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50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50화
050
하루의 휴식(2)
식사를 마치고 잠시 근처를 둘러본 후에 호텔로 향한다.
아내는 아직도 심란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여보. 저는 아직 괜찮아요. 굳이 아파트로 이사 가지 않아도…….”
“괜찮아. 그 정도 돈은 있으니까.”
아내는 벌써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는 것이 걱정인 모양이다.
다 쓰러져 가는 판자촌에서 신축 빌라 투룸으로 이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정도만 해도 아내는 만족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사를 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영종도의 신축 아파트의 로열층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한 거다.
대략 로열층의 가격은 5억 정도.
무인도의 위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종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면 있는 무인도를 구매하여 개발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5억이 아니라 5만 원에도 쩔쩔맸던 기억이 선명한 아내에게 신축 아파트는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돈을 버는 목적에 대해 분명히 했다.
“내가 돈을 버는 건 당신과 수정이, 수아가 호강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야. 나 혼자 살았다면 그냥 대충 원룸에 있었지.”
“여보.”
“나에게는 가족이 전부니까.”
“당신의 뜻이 정 그렇다면 이사 가도록 해요.”
“좋아. 무인도가 정해지면 바로 집을 알아보자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누군가는 화려한 삶을 즐기며 탕진하기도 하였지만 나는 가족에게 돈을 쓰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있었다.
호텔 앞에 도착하였을 때는 하늘이 미명을 뿌리며 산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호텔 앞에 웬 기자 한 명이 있었다.
분명히 가족들이 노출되는 것은 꺼린다고 이야기를 하였는데 기어코 기자가 찾아온 것이다.
한 여기자가 달려와 통사정을 했다.
“팀장님! 제발 인터뷰 좀 부탁드려요!”
“그건 불가합니다. 별로 가족들을 노출하고 싶지 않거든요.”
“절대 리사 부인이 코튼 백작가의 사람이라는 사실은 노출하지 않을게요.”
“…….”
더욱 눈살이 찌푸려진다.
최대한 정부에서 막아 주고는 있었지만, 알음알음으로 아내의 정체가 퍼져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였고 SNS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신상털기에 나서면 네티즌이 못할 건 없다.
내가 언론에 노출이 되었으니 아내가 노출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할까.
아내가 웃으며 말한다.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었죠. 그리고 사진만 찍지 않는다면 인터뷰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아내는 기자들의 속성을 꿰뚫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언론인들을 자주 만나 왔기 때문일까. 좋은 말로 해도 언론인들은 물러서지 않을 테니 차라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어느 정도 정보를 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도 앞으로의 사업을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이 와서 나도 좀 예민해져 있었다.
인터뷰는 호텔 안에서 이루어졌다.
나름 호텔 VIP룸으로 옮겼는데, 일반 호텔 객실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그녀는 명함을 내밀었다.
[KBC 문화부 기자 강소진]어디선가 들어봤던 이름이다.
수정이가 단번에 그녀를 알아봤다.
“아빠. 문화부 스타 기자예요.”
“아, 그래?”
“이쪽에서는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수정이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강소진은 일단 가족들의 면면을 살피며 덕담부터 했다.
“정말 대단한 미인을 부인으로 두셨네요. 탈무드에서 말하길, 아내를 맞으려면 나에게 과분한 분과 결혼하라고 하였는데, 과연 그래요.”
“저에게 과분한 여자이기는 합니다.”
살짝 경계심이 풀릴 뻔했다.
내가 아니라 아내를 공략하다니.
“코튼가의 후계자분을 어떻게 아내로 들이실 수 있었는지…….”
“노코멘트 합니다.”
“죄송해요. 깜빡했어요.”
‘깜빡은 개뿔.’
슬쩍 흘리듯이 낚시를 해 본 거다.
당연히 나는 걸려들지 않는다. 아내가 전국적으로 대놓고 유명해지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가 커피를 타서 내온다.
“감사해요. 안 그래도 카페인이 부족하던 차였거든요.”
“인양 기술에 대해 알고 싶은데 설명 가능하실까요?”
어차피 이 문제는 추후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올 수 있었다.
대략 어떤 기술이라고 공개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미 오혜수에게는 설명을 해 주기도 하였고 말이다.
“자기장으로 조류를 막아 내는 것까지가 제 역할입니다.”
“헉!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가능하죠. 염분을 이용하면 됩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기밀입니다.”
“아!”
탄성을 지르는 강소진이다.
자기장과 염분을 이용하여 조류를 막는다? 당연히 개소리다. 그런 일이 가능할 턱이 없었다.
내가 하려는 일은 스피릿 필드를 펼쳐 사방팔방에서 흐르는 조류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오직 흑마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심해의 조류를 차단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국민들이 다 닦아를 주목하기 시작하였잖아요.”
“김치 사업을 할 예정입니다.”
“김치 사업이요?”
다소 내 말이 뜬금없기는 했다.
청소 사업에서 인양 작업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식품 사업을 한다고 하니 전혀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제가 한정식 식당을 했었거든요. 가업이었죠. 가업을 이으려고요.”
“아아!”
그제야 강소진은 내 뜻을 이해하였다.
한철수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강소진도 가업을 잇는다는 것을 숭고한 정신이라고 강조하였다.
여기에 좀 더 광고를 해 보기로 할까?
“젓갈과 소금도 만들어 팔 생각입니다.”
“젓갈과 소금이요?”
“네. 질 좋은 식품들이 출시될 테니 강 기자께서 광고를 잘해 주셨으면 하네요.”
“상호는 생각해 두신 것이 있나요?”
“수정식품 정도면 적당하겠군요.”
“어어? 갑자기 내 이름이 왜 들어가?”
“맏딸이니까.”
“조금 억울한데?”
“호호, 따님을 모델로 쓰면 승승장구하실 것 같네요.”
나는 불현듯 수정이를 바라봤다.
은발의 오드아이. 여기에 리사를 빼다 박은 외모 덕에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풍긴다.
왕족이기 때문인지, 그냥 타고나기를 기품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정이는 몸서리를 쳤다.
“안 돼! 절대 안 돼!”
다음 날 오전.
우리 가족은 10시까지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슬슬 준비를 해서 외출을 할 예정이었다.
인양 작업은 내일이었고 덕분에 오늘은 가족들과 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지방으로 여행을 온 게 대체 얼마 만인가. 비록 일 때문이기는 했지만, 거의 7년 만에 여행을 온 셈이다.
‘수정이하고는 제대로 여행 한번 못했군.’
들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아직 날씨가 쌀쌀했기에 단단히 준비를 한다. 괜히 감기에 걸리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토끼털로 장식된 외투를 걸친 수정이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아내와 수아도 마찬가지다.
“히히, 가족 여행!”
“그렇게 좋아?”
“응! 태어나서 처음이니까!”
“앞으로는 많이 다니도록 하자.”
“헤헤, 아빠가 짱이야.”
아내의 입가에 미소가 더욱 진해진다.
조금은 살맛 나는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딩동!
호텔의 벨이 울린다.
오늘 차 한 대를 대절했고 종일 거제시를 관광할 예정이었다. 벌써 차량이 왔나 싶었다.
문을 열자 의외의 사람이 들어온다.
“본부장님?”
“아이고, 미안하네. 오늘 쉬는 날이었지?”
“아닙니다. 들어오십시오.”
한철수가 찾아왔으니 외출은 잠시 미뤄야 할 것 같다.
아내와 한철수, 수정이는 다들 안면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내가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한철수는 매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가족 여행을 준비 중이었군요.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 여행은 취소해야 할 것 같군요.”
한철수의 말에도 아내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수정이는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표정 관리가 잘되지 않는 모양이다.
“어째서요!? 수정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하려는 건데요?”
“허허…….”
한철수는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냥 가족 여행을 방해한 수준이 아니라 수정이가 첫 가족 여행이라는 사실을 자꾸 강조하였다.
이것이 아킬레스건인가?
수정이의 말에 한철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미안하네. 갑자기 각하께서 오신다고 해서 말일세.”
“……!”
깜짝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요즘 시대에 사실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옛날 사람이라 그러는 것뿐이었다.
공식적인 호칭은 아니었지만, 누구를 이야기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대통령께서 오신다는 말인가요!?”
“그렇게 되었네. 그 때문에 인양 작업이 오후에 이루어지게 되었지. 자네가 돕는다면 오늘 안에 인양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일세.”
“허……. 대통령이 대체 왜?”
“그만큼 국민적인 관심이 모였다는 뜻이 아니겠나.”
잠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던 사이에 더 많은 관심들이 모인 것 같다.
갑자기 수정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앙!”
“수정아. 왜 그래.”
“으아아아앙!”
수정이가 울자 수아도 따라 울었다.
아주 서럽게 펑펑 울어 대는 탓에 한철수는 더욱 식은땀을 뺐다. 첫 가족 여행이 취소되었으니 그도 얼마나 난감할까 싶었다.
“아이고, 아가, 울지 말거라.”
“할아버지 미워!”
“허허허. 이런. 이 할아버지가 사과의 의미로 네 아빠에게 인천 근교 무인도를 싸게 분양하려고 하는데 그걸로는 어떻게 안 되겠느냐?”
“응?”
수정이가 울음을 그쳤다.
이미 H그룹에서는 수정이가 천재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정말?”
“오냐. 이미 회장님과 이야기가 끝난 일이지.”
“그럼 용서할게요.”
“허허. 시원해서 좋구나.”
지금 내가 끼어 있지 않은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가고 있는 거지?
어물쩍 무인도 이야기가 나왔다. H그룹에서 개발을 하려고 하였던 무인도를 싸게 넘긴다는 뜻이다.
“헉. 본부장님, 그게 정말입니까?”
“돈을 안 받겠다는 건 아닐세. 그냥 작은 항구 하나 정도 만들어 둔 무인도를 싸게 넘기겠다는 거지.”
“아니, 그래도 그렇지 너무 과분합니다.”
“무슨 말인가? 자네 덕분에 광고비도 아꼈으니 충분한 대가일세. 영종도에서 배를 타고 5분이면 닿는 곳이라네.”
“아…….”
원래부터 이렇게 계획이 되어 있던 일인가?
H그룹의 이강노 회장이 나를 밀어주기 위하여 혈안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H그룹에서 개발하려고 하였던 무인도라면 그 스케일이 장난 아닐 것 같다. 관광지로 개발하였던 무인도를 넘기려고 한다.
아무래도 이번 일이 끝나면 한번 가서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