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68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68화
068
흑마법의 기원(2)
“내려서 확인해 보도록 하자.”
사실 요 며칠 동안은 무인도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4서클에 오르기 위해 휴전선 부근을 찾기도 했고 내륙의 사업들을 신경 쓰느라 무인도를 좀 등한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에 내 미래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10만 평 이상의 섬을 통째로 개발하여 하나의 거대한 공장으로 만들면, 이곳에서 어마어마한 상품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김치 사업을 하게 되겠지만, 그걸로 끝나지는 않는다.
김치 공장이야 기껏해야 수천 평을 잡아먹을 뿐이니 그 밖의 사업들도 고려를 해야 한다.
무인도 개발을 담당하게 될 훌륭한 인력이 도착했다.
“이건 뭔지 알겠지?”
“염전이잖아요?”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쪽에는 죄다 염전을 만들 계획이지.”
“동쪽은 어떤가요?”
“항구와 양식장 등의 부대시설들이 들어가야지.”
“하……. 지금 양식장을 만든다고 했나요?”
“당연하지. 하는 김에 김 공장도 만들자.”
“방금 생각해 내신 거죠?”
“그럴 리가 있나? 김과 김치는 찰떡궁합이잖아. 그러니까 함께 출시하면 먹힐 거야. 예전에 내가 운영하던 한식집이 있었는데 김 맛이 아주 기가 막혔지. 거기서 직접 구웠거든.”
한정식집을 운영할 때에는 아침마다 김 굽는 냄새가 진동했었다.
들기름과 소금, 몇 가지 조미료를 섞어 만들어 낸 김은 아주 인기가 좋았다. 그 당시에는 김치든, 김이든 레시피를 팔아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었다. 하지만 굳이 공장까지 차리지 않아도 잘나갔기에 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는 조금 후회가 들기도 한다.
“흠. 저건 뭔가요?”
“자하젓 공장.”
“자하젓이라면.”
“서해 특산품이지. 사실, 인천에서는 잡을 수 없고 남쪽으로 좀 내려가야지.”
“작은 새우를 말하는 건가요.”
“그래.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우지. 내가 만들 김치의 핵심 재료이기도 하고.”
“하……. 고작 하는 것이 김치 공장이라니.”
퍼억!
“아악!”
“가업이다.”
“으……. 그만 좀 때릴래요? 이러다가 멍청해지겠어요.”
“네가 더 멍청해질 머리는 있고?”
“으, 진짜.”
“진짜 뭐?”
그녀의 눈에 살짝 핏발이 섰다.
금제가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겠지.
하지만 어쩌겠나? 그러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할 거다. 나에게 위해를 가하는 순간 심장이 터져 죽을 테니.
그녀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런 내기는 하는 게 아니었는데.”
가볍게 그런 이야기는 무시를 해 준다.
지금은 물이 꽤 빠져나갔을 시기다.
개펄에서는 무언가가 설치되고 있었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구조체였다. 수정이에게 명령을 받은 대로 단순 반복 노가다를 하고 있는 거다.
“저거 설마 죽방렴인가요?”
“오, 죽방렴도 알아?”
“남해에서만 하는 줄 알았는데.”
“꼭 죽방렴이라고 해서 남해에만 설치할 필요가 있나?”
“아오, 이런 인천 똥물에서 잡고 만들어 낸 것들이 맛이 나겠어요?”
“인천 바로 앞바다도 아니고 영종도에서 꽤 떨어진 곳이야. 괜찮지. 이 정도면.”
“그건 주인님 생각 같은데…….”
“더 맞고 싶냐?”
“아니요.”
인천은 도시였지만 그곳에서 꽤 거리가 있는 이곳에서라면 상당히 청정한 지역이라 볼 수 있었다.
나중에 광고할 때에도 그런 식으로 해야겠지. 아니면 그냥 국산이라고 표시를 해도 된다.
인천에서 만들었건 뭐건 국산인 건 맞았으니까.
섬 외곽은 도로 공사가 깔끔하게 되어 있었는데, 가로수도 있고 인도도 있어 꽤 많은 돈이 투자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도로에서 좀 벗어나자 언데드들이 부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삽과 곡괭이를 들고 아주 세세하게 돌을 골라내며 밭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에는 기계가 발달하여 아주 간단하게 밭을 갈아엎을 수 있었지만, 사실 사람 손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벌써 수천 평이 개간되어 있었는데 그걸 본 린은 혀를 내둘렀다.
“이건 뭔가요?”
“뭐기는? 밭이지.”
“설마 여기서 직접 농사를 지어서…….”
“정답이다.”
“하! 이런 고급 인력들을 겨우 농사에 사용한다고요!?”
“너는 농사짓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구나? 24시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농부가 50명이면 수만 평 농사를 짓는 곳도 가능하지. 여기서는 배추와 쪽파, 마늘 등 김치에 필요한 작물들을 심게 될 거다.”
“그러기에는 땅이 좀 아까운데.”
“그으래? 그럼 근처 무인도도 구매를 해서 밭을 갈아야지.”
“취소! 땅이 전혀 아깝지 않아요!”
“이미 결정했다.”
“아, 썅! 큭!”
그녀는 다시 가슴을 쥐었다.
금제가 걸려 있다는 걸 잊은 건지 그냥 멍청한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단은 여기까지다.
이제 창고들이 지어지고 있는 중이었으니 무인도 개발이 완료되는 데에는 24시간 풀 오토로 돌려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물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속도로 개발이 된다는 것은 장담할 수 있다.
대충 섬을 둘러보고 거점으로 돌아온다.
항구 앞에는 간이 사무실이 있었다.
컨테이너 박스 하나를 가져다 놓은 것뿐이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한 거점이라 할 수 있었다.
“해야 할 일은 알겠지?”
“제가 뭘 해야 하는데요?”
“장난하냐? 양식장도 만들고 공사장에 인부도 투입하고 밭도 갈아야지. 염전 공사도 아직 안 끝났다.”
“…….”
그녀는 인상을 팍 썼다.
그래도 욕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그랬다가는 다시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내 팔자가.”
“농사는 숭고한 일이야.”
“지금이 조선시대인가요? 농사가 숭고하다니. 다 기계가 짓는 거지.”
“사람 손만 할까? 물론 기계도 들여오기는 할 거다. 농부 출신 악령들이야 많으니 그들을 배치하면 알아서 잘할 거다.”
“흥.”
그녀는 그렇게 돌아섰다.
말은 저렇게 해도 벌써 어부 출신, 농부 출신 악령들을 언데드의 육체에 삽입하여 일을 시작하게 하였다.
역시 흑마법은 위대하다.
굳이 나에게 농업이나 어업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평생 그 일에 종사하였던 악령을 집어넣으면 간단한 일이었다.
사무실에 앉아 주해본을 폈다.
정확하게는 원본은 아니었고 복사본이다.
내가 찾는 것은 차원 이동에 관한 내용이었다.
“여기 있군.”
워낙 내용이 방대하여 아직 독파하지 못한 주해본이다.
거의 끝부분에 차원 이동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흑마법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흑마법서 원서는 워낙에 내용이 함축되어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상당 부분은 의역을 하였다. 그렇게 의역된 부분에 대해서는 역대 선배들이 자신을 실험체로 쓰면서 수정되었고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지구에는 흑마법사들이 우리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거다.]“음?”
서론 부분에서 상당한 정보가 등장하였다.
물론 지구에는 수정이와 나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증거로 린을 노예로 삼았고 말이다.
그런데 주해본의 뉘앙스로 보니 린을 넘어 아예 흑마법사 단체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고대의 단체들은 워낙에 함축적인 흑마법서를 해석하기가 어려워 차원 이동 마법진을 연구하게 되었다. 마법서의 발원지인 카렌 대륙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어떻게든 해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차원 이동은 딱 한 번 이루어졌다. 고대 가톨릭이 세상을 뒤덮었던 시절 유명했던 마녀 이시리스가 바로 주인공이다. 이시리스는 오랜 연구와 수련 끝에 7서클에 도달하였으며 드디어 차원의 문을 열었다.그녀의 기행문에 따르면 카렌 대륙은 어둠에 휩싸인 지옥이었고 반쯤은 멸망한 세계라고 기록하고 있다.
멸망한 세계.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그곳에는 기괴망측한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간신히 그들을 막아 내고 있는 형국이라고 보면 된다. 그로부터 수백 년이 흘렀고 이시리스는 수십 년 만에 지구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보면 난해한 부분이 모두 해석되었고 현대 흑마법의 시초를 그녀가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7서클이라.”
혀가 내둘러지는 집념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나는 지금도 어떻게 하면 5서클에 오를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그게 가능할지도 의문이었고 말이다.
우선 궁금증은 해결했다.
흑마법의 발원지가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 그것도 다 망해 가는 차원에서 넘어왔다는 것이었고 인간이 오를 수 있는 한계로 여겨지는 7서클에 도달하면 차원 이동 마법진을 그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고맙게도 차원 이동 마법진은 잘 표시가 되어 있었다.
7서클에 오르는 것이 불가능해서 그렇지, 일단 오르기만 하면 어둠의 세계라 일컬어지는 카렌 대륙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넘어갔으니 좌표만 알면 넘어올 수도 있었다.
이 좌표의 개념부터 이해를 하고 공부를 오래 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 머리로는 불가능해도 수정이 정도라면 완전히 차원 이동 마법과 흑마법에서 말하는 좌표의 개념도 이해할 수 있겠지.
원칙적으로는 한 번 가 본 곳은 이동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차원 이동을 하는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멀었고 노력을 거듭하여 그 경지에 이른다고 해도 내가 넘어갈지는 의문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차원 무역을 통하여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면 꼭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여기서만 해도 나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명성도 얻었고 그로 인하여 사업의 기반이 탄탄하게 다져지고 있었다.
괜히 지옥이라고 불리는 카렌 대륙으로 넘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반쯤 멸망한 지 몇 세기나 지났고, 지금쯤이면 완전히 괴물로 뒤덮였을 수도 있다. 괜히 내가 판도라의 문을 열어 버리는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촤륵!
그보다는 5서클로 향하는 길이 있나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 나는 강화된 언데드와 메이지 등을 100마리나 뽑을 수 있었다.
5서클에 이르면 500마리 정도의 언데드를 뽑을 수 있고 6서클에 이르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종국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군단을 만들 수 있다고 하니 거기까지 가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돈은 싹싹 긁어모을 수 있을 것이다.
주해본은 7서클 마법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거기까지 가는 길도 비밀 없이 해석이 되어 있다.
[4서클에 오르기가 어렵지, 5서클로 가는 길은 비교적 간단하다. 더 많은 악령을 심장에 붙잡고 세력을 키운다. 또한, 음기가 가득한 곳에서 흑마기를 응집시킬 수 있는 마법진을 깔아 놓고 밤낮으로 매진한다면 충분히 5서클까지 갈 수 있다. 대부분의 흑마법사들은 3서클에서 올라가지 못한다. 악마와 계약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거기까지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인생 50년은 금방이다. 겨우 그 시간을 위해 영원히 영혼을 저당 잡히지 않기를 바란다.]“인생 50년이라.”
지금에 이르러서는 꽤나 괴리감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여 이제는 100세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어린이 사업이 아니라 시니어 사업이 더 잘되기 시작하였고 지금 50살이면 이제 인생이 반쯤 온 것으로 봤다.
재정적으로 가장 탄탄할 시기였으며 인생의 완성이라고도 불리는 50대가 끝이라니. 주해본을 쓴 자도 꽤나 오래전 사람인 것 같았다.
음기가 가득 모이는 곳.
음기를 모을 수 있는 마법진도 자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악귀들만 충분히 모을 수 있다면 5서클로 가는 것도 꿈은 아니다. 5서클에 이르게 된다면 나 하나가 중견 기업 수준의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