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30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30화
030
힘이란?(2)
그날 저녁.
나는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바리바리 선물을 싸 들고 왔다.
돈은 어떻게 버는지보다는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괜히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니다. 전부 선조들의 지혜에서 나온 말들이지.
내가 하려고 하는 일들은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왔던 가족들에 대한 보상이다.
아내도, 수정이도, 수아도 나름대로 힘든 나날을 보내왔다. 특히나 아내의 고생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었지.
해서, 백화점에서 화장품과 아내의 옷가지를 샀다.
수아의 장난감과 수정이의 옷도 함께 골랐다. 아내를 위해 보석점에 들러 14K 로즈 골드 목걸이도 하나 구매하였는데, 언젠가 보석점에서 아내의 시선이 한번 돌아갔던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겨우 수십만 원에 불과한 목걸이 하나였지만,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보석점 앞에서 시선을 두고 있었던 것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았다. 잠시 동안이지만 씁쓸한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었지.
아내도 여자인데 금목걸이 하나 하고 싶은 것은 매우 당연한 욕구라고 생각했다. 그저 가난 때문에 그런 욕구를 누르고 있었을 뿐이지.
그렇게 금의환향했다.
“아빠~!”
“오, 수정아!”
저번에 산 법전을 읽고 있던 수정이다.
이미 반 정도 읽은 채로 펴져 있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 달달 외우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밖에 전문 의학 원서와 여러 가지 과학 서적들도 펼쳐져 있었다.
영재교육을 하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았기에 수정이가 배우고 싶어 하는 분야에 대해 최대한 지원을 해 줄 생각이었다.
얼마 전 서울에 왔을 때는 일부러 들르지 않았다. 깡패 집단과 전투를 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괜히 말이 잘못 나왔다가는 아내가 걱정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며칠 안 본 사이에 수정이의 키가 부쩍 자란 것 같은 느낌이다.
“……빠!”
“수아야! 지금 아빠라고 한 거니!?”
“그런 것 같아요. 수아도 머리가 비상한 것이 틀림없어요.”
나도 팔불출이지만 아내도 만만치는 않았다.
어쩌면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수정이를 한 번 키워 봤기에 그렇게 확신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양손을 무겁게 가져온 선물을 내려놓고 수아를 안아 들었다.
아내와는 가볍게 키스를 한다.
“잘 있었어?”
“아……빠! 빠!”
“으헤헤.”
저절로 입이 헤벌쭉 찢어진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좋은 표정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별로 고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내가 가져온 선물들을 풀어 보았다.
“아니, 뭘 이렇게 많이 사 오셨어요?”
“응? 이래 보여도 당신이 눈여겨보던 것들이야.”
“그걸 다 지켜보고 있었어요?”
“당연하지. 내가 예전에 돈이 없어서 사 주지 못했었지 마음 같아서는 전부 사 주고 싶었어. 시장 바닥에서 산 싸구려 옷들만 걸친 당신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어. 그것도 다 낡아 빠진 옷들을 기워 입으면서 말이야.”
아내의 몸에 옷을 맞춰 본다.
지금까지 몇 년을 같이 살았는데 당연히 딱 맞다.
수정이에게는 새로운 법전을 선물해 주었다.
지난번에는 민법이었고 이번에는 형법이다.
“우왕! 법전이다!”
“녀석아. 그렇게 좋아?”
“응! 법을 공부하다 보니까 아주 허술한 구석이 많은 것 같아! 그래서 재밌어.”
“법이 허술해?”
“헤헤. 왜 세상에 나쁜 놈들이 많은지 이제 알 수 있을 것 같아!”
누가 천재 아니랄까 봐 벌써 법의 허술한 구멍부터 파헤쳐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쪽으로는 정말 기가 막히게 머리가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목걸이를 선물했다.
“여기.”
“어머.”
아내가 기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딱 한 번.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에 아내가 아랫동네 금은방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 있던 적이 있었다.
유리관에 진열이 되어 있던 목걸이에 잠시 눈길을 주었지.
아내 나름대로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하여 곧바로 돌아섰지만,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기억하고 있다.
매일 그 앞을 지나가면서 목걸이의 형태를 기억해 두었다가 지금 사 온 거다.
아내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저는 복도 많은 여자네요.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실까.”
“남편이 되어서 당연한 일이 아닐까?”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시장하시죠?”
“아이고, 배고파 죽겠네.”
“씻고 식사하세요. 그동안에 국을 끓일게요.”
“그래야겠어.”
식사를 하는 동안 돌잔치에 대해 말을 꺼내야겠다.
오늘도 진수성찬이다.
특히나 내가 며칠 동안 집을 비우고 들어와 첫 끼니를 먹는다고 하니 아내가 더욱 신경을 쓴 느낌이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아내의 음식 솜씨는 웬만한 식당은 명함을 내밀지 못할 지경이다. 그 손맛은 당연히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왔다.
나는 오래전부터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한식당을 물려받을 준비를 해 왔다. 아내 역시 우리 집안 며느리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식을 익히게 되었다.
무인도로 들어가게 되면 김치뿐만이 아니라 반찬 공장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 내가 운영하던 식당 금손은 나름대로 업계에 소문이 자자했었다. 무리하게 확장을 시도하지만 않았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겠지.
식사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 돌잔치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수아 돌 사진이 없잖아? 잔치 사진도 없고.”
“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나갔으니 어쩔 수 없죠.”
“아니야.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돌잔치를 하자고. 당장 모레 잔치를 벌이자. 그 이후부터는 바빠질 것 같으니까.”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돼요. 수아도 크면 이해를 하겠죠.”
“여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수아에게 죄를 짓는 것만 같아. 못난 아비가 지금까지 고생을 시켰는데 사진 한 장은 남겨 주어야 하지 않겠어?”
“당신…….”
“에헴. 어머니, 아버지?”
수정이가 수저를 놓고 말한다.
“왜 그러니?”
“수정이는 셋째를 바라지 않는다니까?”
“녀석아! 왜 그렇게 연관을 하는 건데?”
“아, 기왕 낳는다면 남동생이 좋을 것 같아. 굳이. 꼭 그래야겠다면?”
“하여간 너는 조숙해서 탈이다.”
나는 품에서 통장과 카드를 내밀었다.
“여기 생활비야. 천만 원은 생활비 하고 300만 원은 당신 용돈.”
“네!?”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만 원이 없어 허덕였는데 이런 큰돈을 생활비라고 받았으니 놀랄 수밖에.
아내는 슬쩍 통장을 밀었다.
“이미 충분히 주고 계세요.”
“받아. 두 번 말하지 않을게.”
“알겠어요. 아껴 쓸게요.”
“어허. 그러지 말고. 이제는 그렇지 않아도 돼. 당신 사고 싶은 거, 수정이, 수아에게 필요한 것들 아끼지 말고 사 주었으면 좋겠어. 이제 연봉만 10억을 가뿐하게 넘기니까.”
아내가 받을 것 같지가 않아서 정확한 수치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연봉 10억이라는 수치는 그야말로 최소한으로 잡은 것뿐이었다.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거의 4억을 벌었다.
앞으로 더 많이 벌었으면 벌었지 적게 벌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인맥도 만들어 가고 있었으며 인정하는 사람들도 생겼으니까.
“수정이도 용돈 줄까?”
“우와! 정말!?”
“자.”
나는 신사임당 6장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수정이는 나에게 뽀뽀를 한 번 하고는 그대로 자기 방으로 달아났다. 아내에게 걸리면 받은 용돈을 다 털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수정이의 행동은 다 경험에서 나오는 거겠지.
아내가 웃으면서 핀잔한다.
“너무 많이 주는 것 아니에요?”
“수정이는 돈의 가치를 잘 알아. 그러니까 저 정도는 주어도 괜찮지.”
“당신이 그렇게 판단을 했다면 그런 거겠죠.”
“지금까지 고생했어.”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저는 이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었어요.”
다시금 고양감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아내는 나를 믿을 사람이었다. 그런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나를 믿어 주었으니까.
내가 돈을 좀 번다고 해서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야심한 밤.
우리 부녀는 간만에 수련을 쌓기 위해 산을 올랐다.
망원동 공동묘지도 좋지만, 저번에 새로 발견한 장소에서 수련을 쌓기로 하고 산을 오르는 중이다.
“아빠, 우리 집안이 정말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수정이는 정말 좋아.”
“그러냐?”
“더 이상 추운 곳에서 자지 않아도 되잖아. 엄마도 차가운 물로 설거지하지 않아도 되고. 꽝꽝 언 세숫대야에 얼음을 깨고 수아 기저귀 빨던 생각이 나.”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헤헤. 정말 다행이야.”
수정이는 돈이 가져다주는 안정감에 대해 깨달아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저 정도면 완전히 이해를 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이 전부는 아니다.
나 역시 가족이 없었다면 그 모진 시간을 견뎌 내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돈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있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없고 특히나 가정을 가진 남자에게는 어마어마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돈을 혼자 버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가 둘이나 되면, 게다가 아이가 어리다면 도저히 맞벌이할 형편이 되지 않는 거다.
“더 많이 벌 거야. 아빠가 예전에 이야기했었지? 무인도에 들어가겠다고.”
“응! 수정이도 기대하고 있어.”
“기대를 한다고?”
“거기서는 언데드를 쉽게 부려 먹을 수 있으니까.”
“맞아. 얼마든지 부려 먹을 수 있지.”
“히히. 거기서 우리만의 왕국을 만들 거야.”
“아빠 생각도 그래.”
수정이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정이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이 어린 딸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재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다.
한 번 사업을 말아먹고 빚까지 크게 진 상태에서 재기를 한다? 그게 말이 쉽지 인맥까지 다 절단난 상황에서는 어렵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경기가 얼어붙은 시국에는 말이다.
산에 거의 다 올라오자 어마어마한 음기가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예전보다 기감이 더 발달했고 흑마기가 어느 정도 선에 분포가 되어 있는지, 농도는 어떤지, 그 질은 어떤지 정확하게 분석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최적의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여기가 좋겠다.”
“아빠가 그렇다면 수정이는 불만 없어.”
내가 가진 흑마기의 민감도는 일반인의 수천 배 수준.
나에게 흑마법을 가르쳐 준 수정이를 뛰어넘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으니 딸아이가 믿고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수련을 시작하고 흑마기를 빨아들인다.
그러면서 4서클로 가는 길에 대해 생각한다.
‘도대체 4서클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깨달음이 필요할까?’
그에 대한 생각이 며칠째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4서클부터는 깨달음의 영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깨달아야 하나?
나는 주해본에 대해 떠올렸다.
3서클에 올라왔다면 절대 선과 절대 악에 대해 한 번쯤은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어떤 사물에도 선과 악은 공존하기 마련이다. 그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면 길이 보일 것이다.
선과 악에 대한 고찰.
도대체 선과 악이 흑마법과 무슨 연관이 있다고 그런 주석이 달린 걸까.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