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33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33화
033
거북선(1)
대구 달서구에 위치하고 있는 83타워.
대구직할시 승격을 기념하기 위해 84년에 착공하였으나 시행사 부도로 한 차례 공사가 중단된 역사가 있었다.
이후 새로운 시공사가 맡아 92년 완공됐고 일대에 테마 공공을 조성하여 95년에 오픈했다.
83타워라고 불리는 이유는 타워 꼭대기가 83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이보다 높은 건물들이 많이 있었지만 83타워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대단한 것이었다.
다만 가까이서 보면 상당히 때가 탄 모습이었는데, 이곳 역시 지리적인 영향으로 외벽 청소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벽 청소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곳 83타워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주변의 테마파크는 여전히 운영이 되었지만 창을 개방하여 청소를 해야 했기에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것이다.
휘이잉.
막상 스카이라운지의 창을 여니 바람이 꽤 거셌다.
영하의 기온에 사람이 서 있기는 조금 버거울 정도의 바람이 불어온다.
이곳에는 이미 이서경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
“이 부장님. 이거 거의 매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이러다가 정들겠습니다.”
“흐. 그렇게 정이 드셨으면 사장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해도 되는데요.”
“거절하겠습니다.”
농담이라도 꽤나 무서운 소리다.
이서경이 딸들을 어떻게 할 줄 알고 내가 그녀를 식모로 들인다는 말인가?
시답지 않은 농담 몇 가지를 던지다가 바로 시공에 들어가기로 한다.
역시 외줄 하나 매달고 바로 청소에 들어가는 언데드들이었다.
이서경이 그들을 바라보며 감탄한다.
“이햐, 역시나 우수한 인재들이네요. 사장님 기술이 탁월한 탓도 있지만요.”
이서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바람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L타워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거기는 진짜 사람이 서 있기가 힘들 지경이었지.
여기는 그래도 버티고 서 있을 정도는 되었으니 그때보다 시공이 수월하다 할 것이다.
언데드 중에서 4마리는 놓고 왔고 이곳에는 5마리를 데려왔다.
이제 순회공연을 하면서 언데드를 5마리씩 뿌릴 작정이었다. 그렇다면 한 번에 6개의 타워를 청소할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컨트롤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청소가 끝나면 자동으로 잡아 둔 숙소로 이동하고 대기하였다가 내일 다시 출근하여 청소할 것이다.
그 때문에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만 골라서 경로로 채택하였으니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 여긴 뿌려 두었고.”
“다른 곳으로 가시나요?”
“부산으로 내려갔다가 대전까지 가도록 하죠.”
“전국을 다 다니시네요.”
“빨리 끝을 내야죠.”
언데드가 많아지니 확실히 편했다.
이서경이 동전을 짤랑거렸다.
“사장님. 커피 한잔해요. 중요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럴까요? 저도 아침에 커피는 마시지 않았으니까요.”
카페인이 들어가지 않으니 아직 살짝 멍한 느낌이 있었다.
우리는 바로 휴게실로 향한다.
스카이라운지에서 대구 시내를 내려다보니 전망이 꽤나 탁월했다.
게다가 오늘은 상당히 날씨가 맑았기에 가시거리가 길었다.
동전으로 밀크커피를 뽑아서 마신다.
꽤나 추운 날씨였기에 이서경은 종이컵을 양손에 쥐고 있었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요?”
“네. 혹시 사장님, 이순신 프로젝트에 대해 아시나요?”
“이순신 프로젝트라……. 그거 중단된 사업 아닙니까?”
이순신 프로젝트는 400년 전에 건조된 거북선을 인양하기 위하여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력을 해 왔던 사업이다.
처음 이 프로젝트가 시행되었을 때가 73년이었는데 당시 문화공보부가 직접 맡아 5년 동안 탐사를 하였으나 성과는 전무했다.
그 후 해군이 나서 전남 여천 백도 근처에서 승자총통 4점을 비롯하여 25점의 유물을 발견하였으나 거북선 발견에는 실패했다.
그러다가 98년, 충무공 해전유물발굴조사단장 황모 대령이 귀함별황자총통을 발굴했다고 조작을 하는 바람에 큰 파문이 일어 사업 자체가 해체됐다.
“그 당시에는 꽤나 떠들썩했었죠. IMF가 터진 다음 해라서 기억이 나네요.”
“해체된 사업이지만 이번에 다시 사업이 조직됐어요. 이번에는 민간사업이죠.”
“민간사업이라면……?”
“H그룹에서 맡게 되었다는 말이에요.”
“오! 그렇다면 혹시 저에게 하청을 주는 겁니까!?”
“네. 아주 큰 사업이 될 거예요. 인양선을 비롯해서 필요한 장비는 H그룹에서 다 지원을 해드릴 수가 있는데 탐사 자체가 문제죠. 수십 년 동안 이 사업에 실패한 이유가 바로 탐사 실패 때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발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겠고.”
“네. 둘째로는 인양하는 작업이죠. 워낙 오래되었으니 잔해가 남아 있다고 해도 파손되지 않게 인양하는 작업이 중요해요.”
“그런데 좀 의문이 드는 게.”
“말씀하세요.”
“400년이나 지났는데 과연 잔해가 남아 있을지?”
“거기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한데……. 원형이 남아 있을 거라고 보는 게 지배적이에요.”
“어떤 목재를 썼기에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건지.”
“원형이야 남아 있어도 꽤 약하겠죠. 그러니 H그룹에서도 난감해하는 거고요.”
“이건 뭐 그냥 저더러 북치고, 장구 치고 다 하라는 소리인데……. 그래서 탐사에 성공하면 얼마를 주겠답니까?”
“착수금 5억에 성공 보수 10억이요.”
“15억이라.”
어마어마한 돈이다.
단순히 탐사만 하는데 그 돈을 준다는 거다.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그렇게 탐사를 하겠다는 건 역사적인 고증을 통하여 후보지를 물색해 두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해역 전체를 뒤지는 것이 아니라면 영혼들을 풀어 충분히 탐사를 할 수 있었다.
“만약 발견하면 인양은요?”
“인양비도 추가로 드리죠. 다만 여기에 사장님의 기술이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하실 수 있냐고 물어보라더군요.”
“누가요?”
“한 본부장님이죠.”
“이햐, 그 양반 진심이었네.”
분명히 사업을 밀어주겠다고 했다.
내가 투자를 거부하자 곧바로 이런 어마어마한 사업을 들고 온 거다.
“기술이 있으신가요?”
“탐사 기술과 인양 기술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죠.”
“혹시나 해서 여쭤본 건데 역시나!”
그녀는 손뼉을 마주쳤다.
“사장님이라면 가능하실 줄 알았어요!”
“그나저나 부담인데요? 이순신 프로젝트라니. 게다가 거북선 인양이라……. 이거 역사적으로 가치가 엄청난 건데.”
“네. 맞아요. 역사적인 상징성, 군사적 사료 가치까지 지니고 있죠. 그러니까 정부에서 그렇게 목을 매고 있는 거고요.”
“여론을 전환해 보겠다는 뜻으로 들리네요?”
“헤. 전문가 다 되셨네요.”
이제 척하면 딱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제 금융 위기의 여파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런 때에 이순신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이순신 장군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물론 그밖에 수많은 영웅들이 있었지만, 역사에서 성웅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업적을 남긴 위인이 몇이나 될까.
성공하는 즉시 국민적인 관심이 쏠릴 거다. 단번에 여론이 뒤집히겠지.
“대통령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를 쓰네요.”
“성공하면 다 닦아의 명성도 올라가겠죠.”
“그다지 명성은 필요 없습니다만.”
언데드가 언론에 노출되는 건 사양이다.
이게 내가 가진 한계라 할 수 있겠지. 그걸 뛰어넘기 위해서는 최소한 5서클의 경지에는 올라야 한다.
“어쨌든 하실 건가요?”
“해야죠. 우선 15억은 먹고 들어가네요. 인양 작업까지 하면 어마어마한데요.”
“개인 사업자가 하기에는 큰 공사죠.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아요. 발달된 현대 장비로도 탐사에 실패를 했으니까요.”
“저는 가능합니다.”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만약 해저에 거북선이 있기만 하다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 부서지지 않게 인양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거북선이 아예 없는 경우다.
“그런데 거북선이 정말 침몰하긴 했었나요?”
“물론 침몰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도 있어요. 하지만 이 역시도 침몰했었다고 보는 게 학계의 대다수 의견이에요.”
“그렇다면 해 볼 만하군요.”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내가 애국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거북선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가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찾아낼 수만 있다면 찾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돈을 떠나서 그런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까.
괜히 없던 애국심이 솟아날 판이었다.
대구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대전까지 왔을 때가 저녁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대전에서 하루 묵어야 할 것 같았다.
이서경은 대전까지 쫓아왔다. 이것이 그녀의 업무기도 하였지만, 거북선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하느라 붙어 있었던 거다.
그리고 숙소로 향하기 전, H그룹의 2인자와 마주한다.
“허허허! 또 보는구먼.”
“본부장님 아니십니까?”
한철수 본부장이 직접 찾아왔다.
사실 조금 놀랐다.
도대체 한 본부장이 여긴 어쩐 일일까?
“오늘 보고받았네. 자네에게 거북선을 탐사하고 인양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탐사는 확실하게 가능합니다. 다만 인양은 거북선의 상태를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호, 역시 대단한 기술력을 지녔어. 도대체 어떤 식으로 탐사를 하고 인양을 할지는 궁금하지만 말일세.”
“회사 기밀이라 이해를 해 주세요.”
“허허. 기밀이라는데 이해를 해야지.”
우리는 H건설 대전 지사에 도착했다.
카페로 갈까도 싶었지만, 아직은 기밀을 요하는 일이라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한철수 본부장이 오자 대전 지사가 바빠졌다.
“아이고, 본부장님 오셨습니까!”
대전 지사장이 내려와서 허리를 90도로 접었다가 폈다.
그만큼이나 그룹 2인자라는 직위가 대단한 것이겠지.
‘저것이 힘이고 권력이지.’
이서경의 얼굴을 보니 그녀도 대략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지사장은 무려 자신의 집무실을 내어 주었다.
한철수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익숙하게 상석에 앉았다.
어쩌다 보니 상석에 한 본부장이, 내가 좌측에, 우측에 이서경이, 지사장은 뻘쭘하게 서 있었다. 그는 그저 직접 커피를 가져다주는 신세였다.
한철수가 지도를 폈다.
촤악!
대한민국 전도, 특히나 경상도의 자세한 지형이 표시된 지도였다.
한철수 본부장이 입을 연다.
“거북선은 왜란 중 3척이 건조됐지. 왜란 후에 경상좌우수영, 전라좌우수영, 충청수영 등에 각 1척씩, 5척이 건조됐고 1808년까지 30척으로 늘어났네.”
“생각보다 많이 건조됐군요.”
“하지만 침몰을 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을 만큼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해. 물론 칠천량 해전에서 패한 것은 사실이기에 그 당시에 거북선도 함께 침몰하지 않았나 추측을 할 뿐이지.”
생각보다 불투명한 가능성이다.
그래도 역사적인 고증을 통하여 탐사 예정지가 존재한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본부장이 펜으로 몇 군데를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탐사 예정지는 원균 장군의 칠천량 해전 당시 퇴각로일세. 통영시 광도면 추원포로 시작해서 거제시 장목면 장문포, 구영, 가조도 등이지. 탐사 예정지는 총 다섯 군데일세. 여기서 실패하면 여덟 군데로 늘어날 수 있지. 가장 유력한 곳은 추원포라네.”
“확실한 정보입니까?”
“지난 400년 동안 학자들이 고증을 했어. 게다가 해군에서 발견한 유물들도 있으니 꽤 정확하다고 봐야지.”
본부장의 눈에도 애국심이 언뜻 비쳤다.
원래 그렇지 않을까.
현대에 애국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이런 일을 하게 되면 보다 사람이 겸손해지고 경건해지기 마련이었다.
“가능하겠나?”
“맡겨만 주십시오! 반드시 거북선을 찾아 인양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바로 계약서 작성하도록 하지.”
“지금 바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