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83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83화
083
카타콤(1)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
74년에 개항한 이곳은 세계에서 6번째로 복잡하다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관광산업은 세계에서도 굉장히 유명하였고 에펠탑,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등이 있다.
이번에 파리를 찾은 표면적인 목적은 에펠탑이다.
수정이가 에펠탑의 구조를 수학적으로 계산을 하겠다는 뭐 그런 이유로 찾았기에 에펠탑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에 먼저 짐을 풀었다.
이제 막 짐을 풀어 살짝 피로감이 돌았지만, 그래도 여행을 하긴 해야 한다. 여행을 하기로 하고 2박 3일 일정을 잡은 것이었으니까.
당연히 수정이와 내 정신은 카타콤에 가 있었다.
어떻게든 카타콤으로 들어가 수련을 해야 했고 새벽까지 기다려야 한다.
당연히 새벽에는 문이 닫혀 있겠지만, 카타콤으로 몰래 들어가는 길은 많다. 파리 지하 전체가 오래된 지하 수로가 즐비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비밀 통로들이 많다.
지금은 대부분 막혀 있었지만, 어느 한쪽을 뚫어 카타콤으로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를 위하여 수정이는 프랑스의 지하 수로 지도를 해킹까지 했다고 하는데 새벽이 되면 그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요즘에는 의사소통이 문제없다.
번역을 위한 기계가 잘 나와 있었고 수정이 자체가 유창하게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나와 수정이가 영혼 없이 돌고 있는 곳은 프랑스 파리 중심부 루브르 궁전에 위치한 국립 박물관이다.
우리들의 영혼은 카타콤에 가 있었지만, 수정이는 좋아서 죽겠다는 연기를 멈추지 않는다.
“엄마. 이거 봐요. 밀로의 비너스잖아요? 이거 진짜인가? 기원전 100년 정도에 만들어진 건데.”
“모사품도 많다고 들었는데 잘 모르겠구나. 이렇게만 봐서는.”
“모사를 했다면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네요.”
수정이는 박물관 관계자들이 들으면 매우 섭섭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누군가가 눈살을 찌푸렸겠지만, 한국어를 사용했고 수정이의 표정을 보면 아무도 그 내용을 상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역시나 루브르 박물관이라고 하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아닐까.
“여보. 잠깐 옆에 서 볼래?”
“네?”
“사진 한번 찍으려고.”
아내는 아무런 의심 없이 모나리자 옆에 선다.
찰칵!
사진을 찍고 나서 아내에게 보여 줬다.
“어때?”
“잘 나왔네요.”
“그게 아니라 모나리자의 미소와 당신의 미소를 비교해 보라는 말이야.”
“절묘하네요.”
“그렇지? 당신의 미소는 모나리자보다 아름다워.”
“당신도 참.”
“저기……. 부모님? 셋째는 좀…….”
“이 녀석아. 네가 뭘 알아?”
“알 만큼은 알아.”
혀를 내미는 수정이다.
누가 봐도 화목한 모습의 우리 가족이었다.
겉으로는 이렇게 하하, 호호 하고 있어도 막상 마음은 600만 구나 뼈가 쌓여 있다는 카타콤에 가 있다는 걸 아내는 알고 있을까.
루브르 박물관에서 나와 바로 호텔로 향했다.
역시 유명한 관광지다. 줄을 서고 관광을 하는 데 몇 시간이나 걸렸으니까.
원래 유명한 관광지를 방문할 때에는 이 정도 시간은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기에 넉넉하게 일정을 잡는 것이었으니까.
너무 빡빡하게 일정을 잡으면 원하는 만큼의 관광은 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자유여행을 추천하는 것이다.
괜히 여행사에 끼어 여행을 하면 제대로 관광을 하지 못한다.
가끔 관광을 하다가 사색에 잠길 때도 있어야 하고 한 군데 멈춰 면밀하게 살피기도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은 없다.
슥 훑어보고 끝난다.
프랑스에서도 꽤 유명한 라트레 호텔이다.
이곳 스카이라운지의 드몽 레스토랑은 스테이크와 푸아그라가 유명하다.
뭘 모르니 그냥 풀코스로 주문을 하고 와인을 한 잔 마신다.
챙!
잔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수정이는 사이다로 대체했다.
“오늘 구경 잘했어.”
“그러냐?”
“모나리자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거든. 그런데 정말 모나리자의 미소와 엄마 미소가 비슷한 것 같아.”
“엄마의 미소는 일품이지.”
“기원전 사람들이 가지는 미의 기준이 어떤지도 잘 알 수 있었어. 그때에는 뚱뚱한 사람이 인기였어?”
“미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서 변하니까.”
“헤헤, 오늘은 창밖을 보면서 에펠탑을 연구해야겠다.”
이곳 호텔의 큰 장점이라면 에펠탑을 면밀하게 살필 수 있다는 거다.
호텔 창에 망원경까지 설치가 되어 있었기에 구조 계산을 하겠다는 수정이의 명분을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자유여행을 왔기에 정해진 일정은 없다.
“당신은 가 보고 싶은 곳 없어?”
“개인적으로는 베르사유 궁전에 가 보고 싶어요.”
“아, 거기도 좋지.”
“미술적인 가치가 뛰어난 곳이고 오래전부터 관람해 보고 싶었죠.”
“미술이라면 오르세 미술관도 괜찮지 않아?”
“거기도 괜찮겠네요.”
“좋아. 그럼 내일은 거기로 가자고. 수정이는 에펠탑이면 되지?”
“응! 애초에 구조 계산을 하러 온 거니깐.”
나와 리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명분을 내세웠다고 해도 수정이는 정말로 구조 계산을 할 거다. 거기에 따른 장비들도 가져왔는데 공항의 직원들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는 애가 구조 계산을 하겠다니.
전문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 구조 계산이다. 그걸 직접 재서 계산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당신은 가 보고 싶은 곳 있나요?”
“어……. 나는 노트르담 대성당?”
“모레는 거길 가면 되겠네요.”
“좋아. 그렇게 일정을 잡고 나머지는 호캉스를 즐기자고.”
“그렇게 해요. 너무 일정에 무리가 있으면 수아가 힘들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 갓 돌이 지난 수아가 있었기에 무리는 하지 않기로 한다.
어쩐지 사람이 너무 많은 곳에 아기를 데려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실컷 먹고 아내에게는 술도 좀 먹였다.
수아는 이제 잠 패턴이 정형화되어 자면 아침에 일어난다.
아내에게 술을 먹였으니 새벽에는 죽은 듯이 자겠지.
아내가 잠이 들자마자 우리는 행동을 개시하기로 했다.
촤악!
호텔에 들어와 씻은 후에 커튼을 친다.
망원경이 있었지만, 수정이는 뭔가를 더 설치한다.
거리에 따라 사물의 크기가 달리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거리와 크기를 따로 관측하는 장비가 있었고 오늘을 위해 장만했다.
“우왕! 진짜 크다.”
“아주 안정적으로 보이는데 구조 계산을 할 것이 있냐?”
“응! 저래 보여도 꽤 과학적으로 설계가 되었거든. 설계자의 의도를 파헤쳐 보는 게 핵심이야.”
“아, 그래.”
어차피 수정이가 말하는 걸 이해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흑마법을 배운 이후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어느 정도는 수정이의 천재성을 쫓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나도 한 번 본 것은 잊지 않게 되었으니 지금 다시 공부를 한다면 MIT 공대나 유명한 문과 대학도 들어갈 자신이 있었다.
그럴 필요가 없어서 하지 않는 것뿐.
수정이는 공책을 들고 복잡하게 수식을 써 내려갔고 아내와 나는 영화를 한 편 봤다.
자정 무렵.
아내가 곯아떨어진다.
수아도 잠이 들었고 아마 이 둘은 아침까지 일어나지 않을 거다.
수정이가 드디어 망원경에서 눈을 뗀다.
“아빠.”
“그래. 이제 때가 됐지.”
수정이와 함께 호텔을 나와 거리를 누빈다.
어디선가 해킹을 해 왔다는 지도를 펼치는 수정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파리의 지도가 아니라 지하 미로가 상세하게 표기되어 있는 비밀 지도였다.
지금은 콘크리트로 다 묻혀 버린 지하의 입구들이 많았지만, 카타콤으로 가는 위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파리의 어느 골목.
인적조차 드물고 CCTV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한마디로 완벽한 사각지대였다.
가볍게 마법을 사용하여 콘크리트를 절개한다.
사람 하나 들어갈 정도로 절개를 하고 들어가자 악취가 코를 찌른다.
“오래된 곳이네.”
“파리 전체가 이렇게 복잡한 구조라고 하지. 그 위에 도시가 지어진 거야.”
“튼튼하기는 한가?”
“도시를 지을 때 보강을 했을 테니 문제없지. 건물 하나를 지어도 다 계산을 하니까.”
나와 수정이는 옛 지하 수로를 걷는다.
조금 복잡하기는 해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악귀들을 풀어 길을 찾게 하였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악령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이다! 인간들이야!
-아니,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또 길을 잃고 죽고 싶어 환장한 탐험가들이겠지.
-오늘은 꼬맹이까지 왔네?
악령들도 있었고 영혼들도 있다.
카타콤에 진입하자 어마어마한 음기와 함께 악령들이 주변을 꽉 채웠다.
그야말로 발에 치일 정도였다.
일단 수정이와 나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기로 하였다.
카타콤은 관광지였지만, 하도 길을 잃는 관광객들이 많아 일정 부분은 통제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통제된 구역을 돌아다녔다.
“600만 구라고 하더니 대단하네.”
“세계 최대의 규모지.”
“헤헤, 오기를 잘한 것 같아.”
악령들은 우리들의 눈앞을 어지럽혔지만, 모르는 척했다. 괜히 아는 척을 했다가는 도망칠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널찍한 공터가 나온다.
수정이는 이곳에 마법진을 그렸다.
주변의 음기를 빨아들이는 마법진이었고 이 위에서 수련을 쌓으면 몇 배나 효과가 좋았다.
어마어마하게 밀려드는 음기를 보니 아예 파리로 이사를 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매일 카타콤에서 수련을 쌓을 수 있을 테니까.
물론 한국에 사업 기반을 두고 있어 그건 불가능한 일이겠지.
이렇게 경지가 막힐 때 즈음이면 한 번씩 와서 수련을 쌓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히히. 마법을 쓰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그럼 악귀들부터 빨아들이고 시작할까?”
“응!”
우리 부녀는 그 자리에 앉아 영혼을 수집했다.
“영혼 수집!”
콰과과과과!
-꺄아아악!
-마녀들이야! 마녀들!
수만에 이르는 영혼들이 빨려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최소한 백만 이상의 악귀와 영혼들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카타콤 전체에 널려 있었다. 그리고 밀도는 매우 높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카타콤의 영혼들은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하였는데 그 때문에 우리 부녀는 손쉽게 엄청난 숫자의 영혼을 집어삼킬 수 있었다.
“큭!”
“윽.”
가볍게 신음이 흐른다.
너무 많은 영혼을 집어삼켜 심장이 뻐근하다.
마치 온몸이 영혼으로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악귀들이 심장의 띠로 스며들자 띠가 크게 부풀어 오른다.
띠에 악귀들이 응축되기 시작하였고 그대로 띠가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서클들이 빠르게 회전하였다.
-아아아악!
-살려 줘!
그와 동시에 엄청난 양의 흑마기가 모여들었다.
온몸을 통하여 흑마기를 흡수하였는데 음기가 파도가 되어 온몸을 가득 채운다.
“아!”
가볍게 나오는 탄성.
5서클로 가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흑마기가 많이 필요했다. 이건 깨달음의 영역이 아니었다.
강제로 흑마기가 심장에 욱여넣어졌고 악귀들과 콜라보를 이루며 응축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서클이 갈라졌다.
“커억!”
입에서 피를 게워 냈다.
하지만 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