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37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37화
037
임종(1)
인천 국제공항.
여기서 런던 히스로국제공항까지는 직항으로도 12시간이나 걸린다.
오고 가는 데만 24시간이 걸렸으니 실제로는 그 이상을 잡아야 한다. 수속을 하고 교통편을 이용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릴 테니 영국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조금 무리를 한다면 이틀 정도 체류를 할 수 있을 테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
간단하게 수속을 마치고 한국항공 일등석에 탑승했다.
“우왕!”
수정이가 널찍하고 편안한 항공석을 보고서는 탄성을 내뱉었다.
요즘 새롭게 출시한 항공기는 가족 칸이 따로 있었다. 3인이나 4인이 따로 독립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좌석은 침대처럼 뒤로 젖혀지기도 하였고 태블릿 PC를 비롯하여 각종 서비스가 제공된다.
가격은 당연히 삼등석과 몇 배 차이가 난다.
아내가 다소 부담스럽다는 표정이다.
“너무 과하셨어요.”
“무슨 소리야. 이젠 나도 잘 벌어. 그러니까 아무런 걱정하지 마.”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요.”
과거에는 여행을 갔다 하면 일등석이었다.
내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는 돈을 아끼면서 살 필요가 없었고 필요하다면 이보다 더한 사치도 부렸었지.
“아빠! 여기 과자도 있어! 먹어도 돼?”
“마음대로 먹어라.”
호텔과 다르게 손님들의 객석에 배치되어 있는 간단한 다과와 음료는 공짜였다. 여기에 몇 가지 서비스를 승무원에게 받을 수 있게 된다.
편안한 시트에 앉아 본다.
‘이게 바로 돈의 힘이지.’
확실히 돈을 많이 벌면 편하다.
돈이 없으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많아지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다. 그러고 보면 돈이라는 것이 참으로 요물이 따로 없었다.
“당신도 피곤했을 텐데 잠 좀 자 둬.”
“괜찮아요. 시차에도 적응을 해야 하니까요. 영국에 도착하면 밤 11시일 것 아니에요?”
“후후. 그래.”
아내는 시차와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12시간을 보내고 영국에 도착하면 그쪽은 밤이다. 잠을 잘 시간이라는 거다.
도착하면 바로 일정이 시작되려나?
하루 묵고 호텔에 갔으면 하는데 워낙에 위독하다고 하니 새벽이라도 코튼가에 방문을 해야 할 상황이 될 것 같았다.
수정이도, 아내도 최대한 안 자고 버텼다. 하지만 원래 자던 시간이 있어서 한국 시각으로 11시가 되어 가자 잠들어 버렸다.
수아는 착하게도 아내가 잠이 들자 함께 잠이 들어 객석은 고요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가족들이 모두 잠들었을 때, 나는 조용히 누워 생각에 잠겼다.
영국의 일은 빠르게 처리를 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만약 바로 장모님이 임종한다면 다음 날 장례식에는 참석을 하고 돌아와야 할 수도 있겠지.
그 후에 돌아와 이순신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거북선을 찾아낸다.
내 수중에는 5억이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돈이 있었고 잔금으로 10억을 받게 될 것이고 인양에 참여하면 탐색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돈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되면 무인도 구입도 고려를 해 봐야 한다.
선대에서부터 내려오던 무인도는 태안에 있다. 교통편이 아주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인천이나 수도권의 무인도는 어떨까?
굳이 무인도에 가족들이 모두 들어가지 않아도 내가 출퇴근을 하면 된다. 바다 가까운 곳에 집을 짓든지 아파트를 사든지 해서 출퇴근하면 30분 내외로 소요될 곳에 무인도를 구입한다. 그리고 무인도 개발을 시작하는 거다.
‘원래의 계획은 무인도에 가족들이 다 함께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수정이의 말대로 무리가 있지. 병원이 없으니까.’
병원이나 소방서, 경찰 등은 우리가 주변에 있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주변 인프라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빠.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수정이가 내 자리로 온다.
하품을 하는 수정이는 거의 이 시간이면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았다. 수련을 해야 했으니까.
“무인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지.”
“수도권에 사려고?”
“그래야 위급한 상황에 대처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무인도를 보러 갈 때, 수정이도 함께 갈 수 있어?”
“어째서?”
“구경하고 싶으니깐?”
수정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딸아이를 안고 있으니 평화롭고 고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버티고 있던 수정이는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대충 계획이 서자 슬슬 하품이 나왔다. 오늘은 수련을 할 수도 없는 환경이었으니 강제로 깨어 있는 건 그만하기로 할까?
인천에서 12시간을 날아 런던 히스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새삼 그 규모가 대단하다.
영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는 1위, 세계에서는 3번째로 번잡하다는 공항이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제5 여객터미널.
단일 건물로는 영국 최대 규모라는 이곳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공항은 켜켜이 불이 밝혀져 있었고 많은 여행객들이 잠들어 있는 모습도 일상적으로 보인다.
잠을 찾아 터미널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려 했다.
그런데 공항 입구에서 익숙한 얼굴과 마주한다.
“도착했군.”
깔끔한 정장에 수행 기사까지 거느리고 제임스 코튼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제임스는 나와 한 차례 악수를 나눈 후에 리사와 마주한다.
리사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아내는 친부, 친모보다 외삼촌인 제임스와 더 정이 깊었다. 어린 시절부터도 그랬다고 하고 나와 결혼을 한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도 유일하게 편을 들어 주며 한층 더 유대감을 깊게 했다.
그러다가 처가와 연락이 끊겼다.
코튼가의 방침에 따라 리사는 아예 계보에서 파 버렸으며 제임스와도 연락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던 거다.
그리고 7년.
제임스와 아내는 7년 만에 마주하게 되었다.
“사, 삼촌?”
“리사. 여전하구나.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얼굴이 많이 상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와락!
리사와 제임스가 포옹을 한다.
강제로 인연이 끊겼던 가족이 다시 만나게 됐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이산가족 상봉과 비견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 리사와 제임스는 묵어 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후는 뒤로 미루고 제임스는 수정이를 바라본다.
“네가 수정이구나. 아주 엄마를 꼭 빼다 박았구나. 리사 어린 시절과 똑같아.”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이수정이라고 해요.”
“허허허. 할아버지?”
제임스도 50대에 이르렀으니 손녀를 볼 나이가 맞기는 하지.
하지만 그는 새삼스럽게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일단 할아버지가 맞긴 하지요.”
내가 나서 주었다.
제임스는 간신히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수정이가 제임스를 부르는 호칭은 외종 할아버지. 즉, 작은 외할아버지 정도가 되겠다.
“그냥 작은 외할아버지라고 부를까요?”
“허허허허…….”
씁쓸한 표정을 짓는 제임스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하였던가.
젊은 시절 수많은 여자들을 울리고 다녔던 제임스도 세월의 풍파를 정면으로 맞았고 할아버지라고 불려도 무색하게 되었다.
제임스가 수정이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래. 내가 바로 네 작은 외할아버지란다.”
7년 전보다 더욱 복잡하게 변한 거리를 지난다.
고층 빌딩들이 예전보다 더 많이 생겼고 차 막힘 현상도 있었다. 거의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각임에도 말이다.
새삼 서울보다 복잡한 도시라는 것이 느껴진다.
코튼가는 잉글랜드 북부였으나 오래전 런던 외곽에 성을 축조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런던이 본가 비슷하게 변화했다.
지금 같은 시대에서는 영주의 개념도 없었고 각 가문의 본가는 런던에 몰려 있는 형편이었다.
“이거 바로 본가로 가게 되어 미안한데?”
제임스가 멋쩍게 말했다.
아내는 별로 상관없다는 듯이 담담하다.
“위독하시다니 별수 없죠.”
“미안하다. 가면 꽤 눈총이 있을 수도 있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제가 오자고 한 건 아니에요.”
“응? 그러냐?”
“남편의 뜻이죠.”
“이햐, 자네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길 잘했어.”
“어쩌겠습니까? 천륜을 끊을 수는 없죠. 가문에서 파냈다고 해서 천륜까지 끊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히 그럴 수가 없는 거지. 천륜뿐만이 아니라 리사의 권리도 그리 쉽게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이 이야기를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말이야.”
“말씀하시죠.”
“상속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봤나?”
“네?”
“이건 리사에게 하는 말이야. 리사. 정말 상속분에 대한 권리는 주장하지 않을 생각이니?”
“전혀요.”
아내는 단호했다.
상속을 받는 순간부터 괜히 코튼가와 엮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아내는 아주 단호하게 거절을 하는 것이다.
제임스는 쓰게 웃었다.
“사실 그 때문에 외부에서 말들이 많았지. 아무리 가문에서 파문됐다고 해도 상속분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정계는 물론이고 사교계에서도 손가락질을 많이 했지. 해서, 누나는 저렇게 쓰러지기 전에 네게 허울 좋은 상속을 하였단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오래전 우리 가문은 동인도 회사에 지분이 있었지. 그 당시에 인도에서 본국으로 들어오던 세운선이 있었는데 그게 침몰해 버린 사건이 있었어.”
“…….”
아내는 입을 다물고 경청했다.
나와 수정이도 조용히 경청을 하였는데 내심은 이게 뭔 일인가 싶어 귀를 쫑긋 세웠다.
인도에서 영국 본토로 오던 세운선이 침몰했다니?
그 세금은 어마어마할 것이 틀림없었다. 모조리 금덩이일 것이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인도 회사가 몰락하고 지분을 정리할 때 그 당시 가주께서는 침몰한 세운선에 대한 권리까지 가져오게 되었어.”
놀라운 이야기다.
그 이후 코튼가에서는 세운선을 찾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결국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에 대한 권리는 코튼가가 가지고 있다고 한다.
리사에 대한 이야기가 커질 기미가 보이자 캐서린 여사, 즉 장모님은 당시의 가주인 코튼 백작, 즉 장인을 설득하여 세운선에 대한 권리를 리사에게 상속시켜 버렸다.
“……한마디로 실리는 없지만 그럴싸한 명분 때문에 넘겼다는 거죠?”
“오! 수정이가 참으로 똑똑하구나.”
“그건 우리 엄마 거구요?”
“그래. 맞단다.”
아내를 슬쩍 바라본다.
어차피 아내는 별 상관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결국, 제가 파문된 이후에도 정치적으로 이용을 당했다는 거네요. 이제 와서는 그다지 상관이 없기는 해요.”
“험험. 근데 아직 정식으로 상속이 되지 않았어. 네가 사인하지 않았으니까.”
제임스는 잽싸게 서류를 내밀었다.
아내는 포기를 한 모양이다.
코튼가에서 보여주기식으로 상속을 한다. 오래전 잃어버린 세운선에 대한 권리를 말이다.
스스슥.
아내가 사인을 끝내자 수정이와 나는 눈빛을 교환했다.
사람들이 보기에 이 세운선은 유령, 혹은 허울 정도로 봤지만, 나와 수정이는 정보만 있으면 반드시 건질 수 있는 보물로 보았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