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49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49화
049
하루의 휴식(1)
“어이쿠!”
도도도 달려오던 수정이는 그대로 점프를 하여 내 품에 안긴다.
역시나 수정이에게서는 뭔가 고급스러운 냄새가 난다. 돈이 많아지기 시작하니 아내와 수아, 수정이에게서 부티가 흐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역시나 왕족의 피를 타고나서일까.
핏줄을 믿지는 않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니 약간은 혈통에 따라서 사람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 같기는 하다.
“보고 싶었어요!”
“그래. 나도 보고 싶었단다.”
곧이어 아내가 다가와 수아를 내밀었다.
“아……빠!”
“헉! 지금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 봤어!?”
“네. 봤어요. 믿지 않으려고 해도 수아도 영재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분명히 누가 보면 팔불출 부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이미 돌 이전의 기억까지도 가지고 있는 천재를 키워 봤다. 그렇기에 수아도 천재까지는 아니지만, 영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놀라지는 않았다.
워낙에 수정이를 키울 때 놀라서 자빠진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내의 이마에도 키스를 한다.
“오느라 고생 많았어.”
“제가 뭘요. 편안하게 우등 고속을 타고 왔어요.”
아내에게도 차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 같다.
지금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이제는 필요할 때가 됐다. 아이 둘을 돌보려면 필수품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승용차만 하겠어? 이번 일 끝나면 한 대 뽑자고.”
“네? 안 그래도 돼요.”
“이미 결정을 했으니까 어떤 차를 구매할지 당신이 결정을 하라고.”
“저에게는 너무 큰 문제인걸요.”
“그러니까 고민해 봐.”
그렇게 나는 아내에게 강매(?)를 끝낸다.
지금까지 아내는 고생을 했고 이제 보상을 받을 때가 됐다. 물론 아내뿐만이 아니라 가족들 모두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밥 먹어야지? 수정이는 뭐 먹고 싶어?”
“랍스터!”
즉각 대답이 나온다.
영특한 수정이는 내가 이제 상당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창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에 가끔 시장에서 사 오는 게맛살을 쭉쭉 찢어 눈을 감고 음미한 수정이었다. 아마 그런 식으로라도 식감을 느끼고 싶었던 거겠지.
하필이면 수정이가 태어나던 해에 사업이 망해서 랍스터는 평생 입에도 대지 못한 아이였다.
“당신은?”
“저는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모나리자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아내는 무엇을 먹더라도 맛있을 거라고 말한다.
품을 뒤적거려 거제시장이 준 지역 화폐 다발을 아내에게 반 이상 떼어 주었다.
“이게 뭔가요?”
“일 잘했다고 시장이 주더라고. 다 10만 원권이야. 그러니까 거제시에서는 비싼 걸 먹어도 된다는 그 말이지.”
“우왕!”
수정이의 눈이 왕방울만 해진다.
지역 화폐가 무엇인지를 넘어서 시장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것이 소상공인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할인율을 놓고 벌이는 지자체의 고심까지 알고 있는 수정이였다.
이것의 가치는 수정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봐야겠지.
수정이에게도 몇 장 꺼내 주었다.
“용돈이다.”
“아빠 최고예요! 역시 우리 아빠는 통이 크다니깐? 히히.”
수정이는 고이 지역 상품권을 접어 품속에 넣었다.
이제 와서 아내가 수정이의 돈을 가져가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용돈은 거의 다 털린 경험이 있던 수정이었기에 제 엄마로부터 한참 떨어지기까지 한다.
“거제 횟집으로 가요!”
“거제 횟집?”
“응! 수정이가 오면서 엄마 휴대폰으로 검색을 좀 해 봤거든. 거기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하더라고! 스끼다시가 30종이라나 뭐라나?”
그렇게 말하면서 침을 살짝 흘리는 수정이다.
수정이가 심사숙고하여 결정을 했을 정도라면 최소한의 보장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우리 가족은 바로 거제 횟집으로 향한다.
횟집 앞.
주차장에서 내려 잠시 눈 앞에 펼쳐진 바다에 넋을 빼는데 어디선가 매우 거칠고 흥분에 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팀자자앙니이이이임~~!”
타다다다!
콧김을 뿜어내며 황소처럼 돌진하고 있는 웬 미친 여자의 모습에 아내는 수아를 안고 바로 내 뒤로 빠졌으며 수정이도 아내를 따라 내 뒤로 빠진다.
머리칼은 미친 듯이 휘날렸고 눈에는 핏발이 섰고 코가 벌름거리는 것을 보니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바로 이번 탐사를 총괄하고 있는 오혜수 박사다.
그대로 점프하는 오혜수.
아내까지 있는데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영혼 몇 마리를 풀어 물리력을 행사했다.
철푸덕!
“꺄아아악!”
데굴데굴 바닥을 구른 오혜수는 그대로 벌떡 일어나 다시 돌진하려 했다.
“그만! 더 이상 다가오면 신고하겠습니다.”
“흐윽! 흐윽! 우리 성웅님의 존체는 언제 들어 올리실 건가요!?”
수정이가 잠깐 나를 바라본다.
조용히 귀에 검지를 대고 돌리면서 오혜수가 어떤 여자인지 설명을 해 주었다. 수정이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게는 거북선의 본체입니다만.”
“성웅의 유산이니 존체나 다름이 없죠! 언제 어떻게, 피해 없이 들어 올릴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손상이 가면 저, 살인할지도 몰라요!”
“애들도 있는데 말 좀 가려서 하시죠.”
“팀장님이 들어 올리신다면서요!? 네!? 알려 줘요. 이러다가 저 죽어요.”
“신기술로 잘 끌어 올릴 겁니다.”
“신기술!? 어떤 신기술이요!?”
이대로 두면 오혜수는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여기서 이야기를 해 주어야 돌아가겠지.
대충 둘러댈 말은 생각해 두었으니 썰을 조금 풀어 주고 밥을 먹어야겠다. 하루 휴식날인데도 이렇게 쳐들어오다니. 예의라고는 밥을 말아 먹은 것이 분명하다.
“자기장으로 조류의 흐름을 멎게 하는 기술입니다. 조류의 흐름이 멎으면 전문 장비들이 투입될 것이고 안전하게 끌어 올릴 수 있겠죠.”
“정말이죠!?”
“네. 거북선은 손상되지 않을 겁니다.”
“반드시 깨끗하게 올리셔야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조류의 흐름만 막는 것이고 나머지는 H그룹에서 하는 일이죠.”
“그으래요!?”
타다다다닷!
오혜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달려간다.
탕!
부아아앙!
그대로 스포츠카를 타고 사라져 버린다.
저러다가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수정이가 기가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빠. 저 여자 정상은 아니지?”
“제정신으로 보이냐? 이순신 장군님과 결혼했다고 지금까지 독신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야. 그게 정상일 리가.”
“내가 몇 년 살지는 않았는데 저런 변태는 처음이야.”
“나도 처음이다.”
우리는 모두 첫 경험을 한 셈이었다.
지이잉.
자동문이 열리고 복도와 함께 좌우로 쭉 이어져 있는 방들이 보였다.
즉, 이곳은 룸 형식이었고 1층과 2층, 3층의 가격이 약간 달랐다. 그것은 조망권 때문이었는데, 아무래도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이 조망에 유리했다.
“어서 오세요. 몇 층으로 안내해 드릴까요?”
횟집이라기보다는 레스토랑과 같은 느낌이다. 아니면 고급 일식집 같은 느낌?
왕년에 고급 일식집을 좀 다녀봐서 안다. 횟집이라고 해도 다 같은 횟집이 아니었고 가격이 좀 나가는 곳은 서비스부터 조망, 맛까지 모두 훌륭했다.
“3층에서도 가장 명당으로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깍듯하게 허리를 굽힌 직원은 우리 가족을 엘리베이터로 안내한다.
새삼 돈의 힘을 실감한다.
어디 가서 무시만 받던 우리 가족이 이제는 누군가에게 대접을 받고 있었다. 돈이 없다면 이런 대우도 받지 못하겠지.
3층이 아니라 4층으로 안내가 되었는데 내가 어리둥절해 하자 직원이 웃으면서 설명해 주었다.
“TV 봤습니다. 거북선을 발견하신 이유성 팀장님이시죠?”
“그렇습니다만…….”
“만약 저희 횟집에 오시면 로열석으로 안내하라는 사장님의 지시가 있어서요.”
“아…….”
“영웅께는 그만한 대접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우왕!”
널찍한 룸에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당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오직 한 팀만을 위한 VIP룸이었다.
유명세를 타니 부수적인 효과도 생겼다. 우리가 언제 이런 데서 식사를 해 볼까. 유명해졌을 때나 먹어 보는 것이지.
자리에 앉자 나는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VIP 스페셜 3인분에 가장 좋은 정종으로 한 병 부탁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직원이 나가고 나서 아내가 메뉴판을 본다.
1인분에 20만 원이나 하는 초고가의 메뉴였다. 여기에 VIP룸은 추가금이 붙었는데 룸비가 20만 원이나 추가된다.
그러니까 한 끼에 80만 원, 술값까지 100만 원에 이르는 고급 코스 메뉴였다.
아내는 그 가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보. 아무리 그래도 좀 과한 것 같아요.”
“무슨 말이야? 시장이 300만 원이나 줬는데 거제시를 벗어나면 쓰지 못하잖아.”
“상품권에 유통기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허. 호의를 받았으면 지역경제에 이바지를 해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지. 오늘은 편하게 먹도록 해.”
“고마워요.”
“고맙다니?”
“당신 덕분에 호강을 다 해 보네요.”
아내는 너무 착해서 탈이다. 이런 때에는 좀 즐길 줄 알아야 하는데 걱정부터 하고 보았다.
어쩌면 아직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곧이어 수많은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낙지 탕탕이와 전복, 오징어 회, 수많은 반찬들, 대게, 랍스터, 참치에 이르기까지 올라오지 않는 요리가 없었다.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어질 지경이다.
화룡점정은 이 자리에서 바로 참돔 껍질을 살짝 구워 타다끼를 해 주었고 참치 눈 수정체에서 물을 빼서 잔에 따라 주기까지 하였다.
새삼 돈을 벌기를 잘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먹었다.
뭔 횟집에 스테이크까지 나오는지 모르겠다.
한식과 일식, 양식의 퓨전이라고 할까.
그래도 메인은 회였는데, 학 모양의 회가 정갈하게 놓여 있어 차마 아까워서 먹지를 못할 지경이었다.
수정이는 배가 터질 때까지 먹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아내는 절제를 하며 먹었지만, 어쩔 수 없이 과식을 하게 되었다.
낮술도 한 잔 들어갔겠다, 살짝 취기가 올라온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모조리 먹고 나서 수정이는 배를 두드렸다.
“일주일 먹을 걸 다 먹은 것 같아.”
“잘 먹었으면 됐다.”
“아빠, 수정이가 궁금한 것이 있어.”
“뭐든 물어봐라.”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거야? 신사업을 하는 거야, 아니면 무인도 사업을 할 거야?”
“음…….”
사실 그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고민을 했고 이제 슬슬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야 운이 좋아서 언데드를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들키지 않았지만, 여기서 시간이 더 흐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언데드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당장 어딘가로 끌려가서 고문을 받을 광경이 눈앞에 훤하다.
신사업을 펼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최소한 5서클이나 6서클의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는 안 된다.
“좀 더 미래에는 미해결 국책 프로젝트나 난공사들을 맡아서 하겠지만, 지금은 덩치를 좀 불릴 필요가 있지. 슬슬 무인도도 구매하고 인천으로 이사를 가야 할 것 같다.”
“이제 마음을 정했어?”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이에게서 눈을 떼고 아내의 손을 꼭 쥐었다.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