 했습니다.”
두 남자는 연신 화면을 보며 감탄했다.
그야말로 무협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리 붕붕 날아다닐 수 있는지 이해 불가다.
이강노 회장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우리 회사의 골치를 처리해 주었으니 마땅한 보상이 따라야 하는 것 아니겠나?”
“설마 낙점하신 겁니까?”
“반 정도는.”
무시무시한 지원 러시가 시작될 거라는 뜻이었다.
이제 한철수 본부장도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유성 사장이 어디까지 커나갈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