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54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54화
054
무인도 구매(2)
타다다다다!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헬기를 타 본 것은 처음이다.
과연 H그룹이라고 할까. 추원포에서 출발한 헬기는 빠른 속도로 서쪽을 향해 나아갔고 한반도를 횡단하는 중이다.
수정이는 창문에 찰싹 붙어서 한반도를 내려다보는 중이었고 아내는 수아에게 분유를 먹이는 중이었다.
가족들이 함께 가게 된 것에는 수정이의 영향이 크다.
구매하는 무인도를 보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날씨가 쌀쌀했지만, 무인도에는 거점기지도 있었고 헬기 안은 따듯해서 수락을 했다.
저 멀리 영종도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곳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꽤 큰 섬 하나가 있었다.
본부장의 말대로 몇만 평은 되어 보였으며 희미하게나마 항구가 눈에 들어왔다.
무인도의 외곽으로 길이 뚫려 있었고 항구에 거점기지도 있었으나 그 밖에는 원시림이나 다름이 없는 곳이었다.
“저기라네.”
“광활한 넓이에 항구까지. 저길 20억에 주셔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항구와 도로 공사에 20억만 투입되지는 않았지.”
“엄청난 결단을 내리신 거군요.”
“회장님께서 자네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증거라네. 물론 우리라고 자네에게 막 퍼 줄 생각은 없네. 이번 일로 인하여 H그룹이 꽤 이익을 봤어. 반사이익이라고 할까?”
“광고 효과 때문입니까?”
“허허허, 그렇다네. 자네 덕분에 광고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지. 그걸 돈으로 환산하면 무인도 값은 뽑고도 남으니 너무 고마워할 필요는 없네.”
“그래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허가 건은 어떻게 됐나? 자네라면 대통령님께 이야기했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비서실장님이 처리해 주신다고 합니다.”
“어떤 식으로 말인가?”
“인천시장에게 이야기를 해 둔답니다.”
“오, 그래도 은혜를 갚기는 하는군.”
“은혜요?”
“정치적인 입지가 상승하였지 않나.”
이순신 프로젝트로 인하여 대통령의 지지도가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브렉시트의 여파로 경기가 침체되고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경기 부양책을 썼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 때문에 국정 지지도가 연일 하락하고 있었는데 이순신 프로젝트로 인하여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반등한 것으로도 모자라 어마어마하게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하니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구원자나 다름없었다.
그런 구원자에게 허가 하나 내주는 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다.
어차피 H그룹에서 수없이 많은 로비와 노력으로 관광지 개발이 목전이었으니 이걸 전환하여 김치 공장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문득 한철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왜 하필 무인도에 김치 공장인가? 물류비도 생각을 해야지.”
“무인도에서 작물도 기르고 젓갈도 만들 예정입니다. 물론 소금도 만들어 완제품을 생산하려 합니다.”
“재료를 모두 생산해서 완제품으로 만든다고?”
“그렇습니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닐세. 어마어마한 인건비에 기반을 구축하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자금이 들어가지.”
“돈은 뭐, 벌어야지요.”
“허허허. 자네의 뜻이 참으로 숭고하군. 어떻게 해서든 가업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보여. 그렇기에 회장님께서도 자네를 높게 평가하시는 거겠지.”
한철수의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
스켈레톤들을 24시간 부리기 위하여 무인도로 가는 것이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이 바로 인건비다. 무엇을 하더라도 고임금 시대를 맞이하여 단가는 상승하기 마련이었다.
인건비가 아예 없다고 가정하면 이보다 이익이 많이 발생하는 사업은 없다고 할 것이다.
헬기는 무인도 위에 도착하여 선회하였다.
천천히 무인도를 돌면서 한눈에 전체 전경이 들어오도록 한 것이다.
무인도 중심에 꽤 높은 산 하나가 있었고 그 주변은 완만했다. 평지도 있었고 곳곳에 수원지도 존재한다.
“무인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수원지의 여부일세. 다행히 이곳 범도에는 수원지가 있지. 거기에 지하수도 흐른다네. 지하수를 개발하여 놓았으니 수도만 연결하면 될 걸세.”
“감사할 따름이로군요.”
“성공하기를 바랄 뿐이네.”
“그럴 겁니다.”
무임금으로 노동을 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김치의 맛은 이미 검증이 되어 있으니 물류만 어떻게 해결을 하면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었다.
H그룹에서 몇 가지 편의시설을 지어 두기는 하였지만, 아직 범도는 원시림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헬기는 베이스캠프에 내려선다.
거점지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었고 컨테이너 몇 개를 가져다 놓은 것뿐이다.
무인도에 내려오자 날카로운 칼바람이 얼굴을 할퀸다.
휘이이잉!
“으! 추워!”
“빨리 들어가세. 찬바람이 들면 아이에게 좋지 않지.”
“예, 본부장님.”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 등유 난로를 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컨테이너가 훈훈해졌다.
딱딱한 의자에 앉자 본부장이 직접 믹스 커피를 탄다.
커피를 한잔하면서 몸을 녹이는데 본부장이 서류철 하나를 내밀었다.
“지금까지 조사된 내용이네. 지반 조사와 개발 계획, 지금까지 개발된 내용들이 들어 있지.”
“오,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필요한 참이었죠.”
“그럼 계약서를 작성해 볼까?”
“이 자리에서 말입니까?”
“가능하면 빨리 계약을 마치라는 회장님의 지시가 있었지.”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야 감사할 따름입니다만.”
역시 일사천리다.
혹시라도 모르는 문제를 찾기 위하여 계약서를 쭉 훑어보았지만, 계약은 일방적으로 나에게 유리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이런 무인도를 20억에 분양을 해 준다니.
이강노 회장의 호의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곧바로 사인을 마친다.
스스슥.
한철수 본부장도 그룹을 대신하여 사인을 하였고 계약서를 한 부씩 교환한다.
“우리 측에서 이것저것 처리를 하겠네. 등기도 해야 하고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이 있지.”
“그래 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디 성공하기를 바라네.”
“반드시 성공해서 보답하겠습니다.”
“허허허! 보답은 필요 없네. 그저 자네가 얼마나 커나가는지 궁금할 따름이지.”
무인도를 도보로 둘러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무리다.
아내와 수아, 수정이까지 함께 왔고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었기에 가족들과는 봄에 같이 와야 할 것 같다.
물론 그 전에 스켈레톤들을 풀어 무인도는 계속해서 개발해 나갈 생각이었다.
“자, 그럼 돌아가지.”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파티를 벌였다.
파티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었고 질 좋은 한우와 함께 와인을 마시며 오늘의 성과를 자축하는 것이다.
아내와 내가 와인 잔을 부딪치려 하자 기어코 수정이도 끼어들었다.
“나도! 나도 할래!”
수정이는 이미 포도 주스를 대령해 놓고 있었다.
와인 잔에 포도 주스가 채워지자 그럭저럭 와인을 채운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아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고생하셨어요.”
“아빠, 고생하셨어요!”
“다들 고마워.”
챙!
허공에서 잔이 부딪친다.
새삼스럽지만 감개무량이다.
이 정도면 이제 기반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큰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것이다.
내일부터라도 당장 무인도에 스켈레톤들이 투입될 것이며 염전의 조성과 공장들이 들어설 터다지기, 도로 공사 등이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더 많은 언데드를 부리기 위해서는 경지를 높일 필요가 있기는 한데……. 그건 천천히 생각을 해 볼 문제다.
33억 중에서 20억을 지불하고 13억이 남았다.
무인도를 개발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수십억은 깨지지 않을까 싶었다. 인건비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어차피 당장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었기에 아내에게 6억 원이 든 통장을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열어 봐.”
“아니, 이렇게 많은 돈을…….”
“내일부터 영종도에 아파트를 알아보도록 해. 로열층을 5억 정도에 살 수 있을 거야. 나머지는 아파트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도록 하고.”
“이 많은 돈을 받아도 될까요?”
이곳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하려 하니 아내가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발전하는 속도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이 정도로 빠르게 자리를 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순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서 가능하게 된 일이다.
“내가 돈을 버는 이유가 뭐겠어?”
“재기를 위해서죠.”
“재기를 하는 이유는?”
아내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저 미소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내의 행복한 미소를 보기 위해서지. 물론 돈으로 저 미소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돈이 없으면 고통스럽다는 건 겪어 봐서 알고 있었다.
“우리 가족 호강하라고 돈을 버는 거니까. 그러니까 이사하도록 해.”
“당신의 뜻에 따를게요.”
가족을 위해 시작한 일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각오를 했었다. 저 돈을 사업에 다 투자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사업을 위한 사업이 되는 것이지 가족을 위한 사업이 아니게 된다.
그걸 아내도 알아주었다.
“자, 그럼 먹자고.”
배가 터질 정도로 먹고 수정이와 편의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나머지는 다 샀는데 후식을 사지 않았다.
아이스크림과 사이다 등 몇 가지를 사기 위해 나서는 것이었다.
수정이가 빵빵해진 배를 두드린다.
“와, 정말 배부르다. 그치?”
“많이 먹어야 무럭무럭 자라지.”
“아빠, 수정이가 궁금한 게 있어.”
“뭔데?”
“오늘 무인도를 보고 느낀 건데 엄청난 자금이 필요할 것 같았어. 그 땅의 일부만 개발한다고 쳐도 상상을 초월할 것 같아.”
“음……. 나도 스케일이 이렇게 커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냥 소소하게 시작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이순신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내 소유의 섬 우도로 들어가 직접 나무를 베고 공장을 지어 올리면서 천천히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순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H그룹과 청와대에서 도움을 주면서 어마어마한 넓이의 무인도를 받았다.
영종도와 가까웠고 그곳에서 출퇴근하면 30분도 채 걸리지 않은 거리에 무인도가 있었다.
이 정도 조건의 무인도라면 마음먹고 개발을 해야 한다.
염전과 젓갈 공장, 김치 공장, 농장 등을 지어 섬 전체를 활용해야 한다. 그러자면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될 것은 확실해 보였다.
수정이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아무래도 신사업이 필요한 시점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