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82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82화
082
인건비의 위력(2)
H그룹 본사.
한철수는 이강노 회장을 만나기 위해 회장실로 향하는 중이다.
엘리베이터가 정상 층으로 향하는 동안 그는 이유성 사장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이강노 회장이 그를 지원하기로 마음먹고 인성을 테스트하였을 때에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사업가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강노 회장의 관심은 시들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의 오판이었다.
이유성은 놀라운 기술력으로 여러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하였고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그가 등장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는 시점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성장을 한 셈이었다.
아직 뭔가 탄탄한 기반을 이룩한 것은 아니지만, 무인도에서 만들고 있는 김치나 여러 가지 부산물들, 그리고 편의점 사업과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는 난공사들이 수주될 것을 보면 그 미래는 젊은 시절의 이강노 회장보다 빠를 지경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한철수가 이유성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도 늙었나.”
연일 놀라운 실적을 세우는 것을 보면서 한철수 본부장은 자신도 모르게 이유성 사장에게 관심이 가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후학을 양성하고 싶은 생각이 든 건지도 모른다.
돈은 충분히 많았고 은퇴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문득 인생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강노 회장에 필적하는 이유성 사장이 성공한다면 그의 인생도 낭비는 아닐 거다.
똑똑!
“들어오게.”
“접니다.”
“한 본부장. 자네가 이 시간에는 어쩐 일인가?”
“이유성 사장 때문이지요.”
“허허허! 그 친구가 또 무슨 사고라도 쳤나?”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이유성 사장에 대한 보고를 듣는 걸 낙으로 생각하는 이강노 회장이었다.
한철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번에 CL편의점을 인수하겠다고 합니다.”
“통째로?”
“예. 설마하니 편의점 하나 달랑 인수하겠습니까?”
“갑자기 무슨 편의점인가?”
“한정식 식당을 했었고 레시피가 있으니 영역을 확대하는 거겠지요.”
“편의점의 미끼 상품이 도시락이니까?”
“그럴지도 모르죠.”
“흠. 괜히 주저앉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
“지금까지 이유성 사장이 해 온 일을 생각해 보면 벌써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신기술을 도입하게 될지 알 수 없죠.”
“인건비를 줄일 방안이라도 만들었나?”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성 사장에 대한 일이라면 우선 기대부터 하고 보는 그들이었다.
한 번쯤은 사업가도 엎어진다는 걸 알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일단 지금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였다.
그러니 이번에도 지원해 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제가 중재를 하려 합니다. 그리고 H캐피탈에서 저리로 융자를 받았으면 합니다.”
“자네가 직접 나선다고?”
“저도 이유성 사장의 후원자입니다만.”
“허허허! 언제 또 그렇게 됐지?”
“회장님을 쫓아 일을 하다 보니 그리됐죠.”
“자네도 후학 하나는 남기겠다는 건가.”
“그러면 안 됩니까?”
“안 되기는? 우리는 퇴물들일세. 이제 다음 세대가 재계를 이끌어 갈 때가 됐지. 이유성 사장 정도면 훌륭한 인재이고.”
“그 말씀이 맞습니다.”
“이번에 편의점 사업에 실패한다고 해도 그는 힘이 있어. 전 세계에서 수주가 쏟아질 테니까.”
“맞는 말씀이십니다.”
“다 망해 가는 회사를 어떻게 회생을 시킬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낙이겠지.”
어깨를 으쓱이는 한철수 본부장이었다.
과연 이유성 사장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기대.
그런 기대로 벌써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여기 사인 좀 해 주시죠.”
“이건 뭐, 내 선택권은 없나?”
“없습니다.”
이강노 회장은 사인을 마쳤다.
한철수 본부장이 미는 사업이라면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던 이강노였다. 한철수가 없었다면 H그룹은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한철수는 H그룹의 2인자였다.
“그럼 지켜보도록 하죠. 그 녀석이 얼마큼 성장할지 말이죠.”
“우리가 죽기 전에는 H그룹에 필적할 만큼 컸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리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허허.”
안성철과 협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최종적으로 600개의 위조 신분증을 30억에 만들어 주기로 하였다.
하나에 500만 원으로, 한국인 신분증이 아니라 외국 난민 신분으로 위조를 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침 명분도 있었다.
나는 시리아에서 전쟁을 겪었고 전 세계에서 시리아 난민은 1,200만 명이다. 한국 정부와 담판을 지어 보아야 알겠지만, 정부에서 승인을 하면 500명이 넘는 난민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서류가 조작될 것이다.
꼭 시리아 난민일 필요는 없었다.
약간의 돈만 지불하면 부패한 당국에서 신분증을 발급해 줄 것이고 한국에 들여와 정부의 허가를 받은 진짜 신분이 된다.
이 과정을 NK에서 해 주는 것이었다.
정부에서는 내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거다.
한때 난민에 대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정부였고 지금은 여론의 반전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수백 명의 난민을 고용하겠다는 뜻을 비치면 이건 정치적으로도 선전할 수 있는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내가 무사히 5서클에 오르는 것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직영 편의점은 오토로 돌릴 수 있게 된다.
딩동!
“여보 나 왔어.”
“어서 오세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아내가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집 안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내는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았기에 한식의 전문가가 따로 없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돈이 풍족할 때에는 매일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린다.
추후 도시락 사업에 손을 대면 아내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수아와 수정이와도 인사를 하고 식탁에 앉았다.
일단 오늘 있었던 일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
“우왕! 편의점을 인수해?”
“그래.”
“편의점 하나가 아니라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거잖아?”
“그렇지.”
“그렇게 되면!”
수정이는 내 생각을 간단하게 간파했다.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와 수정이, 린은 이것이 얼마나 큰 메리트가 있는지 알고 있었다.
아직 언데드들에게 복잡한 기술을 가르치기는 힘들다. 5서클에 오른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한참이나 교육을 해야 기술자들이 탄생하는데 편의점은 사실 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었다.
24시간 풀 오토로 돌아갈 것이고 의심을 피하기 위하여 12시간마다 교대를 해 주면 된다.
위장 교대를 위하여 지역마다 한 명만 더 있으면 차례대로 교대 근무를 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한 명 더 추가하면 순조롭게 위장을 할 수 있겠지.
나와 수정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아, 여보. 그리고 말이야. 나중에 도시락 사업에 손을 댈까 싶은데 그때에는 당신이 좀 도와줘.”
“제가요?”
“엄마 손맛을 그대로 이어받았잖아.”
“제가 도움이 될까요?”
“충분히 돼.”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도울게요.”
“육아와 살림에는 큰 지장이 없도록 할게.”
“당신을 믿어요.”
그렇게 말을 할 줄 알았다.
아내는 우리 가족을 위해 살아간다. 좀 더 윤택한 삶을 위하여 도움을 달라고 하였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내의 손맛이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CL편의점은 직영 점포 500개에 물류센터, 본사 건물, 도시락 공장 1개, 연구소, 유통망과 교육센터, 연수원 등을 가지고 있는 대형 회사다.
이런 회사가 500억 정도에 나왔다는 건 그 부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지 그 가치가 낮기 때문은 아니다.
부채야 줄여나가면 된다.
여기에 내가 5서클에 오르고 흑마법사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휘하에 둔다면 완벽한 오토 경영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본사에서 각 점포에 친절한 응대와 쉬지 않고 움직이는 알바생을 파견해 준다면 점주들도 무개념 알바생 때문에 골치를 앓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손님들이 좋아할 것이고 말이다.
그때가 되면 알바생(?)들의 외모도 수준급으로 만들어 뿌려야 할 것 같다.
“내일부터 프랑스 여행인데 준비는 했어?”
“네. 짐을 꾸려 놓았어요.”
“좋아. 오랜만에 편히 쉬고 오자고.”
“우왕! 프랑스 여행이다!”
수정이는 밥을 먹다 말고 방방 뛰었고 아내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프랑스로 가는 이유가 지옥의 입구라 불리는 카타콤 방문 때문이라는 걸 아내가 알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인천 국제공항.
우리 가족은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아직 가족들이 언론에 크게 노출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다. 기자들의 집념은 무서웠기에 단번에 알아볼 가능성이 있었다.
다행히도 공항에 기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헤헤, 아빠가 유명해지긴 했나 봐.”
“왜?”
“연예인처럼 모자를 쓰고 있잖아.”
“어쩔 수 없지. 괜히 붙들리면 좋은 꼴은 못 본다.”
“수정이도 이해하고 있어.”
곧 있으면 초등학생이 되는 수정이였다.
유치원 때에도 그랬지만, 더욱 성숙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몸이 컸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화를 하는 수준이 말이다.
아마 저 말투도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생각한다. 말투까지 어른스러우면 소름이 끼칠 테니까.
수속을 마치고 짐을 부쳤다.
그리고 대기 시간.
“아빠! 음료수 사 줘요!”
“음료수?”
“자판기! 키티 음료수!”
수정이가 떼를 쓴다.
아내가 웃으며 말한다.
“다녀오세요.”
“아이고, 너는 여기까지 와서 음료수를 찾냐?”
수정이와 함께 자판기로 향한다.
당연하게도 수정이는 안면을 바꾸고 말했다.
“수정이가 계산을 해 봤는데 카타콤에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4시간 남짓이야. 시차 때문에 엄마가 깊게 잠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1시쯤 나가면 되냐?”
“응.”
수정이와는 이곳에서 작당모의를 했다.
언제 나가서 수련을 쌓을지, 그리고 언제 들어와야 아내가 잠들어 있을지 말이다.
과연 이게 부녀간의 대화인가 싶었지만, 우리에게는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이참에 너도 4서클에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최대한 노력은 해 볼게.”
“아, 그리고 린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전 세계에 흑마법사들이 흩어져 있다고 하더라고.”
“정말!?”
“그래. 그들을 휘하에 둘 수만 있다면…….”
“빨리 수정이가 강해져야겠어. 그래야 부자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수정이는 눈을 빛낸다.
나만큼이나 수정이도 다른 흑마법사들에게 욕심을 내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풀 오토 사업을 완벽하게 구성하려면 린과 같은 노예들이 여럿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 접근하여 노예로 만들어야 할지는 아직 생각 중이었고 말이다.
다행히 수정이가 연구해보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아빠에게 모일 수 있도록 생각해 볼게.”
“오냐. 든든하다.”
수정이는 슬슬 올가미를 준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