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76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76화
076
구출 작전(2)
“이틀이라고요?”
“예. 그 안에 구출하지 못하면 저희가 움직이겠습니다.”
“대충 봐도 중장비를 동원하면 무너질 것처럼 생겼는데요?”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요. 대통령이 고립되어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곳을 지키기 위하여 다른 이들을 죽일 수는 없어요.”
“꽤나 냉정하군요. 이시스는 당신들 사람 아니었습니까?”
“저희도 어쩔 수가 없네요.”
이틀이라고 한다.
린이 인부들을 데려오면 이틀 안에 구해 낼 수 있다. 하지만 린은 지금 전용기를 타고 날아오는 중이다. 밤은 되어야 도착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하루 정도는 더 필요할 수도 있다.
“3일로 하죠.”
“3일이라.”
“일단 밤까지는 제가 구조 작업을 벌일 겁니다. 그리고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이 밤에 도착합니다. 그들에게 최소한 이틀 반 정도는 주어야죠.”
“알겠습니다. 딱 3일입니다.”
캐서린은 차를 타고 사라졌다.
CIA 부국장이라면 나름 요직이니 현장에서 직접 지휘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
한철수 본부장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3일 안에 가능하겠나?”
“어차피 그 이상 가면 위험합니다.”
“그렇기는 하지.”
혹시나 고립된 사람들이 탈진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끊임없이 물을 뿌려 주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깊은 지하까지 도달할지 미지수였고 도달한다고 해도 상당히 오염이 되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3일이 아니라 하루 안에 구해야 한다.
일찍 구할수록 미국에서는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겠지. 거기까지 계산을 마쳤다.
“3일이라고는 했지만, 오늘 밤 안에 적어도 내일 안에는 구할 생각입니다. 혹시나 몰라 시간을 넉넉하게 잡은 거죠.”
“허허허! 역시 자네일세. 무너진 건물을 보면 간신히 구조물들이 버티고 있는 형국이야. 중장비를 대는 순간 무너지겠지. 전문가들도 그걸 알기에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네. 자네라면 어떤 방법이 있겠지.”
“물론입니다.”
방법은 간단하다.
스피릿 필드를 펼쳐 구조물을 붙잡고 잔해를 최대한 빠르게 걷어낸다.
언데드 30마리면 하루 만에 다 치울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혼자 사람들을 구할 생각인가?”
“비교적 지상 가까운 곳에 묻힌 사람들을 구해야겠죠.”
“그럼 부탁하네.”
“그래도 위험하니 가능하면 멀리 피해 계시기 바랍니다.”
“허허허. 어차피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이네. 걱정 말게.”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고 해도 목숨을 잃으면 끝이죠. 물러나 계십시오. 뭔가 할 말이 있으시면 무전을 하시면 됩니다.”
“고맙네. 이 늙은이의 목숨도 걱정해 주어서.”
“별말씀을. 한 본부장님이 계셔야 저도 편하게 사업을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돌아가시면 곤란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몸을 돌렸다.
한철수 본부장은 캐서린이 지휘를 하고 있는 상황실에 도착했다.
상황실은 지하 벙커에 마련되어 있었으며 오래전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대통령궁 주변에는 이런 시설이 몇 개 정도는 상비가 되어 있기 마련이다. 일종의 비상 대피소다.
여기서는 폭격을 맞아도 무사하였기에 CIA 본부가 꾸려졌다.
이곳에서는 끊임없이 정보가 교환되고 있었다.
“이유성 씨가 탐사를 시작합니다.”
“혼자 탐사라니. 영 못 미더운데.”
애초에 건축에서는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진 H그룹에 맡긴 것도 워낙 구조물들이 위험하게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H그룹에서는 이유성 사장을 데려왔다.
과학 기술에 있어서는 그를 쫓아갈 수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캐서린은 이유성 사장의 프로필과 그가 지금까지 해 온 업적을 고려하여 승인했다.
그리고 지금은 혼자 잔해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곳에는 카메라를 설치하였다. 그렇기에 아직은 이유성 사장이 무엇을 하는지 면밀하게 살필 수 있었다.
“음? 저건 뭐지?”
“탐사 장비 같습니다.”
언젠가 한철수 본부장도 본 적이 있는 탐사 장비였다.
상당히 고가의 물건으로 생각을 하였는데 그게 여기서도 사용이 될 줄은 몰랐다.
“이순신 프로젝트에 사용된 장비군요.”
“오셨군요.”
“이유성 사장은 저 장비를 사용해서 거북선을 발견했습니다. 이번에도 저걸 사용하려는 모양입니다.”
“저 장비는 뭐죠?”
“저도 모르죠. 그저 고가의 장비가 아닐까 짐작은 합니다.”
“어? 카메라에 뭔가 잡힙니다.”
“뭐라고 쓰여 있나요?”
지이잉!
카메라가 탐사 장비를 클로즈업한다.
(주)영진문구
희망 소비자가 8,000원
“이렇다는데요.”
“…….”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문방구에서 파는 장난감이라는 뜻이다.
캐서린이 한철수 본부장을 쳐다본다.
“설명 좀 부탁드려요.”
“아……. 흠. 저건 위장입니다.”
“위장이요?”
“그 속이야 어쨌든지 껍데기야 위장을 할 수 있는 거죠.”
“무엇을 위해 위장한다는 건가요?”
“지금과 같은 사태를 위해서죠.”
“설마 저기에 우리가 카메라를 달았을 거라고 예상을 했다는 건가요?”
“그 가족력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딸들이 천재죠. 부인도 범상치 않은 내력을 지녔습니다. 이유성 사장이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보면 천재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만. 이 정도는 예상했겠지요.”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꽤 잘 넘겼다고 생각하는 한철수 본부장이었다.
‘저 사람도. 장난감 껍데기를 씌워 놓다니. 하기야, 기밀을 그리 강조를 하였으니.’
당연히 저건 기밀이어야 한다.
설마하니 국제 정세와 정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상황에서 장난감을 들고 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을 노리고 장난감으로 껍데기를 씌웠다면 이유성 사장의 정치 감각이 탁월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을 예상한 것이었으니까.
“어? 이유성 씨가 잔해를 치우고 있습니다.”
“잔해는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잘 치우고 있군요. 구조물들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 저게 가능한가요?”
“구조적으로는 불가능하죠.”
당연히 이 자리에는 구조 전문가도 있다.
뭐 하나만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질 거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유성 사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잔해를 치우고 있었다.
한철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말씀드렸지 않소. 이유성 사장은 이런 분야의 전문가라고.”
지상 1층 폭파 현장.
삑! 삑!
문방구에서 산 장난감이 요란한 소리를 낸다.
예전에 사용하던 것을 건전지만 바꿔서 가져왔다.
당연히 이건 페이크였고 악령들을 이용하여 탐사를 하는 중이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살아 있었다. 물론 죽은 자들도 많았지만, 얼추 반 정도는 살아남아 있다. 그중에서는 위급 환자도 꽤 됐다.
여기서 내가 구하지 않는다면 죽어 나갈 사람들.
그렇다면 위급 환자부터 구한다.
그 전에 대통령이 어디에 깔려 있는지 봐야 한다.
휴대폰으로 대통령의 얼굴을 악령들에게 알려 주었고 백 마리 이상의 악령들이 잔해들을 통과하고 있었다.
“여기 있었군.”
촤악!
지도를 편다.
이시스 대통령은 가장 깊은 지하에 깔려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에 고립되었고 팔이 하나 부러진 것 이외에는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문제는 탈수였다.
거기까지는 물이 도달하지 않아 굉장히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내일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탈수야 되겠지만 죽지는 않을 테지.
‘다 치우려면 상당히 힘들겠는데. 린이 밤에 도착하면 아침까지 꼬박 작업을 해야겠군.’
사실 이틀도 필요 없었다.
만약 어떤 변수가 발생한다면 시간이 필요하였기에 3일을 달라고 하였을 뿐이다.
내일 잔해를 다 치우고 대통령을 구출하면 어떻게 될까?
CIA 부국장이라는 캐서린의 얼굴이 볼만할 것 같다.
첫 번째 구조를 시작한다.
구조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여기서 뭐 하나만 잘못 빼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우선 스피릿 필드를 쳐서 구조물들을 고정한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잔해들을 걷어냈다.
마법을 사용하면 간단한 일이지만 보는 눈이 많았기에 그저 개조 슈트를 이용하는 것처럼 손으로 잔해를 걷었다.
“으으으.”
콘크리트 바닥에 깔려 있는 사람이었고 두 다리가 부러져 있었다.
그 외에는 별다른 외상은 없다.
“구조하러 왔습니다.”
아랍어는 몰랐기에 영어로 말했다.
상대방도 영어로 대답했다.
“살려 주세요.”
“걱정 마세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다.
이 나라에서는 여자 몸에 함부로 손을 대도 되나 모르겠다. 구조도 여성 대원이 따로 있어 그들이 여성을 구조하는지는.
생명이 달린 일이니, 문제 삼지 않겠지.
우선 근처의 나무로 부목을 댄 후에 둘러업었다.
밖으로 나오자 구급대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병원으로 모셔 가세요.”
“예!”
지금부터는 더 빠르게 움직여야겠다.
중상 환자들이 많았고 내가 여기서 많은 사람을 구할수록 인지도는 올라갈 것이다.
몇 시간 동안 20명의 사람들을 구조했다.
점점 나도 힘이 달려가는데 아무래도 잠시 쉬었다가 구조를 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구조를 한 사람이 국방장관 야신이다.
“으으으. 고맙네.”
“말씀하지 마십시오.”
아랍어로 말하기에 영어로 말해 주었다.
그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 계속 아랍어로 지껄이고 있었다. 대충 고맙다는 뜻이겠지.
밖으로 나와 구급대원에게 인계한다.
처음 내가 이곳에 들어갈 때만 해도 사람들은 탐탁지 않은 눈으로 봤다. 혼자 들어가서 무슨 구조를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웅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곳에도 기자들은 있었다.
종군기자들이야 목숨을 아끼지 않는 자들이니 나의 활약상을 카메라에 담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한철수 본부장이 다가온다.
“자네 괜찮나? 조금 쉬어야 하지 않나.”
“후우. 밥 좀 먹고 해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도시락을 가져왔네.”
샌드위치와 우유였다.
목이 타서 단번에 우유를 들이켰다.
“후우.”
“더 있네. 천천히 마시게.”
촤륵! 촤르르륵!
나는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는 중이다. 최대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말이다.
정치의 일환이라고 할까.
여기저기 쓸리고 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채로 빵과 우유를 먹는다. 누가 보아도 고귀한 희생으로 보일 것이다. 내 나름의 콘셉트다.
“후우. 잘 먹었습니다.”
잠시 쉬면서 한철수 본부장과 담배를 한 대 피우기로 하였다.
“대통령은 발견했나?”
한철수가 낮게 말하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가장 깊은 곳에 있습니다. 천천히 나아가야지 자칫하면 전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오, 좋은 소식이군.”
“그나저나 그쪽은 어떻습니까?”
“어디?”
“CIA 말입니다. 아마도 거기에서 무슨 말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말입니다.”
“그놈들?”
한철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뭔가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이라고 할까.
“당연히 난리가 났지. 자네가 이렇게까지 잘해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모양이더군. 자네가 그 꼴을 봤어야 하는데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