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98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098화
098
구매자들(2)
“좋은 생각 같습니다.”
“종잣돈으로는 차고 넘치는 금액이 아니겠나? 그리하여 설비를 하면 될 게야.”
이강노 회장이 말하는 설비란 안드로이드 생산 공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엄연하게 따지면 공장은 필요 없었다. 그냥 노지에서 제작을 해도 되었지만,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설비가 필요하기는 했다.
그러니까 안드로이드 생산 공장을 짓는다면 외부에서 생산 과정이 보이지 않게끔 비밀을 유지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했다.
“감사합니다.”
“뭐가 말인가?”
“조언해 주셔서 말입니다.”
“허허허. 나는 자네가 국내를 넘어 세계를 호령하는 기업가가 될 거라고 믿고 있네. 이건 시작에 불과하지.”
“설마요. 저를 너무 높게 평가하셨습니다.”
“내 눈은 틀린 적이 없어. 그 끝없는 기술과 인간 경영에 대한 마인드라면 성공을 할 수밖에 없다네.”
역시나 이강노 회장은 나를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상당한 거품이 있었다.
과학이 아니라 흑마법이었고 인간 경영이 아니라 언데드 경영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강노 회장의 착각을 정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슬슬 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술이 들어갔지만 이강노 회장의 정신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초인도 아닐 텐데 저런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보니 괜히 지금의 기업을 세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술 한 병이 바닥나자 식사 자리도 파했다.
오후 업무가 시작됐다.
이강노 회장이 다녀간 이후로는 어떤 식으로 자금을 분배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와 원하는 모든 것을 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무인도 개발에 들어가는 모든 자금을 충당하고 도시락 공장을 인수하며 안드로이드 생산 공장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무인도 개발에 일단 200억 정도, 도시락 공장 인수에 300억, 도시락 공장 확장 공사에 500억, 안드로이드 공장 생산지에 1천억을 투자한다.
이 정도만 해도 차고 넘치게 설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자금은?
“유통사를 인수해야 하나?”
편의점 사업을 하고 있었으니 물류비가 많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기업들은 자신의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사업을 연계하여 발전시킨다.
물류사를 인수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고 추후 해외 진출도 꽤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예 무역회사와 물류사를 함께 인수해야 하나?
대략적인 로드맵을 그려나가고 있을 때였다.
똑똑!
“들어와요.”
“사장님!”
“무슨 일 있나요?”
이슬기의 얼굴이 꽤나 상기되어 있었다.
방금 이강노 회장과 헤어졌고 지금은 한가하게 서류 업무나 보면서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 중이었다.
또 중요하게 찾아올 손님이 있었나?
“청와대와 CIA에서 사람이 찾아왔어요.”
“허어. 청와대와 CIA?”
“그리고 영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에서 만나고 싶다고 의사를 타진했어요.”
“벌써 시작됐나?”
“안드로이드 기술이잖아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슬기의 눈에서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신기술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는 소리였다. 하기야, 공개적으로 안드로이드의 성능에 대해 까발려 버렸으니 사람들이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사람을 닮은 안드로이드는 수십 년 이후의 일이라고 치부가 되고 있었으니까. 사실, 수십 년이 지난 이후에도 사람과 흡사한 안드로이드가 나올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
“갑시다. 어디에 있습니까?”
“응접실로 모셨어요.”
“한국과 미국에서 함께 사람을 보내다니. 별일이군요.”
“미국에서 압박하지 않았을까요?”
“그럴 공산도 있군요.”
대국이 소국을 압박하는 일이야 고대에서부터 함께해 왔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압박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오늘 두 정부에서 경쟁을 하려나?
아니다. 내가 경쟁을 붙여야 한다.
“가 봅시다.”
오늘의 협상은 아주 중요하다.
협상의 결과에 따라 안드로이드의 공급가가 결정된다.
연구를 위하여 안드로이드 몇 대를 구매하려 할 것이고 나는 최대한 가격을 후려쳐서 받아 내야만 했다.
CL리테일 응접실.
이곳에는 청와대와 CIA에서 나온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 하필 CIA인가 싶었는데 시리아에서 안면이 있는 캐서린 부국장이 찾아와 있었다.
과연.
안면이 있는 편이 협상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미국 정부에서도 고심을 한 끝에 캐서린을 파견한 것 같았다.
청와대에서는 의외의 인물이 찾아왔다.
과학 기술 정보 통신부 장관 유제성이었다.
‘장관이라니. 안드로이드 기술이 그렇게나 중요했던가.’
하긴, 현 사회는 인간의 목숨에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다.
안드로이드를 확보한다면 위험한 일을 도맡아 처리할 수 있는 기계가 생기는 것이다. 각국에서 큰 사달이 날 만도 했다.
캐서린이 나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난다.
“와! 오랜만이군요!”
괜히 살갑게 인사를 하는 캐서린이다.
유제성 장관은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제성입니다.”
“이유성입니다.”
나 역시 정중하게 인사했다.
우리는 테이블 하나를 두고 둘러앉았다.
“꽤 놀랐습니다. 미국에서도 사람을 보내고 말입니다.”
“안드로이드의 가치에 대해서는 그걸 만든 사람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해요. 현재 미국은 각종 테러와 싸우고 있죠. 그 밖에도 안드로이드를 투입할 곳은 무궁무진해요.”
“아직 대량 생산 계획은 없습니다.”
“대량 생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수제로 만든 제품을 몇 대 구입하려고 해요.”
“한 3대 정도요?”
“그 정도면 감사한 일이죠.”
“한국 정부에서는 어떤가요?”
“저희 정부에서도 3대 정도 구매하려고 합니다. 가능할까요?”
“가능이야 하지만 가격이 문제 아닐까요?”
“이햐, 유능하시네요.”
캐서린은 괜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처음 시리아에서 봤을 때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만큼 안드로이드 기술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지.
어떻게 협상을 해야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 있을까?
‘어차피 분석을 하려는 목적이지. 그렇다면 아예 계약서에 명시하고 돈을 더 받아도 되지 않으려나?’
마음대로 분석을 하라는 조항을 단다.
어차피 그런 조항이 없어도 각국에서는 분석을 할 것이다. 암암리에 하는 일을 대놓고 해도 된다고 명시하는 거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미국에서는 얼마를 주실 수 있습니까?”
천조국 미국에 먼저 물었다.
미국에서 가격을 정하면 한국 정부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자 나라에 먼저 물어보는 것이 낫겠지.
“한 대에 3천만 달러씩 해서 1억 달러에 구매하려고 해요.”
“한국 정부는 어떤가요?”
“저희도 같은 조건에 구매하려 합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인 건 아시죠?”
캐서린은 빙그레 웃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선수들이다.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무엇을 위해서 협상을 하려고 하는지 모두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캐서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5천만까지 드릴게요. 총 1억 5천만이죠.”
“분해해서 연구할 수 있는 권리도 명시해 드리겠습니다.”
“오호.”
“어차피 하지 말라고 해도 하실 거잖아요?”
“글쎄요.”
“분해하는 순간 망가지도록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만.”
캐서린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런 식으로 설계가 된 안드로이드는 당연히 구입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결국, 돈을 더 내놓으라는 뜻이었다.
내게는 한 대를 만들건 세 대를 만들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에 3대를 생산할 수 있었으니까.
“그 권리까지 2억 달러에 살게요. 더 이상은 무리예요. 아시죠?”
“한국 정부에서는?”
“끄응. 어쩔 수 없군요.”
지금 환율이 1,200원이었으니 환전하면 2천 400억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그런데도 미국에서는 흔쾌히 지불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마 분해하면 반드시 기술을 뽑아낼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불가능할 거다.
그에 대해서도 말해 줘야 할까.
“다만 어려울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확신합니다. 분석하려면 10년 이상 걸릴 겁니다. 그동안에 기술은 발전할 테고요.”
“미국의 과학력은 상상을 초월해요.”
나는 어깨를 으쓱여 주었다.
과학이라면 당연히 으뜸이겠지만 흑마법이라면?
아예 접근조차 못 할 거다. 그에 대한 데이터가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안드로이드는 나노 기술에 기반을 두었다는 걸 알려 드리겠습니다. 분해하여 알아보려고 해도 어려울 수 있어요.”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좋습니다. 계약서 작성하도록 하죠.”
오늘 나는 5천억을 뜯어냈다.
정확하게는 4,800억. 그런데 이슬기는 여러 국가에서 기술 선점을 위하여 안드로이드 구매를 원한다고 했다.
기술 선점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분해할 것이 뻔하였기에 우리는 공공연히 말하고 있었다.
캐서린은 사인을 하기 전에 물었다.
“그 기술을 파실 생각은 없으시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통째로 팔 수는 없죠.”
“아쉽네요. 꽤 쳐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사업가입니다. 기술은 발전하기 마련이고 미래의 먹거리를 그런 식으로 팔고 싶지는 않군요.”
“할 수 없죠.”
스스슥!
캐서린은 사인을 마쳤다.
유제성 장관도 물끄러미 계약서를 바라보다가 사인을 했다.
다소 출혈이 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거다.
국가 세금으로 구입하는 것이었으니까.
과학 기술 정보 통신부에 어느 정도의 예산이 배정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오늘 대통령에게 한 소리 들을 것이 틀림없었다.
“오늘 인계를 하면 바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겁니까?”
“당연하죠.”
“가죠.”
“어디를 말인가요?”
“무인도에서 생산을 하고 있는데 새 제품으로 드리도록 하죠.”
캐서린은 곧바로 호기심을 드러냈다.
CIA는 정보를 다루는 부서였다.
물론 미국 정부에서 명령을 받고 거래를 위해 왔지만, 누구보다 안드로이드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안드로이드가 어느 정도의 효율을 발휘하는지도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야 했다.
타다다다다!
헬기가 바다를 가로지른다.
오늘은 배가 아닌 헬기를 타고 간다. 그것도 한국 정부에서 마련해 준 헬기를 말이다.
정부와 연줄이 생기니 좋기는 했다.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 나간다면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흑마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제품들이 선보일 것이니 그들과의 관계는 더욱 단단하게 구축될 수 있었다.
범도 헬기장에 내리자 린이 하품을 쩍쩍하며 서 있었다.
그녀는 전화로 지시받은 대로 더미 6기를 데려왔다.
“저기 보이는군요. 저것들이 전부 안드로이드입니다.”
“저것들이 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