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92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92화
092
연수(2)
휘이잉!
봄바람이 따듯하게 부는 무인도 구석.
정확하게는 린의 비밀 연구소가 있는 곳이다. 여기서 린은 매일 차원 이동 마법과 데스 나이트를 연구한다. 그녀의 실력으로 죽기 전에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방이 바위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안에 분지 형태의 공터가 조성되어 있다. 뭔가를 비밀스럽게 도모하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었다.
수정이는 조심스럽게 마법진을 그린다.
5서클 흑마법사만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마법진이다.
마법진의 장점은 한 서클 윗 단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더미는 6서클 마법이라는 뜻이다. 6서클에 이르게 된다면 흑마석만으로도 직접 더미를 만들게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정이는 가방에서 흑요석을 꺼냈다.
도대체 이걸 어디서 구한 거지?
“그게 뭐냐?”
“흑요석이야. 어제부터 공동묘지에서 수정이가 제작한 거야. 히히.”
“허어.”
수정이는 내가 편의점 회사를 인수하기도 전부터 계획을 세워 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자연스럽게 흑마석이 가방에서 나올 리가 없었다.
육망성 꼭짓점에 흑마석을 박아 넣는다.
휘이잉!
흑마석을 박아 넣자 주변의 흑마기가 요동친다.
자연스럽게 흑마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 아빠가 활성화만 시키면 돼.”
“그러냐?”
똑똑한 딸내미가 있으니 인생 자체가 편하다. 아니, 애초에 수정이가 아니었다면 이런 사업도 추진하지는 못했겠지.
마법진 안에 흑마기를 불어넣었다.
콰과과과!
“헉!”
심장에서 어마어마한 흑마기가 빠져나간다.
한순간 무력감이 느껴질 정도로 빠져나갔는데 이러다가 마나 탈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러울 지경이었다.
대부분의 흑마기를 빨아 먹고 마법진 중앙에 위치한 머리통만 한 흑요석이 요동치더니 주변의 흑마기를 모조리 빨아 먹었다.
스스슷!
그리고 바람이 그치고 흑요석만 남았다.
“이거야.”
“이게 재료라고?”
“응! 이만큼 했으면 이제 수정이도 더미를 만들 수 있어. 간단하거든.”
“재료를 만드는 게 힘든 것 같다만.”
머리가 어질거린다.
최소한 3일 정도는 요양을 해야 할 정도로 흑마기의 소모가 극심했다. 주변에 카타콤이라도 있으면 하루 만에 회복을 하겠지만, 여긴 한국이다. 프랑스까지 날아갈 여건이 되지 않는다. 그냥 꼼짝없이 3일 동안은 흑마기를 채우면서 요양해야 할 것 같다.
수정이는 언데드 하나를 소환해서 흑요석을 조각낸다.
퍼억!
“허. 뭐 하냐?”
흑요석이 갈라지며 조각이 된다.
정확하게 11개의 조각이 되었는데, 하나는 주먹보다 컸고 나머지 흑요석들은 주먹보다 작았다.
수정이가 수인을 그리자 바닥에서 언데드가 올라왔다.
말끔한 은색의 뼈대였다. 즉, 스켈레톤이 더미로 생성된 것이다. 나에게 마력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직 흑마석만으로 운용할 수 있는 더미가 탄생했다.
더미의 이마로 조각난 흑마석이 박혔다.
스스슷!
놈들의 눈이 한순간 어둠으로 빛나더니 잦아들었다.
“완성됐어.”
“흠. 스켈레톤이네?”
“응! 메이지 한 마리가 10마리를 통솔할 수 있어.”
“악령을 넣는 작업도 해야지?”
“그래야 할 것 같아.”
놈들에게 악령들을 삽입한다.
“끼에에엑!”
10마리 중 두 마리가 비명을 지르더니 날뛰었다.
이곳으로 달려들며 공격까지 하였는데 수정이가 다크 커터를 이용하여 놈들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퍼억!
푸스스!
그리고는 바로 재가 되어 사라진다.
“뭐야, 이건?”
“흠. 처음이라서 두 마리가 실패한 것 같아.”
“메이지가 장악을 못 한 거겠지?”
“저놈이 멍청한 건지, 뭔지.”
“일단 내가 만들었으니 내가 주인인 건 맞냐?”
“응!”
“이제 흑마석만 있으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고?”
“그렇기는 해.”
“좀비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안타깝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아. 그 위에 실리콘을 씌우는 건 가능해. 어차피 안드로이드로 사용할 거잖아? 그러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이 뼈들은…….”
“성분만 비슷하지 분해해도 사람 뼈라고 나오지는 않을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기는 한데.”
3일에 한 번씩 꾸준하게 뽑는 작업을 하면 수정이가 직접 만든 흑마석만으로도 마력 공급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처음 구동을 할 때만 내 마력이 필요했고 그 이후로는 건전지처럼 흑마석만 바꿔 끼면 된다는 거다.
“3일에 11마리라.”
“한 달이면 33마리야. 엄청나지.”
“1년 정도 쌓이면 그렇겠지.”
“만약 아빠가 6서클에 오르면? 그때에는 한 번에 110마리씩 만들어 낼 수 있어!”
수정이는 매우 고무적인 비전을 내놓았다.
3일에 110마리면 한 달이면 3,300마리의 더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막노동은 물론이고 오토로 편의점을 돌릴 수도 있었다.
요즘 인건비를 생각하면 막노동 인부로 활용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더미들을 건설사에 판매한다면?
내가 주인이었지만, 제어를 위한 흑마석을 만들 수 있었으니 통제권을 넘기는 것도 가능했다.
한마디로 이 자체로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인력 회사를 차려도 되겠는데?”
“팔아도 되고.”
“안드로이드 인력 회사. 아마 세상이 뒤집힐 것 같다. 전쟁 병기로도 사용이 가능할 거고.”
“훈련시키기 나름이지.”
“공급만 충분히 이루어지면 우리는 흑마석을 비싼 값에 지속적으로 팔아먹을 수 있을 테고…….”
“우리는 벼락부자가 되지 않을까?”
수정이의 눈이 반짝거렸다.
일단 오늘의 실험은 이 정도로 하기로 했다.
오늘 만들어 낸 더미들은 곧바로 염전에 투입하기로 했다.
700마리 전원이 죄다 연수원에 들어가 있었으니 순간적으로 이곳 무인도에는 공백이 생겼다.
연수가 끝나면 100마리 정도는 이곳에 투입되어야 할 것 같다. 죄다 복면을 씌우고 부려 먹어야지.
“이제 끝! 수정이 가방 사러 갈까?”
“내일이 입학식이었지?”
“헤헤, 아빠 내일은 올 수 있어?”
“당연하지.”
저번에는 급하게 해외로 출장을 가느라 수정이 유치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유치원 졸업식과 초등학교 입학식의 무게는 달랐으니 반드시 참석을 해야 할 것 같다.
가방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은 이슬기를 집으로 초대했다.
편의점 회사를 인수할 때부터 도시락 레시피를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원가가 좀 높아지더라도 양질의 도시락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거다.
기왕이면 아내의 손맛이 들어가면 좀 더 판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도시락은 미끼 상품이나 마찬가지였고 도시락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 편의점 전체적인 매출이 증가한다.
편의점의 매출은 본사의 매출과도 직결이 되었기에 도시락을 시급하게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CL편의점의 도시락이 다른 경쟁사에 밀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슬기와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만났다.
“사장님!”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아줌마.”
“끄응……. 언니라고 불러 줄래?”
“엄마보다 나이가 많은데 어떻게 언니라고 불러요?”
“하하, 이 비서님. 수정이 말이 맞는 것 같네요.”
“하아. 어쩌다가 이렇게 젊은 분을 모시게 되었는지.”
나와 이슬기의 나이는 동갑이다.
아내와 나는 나이 차이가 꽤 있으니 자연스럽게 그녀는 이모가 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러니 수정이의 말도 일리가 있다.
“연수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아주 잘 되고 있어요. 세실이라는 분이 아주 똑똑하더라고요. 어떻게 그런 분이 편의점 직원이 된다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예요.”
“나중에는 직영 편의점의 전체 관리를 맡겨 볼 생각입니다.”
“네. 그럼 가깝지 않죠. 단순한 알바생이나 직원으로 두기에는 너무 똑똑해요.”
수정이가 나를 바라본다.
대충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수정이는 알 수 있었다.
“챔피언은 챔피언인가.”
“뭐라고?”
“아니에요, 아줌마.”
“끄응.”
수정이가 아줌마라고 부를 때마다 신음을 흘리는 이슬기였다.
딩동!
집 앞에 도착해서 벨을 누른다.
아내가 앞치마를 두른 채로 문을 열어 주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이 비서님도 어서 오세요.”
“엄마! 수정이도 있어!”
“그래. 수정이도 왔니?”
“헤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광경이었다.
갈비찜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아내는 요리 솜씨를 발휘하였지만, 오늘은 한층 심화되었다.
갈비찜과 신선로, 도미찜 등 한식의 총체가 펼쳐졌다.
그걸 본 이슬기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와아! 이게 다 사모님이 하신 건가요?”
“없는 솜씨를 부려 봤네요.”
“없는 솜씨라니요? 이 정도면 한식 전문점 저리 가라인데요?”
“험험. 제가 한때 한식 전문점을 했었죠. 아내 손맛이 곧 한식점 손맛이었습니다.”
“아, 그랬죠.”
망해 버린 한식집 이야기가 나와서인지 이슬기는 헛기침을 했다.
손을 씻고 식탁에 앉는다.
메인 요리만 해도 다섯 가지는 되었기에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아내가 조금씩 음식을 덜어 주었다.
“천천히 많이 드세요.”
“요즘 회식을 자주 해서 배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오늘만큼은 허리띠를 풀어야겠어요.”
우리들의 눈은 이슬기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사실 이슬기 정도면 회사의 중역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비서실장이었지만, 그 권한이 본부장과 맞먹었으니까.
갈비찜을 먼저 조금 먹어 본다.
“와아!”
“어떤가요?”
“도대체 뭐가 들어간 건가요!? 갈비찜에서 이런 맛이 난다니…….”
“시어머니 솜씨셨죠.”
이슬기는 정신없이 음식을 흡입하고 있었다.
요즘 배가 나오고 있다고 하더니 조금씩 배가 빵빵해지는 것이 보일 정도다.
나와 수정이는 한 번 웃어 주고는 식사를 시작했다.
“와아!”
항상 먹는 거지만 감탄이 나온다.
영국인 출신의 아내가 어떻게 이렇게 한식을 잘할 수 있는지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아무래도 자라 온 환경이 다른데 말이다.
그만큼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내에게 전수를 잘해 주었다는 뜻이겠지.
어느 정도 음식을 흡입하던 이슬기가 젓가락을 멈추었다.
“하아. 잠시 기절했었나 봐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배가 불러오네요.”
“어떤가요?”
“훌륭해요! 그런데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뭔가요?”
“이 정도 수준의 음식이라면 원가가 상당할 것 같아요. 물론 요즘 편의점 도시락도 기본 4천 원 이상이고 많게는 5천 원 이상까지 나왔지만, 원자잿값도 많이 올라서 감당이 될지 모르겠어요.”
그녀의 말에 아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기본 재료만 사용했어요.”
“네에!?”
“고기도 국내산은 아니죠. 연육을 잘 시킨 거고, 잡내 제거에 신경을 썼어요.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할 제품이었으니 그럭저럭 단가는 맞춰야 할 것 같아서요.”
“헉! 그럼 이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건가요!?”
“아마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