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64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64화
064
정리(2)
만약 몰래 저격을 했다면 모르겠다.
근처 고층 빌딩 옥상에서 저격을 했다면 총에 맞았을지도 모르지. 아무리 신체 능력이 강화되었다고 해도 머리에 총알이 박히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내심 가슴이 선득해졌지만, 놈들이 멍청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만약 철저하게 계획을 짜고 매복을 해서 저격을 단행했다면 나와 린 모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놈은 총을 꺼내 놓고 쏘겠다고 광고를 했고 덕분에 안정적으로 실드를 펼칠 수 있었다. 당연히 총알은 실드를 뚫지 못했다.
퍼억!
“끄아아악!”
그대로 놈의 팔을 후려친다.
용성대의 팔이 기형적으로 꺾이며 부러졌는데 그를 걱정해 줄 사람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죄다 린에게 팔다리가 썰렸으니까.
“히히! 히히히!”
린은 정말 미친 악귀처럼 웃었다.
만약 린과 마나의 맹약을 하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까?
저런 광기로 숨어다니며 나를 끝까지 괴롭혔을 것이 분명했다. 이제 저 미친 여자는 아군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배신할 수 없도록 심장에 폭탄 하나를 달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장난감으로 죽겠냐?”
“으어. 으어어어.”
사람은 극심한 공포에 휩싸이면 패닉이 오는 법이다.
지금 용성대 회장이 딱 그 짝이다.
괴물과 같은 린의 실력을 보았고 총을 쏴도 죽지 않는 괴물이 둘이나 되었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공포감에 휩싸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확실하게 정신교육(?)을 시켜 두지 않으면 언제 또 악심을 품고 달려들지 모른다.
그에 대한 교육은 린에게 맡기기로 했다.
“야.”
“왜요?”
여전히 반항기가 넘치는 말투다.
하지만 지가 어쩌겠나?
아무리 반항을 한다고 해도 마나의 맹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린이 나를 배신하거나 위해를 가하려고 하는 순간 심장의 마나가 폭주하여 죽고 말 것이다.
“이 늙은이를 좀 교육해라.”
“히히. 정말 그래도 돼요?”
“그래. 죽이지는 말고.”
“옛썰!”
뭐가 그렇게 좋은지 경례까지 척 붙이는 린이었다.
제정신은 아닌 여자였지만 똘기가 넘쳤으니 쓰레기를 새사람을 만드는 일은 충실하게 해낼 것이라고 믿었다.
“랄랄라.”
린은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를 은색 테이프로 용성대 회장을 꽁꽁 묶기 시작했다.
덜렁거리는 팔은 거슬린다는 이유로 린이 억지로 끼워 맞췄다.
꽈드드득!
“끄아아아악!”
그리고 용성대 회장은 게거품을 물었다.
어느덧 내 곁으로 다가온 안성철 실장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저 여자에게 용 회장을 맡겨도 괜찮을까요?”
“흠. 아마 안 괜찮을 겁니다.”
“하하……. 어쩐지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용 회장을 죽여 주는 것이 더 자비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당연히 그게 자비롭죠.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저를 죽이려고 했던 자를 곱게 보내 줄 수는 없죠. 게다가 용 회장이 없으면 Y건설이 미쳐 날뛸 것이 뻔하니 제어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걱정 마세요. 죽이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으니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음…….”
다른 부분은 몰라도 린에 대해서는 신뢰가 안 간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여 주었다.
“죽으면 할 수 없고요.”
저놈은 나를 죽이려 했다.
그러니 린이 교육을 시키다가 죽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에는 녹여서 없애 버리든지 뼈다귀로 만들어 부활을 시키든지 해야겠지.
깔끔하게 상황은 마무리가 되었다.
이 이상 깔끔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용 회장의 지문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공사 포기 각서를 받아 냈다.
흠, 이걸 받아 냈다고 표현을 해도 되려나?
기절한 상태의 용 회장의 손가락을 잠시 빌려 포기 각서에 지장을 찍었다. 어차피 용 회장이 새사람이 되고 나면 절대 다시는 공사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지만 말이다.
린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버스를 두 대나 더 대절했다.
“주인님!”
어딘가 모르게 린의 목소리가 나긋해졌다.
항상 반항을 하던 린이 이렇게 나긋해지니 새삼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여자가 도대체 왜 이러지?
“……왜?”
“다른 애들도 교육을 시켜도 되나요?”
“어…….”
“안 돼요?”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매우 순진무구해 보인다.
곁에서 보던 안성철 실장이 소름이 끼치는 얼굴로 물러났을 정도다. 건달 생활을 수십 년 한 사람이 학을 뗄 정도로 지금 린의 행동은 괴물 그 자체였다.
도대체 교육의 수준이 어디까지일까.
“음……. 죽이지는 않을 거지?”
“네! 병신 좀 만들고 버릴게요! 히히.”
“그, 그래라.”
“감사합니다!”
쪽!
그야말로 기습 키스였다.
비록 이마에 키스를 한 것이지만 나는 그대로 손수건을 꺼내 박박 문질렀다. 안성철의 소름이 여기까지 전염이 된 것 같다.
“으으으.”
“히히히. 헤헤헤.”
먹잇감을 노려보는 맹수의 눈이 아마도 저럴 것이다.
새삼 린이 적이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린은 200명이나 되는 인원을 모조리 실어서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하하하.”
영혼 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안성철에게 포기 각서를 내밀었다.
“일이 끝났군요.”
“이거……. 용가리파가 내일 멀쩡하게 있을까요?”
“절대 멀쩡하지는 않을 겁니다만.”
“설마 200명이나 되는 인원을 모조리 토막 쳐 버리는 건.”
“에이,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저하고 약속했으니까요.”
“파, 팔다리를 잘라 버리는 건 아니겠죠?”
“음. 그건 모르겠습니다.”
아닌 말이 아니라 정말 모르겠다.
나는 죽이지만 말라고 명령을 내렸고 그 이후의 일은 모조리 린에게 맡겨 놓았다.
과연 그녀가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할지는 말해 주지 않았다.
이거, 일을 시켜 놓고서도 약간의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나는 곧 고개를 흔들었다.
나를 죽이려 한 놈이었으니 그대로 두면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렇다면 그냥 삭초제근을 해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화가 걸려 왔다.
한철수 본부장의 전화였다.
“예, 본부장님.”
-허허허! 일을 아주 깔끔하게 처리했다는 말은 들었다네.
“NK에서 들었습니까?”
-그래. 포기 각서에 지장도 받고 아예 용가리파를 쓸어버렸다면서?
“그렇게 됐습니다.”
-허허허! 역시 자네일세. 자네라면 해낼 줄 알았지!
한창 이순신 프로젝트로 바쁠 한철수가 이렇게 전화를 다 했을 정도라면 일 처리가 정말 깔끔하게 끝난 것 같다.
뭐, 그다지 깔끔하지 않아도 H그룹 정도면 그렇게 만들 능력은 충분히 있었다.
어디까지나 이 전쟁에서 승리하였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걸로 삽을 뜰 수 있게 되었어. 내일부터 당장 철거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네. 정말 고생 많았네.
“별말씀을.”
-그래도 약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군. 자네가 NK 건달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지닌 건 알고 있네만, 용가리파 녀석들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게릴라전이라도 펼치면 좀 골치가 아플 걸세.
“음…….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뭔가 조치를 취했나?
“예. 확실하게 조처했습니다.”
-자네를 믿겠네.
“감사합니다.”
-아, 대금은 오늘 지급이 될 걸세.
한철수와 통화를 종료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문자가 왔다.
띠링!
“빠르네.”
통장에는 바로 30억이 꽂혔다.
오늘 준다고 하더니 전화가 끝나자마자 들어온 것을 보면 과연 H그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처 아파트 상가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 아마 이것도 알아서 깔끔하게 처리를 해 줄 것이다.
아파트 상가에 관한 내용도 분명히 계약서에 들어가 있었고 한철수는 결코 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계약서보다도 확실한 것이 바로 한철수와의 구두 약속이었다.
“뭐, 잘 처리가 됐으면 된 거지.”
그나저나 린에게 끌려간 놈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건 내일쯤 확인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서울 한가운데 존재한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음침한 지하 무덤.
서울 외곽의 야산을 통째로 매입하여 만든 곳이었고 언데드 병사들이 소총을 들고 무장 경비를 서는 구역이다.
넓은 홀에 2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묶여 있었다.
린은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실험체(?)들을 바라봤다.
“드디어 훌륭한 연구 재료들을 얻었어!”
린이 연구를 하고 있는 건 과연 인간이 어느 정도로 마이너스 에너지를 발출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다.
대기 중에는 마나가 있었고 그 안에는 마기도 녹아 있다.
마기는 인간이 마이너스 에너지를 발출하면 따로 분리가 되어 나왔는데 절망이나 공포, 적개심, 분노 등 온갖 좋지 않은 감정들이 터지면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한계점을 실험하는 것이 바로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연구였다.
우선 린은 공포를 조장하기 위하여 좀비들을 수십 마리 끌고 왔다.
당연히 제대로 된 녀석들은 아니었고 내장이 흘러나온다거나 얼굴이 반쪽 정도 날아갔다거나 썩은 핏물이 질질 흘러내리는 악질적인 놈들이다.
좀비들은 200명이나 되는 인원들을 깨웠다.
퍼억!
“커어억!”
퍼어억!
“끄아아악!”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의 보스인 용성대 회장을 깨웠다.
“헉! 히이이익!”
용성대는 눈앞에서 얼굴이 기괴하게 터져 나갔고 가슴 부분이 뻥 뚫려 움직이는 좀비들을 바라보며 기겁했다.
그건 다른 조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괴, 괴물이다!”
“살려 줘!”
“이건 꿈이야!”
“헤헤헤. 꿈 아닌데?”
“이런 미친 마녀가!”
“그럼 다져 볼까?”
퍼어억!
“끄아아악!”
우선 그녀는 팔다리 하나씩은 꺾어 버리고 시작했다.
그래도 나름 건달들이라 깡 하나는 알아줬는데 그것도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덧없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린은 떨어지는 피를 맞으며 웃었다.
“우히히! 우히히히!”
아름다운 미녀가 그러고 있으니 더욱 기괴하다.
사람들의 표정은 점점 공포로 물들어 갔다.
다음 날 아침.
꽤나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오늘은 각 타워 청소를 마무리하고 바로 신용산 지구로 향할 것이다. 그곳에서 H그룹으로부터 받은 땅을 점검하고 공사 계약을 체결한다.
공사는 H건설에서 직접 시공을 하게 될 것이며 총 15층짜리의 빌딩이 들어서게 된다. 공사도 거의 원가로 이루어질 것이며 단순노동을 위한 인부들은 내가 제공을 할 것이니 실제 공사비는 더욱 절감될 예정이다.
이 정도면 신용산 지구를 명도하게 되면서 꽤 많은 이익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여보. 기분 좋아 보여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이번에 신용산 지구 있잖아? 거기에 내 소유 빌딩이 들어서게 될 거야.”
“정말이요?”
“그래. 유명해지니 좋은 일도 다 있네.”
“축하드려요.”
“이게 어디 나만 축하받을 일인가? 우리 모두 축하를 해야지.”
아내는 기뻐해 주었지만, 크게 물욕은 없었다.
내 사업이 잘되는 것이 기쁜 거지 재산이 늘어나서 기쁜 기색은 아니었다.
“어?”
뉴스를 보던 수정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저거 봐요, 아빠.”
뉴스에서는 Y건설 회장으로부터 중책들까지 죄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한마디로 말해 용가리파 모든 간부들이 단체로 미쳤다.
당연히 린 정도로 똑똑한 여자라면 증거 따위는 남기지 않았겠지. 그나저나 어떻게 하루 만에 사람의 정신을 저 지경으로 망가뜨릴 수 있을까?
역시 린이라고 할까.
용가리파 놈들은 저래도 싸다. 나를 죽이려고 했으니까.
이런 걸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