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00
100
22. 기회 뒤에 숨겨진 것 (5)
“얀 웨버를 다시 봐야 한다고?”
“네.”
파티가 있고 이틀 뒤 나는 한 구장에서 스벤 두 명과 함께 쾰른과 바이에른 뮌헨의 2군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 사전훈련으로 확신했네. 얀 웨버는 볼 게 없어. 아니 쾰른에는 쓸 만한 선수가 하나도 없어.”
내가 아는 스벤이 아닌 또 다른 스벤, 아스날의 수석 스카우트인 스벤 미슐린타트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지 마시고 한번 얘기를 좀···.”
그리고 내가 아는 스벤은 나를 지지해줬다. 또 다른 스벤은 내가 아는 스벤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댔다.
“자네도 쾰른에는 쓸 만한 선수가 없다 하지 않았나.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꿔? 이 직원 때문이야?”
“믿어볼 만 한 직원입니다. 우리 에이전시에서 소문이 자자해요. 그러니까 한 번만 좀··· 아니면 제 얼굴을 봐서라도···.”
“흠···.”
스벤이 저렇게까지 나올 줄은 나도 몰랐고, 또 다른 스벤도 몰랐던 모양이었다.
저렇게까지 해줬는데 얀 웨버의 가능성이 적다면 나는 죽일 놈이 될 것이다. 하지만 헬퍼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
[얀 웨버]-잠재 능력 : ☆☆☆☆☆☆
-1999년 5월 26일생
-오늘 컨디션은 최고다.
-마우리시오 사리와 궁합이 좋은 선수다.
일곱 개짜리 선수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아스날에서 뛰기에는 충분한 잠재력이었다. 더해서 네 번째 메시지인 금빛 메시지가 나왔다. 나는 헬퍼에서 자신감을 얻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파티가 있던 건 이틀 전이었다. 어제 하루를 충분히 쉬었기에 목소리도 말끔하게 나왔다.
“유망주로서는 분명히 쓸모 있습니다. 괜찮은 선수로 클 겁니다.”
“대체 이 청년 뭔가?”
자신의 말을 정면에서 부정하고 있는데 이 정도 짜증만 부리고 있는 게 다행이었다.
이 사람은 자신의 눈을 과신해도 되는 남자였으니까 말이다.
스벤 미슐린타트, 동료 스벤과 헷갈리니 성으로만 기억하는 게 좋을 것 같은 미슐린타트는 독일 자체를 꽉 쥐고 있는 스카우트였다. 별명은 ‘도르트문트의 보물’. 도르트문트의 스카우트로서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피에르 에메릭-오바메양, 우스망 뎀벨레, 카가와 신지를 직접 데려온 스카우트였다.
더불어 이적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선수로 마츠 훔멜스, 야쿱 브와슈치코프스키, 네벤 수보티치, 스벤 벤더라는 헬퍼의 능력치로 치면 별 여섯 개에서 일곱 개짜리 선수들을 선별한 세계 최고의 스카우트가 바로 그였다.
그만큼 실력이 있기에 아스날에서도 그에게 수석 스카우트 자리를 주면서 단장에 준하는 권한까지 줬다고 했다.
현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도르트문트의 스카우트였던 그였기에 이번 프로젝트에서 독일 스카우트는 딱히 할 게 없다 생각해 내가 두 번째 국가로 독일을 지정한 거였다. 미처 확인 못 한 얀 같은 선수만 체크하고 영국에 한번 들르기 위해서였다.
‘제발 좀 잘해라···.’
세계 최고의 스카우트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능력치가 모든 걸 정하는 건 아니기에 나는 갈색 곱슬머리를 만지작대고 있는 얀 웨버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얀 웨버는 필드 위에서 자신감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폼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대체 뭘 보고 이 선수를 추천하는지 모르겠군. 안 그래도 크리스 앨런 영입에 실패했다고 보드진이랑 푸닥거리 한 번 하고 왔는데 말이야···.”
나는 움찔했고, 스벤은 미슐린타트에게 물었다.
“아스날도 크리스 앨런을 노렸습니까?”
“응, 내가 무조건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보드진이 세대교체 중이니까 천천히 진행하자고 뜸을 들이는 바람에··· 하아··· 진짜 아까워 죽겠네··· 사리 감독도 크리스를 콕 찝었는데 타이밍이 어긋나는 바람에···.”
스벤 또한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아쉽겠습니다. 원래 앨런이 우리 에이전시 선수여서 그런지 에이전시 내에서도 많이 아쉬워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공감합니다.”
“그랬나?”
조금 뿌듯하긴 했는데 끼어들기는 좀 그런 대화였다.
“어?”
그때 미슐린타트가 말을 멈추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좌측 인사이드 포워드 롤을 맡은 얀은 나폴리의 인시녜 같은 멋진 무브먼트와 트래핑으로 로빙 패스를 낚아채 골키퍼 다리 사이로 골을 넣었다.
“오, 잘하는 데요?”
스벤이 나에게 몰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미슐린타트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나와 필드 위의 얀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래, 그거야!”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미슐린타트는 주먹을 꽉 쥐고 손을 흔들며 얀의 플레이에 환호성을 지르는 중이었다.
미슐린타트는 중간마다 날 향해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을 보냈는데, 점점 미안함이 담긴 눈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미슐린타트는 내게 사과부터 꺼냈다.
“자네 얘기를 허투루 들었네, 미안하네. 허··· 내가 저런 선수를 놓칠 뻔했다니···.”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결국은 제 얘길 들어주시지 않았습니까? 미슐린타트 씨가 제 의견을 이 정도로 존중해줬다니 그것 자체로도 영광입니다.”
“겉치레는 치우지. 바우어, 얀 웨버도 체크해 놓자고. 앞으로 며칠 정도 더 지켜봐야겠어.”
스벤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리고 미슐린타트가 내게 말을 걸었다.
“자네, 이름이 뭐라고?”
“태현석입니다.”
미슐린타트는 입으로 내 이름을 발음해보고 말했다.
“기억하겠네. 나는 미슐린··· 아니 이건 여자 이름 같으니까··· 타트라고 부르게.”
“감사합니다. 타트.”
후반전에 들어가자 미슐린타트는 카메라로 얀의 플레이를 찍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카가와 신지를 데려올 때 여섯 번이나 방문하고, 15번의 비디오 분석을 통해 영입한 전력이 있는 스카우트였다. 그만큼 비디오 분석을 신뢰하고 선호하는 스카우트이기도 했다.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는 건 얀을 본격적으로 보겠다는 얘기와 다를 게 없었다.
후반전에 들어가기 전, 빈 관중석 중 나를 찾은 얀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미슐린타트에게 보이지 않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얀은 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몰래 귀띔을 한 덕을 본 것 같았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나는 오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빅클럽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얘기했고, 그게 얀의 최고조 컨디션과 결합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 건에 더해 미슐린타트에게 내 이름을 각인시켰다는 것만으로 뿌듯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진동했다.
지이잉.
주변을 둘러봤지만, 근처의 사람들은 전반전과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미슐린타트에 대한 정보는 이미 얻었는데, 또 뭐지.
휴대폰을 켜니 헬퍼가 아닌 은행 앱이 상태 창에 떠 있었다. 또 헬퍼인 줄 알았던 나를 책망하며 은행 앱을 켰다.
입금 [200,000£] EW에이전시
“헉.”
돈이 입금됐다는 내용이었고, 금액은 20만 파운드, 원화로 3억에 가까운 돈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돈이래.
사전에 들었던 적이 없어서 나는 잘못 입금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 바로 에이전시에 전화를 걸었다. 눈은 여전히 얀을 보는 채로.
전화를 받은 케이티는 인사도 없이 내게 말했다.
-레온의 재계약 수수료에요. 받아요.
“레온이요?”
재계약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 음··· 생각해보면 포지션을 변경하고 활약도가 급히 올라 핵심 선수 자리까지 꿰찼으니··· 재계약하기 딱 좋은 시기긴 했다.
내가 레온의 재계약을 담당하는 것도 아니니 모르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고. 그리고 몰래 수수료까지 보낸 거 보면 레온도 숨기려고 했던 모양이고.
“아아··· 네, 갑자기 돈이 들어와서 잘못 입금하신 게 아닐까 해서요.”
-저는 실수 안 합니다.
“아하하, 그렇죠. 그럼 다시 일 보세요.”
나는 케이티의 딱딱한 말을 능숙하게 받으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 순간.
-저기, 미스터 태.
“네?”
저기? 이 사람이 날 먼저 부른 건가? 잘못 들은 게 틀림없다 생각하며 되물었는데, 케이티 답지 않은 당황한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
-아뇨, 아니에요.
케이티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케이티의 사무실 번호를 뚫어지라 봤다.
“뭐지?”
생각해봤자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레온에게 전화를 걸었다.
레온 또한 전화를 받자마자 인사 없이 용건으로 들어갔다.
-하하··· 받았나 보네요?
찔리는 게 있는 목소리였다.
“나한테 이걸 왜 보내냐. 구단에서도 받은 게 있고 지난 컨설턴트 때 돈도 받았었는데.”
-태가 아니었다면 이 계약 못 했을 거잖아요. 아버지도 무조건 보내주라고 그러고···.
“그러냐···.”
보일리는 없겠지만 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답했다. 예상치 못한 돈이라 머릿속이 복잡했다.
-혹시 불쾌했어요?
“음···.”
-다시 가져갈까요?
“아니, 그건 안 되고.”
그렇지, 예상 못 한 돈은 늘 옳은 거지. 머릿속이 깨끗해졌다. 내 반응에 레온이 쿡쿡 웃고 다른 얘기를 꺼냈다.
-요즘 많이 바쁜가 봐요. 연락도 잘 안 되고.
“아무래도 아르헨티나에 있다 보니까 어쩔 수가 없었어. 지금은 독일이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맘껏 전화해.”
-그래요? 그럼 영국에는 언제 와요?
나는 레온과 사소한 이야기 몇 가지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팀 하르트만도 잘 지낸다고 했다.
필드에서 뛰고 있던 얀이 막 교체되고 있었다.
그리고 미슐린타트와 스벤은 얀의 비디오를 돌려보며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끼어들기 어려울 정도로 열렬하게 토론 중이라 나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척하며 선수들에게 전화나 걸어보기로 했다.
“이런 건 생각난 김에 해야지.”
크리스와 세바스티앙은 하반기에 들어서서 오전 훈련만 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둘은 특별한 일은 없다고 했다.
둘 다 좋은 활약 중이고, 훈련도 순조로우니 당연한 일이었다. 걱정이었던 크리스의 체력 또한 감독인 요카노비치에게 적절한 안배를 부탁해 놓은 상태였다.
세바스티앙은 아직도 생생하게 뛰는 중이고.
그리고 나는 다른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던, 뭐해?”
-저항성 운동이요.
조던은 재활 후에도 꾸준히 몸을 관리해주고 있었다. 부상당한 부위는 또 부상당하기 쉽다고, 주변 근육과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공식 훈련 후에 30분씩 꼭 하고 훈련장에서 나온다고 했다.
“잘하고 있네. 요즘은 어때?”
-태가 잘 연락 안 됐던 것만 빼면 괜찮았어요.
“소름 돋는 소리 말고.”
킬킬대며 웃는 조던, 조던은 말이 없던 예전과는 다르게 장난기 있게 변해있었다.
-아, 그게 있었지.
“뭔데?”
-몇 주 전에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왔었거든요. 곧 재계약할 것 같아요. 태한테도 수수료 보내달라고 할게요.
“응?”
얘도 재계약이라고?
레온과는 다르게 이해가 잘 가질 않았다. 부상에서 갓 복귀한 선수를 재계약하는 건에 구단 측이 아닌 에이전시에서 먼저 나섰다는 건가?
나는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정확하게 알기 위해 물었다.
“구단에서 먼저 제의한 거야?”
-아니요. 에이전시에서 이건 무조건 재계약을 해야 한다고, 팀이 날 믿어주는 걸 확인해야 한다면서···.
조금 싸한 기분이 들었다.
부상 복귀를 앞둔 선수를 격려하기 위해 구단에서 재계약을 제의할 수는 있지만, 선수 측에서 먼저 나서면 모양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네.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나와 인연이 있는 또 한 명의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베니시오, 잘 지내죠?”
-음··· 아뇨.
베니시오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무슨 일 있어요?”
-조금 골치 아픈 일이 생겨서요.
“네?”
-재계약 때문에···.
베니시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