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5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05화
005
첫 수주(1)
드디어 염원하던 일이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얼마나 개고생을 하였던가?
거대한 저택에서 이런 다 무너져 가는 판자촌으로 이사를 오기까지, 가족들이 한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내의 비싼 옷들은 전부 팔아먹고 시장 바닥에서 산 5천 원짜리 아줌마 패션밖에는 해 줄 수가 없었다.
수정이는?
워낙에 유전자가 좋아 밖에 데리고 다니면 빛이 나서 그렇지 옷 자체는 유치원 원복 한 벌밖에 없다.
그것도 하도 낡아서 몇 번을 기웠는지 모른다.
이제 갓 돌이 지난 수아는 어떤가?
못난 아비를 만나서 돌잔치는커녕 배냇저고리도 제대로 해 입히지 못했다. 한참 젖살이 통통해야 하는데 마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아내의 고생은 말로 다 못 한다.
출산도 동네 병원에서 했고 몸조리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매일 빨아야 하는 천 기저귀에 분유도 없어서 간신히 연명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 상황은?
오늘 이것저것 하고 나니 남은 돈이 1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교통카드를 충전하고 선불폰을 샀다. 여기에 명함까지 만들었으니 수중에 이만큼 남아 있게 된 것이다.
비록 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힘들게 버텨야 하겠지만 잔금만 받으면 어느 정도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였다.
월세도 밀렸고 곧 있으면 겨울인데 빵빵하게 기름도 넣어 놓아야겠지. 일부 이자도 상환을 해야 하고 말이다.
치이이익!
불판에 고기가 익어 가고 있었다.
지금은 냉동 삼겹살을 살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었다. 도대체 배 속에 기름칠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수정아! 좀 익으면 먹어! 그러다 병 걸린다.”
“헤헤, 고기. 고기!”
수정이는 그야말로 걸신들린 것처럼 먹었다.
하기야, 수정이가 저렇게 보여도 한창 클 나이다. 입에 기름칠을 하면서 먹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하다.
나는 가만히 수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내는 고기를 굽느라 바쁘다.
“응애!”
나는 수아가 울자 거의 기계적으로 분유를 타서 젖병을 물렸다. 물론 수정이를 키워 본 경험에 따라 팔뚝에 살짝 물을 흘려 온도를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수아가 빤히 내 눈동자를 쳐다본다.
“아기들은 뭘 알고서 이렇게 쳐다보는 걸까?”
“다 알아본다고 해요. 부모와 교감을 하는 거죠.”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매우 예쁘게 느껴진다.
다행히 수아는 오드아이가 아니다. 그 말은 돌연변이 천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겠지.
‘암. 집안에 천재가 둘이면 곤란하지.’
수정이도 딸로서 아주 큰 매력이 있었지만, 보통 지능을 가진 딸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더욱이 아내의 유전자가 탁월하여 하나같이 눈망울이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이렇게 찢어지게 가난해도 밖에 식구들을 데리고 나가면 남자들이 하나같이 부러워한다.
수정이는 한참이나 먹다가 캑캑거렸다.
“콜록! 콜록!”
“야! 천천히 먹으라니까.”
“헤헤, 오랜만에 고기를 보니까 눈이 뒤집혀서 그래. 엄마 아빠도 빨랑 먹어. 안 그러면 수정이가 다 먹어 버린다~!”
“당신부터 좀 먹어.”
“괜찮아요. 애는 제가 볼게요.”
“아니. 젖도 잘 안 나오면서 그래. 먹어야 애도 튼튼하게 크지.”
“여보…….”
“…….”
수정이가 살짝 거북한 표정을 지었다.
“어마마마, 아바마마. 아무래도 셋째가 태어나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사료되옵니다.”
“뭐, 이 녀석아?”
“헴헴. 나도 분위기라는 것을 알거든?”
“너는 몰라도 된다.”
아주 시끌벅적하다.
수정이는 배가 불러서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아이를 보라고 하자 볼을 퉁퉁거렸지만 내일 과자를 사 준다는 말에 ‘오케이!’라는 말을 남기고는 애를 보고 있었다.
쪼르르륵
오늘 소주도 한 병 사 왔다.
아내가 잔을 채워 준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은 무슨. 이런 못난 가장을 만나서 당신이 고생이 많지.”
“무슨 말씀이세요? 반드시 재기하실 거잖아요. 그런 믿음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어요. 살다 보면 가끔 태풍도 맞고 하는 거죠. 어떻게 인생에 풍파 한번 없을 수가 있겠어요?”
“내가 어떻게 이런 천사를 만났는지 모르겠다.”
“당신은 저더러 천사라고 하지만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한국식으로 말하면 나라를 구했다고 해야겠죠?”
아내는 여전히 아름답다.
널리고 널린 그런 여자들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아내의 나이 27살. 결혼할 당시에도 도둑놈이라고 그렇게들 이야기를 했었고 지금도 어디 밖에 나가면 그런 소리를 듣는다. 나는 고생을 해서 좀 삭은 반면, 아내는 여전히 동안이었기 때문이다. 이래서 미녀와 야수 소리를 듣지.
“오늘은 삼겹살을 먹지만 언젠가는 스테이크를 썰자. 그리고 이런 소주가 아니라 와인을 마시며 축배를 들자구.”
“왜 그러세요? 저는 소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모유 수유 때문에 지금은 마시지 못하지만요.”
“새삼스럽지만 행복하게 해 줄게.”
“믿고 있어요.”
드디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수정이가 거의 다 먹었으니 우리 부부도 간만에 뱃속에 기름칠을 좀 해야겠다.
흔들흔들.
몸이 흔들린다.
내가 지금 배에 타고 있나?
어제 분명히 소주를 반병 정도 마시고 기절을 했었는데 말이다.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자려는데 이번에는 다리가 뜨끔거렸다.
“읍!”
뭔가 얼굴을 간질인다.
자세히 보니 수정이가 내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수정이가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댄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겠지.
아내는?
매일이 고단함의 연속이다. 살림도 해야지, 육아도 해야지, 가난하게 살다 보니 여러 가지 잡일이 많았다. 그러니 매일 기절을 하기 연속이다.
괜히 아내가 깨서는 곤란하지.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슬금슬금 일어나 마당으로 나온다.
“아빠. 오늘도 수련한다고 하지 않았어?”
수정이는 하품을 했다.
어린아이 주제에 잠을 참아 가면서 아빠와 수련을 하겠다고 깨운 거다.
기특한 녀석!
수정이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 준다.
“당연히 해야지. 지금 직원(?)이……. 두 마리인가?”
“히히. 나도 두 마리 있으니까 네 마리야.”
“그 정도로는 좀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아빠라면 그 이상 경지에 오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 흑마기에 대한 친화도가 짱이니깐.”
“바로 2서클에 올라갈 수 있을까?”
2서클에 올라가면 대략 12마리 정도는 뽑아낼 수 있다고 한다. 힘도 조금 더 강해지고 내구성도 튼튼해진다.
성인 여성보다 약간 힘이 강한 스켈레톤 12마리면 충분히 업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자! 힘을 내 보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우리는 묘지에 도착했다.
역시나 예전에는 보지 못하였던 광경이 보였다.
여기는 서울에 존재하는 묘지로는 그야말로 최대의 넓이를 자랑하는데 으레 그렇듯이 묘지에는 지박령이나 원혼, 악귀들이 돌아다녔다.
물론 그들은 살아 있는 인간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다.
문제라면 자신들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면 끝까지 괴롭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말이 통하니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어 보려고 한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인간이다!
-우리를 알아보는 인간이야!
으스스스스
귀신들이 주변에 넘실거린다.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수백 마리의 원혼들이 달려들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무서운 형상을 하거나 나를 놀라게 하며 협박을 일삼았다.
당연히 심장이 벌렁거린다.
아무리 흑마기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끔찍한 형상들이 연속으로 펼쳐지면 놀랄 수밖에 없는 거다.
수정이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아빠! 정말 대단해!”
“왜 그러는데?”
“흑마기에 대한 감응도 정상이 아닌데 여기에 귀안도 특별한 것 같아.”
“귀안이 특별하다고?”
“그러니까 귀신들이 좋아한다는 거?”
“…….”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가?
“헤헤, 너무 좋아. 아빠 짱!”
수정이는 갑자기 나에게 안겨 왔다.
아니, 이게 지금 부녀간에 애정을 표시할 만한 사안인가? 공동묘지에서 귀신들이 달라붙고 있는데?
“대체 왜 그러는데?”
“영혼을 부리게 되면 언데드에 집어넣을 수가 있으니까요. 그럼 어느 정도는 컨트롤이 쉬워져요. 정신력이 좀 덜 든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나중이 되면 영혼을 형상화해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도 가능해요!”
“아, 그러냐?”
“그밖에 얼마나 쓸모가 많다구!”
수정이는 실실거리며 웃었다.
분명히 수정이는 흑마법에 소질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흥미가 있어 억지로 익힌 수준이었는데 나는 마신의 축복을 받은 몸이라고 한다.
아예 흑마법을 익히기 위해 태어났다나 뭐라나.
이게 뭐 딱히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영혼으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날도 온다고 하니 언젠가는 쓸모가 있겠지.
악귀들의 러시(?)가 더 심해진다.
수정이는 헤헤거리는 웃음을 그치지 못한다. 어쩐지 묘하게 나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빠. 여기서 필요한 마법이 있어요.”
“뭔데?”
“영혼을 수집해서 서클을 보조하는 건데 서클 안에 영혼들을 수집해서 가둘 수 있어. 이렇게.”
수정이는 아주 천천히 수인을 맺어 주었다.
사실 내 머리도 그리 멍청한 것은 아니다. 서울권에 있는 대학 정도는 나왔으니까. 나이가 들면서 조금 깜빡깜빡하기도 하는데 이 정도야 껌이지.
수정이의 수인을 따라 한다.
“영혼 수집(Acquisition spirit).”
언령 마법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수인 마법사들의 주술력을 보조하기 위하여 시동어를 외친다.
나도 수정이를 따라 외쳤다.
“영혼 수집(Acquisition spirit).”
스스스스!
“어라?”
내 손끝으로 어마어마한 기류가 형성된다.
물론 이 기류가 물질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고 영혼계에만 영향을 주는 모양이었는지 주변의 영혼들이 죄다 손끝으로 빨려 들어왔다.
-아아아악!
-으흐흐! 으흐흐흐!
영혼들이 지랄발광을 한다.
굳이 나에게 달려들지 않는 영혼들은 수집하지 않는다.
귀찮기도 하였고 괜히 그런 식으로 업보를 쌓아 가는 것은 좋지 않다는 수정이의 조언이다.
하지만 악귀들은?
그런 놈들은 수집을 해서 사용한다.
흑마법에는 여러 가지 악독한 마법들이 많이 있었는데, 영혼을 수집하면 꽤 쓸모가 많다고.
악독하면 어떠하리.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영혼까지 팔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지를 높여 쓸 수 있다면 악귀 따위야 싹 쓸어 모아 사용할 수도 있었다.
악귀들을 흡수하자 서클로 빨려 들어간다.
두근! 두근!
서클의 부피가 커진 것 같은 느낌이다.
주변의 흑마기들이 빠르게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심장의 통증을 간신히 참아 냈다.
“큭!”
“아빠, 괜찮아!? 아빠! 수정이 말 들려!?”
두근! 두근!
맹렬하게 회전하던 서클은 어느 순간, 분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