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75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75화
075
구출 작전(1)
“이를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목숨을 거는 일인데.”
“오호, 그렇군요.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실패를 한다면 50억 정도로 책정하겠네. 도의상 그 정도는 주어야 타산이 맞지 않겠나.”
“제 목숨은 걱정 마십시오. 특수한 슈트를 입고 있어 어느 정도는 방어가 가능합니다.”
“자네 신기술이 빛을 발휘할 때지.”
“미국에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군사적인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니까요.”
“알겠네.”
기술을 팔 수 있다면 팔겠지만, 이건 거래가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흑마법을 내다 팔 수는 없지 않은가.
헬기는 20분도 되지 않아 공군 비행장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전투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자, 타지.”
“본부장님도 가십니까?”
“명색이 총책인데 가야지.”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만.”
“허허허. 이런 절호의 기회를 어찌 마다하겠나. 남자는 모험을 해야 할 때가 있지.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하네.”
대단한 늙은이다.
이제 곧 있으면 은퇴를 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정력적으로 활동을 하다못해 목숨까지 건다.
과연 회사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회사는 내 자식과도 같아. 내가 명색이 창립 멤버 아니겠나.”
“H그룹에서 얻는 이익이 정확히 뭡니까?”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이지. 지금 중동 정세가 좀 그래. 곧 있으면 원유가 치솟을 거야. 두 배? 어쩌면 그 이상 치솟을지도 모르지.”
“어떤 일이 있어도 낮은 가격에 석유를 공급하겠다는 그 말이군요.”
“그러네. 원자재 공급도 그렇고 미국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을 주기로 하였지.”
“그 가치가 꽤 되겠습니다.”
“허허허. 그러니 잘 부탁함세.”
“걱정 마십시오.”
가능하면 본부장의 목숨까지 지킬 생각이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라도 본부장이 시리아에서 죽어 버리면 나도 사업을 펼치는 데 타격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이잉!
안성철과 이대근은 일명 K라고 불리는 린과 함께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배에는 수십 명의 다 닦아 직원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그들은 다 닦아 직원들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모조리 건너가면 대통령을 구출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다못해 시신이라도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이번 의뢰는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형님. 대체 아까 그건 무엇이었을까요?”
“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유성 사장에 관한 내용 중에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있었냐?”
“그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알면 다친다. 그 정도는 알 텐데?”
“궁금해서 그러죠.”
이대근은 쭈뼛거리며 린에게 다가갔다.
브레인이라고 불리는 이대근은 궁금증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안성철은 놈을 말리려고 하다가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린 님.”
“뭐야?”
린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유성 사장뿐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린에게 질문을 걸고 있었으니 이대근이야말로 배짱이 보통은 넘었다.
“아까 그건 과학입니까?”
“멍청한 놈. 그게 과학으로 보이냐?”
“그럼 대체 뭡니까?”
“나에게 영혼을 팔고 노예가 된다면 알려 줄게.”
“노, 노예요?”
“안 그래도 요즘에 시체가 좀 필요하거든. 죽으면 귀신이 될 테니 그때 불러서 알려 줄게. 어때? 공평하지?”
“아, 아닙니다.”
“알려 준대도?”
“죄송합니다! 못 들었던 걸로 하겠습니다!”
“하. 남자 새끼가 깡다구가 없네. 궁금해 죽겠으면 죽고 나서 물어보면 되지.”
“…….”
이대근은 린의 사고방식에 혀를 내둘렀다.
인간이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했다. 극소수를 제외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은 없을 거다.
안성철이 혀를 차며 말했다.
“거 봐라. 본전도 못 뽑을걸.”
애초에 저런 미친 여자에게 말을 건다는 자체가 잘못이었다.
시리아 내전.
2011년에 시리아의 독재자인 알바드 대통령의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에서부터 시작하였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낙서를 학교 담에 적었고 정부에서는 당사자를 체포해 고문했다. 학생들은 이에 낙서를 한 당사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이들에게 발포를 하면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민주화 시위.
정부에서는 시위대를 매번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점차 무장투쟁의 형식으로 바뀌어 생화학무기까지 투입되는 최악의 참사가 일어났다.
시리아 사태는 종교 갈등으로 인하여 더욱 복잡하게 진행되었는데, 흔히 알고 있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수니파임에도 불구하고 시아파 분계인 알라위파가 요직들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양측의 전쟁은 더욱 격렬해졌다.
여러 가지 사건들을 지나 미국에서는 반군을, 러시아에서는 정부군을 지원하며 대리전 양상까지 치달았는데, 2017년 미국과 러시아 대통령의 휴전 합의로 일단 사태가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반군, 즉 민주주의를 표방한 대통령을 내세워 몇 년간 평화로웠기에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하였는데 2차 내전이 터졌다.
이 과정에서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가 불타고 미국과 러시아가 다시 개입하면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개판이네.”
사실 시리아는 내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나라였다.
죽는 사람들이야 안타까웠지만 나와는 별개의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개입을 하게 되니 시리아 내전이 얼마나 개판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죠. 개판이죠.”
CIA 부국장 캐서린의 답변이었다.
미국이 나서면서 어쩔 수 없이 정보원들이 가동되었다.
국장이 직접 올 수는 없었고 캐서린 부국장이 정보를 총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10분 전에 비행장에서 내려 헬기를 타고 다마스쿠스 심장부로 향하는 중이었다.
“지도 있습니까? CIA이면 대통령궁과 주변 지도가 있을 걸로 보이는데요. 벙커로 향하는 지도도 있을 것 같은데요.”
“네. 있어요.”
캐서린 부국장은 순순히 지도를 내밀었다.
대통령궁 주변과 지하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표기되어 있었다.
“이건 뭐.”
“고대에서부터 사용하던 지하 미로가 있어요. 지하 미로를 지나면 더 깊게 내려가는 벙커가 있는데……. 미로를 지나다가 피격된 걸로 보여요.”
“토마호크에 맞았다고 했나요?”
“네.”
“이거 살아 있기가 힘들 것 같은데…….”
“지금 그래도 정부군이 득세를 하고 있어요. 만약 대통령이 죽으면 민주화는 물 건너가죠.”
당연히 개소리다.
민주화도 민주화지만 미국도 바라는 바가 있어 개입을 한 거다.
미국의 국익에 부합이 되니 개입을 한 거지 절대 인도적인 차원이 아니었다. 국제 관계에서 인도주의가 통할까.
예나 지금이나 그런 산타클로스는 없다.
“난민이 1,200만 명이 넘는다고요.”
“그러니 개입을 할 수밖에요.”
내전 발발 전 인구가 2,100만이었다.
그런데 난민이 1,200만 명이 넘는다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난민이 되었다는 소리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TV에서 난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관심을 껐는데 새삼 심각함이 느껴진다.
“후우. 어쨌거나 제가 할 일은 가서 대통령의 시신이라도 찾아오면 되는 거군요?”
“내각 장관들이 대거 지하에 있어요. 구조물이 워낙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저희는 손을 못 대고 있는 지경이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H그룹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그러니까 아직은 나를 믿을 어떤 근거도 없는 셈이었다.
물론 무작정 나를 데려온 것은 아니다.
“이순신 프로젝트를 주의 깊게 보았어요. 조류의 흐름 전체를 막아 버리고 거대한 거북선을 상처 없이 끌어 올리는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죠.”
“그렇군요.”
“과학이 아닌 다른 무언가라고 생각이 되기는 하지만.”
“……!”
순간적으로 신음이 흘러나올 뻔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정보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CIA였다.
어느 정도는 과학을 뛰어넘는 무언가라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확신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한 방 먹으셨나요?”
40대 중반의 부국장이다.
그 나이에 부국장이 되었을 정도라면 실력이 엄청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몇 가지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그런 판단을 내리다니. 역시나 허술하게 볼 위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번 일이 끝나면 CIA와는 작별이다.
하지만 캐서린은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저희도 귀하를 주시하고 있는 중이죠.”
“제가 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요.”
“죄를 짓지는 않으셨죠. 그래도 어떤 신비한 능력을 지닌 건 맞으시죠. 이를테면 초능력이라거나?”
“허허허! 부국장. 그건 너무 나갔소.”
한철수가 커버를 쳐 주었다.
캐서린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몇몇 요원들은 당신이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어요. 저희가 윈윈하는 관계가 될지도 모르니 그냥 밝혀 주시는 것이 어때요?”
“……사양하죠. 애초에 그런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아, 그러시구나.”
전혀 표정은 그렇지 않은데 말로만 그리 말하고 있었다.
만만한 사람이 결코 아니다.
설마 한국 정부에서도 나를 그리 생각하고 있나?
아무래도 앞으로 좀 더 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저 멀리 처참하게 무너진 대통령궁이 보인다.
토마호크에 맞아 완전히 뭉개진 모습이다. 토마호크 자체가 벙커를 무력화시킬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는데 과연 저렇게 엉망이 된 가운데 정부 인사들이 살아 있을지는 모르겠다.
지금 열심히 린이 전용기를 타고 날아오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직원(?)들을 데리고 도착할 때까지는 내가 혼자서 탐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헬기가 대통령궁 앞에 내려선다.
미군과 정부군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함부로 저 안으로 진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언제 무너질지도 몰랐고 괜히 내려갔다가는 희생만 늘어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캐서린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무운을 빌게요.”
“별말씀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 뭔가 필요하시면 언제라도 말씀해 주세요.”
“그러죠.”
이제 나의 무대다.
미국에서, 정확하게는 캐서린이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의심을 한다고 해도 별수 없지.
어쩌면 그걸 이용해서 좀 더 그들을 뜯어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장은 폴리스 라인으로 길게 둘려 있었다.
시리아 현지 경찰과 군인들은 물론이고 일부 미군 병력도 보인다.
미군은 어디까지나 치안 유지군으로 활동하였다. 러시아와 대리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었지만 직접 전투는 지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이 대리전이지 실질적으로는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누가 승자가 될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저 이곳에서 할 일이나 하고 빠지는 것이 신상에 이로웠다.
1차 시리아 내전에는 반군이 승리하였다. 그 반군의 수장이 지금 저 밑에 갇혀 있는 대통령 이시스다.
아히드 랍 이시스.
올해 69년생으로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하며 지하에 고립되어 살아 있기만 한다면 며칠 정도는 버틸 것으로 보인다.
캐서린 부국장이 그 앞에서 선언하듯이 말했다.
“이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