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48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48화
048
위령제(2)
점심 무렵이 되었다.
오늘 오전에 거북선을 발견하지 못하면 어찌하나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예상대로 진행이 되어 다행이다.
오후에는 가족들과 만나 내일까지 거제도 관광을 할 예정이었다. 정부에는 기자들의 접근을 막아 달라고 당부를 해 놓았고 그들은 최대한 가족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 준다고 답변했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의 유출을 우려한 것이 아니라 영국 왕실과도 관련이 있는 일이었기에 흔쾌하게 답변을 얻어낼 수 있었다.
가족들을 볼 생각을 하니 몸이 들썩거린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할 일은 해야겠지.
나는 이제 익숙하게 언론 앞에 섰다.
국민들의 관심이 이곳에 쏠려 있었고 그런 사실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의뢰를 받은 것이었으니 이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를 해야겠지.
웅성웅성.
이번에는 부둣가에서 단순히 쫓아오는 기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기자회견의 형식을 갖추었다.
회견장은 거제시에서 마련해 주었다.
“이유성 팀장이다!”
내가 회견장으로 들어서자 장내에 소란이 일어났다.
이곳에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다.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자 사람들은 아예 회견장 밖에 진을 쳤다. 그리고 족히 수백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 발소리에 숨죽였다.
단상에 올라오자 거북선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나는 빔프로젝터에 사진을 띄웠다.
“다들 궁금해하시는 거북선의 원형입니다.”
“와아!”
“정말로 거북선이 침몰해 있었잖아?”
“복원된 거북선이 아니라 실물이라니…….”
몇몇 기자들이 몸을 떨었다.
지금까지 해저에 잠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북선의 실물이 드러났으니 사람들이 저런 표정을 짓는 것도 이해가 된다.
여기에 사학자들의 반응은?
“내가 죽기 전에 거북선의 실물을 영접하게 되다니.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어.”
“어서 빨리 실물을 보고 싶어요!”
오상식과 오혜수 부녀의 모습이 보인다.
오상식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무려 이곳에 빨리 날아오기 위하여 헬기까지 대절을 했다고 하지. 대단한 양반이다.
거제시장과 남해군수까지 참석하고 있었다.
이런 일에 정치인이 빠져서야 모양이 나지 않는다. 전 국민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만큼 서로 지원을 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저, 정말 저게 거북선인가요?”
“네. 해저 절벽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해저 절벽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찍은 겁니까?”
그렇게 백 번을 물어봐도 내 대답은 한결같다.
“회사 기밀입니다.”
“끄응.”
“보다시피 절벽 안쪽은 조류가 심하지 않습니다. 움푹 파인 공간에 거북선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침식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목재를 비롯한 원형이 상하지 않고 보존되어 있습니다.”
“새삼 방부목이 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군요.”
“역사적으로 많은 사례들이 있죠.”
수백 년 된 전함을 건져 낸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기에 사학자들이 거북선 인양을 부르짖었던 것이고.
그런 예가 없었다면 아무리 사학자들이라고 해도 강력하게 거북선 인양을 주장하기는 힘들다.
“도대체 그 당시 퇴각로가 수정되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아신 건가요?”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 유물들이 발견되는 행적을 보면 북쪽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그 말은 원균 장군이 해로를 틀었다는 뜻도 됩니다. 해서, 저 역시 탐색지를 수정하여 탐색한 것뿐이죠.”
“사학자들보다 더한 식견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몇몇 사학자들이 얼굴을 붉혔다.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내놓은 행적은 틀렸다.
전체적인 틀은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거북선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사실 나도 조선 수군 출신 영혼이 없었다면 발견하지 못하였을지도 모르지.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H그룹과 상의를 해 보겠지만 내일까지 쉬고 모레 인양 계획을 세우려 합니다. 추위에 떨었으니 좀 쉬어야죠. 내일부터 주말이지만 H그룹의 인양 작업은 계속됩니다. 유물들을 건져내고 가장 중요한 작업에 들어가야겠죠.”
나는 그렇게 강단에서 내려온다.
오혜수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
아, 또 저 여자는 왜 그래?
“당신은 정말…….”
“무섭게 왜 이러세요.”
“생명의 은인이세요!”
그녀는 내 손을 붙잡았다.
거북선을 인양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생명의 은인까지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당시 왜란에 참여하였던 선조들의 영혼이 돕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말을 멋있게 하세요!”
슬쩍 손을 뺀다.
내가 영혼을 거론했지만 정말로 영혼을 동원하여 거북선 탐사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당을 빠져나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왔고 사학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의 질문은 뻔했다.
지금까지 사용된 기술도 과학을 뛰어넘는 것이었는데 과연 인양에는 어떤 기술이 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렇게 질문하면 내 대답이야 늘 뻔했기에 굳이 상대를 하지 않은 거다.
“타게!”
“감사합니다.”
회견장 앞에는 고급 세단이 출발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 안에는 한철수 본부장이 타고 있었다.
탁!
문이 닫히자마자 차량이 출발한다.
“고생했네.”
“아이고, 정말 노이로제 걸리겠습니다. 저는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것 같아요.
“허허허! 곧 익숙해질 걸세.”
“정말로 이번 일이 끝나면 언론에 노출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자네가 원한다면 그리될 거야.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청소 업체는 접고 다른 쪽으로 사업을 구상해야 할 수도 있어.”
“충분한 돈만 모을 수 있다면 어떤 사업이라도 상관없기는 합니다만.”
“허허. 그렇다면 우리와 논의해 볼 수도 있겠군.”
H그룹은 정말 튼튼한 동아줄이다.
물론 정부로부터 의뢰를 받아오는 오혜수 박사의 줄도 튼튼하기는 했지만, 그 여자와는 썩 일을 같이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까 정말 놀랐다네. 거북선이 그쪽에 수장되어 있을 줄이야. 도저히 유물이 뿌려진 행적으로 보면 유추가 되지 않던데 말이야.”
“그냥 그 당시 원균 장군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습니다. 매복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요. 바람도 많이 불고 흐린 날씨였다고 하더군요.”
“응? 그런 기록이 있어?”
“네.”
사실 나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을 닦달하다 보면 그 정도의 정보는 나오지 않을까?
“이제 인양 작업을 해야 하는데 말이야.”
“그건 월요일에 상의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래도 비용 협의는 해야지. 마침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도 있으니까.”
서울에서 바로 거제까지 내려오는 버스가 있다. 여기서 터미널까지는 거리가 있었으니 이 정도 상의를 하기에는 딱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자세를 바로 했다.
인양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의 상태로 흑마법을 사용하면 거북선에 상처 하나 없이 인양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양 비용이라 할 수 있겠지.
“말씀하시죠.”
나는 새삼 진지하게 물었다.
본부장도 그런 내 비장한 자세에 공감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20억 어떤가?”
“예?”
“장비는 최대한 우리의 것을 활용해도 되네. 다만 부분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예를 들면 거북선의 본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끌어 올리는 기술 말이네.”
무슨 뜻인지 캐치했다.
거대한 크레인을 이용하여 거북선을 인양할 텐데 절벽 위쪽 조류가 너무 강해서 잘못하면 부서질 수 있었다.
거북선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가치를 생각하면 H그룹이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일이다.
무려 충무공의 역작을 부숴 먹고 대한민국에서 장사를 할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접는 것이 낫다.
물론 그 탄탄한 회사가 부도를 맞지는 않겠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내가 할 일은 조류의 흐름을 막아 버리는 것.
흑마기를 이용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제가 조류를 막아 보도록 하죠.”
“헉! 그게 가능한가?”
“네.”
“허허허. 도대체 그건……. 역시 기밀이겠지?”
한철수는 이제 나에게 기술에 관해 묻는 것을 포기했다.
회사 기밀이라는데 더 이상 캐묻는 것도 난감한 일이다. 그랬다가는 그나마도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해 준다면 무리 없이 끌어 올릴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해저 밑바닥만 벗어나면 바로 이런 철판 위에 놓고 끌어 올릴 작정이네. 거대한 인양선 두 대가 필요하지.”
“인양선이 추가되나요?”
“지금 오는 중이네.”
과연 H그룹이다.
H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H조선해운이 있었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인양선 두 척을 가져오는 것이야 한철수의 입장에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20억이면 정말 저에게는 큰돈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적은 돈이지. 회장님은 처음에 30억을 부르셨어. 하지만 내부적으로 논의한 결과, 너무 과하다고 하여 조금 깎았지.”
“깎은 것이 그 수준이라니…….”
“팁을 좀 주면 5억 정도는 협의가 가능하다네.”
“험험. 그럼 25억으로 할 수 있을까요?”
“허허허. 그러세.”
정말 튼튼한 동아줄이다. 아니, 이 정도면 강철 와이어라고 봐야겠지.
굳이 안 줘도 되는 돈을 기를 쓰고 주려고 하는 H그룹이었다. 그렇게 해 주면 나로서는 고맙지만 말이다.
“그 돈으로 무인도를 개발하게. 필요하면 우리 측에서 싸게 인프라를 제공해 줄 수도 있어.”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호의는 받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무인도에 인프라를 어떻게 깔아야 하나 고민했다.
H그룹은 무인도를 개발해 본 경험이 풍부하다. 작은 섬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휴양지까지 조성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 전 세계를 뒤져 보아도 H건설보다 뛰어난 건설사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이야기는 차차 하도록 하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부장님.”
“허허허. 아닐세. 이 정도는 당연한 일이지.”
본부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거제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본부장은 나에게 상품권 다발을 하나 내밀었다.
“이건 선물일세.”
“이건 뭡니까?”
“이 지역 상품권인데 거제시장이 주더군. 자네에게 전해 달라고 말이야. 그 겸에 나도 좀 사서 넣었네.”
10만 원짜리 상품권이 아주 다발로 묶여 있었다.
이 정도면 뇌물이 아닌가?
뭐 준다는데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거제시장과 H그룹에서 준 돈인데 먹고 탈이 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버스 터미널 앞.
나는 오매불망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며칠 동안 가족들의 얼굴을 못 봤더니 꿈에서도 아른거렸다.
역시 나는 가족의 품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치이익.
서울에서 오는 버스가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마지막으로 화려한 금발을 가진 아내와 이제 금발이 자라기 시작한 수아, 그리고 신비로운 백금발, 아니 은발에 가까운 머리칼을 허리까지 기른 수정이가 도도도 달려왔다.
그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절로 수정이에게로 향한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