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85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85화
085
CL편의점(1)
“그렇다네.”
“으음. 분명히 이유성 사장은 뛰어난 과학자이지. 그 점은 대단하다고 생각해.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이유성 사장의 기술을 훔치기 위해 달려들지도 모르지. 국정원이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런데?”
“과학과 경영은 다른 문제일세. H그룹에서도 한때 편의점 사업에 발을 들이려 했었으니 잘 알 것 아닌가?”
“편의점은 완전한 경영의 문제라는 건 나도 알고 있네.”
“그 친구는 경영이 검증되었나?”
사실 강본성 회장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부채를 떠안아 주고 팔아 치워 버리면 그뿐이었다. 누가 인수를 하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건 양심의 문제였다.
여기에 이유성 사장이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말아먹으면 CL그룹의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건 평판의 문제이기도 하였는데, 경영에 일자무식한 사람에게 편의점을 넘겨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만들었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는 거다. 물론 넓게 보면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한철수 본부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잘할 걸세.”
“어떤 부분에서 말인가?”
“그 친구는 인간 경영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네. 이강노 회장님과 비슷한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그 정도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한 거지.”
“스펙이 아니라 인성을 본다는 그 양반의 경영 철학은 여전하구먼.”
“어쩌겠나? 그런 사람인 것을.”
“예전에는 인간 경영이니, 정도 경영이니 하는 것이 통했지만 요즘에는 달라. 오직 이익만 좇는 사람들이 판을 치거든.”
“그러니 신선할 수도 있지.”
“허허, 참. 경영 능력까지 자네가 보증을 하는 건가?”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보증하지.”
“알겠네. H그룹에서 뒤를 봐주고 있으니 거절할 이유는 없지. 이유성 사장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이름을 올려놓지.”
“고맙네.”
“무슨 말인가? 자네가 발품을 팔았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 자네의 보증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CL편의점이 막장 기로에 섰어도 팔지 않았을 거네.”
“자네도 두고 보게. 이유성 사장이 어떤 식으로 성장을 하는지 말이야.”
“허허, 그러지. 나도 눈여겨보겠네.”
1세대 경영인들은 마인드 자체가 달랐다.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말도 안 되는 경영 방식이 통하는 마지막 세대였다.
이틀 동안 몇 개의 랜드마크를 돌아보았다.
이제 내일 아침이 되면 비행길에 올라야 했는데 지금은 호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내는 유아 풀장에서 수아와 함께 놀고 있었다.
첨벙!
“이게 바로 호캉스 아닐까?”
“…….”
수정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나저나 편의점은 어떻게 됐으려나?”
“뭘 어떻게 돼? 잘 됐겠지. 한철수 본부장이 직접 나섰잖아.”
“그래도 아빠의 전력을 보면 팔지 않으려 할 수도 있어.”
“어째서?”
“경영은 해 본 적이 없으니까. 한식당은 망했잖아. 그러니까 CL그룹에서는 자기 이름에 먹칠할 사람을 미리 배제할 수도 있어.”
“……인마. 네 아빠잖아.”
“히히. 말이 그렇다고.”
지이잉!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한철수 본부장에게 중요한 전화가 올지 몰라서 방수 팩에 전화를 항상 넣고 다녔다.
수정이가 실실 웃는다.
“그 할아버지도 양반은 못 되네.”
“예, 이유성입니다.”
-여행은 잘 즐기고 있나? 이 늙은이가 방해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본부장님이 불철주야 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노고에 항상 감사드릴 따름이죠.”
-허허허. 파리로 여행을 떠나더니 말주변만 늘었군. 뭐, 사업가로서는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니까.
“이제 노력 중이죠.”
-별일은 아니고 자네가 CL편의점의 최우선 협상 대상자가 되었다고 말하려 전화했네.
“그 말씀은……?”
-말이 협상 대상자이지, 그냥 인수했다고 봐도 돼. 내일 오전에 도착한다고 들었네만, 오후에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허허허. 그럼 내일 보세.
“예, 본부장님.”
전화를 끊고 수정이를 바라본다.
“잘 됐대?”
“오냐. CL편의점을 인수할 수 있겠어.”
“와아! 이제 떼돈 벌겠네!?”
“오늘 카타콤에 가서 몇 마리나 언데드를 뽑을 수 있는지 확인을 해 봐야겠어.”
“응! 응!”
수백만 구의 뼈다귀들이 저장되어 있는 카타콤으로 향한다는 말에도 방방 뛰며 기뻐하는 수정이였다.
어제 5서클에 올랐지만, 소환은 해 보지 않았다. 워낙에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카타콤을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에는 카타콤에서 몇 시간 수련을 하고 언데드를 얼마나 뽑을 수 있는지 시험을 해 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날 저녁.
마지막 날이었으니 편안하게 호텔에서 음식을 시켜 먹기로 하였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내려오는 풀코스 요리가 착착 테이블로 올라왔고 우리는 파리의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을 곁들였다.
챙!
허공에서 잔이 부딪친다.
아내에게도 편의점에 관한 이야기를 알렸다.
“당신 덕분에 편의점을 인수할 수 있게 되었어.”
“편의점을 말인가요?”
“CL편의점 알지?”
“그럼요. 동네마다 몇 개씩 있는 편의점이잖아요.”
CL편의점은 국내 편의점 3대장 중 하나다. 점유율 3위, 점포는 2만 개가 넘는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할 수 있으며 한철수 본부장이 아니었다면 인수하는 자체가 불가능하였을 기업이다.
일반인이 중견 기업을 인수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말이다. 인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새삼 재계에서 인맥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래. 그 편의점 말이야.”
“설마 편의점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시는 건가요?”
“응.”
“대단하세요. 당신의 노고가 빛을 보는 거죠. 제 덕분이 아니라.”
“무슨 말이야?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야. 언제나 당신이 묵묵하게 지지를 해 주었기에 내가 있는 거라고.”
“여보…….”
“아, 저기 부모님들? 갑자기 속이 좋지 않아요.”
“녀석아. 부부지간에 대화를 하는 거잖아.”
“제발 저 없는 데서 하세요. 그리고 셋째는 아직 곤란해요.”
“퍽 하면 셋째래. 솔직히 말해라. 남동생이 가지고 싶은 거냐?”
“아니요! 저는 수아로 충분하걸랑요?”
우리 부부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수정이가 너무 조숙해서 그 나이에 알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아서 문제다. 생명의 탄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수정이가 모를 턱이 없었다.
그날 새벽.
아내와 수아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수정이와 조용히 호텔을 나온다.
어제도, 그제도 카타콤에 갔었으니 이제는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정도다.
수정이는 매우 기뻐 보였다.
어느덧 3서클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고 4서클에 이를 수 있는 깨달음도 얻었다. 잘하면 몇 년 안에 4서클에 들어갈 수도 있었고 수련을 통해 강해지면 그 전에 올라갈 수도 있다.
수정이의 나이를 생각하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경험은 없었지만, 책 등의 간접경험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으니까.
카타콤에 도착하자 악령들이 우리를 알아봤다.
-괴물들이야! 도망가자!
-잡히면 죽어!
악령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그야말로 카타콤은 어마어마한 밀도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우리 주변만 텅텅 비어 있었다. 매일 같은 자리만 찾아가니 악령들이 알아보는 것이다.
아무래도 다음 파리 방문 시에는 다른 곳을 통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쳇. 아깝네.”
“어쩔 수 없지. 저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잡히지 않으려 할 테니까.”
마법진이 그려진 장소에 도착했다.
상당히 넓은 공간에 사방이 해골로 가득 차 있었다.
며칠을 왔지만, 여전히 이곳 카타콤에 널려 있는 해골들은 상당히 을씨년스러운 광경을 자아낸다. 카타콤과 관련하여 온갖 소문이 나도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 소환을 해 보기로 했다.
스스슷!
익숙하게 허공에 수인을 그렸다.
스켈레톤이 아니라 좀비를 소환하여 그들의 상태를 보기로 했다.
“크리에이트 좀비.”
팟!
어마어마한 흑마기의 파장이 바닥을 쳤고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이 땅이 흔들리더니 바닥을 뚫고 좀비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광장은 가득 찼는데, 당초 예상을 초과하는 숫자를 소환할 수 있었다.
수정이가 벌떡 일어난다.
“우왕!”
“이게 몇 마리야, 대체.”
마력과 연결되어 있었기에 나는 그들이 700마리가 조금 넘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수정아. 원래는 500마리 정도가 정상이라고 안 했냐?”
“응! 그런데 아빠는 흑마기 감응도가 좋잖아? 내가 처음부터 마신의 축복을 타고났다고 이야기했지?”
“농담인 줄 알았지.”
“아니야! 700마리라구! 그럼 6서클에 오르면 어떻게 될까?”
“군단이 탄생하는 거지.”
“응! 맞아!”
수정이는 만세를 부르고 난리를 쳤다.
무보수로 부릴 수 있는 인력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이제 이들을 편의점의 알바생으로 고용하기만 하면 된다. NK의 안성철 실장에게 이야기를 해 두었으니 위조 신분증을 이용하면 직영 편의점에 고용할 수 있다.
“설마 600개가 부족할 줄이야.”
위조 신분증은 600개를 제작하겠다고 의뢰를 했는데 700마리 이상을 소환해 버렸다. 넉넉하게 200개를 추가 주문하면 될 것 같다.
이제는 좀비의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시키려면 당연히 상태가 멀쩡해야 한다. 얼굴이 드러나야 하고 기본적인 회화는 해야 했다.
아무리 외국인이라고 우기더라도 기본적으로 대화가 되어야 편의점 업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체도 있고 남성체도 있다.
내 생각에 따라서 제작이 된 것이었기에 각양각색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공통적으로는 모두 준수했다.
편의점 브랜드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준수한 외모의 알바생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냄새부터 맡아 본다.
“이제 좀비 냄새가 나지 않아!”
“좀비 냄새?”
“시체 썩은 냄새 말이야.”
수정이는 좀비 냄새를 시체 썩은 냄새로 표현했다. 하기야, 1서클 때에도 좀비를 만들 수 있기는 했는데, 도저히 못 봐줄 꼴이다. 내장이 튀어나오고 피고름이 줄줄 흐르는 건 기본이었다.
4서클 당시에는 그럭저럭 쓸 만은 했는데 시체 썩은 냄새가 좀 났다. 하지만 5서클에 오르니 달라졌다.
완전히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던 거다.
“이봐.”
“예……. 주인님.”
약간 어눌하지만, 말이 통한다.
이 정도면 외국인이라고 대충 둘러 말하면 충분히 통할 것 같았다. 실제로 외국인 외모를 가지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이 중에서 메이지의 비중은 20%였다.
메이지들은 아주 유창하게 대화를 하였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했다. 일반인보다 똑똑한 두뇌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일반 좀비들은 교육을 시켜 아르바이트생으로 박아 넣고 메이지들은 전문적으로 교육을 시켜 그들을 관리하게 해야 한다. 물론 알바도 병행을 하면서 말이다.
수정이가 만세를 불렀다.
“우왕! 아빠. 이제 돈을 쓸어 담을 수 있겠어!”
“어……. 나도 이렇게까지 많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만.”
“다다익선! 많으면 좋지. 히히.”
나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700마리에 달하는 인부들의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자 벌써부터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