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84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84화
084
카타콤(2)
서클이 갈라져 5개가 되었다.
이건 5서클이 되었다는 표식이다. 하지만 5개로 서클이 갈라지면서 상대적으로 나머지 서클들이 약해졌는데, 지금 즉시 이곳에 마력을 채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콰과과과과!
막대한 양의 마력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양이었는데, 이곳이 카타콤이라는 특수성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흑마기가 빨리지 않은 처녀지(?)라는 메리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5서클이 되자 카타콤 전체에서 마나가 밀려들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마나가 서클에 가득 찬다.
“읍!”
눈을 부릅뜬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악령들과 흑마기가 모여들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련을 하고 있던 수정이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아빠! 괜찮아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지금은 말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다시 눈을 감고 흑마기를 컨트롤한다.
일단 내 몸 안에 들어온 이상 흑마기는 어떻게든 컨트롤 할 수 있었다. 그걸 심장을 돌고 있는 띠에 집어넣어야 하는 것이 바로 내 일이다.
어느 순간에 이르러 다섯 개의 띠가 온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마치 무한의 공간이 열린 것 같은 느낌.
이미 수만에 이르는 악령을 잡아넣었지만, 서클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 역시 허전함을 느낀다.
4서클과는 차원이 다른 마력에 혀를 내둘렀다.
대충 추산을 해도 10배 이상.
서클이 올라갈수록 괴물이 된다는 주해본의 말을 실감한다.
5서클이 이 정도인데 6서클, 7서클에 오른다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그때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을 뿜어낼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느낌상으로는 몇 시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건 체감일 뿐이었고 실제로는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여전히 음습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카타콤이다.
하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비한다면 몇 배나 그 기운이 줄어들어 있었다. 이런 경우라면 하나밖에 없다.
아침이 되면 악령의 활동은 감소하고 흑마기도 몇 배나 줄어든다.
설마 며칠이 지났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눈을 뜨고 관조를 해 본다.
예전과는 비할 바가 안 되는 흑마기가 응축되어 있었고 몸은 가벼웠다. 그대로 카타콤을 뚫고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수정이가 나를 바라본다.
“아빠?”
“날아갈 것 같다.”
“우왕! 그럼 5서클에 오른 거야!?”
“그래.”
“수정이는 아빠가 해낼 거라고 생각했어!”
수정이가 착 안겨 온다.
언제나 마찬가지로 내 체향을 음미하는 수정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주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진득한 흑마기……. 아니, 아빠 냄새. 히히.”
“어디 가서는 흑마기 냄새가 난다고 하면 안 된다?”
“수정이는 바보가 아니라고.”
“너는 어떤데?”
“아직 3서클의 벽을 깨지는 못하고 있어. 역시 수정이는 심장이 작아서 안 되나 봐.”
“깨달음은 얻었고?”
“응!”
“그, 그러냐?”
누가 천재 아니라고 할까 봐 4서클로 가는 깨달음을 얻었단다.
하지만 아직 수정이의 심장은 다 자라지 않았다.
최소한 심장이 자라고 성숙이 되려면 중학생 내지는 고등학생, 최소한 초등학교 고학년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나는 수정이를 혹사시킬 마음이 전혀 없었다.
딸아이를 혹사시켜 돈을 버는 것만큼 무식한 일도 없지. 다만 수정이가 알아서 내 일을 돕고 있으니 그러라고 하는 것뿐이었다.
“아! 지금 몇 시지?”
“아침 8시.”
“망했네.”
“음……. 수정이에게 생각이 있어.”
“뭘 어떻게?”
“일단 나가자.”
평소의 아내라면 7시 정도에 기상을 했을 거다.
그렇다면 한 시간 정도 전에는 기상을 했다는 뜻인데 나와 수정이가 없다면 조금 당황스러워하지 않을까.
수정이에게 방법이 있다고 하니 그대로 하면 별문제는 없겠지?
수정이가 추천하는 방법은 파리 길거리 음식 중에서 가장 유명한 걸 사 가는 거였다.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지만, 수정이는 어린아이의 특권으로 새치기를 해 가면서 브리토를 샀다.
가족들이 먹을 만큼 넉넉하게 사 왔는데, 이건 아마도 수정이의 외모가 이국적이라 가능한 일이었을 거다.
대충 보면 프랑스인으로 보일 정도로 엄마의 피를 진하게 타고났으니 그냥 파리 시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헤헤헤.”
“이거였냐?”
“유명한 음식이잖아? 배가 고프다고 하니까 다 비켜 주던데?”
그러니까 수정이는 어린아이라는 특권, 그리고 예쁜 얼굴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홀린 거다.
누가 천재 아니라고 할까 봐 그런 쪽으로는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간다.
“이 정도면 엄마도 이해해 주겠지?”
“물론이지.”
이해하다마다.
맛있는 아침을 먹기 위해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고 하면 아내도 그냥 웃고 넘길 것이다.
다른 집 마누라 같았으면 바가지를 30분 넘게 긁을 각이지만 천사 같은 아내이기에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딩동!
“아침 사 오셨어요?”
룸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문을 열어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그렇게 짐작하고 있었다.
“여기 길거리에서 파는 브리토가 그렇게 맛있다는 거야. 정말로 줄이 길더라고.”
“어머? 이거 파리 명물 아닌가요?”
“그래. 한 시간이나 줄을 섰어.”
“그렇지 않아도 먹어 보고 싶었는데 줄을 설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당신을 위해 준비했지.”
“역시 자상하시네요.”
가슴을 쓸어내리는 나와 수정이다.
혹시나 아내가 눈치를 챘으면 어떻게 하나 조금 걱정을 하기는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어린 딸과 600만 구의 뼈다귀가 안치된 카타콤에 다녀왔다고 하면 아마 기겁을 했겠지.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 거다.
그럼 명성만큼 대단한지 한번 맛을 볼까?
호텔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조식은 그대로 서비스를 받았다. 어차피 호텔비에 포함이 되어 있으니 안 먹으면 섭섭하다.
브리토에 수프를 곁들인다.
“우왕! 맛있다!”
“명물이라고 할 만하네요.”
“사 오기를 잘했네?”
“최고예요.”
아침은 간단하게 먹는 아내가 과식을 할 정도였다.
물론 나와 수정이는 밤새 쫄쫄 굶으면서 수련을 하였기에 브리토와 조식을 한꺼번에 먹어 치웠다.
오늘부터 이틀 동안 프랑스 여행을 할 예정이다.
프랑스어가 자유자재로 구사되었기에 어디를 가든 제약이 없을 것이고 유명한 관광지들을 둘러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빡빡하게는 둘러보지 않으려 한다.
설렁설렁 유명한 곳만 들르고 나중에 다시 올 생각이다.
이곳에는 카타콤이 있었고 어마어마한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걸 위해서라도 종종 들러야 할 것이다.
다행히 프랑스에는 볼거리가 많았고 출장이나 여행을 이유로 자주 오갈 수 있을 것 같다.
“우와! 엄청 크다.”
수정이는 베르사유 궁전을 보면서 감탄한다.
실제로 보는 건 나도 처음이었는데, 엄청난 크기의 정원과 화려한 외관, 그리고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여기서 수정이는 어린아이 흉내를 내면서 기뻐했다.
물론 저렇게 기뻐하는 것이, 내가 5서클에 올라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베르사유 궁전이 아름다워서인지는 모르겠다.
줄만 해도 한두 시간은 서야 한다.
오전에는 이곳 베르사유만 관람하고 오후에 간단하게 한 곳을 들른 뒤 호텔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수아 때문이라도 무리를 할 수 없었고 관광지는 많이 남겨 둬야 나중에 또 올 수 있을 테니까.
“여보.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래. 미리 다녀오면 좋을 것 같아. 줄만 두 시간이니까.”
아내가 화장실에 간 동안 수정이가 얼굴 근육을 풀었다.
“기뻐하는 연기도 힘들어.”
수정이가 볼에 바람을 넣으며 퉁퉁 불렸다.
“어쩌겠냐? 네가 애교를 피워야지.”
“이휴. 그나저나 오늘 본부장 할아버지가 CL그룹과 협상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잘 될까?”
“걱정 마라. 그 양반이 나서서 안 되면 대한민국 누구도 CL편의점에 손을 댈 수 없을 거야.”
CL그룹.
식품업으로 출발하여 지금은 화장품 산업, 유통, 건설업, 제당, IT,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손대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물론 그중에서는 원조 사업이라 할 수 있는 간편 식품 쪽에서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편의점 역시 식품과 유통을 함께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기에 시작을 했던 사업이다.
그런 사업이었지만, 너무 정직한 운영만 고집하다 보니 어마어마한 적자가 발생하여 결국 매각해야 할 상황까지 이르렀다.
재계 순위 10위 정도의 기업이었지만 역시 H그룹에서 찾아온다면 조금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H그룹에 밉보여 성공할 수 있는 회사는 없었다. 아무리 발전을 해도 H그룹은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까.
CL그룹으로 H그룹의 2인자인 한철수 본부장이 방문했다.
말이 2인자였지 한철수 본부장이 움직일 때는 이강노 회장이 직접 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사업 이야기를 한다면 항상 전권을 가지고 온다는 뜻이다.
한철수가 나타나자 비서들이 줄줄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본부장님.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올라가세.”
그렇지 않아도 골치를 앓고 있는 편의점 사업 때문에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 흔쾌히 만나겠다는 강본성 회장이었다.
회장실에 도착하자 강본성 회장이 인사를 한다.
“허허, 어서 오게.”
“아직 안 죽었나?”
“이 사람. 벌써 죽을 때인가?”
사회에서 만나 때로는 경쟁을, 때로는 협력을 하면서 친우가 된 지 벌써 수십 년이다.
강본성 회장은 이강노 회장과도 친분이 있었으며 종종 술을 마시는 사이기도 하였다.
“아이고, 늙으면 죽어야지. 요즘에는 움직이기가 힘들어.”
“벌써 그러면 어떻게 하나? 앞으로 10년은 더 일을 해야지.”
“아니야. 곧 은퇴를 할까 싶기도 하네. 어느 젊은이 한 명만 밀어주고 말이야.”
“어떤 젊은이?”
강 회장이 호기심을 드러낸다.
한철수 본부장이 밀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였던 거다.
“다 닦아의 이유성 사장.”
“설마 이번에 시리아로 날아갔던 그 젊은이? 이순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그렇다네. 중요한 일이라 나도 함께 갔었지.”
“허어. 이유성 사장을 자네가 밀고 있었군.”
“회장님의 뜻이기도 하지.”
“그 양반 오지랖이야 유명하고, 나는 자네가 밀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네.”
“자네는 어떻게 보나?”
“이 회장의 젊은 시절을 빼다 박았어. 오히려 그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 아마 대성할 거네.”
“이번에 편의점을 그 젊은 사업가가 인수하려고 하네.”
“허어. 이유성 사장이 편의점 사업을 통째로 인수한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