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01
101
22. 기회 뒤에 숨겨진 것 (6)
베니시오는 재계약 문제로 구단과 트러블이 생겼다고 말했다.
“재계약 시점이 너무 이른 거 아니에요? 베니시오의 수락이 없었으면 진행이 불가했을 텐데··· 왜 허락한 거예요?”
내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린 건지 대답하는 베니시오가 우물쭈물 거렸다.
-이른 거였나요···? 제 시즌 기록과 현재의 시장 상황이면 재계약을 안 해주는 게 이상하다고, 그런 거면 구단이 저를 우습게 보는 거라고 그래서···.
베니시오는 세비야의 로컬보이 출신이었고, 에이전트가 한 번도 없었다. 이적도 이번 구단이 처음이었고. 재계약도 세비야의 그 착한 단장이 알아서 잘 해줬을 거고, 관심 둘 필요가 없는 분야기도 했다. 그렇기에 축구계 생리에 대해 모르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내 답답함의 무게를 더했다.
“아무리 구슬린다고 해도, 팀 수위권에 들 정도의 활약도 아닌데 재계약을 하겠다고 하면 어떡해요.”
-음···.
“대체 그 에이전트 이름이 뭐에요? 내가···.”
-죄송합니다. 괜히 신경 쓰게 만들었네요. 에이전시에서 인정받고 프로젝트도 잘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미스터 태한테 방해가 된 것 같군요.
베니시오가 내 말을 끊고 들어왔다.
-이런 얘길 하는 게 아니었는데··· 하하. 다시 한 번 미안해요. 하소연 좀 하고 싶었는데 마침 태한테 전화가 와서···. 저는 괜찮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이제 서른도 다 돼 가고, 이미 일어난 일이니 스스로 잘해야죠.
“아니··· 후··· 일단 다음에 전화할게요.”
경기가 끝난 건지, 사람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나는 스벤과 미슐린타트에게 돌아가며 이 재계약 사태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선수 하나라면 모를까 같은 시기에 세 선수가 재계약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게 심각하게 걸렸다. 또, 같은 시기에 세바스티앙은 헬퍼로 이적을 시도하려는 정황까지 발견했었고.
‘이적이든, 재계약이든 달성을 위해서라면 선수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거나 정보 자체를 누락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고, 구단들을 속이는 일도 아무렇지도 않게 했어요.’
‘선수들이나 구단들도 자신들이 속은 줄 모를 정도라 저도 우연한 기회에야 알았어요.’
멘데스가 해줬던 대표에 관한 이야기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수면 아래에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것도 대표와 관련된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눈밭에 눈덩이를 굴린 것처럼 불어났다.
“하아···.”
나는 차분해지려고 노력했다. 막 업계 1년 차가 되어가는 초보자의 과대망상일지도 모르니까.
경기장에 돌아가니 미슐린타트는 한창 분석에 빠져 있었고, 스벤은 그 옆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나는 조용히 스벤을 불러내 베니시오의 이적 건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확실히··· 일반적인 이적은 아니야···. 베니시오 담당 에이전트가 대체 누구기에 그런 식으로 진행한 거지?”
스벤의 확답에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눌러놨던 불안감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다시 전화해서 확인해 봐야겠어요.”
“미스터 태는 정이 참 많아.”
“아니에요.”
스벤은 마치 삼촌처럼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스벤을 마주하니 문득 한 가지 더 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하나 더···.”
남은 찜찜함의 원인인 조던 킹의 재계약에 대해 얘기했다.
“그것도 이상한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그럴 이유가 없는데?”
스벤이 대놓고 의아해했다. 그러면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고, 뉴스 기사 하나를 찾아 내게 보여줬다.
“조던은 모르겠는데 베니시오는 기사까지 났는데? 단장이 직접 인터뷰까지 했어.”
베니시오가 재계약 요구를 했다는 단장의 불평이 담긴 기사였다. 기사를 쭉 읽으니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는 내용까지 보여 나는 사우스햄튼의 공식 계정이 아닌, 서포터 SNS 계정을 확인했다.
글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계정 운영자가 베니시오 재계약 요청 기사를 링크해 둔 것이었다. 아래에는 댓글이 수두룩했다.
[사우스햄튼 단장, “베니시오의 재계약 요청이 너무 이른 게 아닌가 생각된다.”](본문 클릭 시 기사로 이동)
mark craig> 잘하고 이런 말을 하면 모를까.
crowley> HAHAHAHA… 미쳤구나?
BigS> 🙁 실망이에요
fuXkRIV> 로테이션 주제에 뭔 X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우리한테는 버틀란드가 있고, 너 같은 풀백은 새로 데려오면 그만이야. 그냥 너도 리버풀로 꺼져.
┖ BigS> :`( 버틀란드 토트넘 링크 떴어요. 그리고 1부 리그급 왼쪽 풀백 매물도 아예 없어요. 그걸 이용해서 재계약을 시도하는 것 같은데 진짜진짜 많이 실망이에요.
┖┖ fuXkRIV> 아니 X벌 또 판다고? 안 그래도 반다이크 새끼 때문에 전반기 내내 빡쳤는데 이제 안에서도 난리네. 팬질을 그만두던가 해야지 이 ㅈ같은 팀.
······.
···.
성난 팬들의 반응을 눈으로 확인하니 막막함이 한층 더 쌓였다.
베니시오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면 모를까, 나랑 엮여서 이런 고초를 당하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에 마음이 쓰였다.
그렇다고 섣부르게 움직이는 건 정말 이 일이 나와 대표와 관련 있는 일이라면 멍청한 행동이었다. 멘데스에게 들었던, 그동안 봐왔던 대표라면 내가 움직였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패턴으로 움직일 게 뻔했다.
그러니까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여야 했다.
나는 얀에 빠져있는 미슐린타트를 보며 결심했다.
‘이 프로젝트를 가림막으로 사용하자.’
*
이틀 뒤, 미슐린타트는 내게 흠뻑 빠져 버렸다.
“아니, 눈에 스카우터라도 단 건가? 이 선수도 저번에 볼 때는 가망이 없어 보였는데···.”
필드에서는 벤 노이만이라는 이름의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를 이겨내고 헤딩을 따내고 있었다.
어제와 오늘, 정말 쉬지 않고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을 다 찾아다녔다. 밤에는 선수들의 자료와 영상을 보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 결과로 어제는 허탕이었지만, 오늘은 한 건 할 수 있었다.
벤 노이만은 마우리시오 사리가 요청한 빌드업이 가능한 중앙수비수, ‘볼플레잉 디펜더’에 적합한 선수였다. 발도 빨라 이번 시즌 노쇠화가 보이는 로랑 코시엘니의 대체도 가능해 보였다.
사실 아르헨티나에서 저 선수의 상위 호환 형 선수를 추천해 뒀지만, 이번 주 할당량을 빨리 채울 생각에 중복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추천부터 했다.
미슐린타트의 만족한 표정이 아니었다면 일을 급히 했다는 죄악감이 조금 들 뻔했다.
미슐린타트는 추천목록에 넣을 선수가 늘어났다고 싱글벙글이었다.
“고마워, 미스터 태.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거든.”
지이잉. 지이잉.
그때 휴대폰이 연달아 울렸다. 나는 화면을 켜 진동의 원인을 확인했다.
은행 앱과 문자 앱이었다.
입금 [300,000£] EW에이전시
케이티 큐빗 [조던 킹의 재계약 수수료입니다.]
저번에 전화했던 탓인지 케이티가 문자까지 동시에 보냈다. 조던까지 계약이라니, 설마···.
“잠시 전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나는 미슐린타트와 스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벗어나고자 했다.
“그래, 얼마든지.”
미슐린타트가 흔쾌하게 말했다.
나는 통로에 나가자마자 조던에게 전화해 고맙다고 말하고, 이 재계약을 언제부터 진행했던 건지 물었다.
-음··· 한 달 전쯤이었나?
내가 아르헨티나에 떠난 후 얼마 안 있어서였다.
다행히 맨시티와 재계약을 체결한 조던은 베니시오처럼 꼬이지 않았다. 나는 억지라고 생각했지만, 맨시티는 배포가 큰 구단답게 조던에게 큰 불쾌감을 표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먼저 계약을 제안했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며 구단의 이미지를 올리고 있었다.
팬들은 역시 만수르, 세계최고복지구단이라는 말로 맨시티를 찬양하는 중이었다.
이어서 레온에게도 확인 전화를 걸었다.
-한 달 전이요. 태가 아르헨티나 가고 얼마 사흘 훈가? 왜요? 돈 다시 돌려주려고요?
“알아볼 게 있어서 그런 건데 그런 농담은 말자. 주급으로 10만 파운드를 받는 놈이 벼룩의 가죽을 벗겨 먹으려고.”
레온은 장난이었다고 쾌활하게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베니시오 또한 왜 아직도 그걸 알아보고 있냐고 책망하더니, 한 달 전쯤에 제안이 들어왔다고 말해줬다.
세바스티앙까지 포함한 네 선수에 대한 이적, 재계약 행동 시기까지 일치하는 걸 보고 잠깐 미뤄뒀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대표의 큰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조던이나 레온, 베니시오는 사정이나 시기 상 이적이 불가한 선수니 재계약을 한 거고, 세바스티앙은 이적한 지 두 시즌이 됐으니 이적을 시도할 만 했다. 그래, 재계약보다는 이적이 수수료가 세지···.
대표는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 태현석이 에이전시를 나가면서 데려갈 선수들을 무리해서라도 뽑아먹을 수 있는 건 다 뽑아 먹어놓자.
라고 말이다.
“이 정도로 대단한 눈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스벤, 저 직원 나한테 넘겨줄 생각 없나? 타고난 스카우트 같은데.”
“거절합니다. 제가 잘 도와줄 생각이니까요.”
다시 좌석으로 돌아가는데 둘이 내 얘기를 하고 있었다.
둘 다 고마운 말이었지만 지금은 부끄러워할 새가 없어 인기척을 냈다.
“왔나? 미스터 태, 방금까지 스벤이랑 얘기했던 건데··· 내가 한 번 돌았던 구단들을 싹 다시 돌아보는 건 어떻겠나? 내가 놓친 선수들을 좀 구해주게.”
미슐린타트의 말에 스벤도 열심히 끄덕였다.
저번의 얀이나 이번의 벤은 모두 스벤이 관리하던 선수들이었기에 스벤 또한 내 덕을 많이 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부족했다.
“말씀은 감사한데··· 개인적인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응?”
“잠깐 영국에 다녀왔으면 합니다.”
스벤은 내 말에 의도를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베니시오 때문에?”
“베니시오? 아, 사우스햄튼의?”
“네.”
프리미어리그 선수니 미슐린타트도 아는 모양이었다.
“무슨 일인데 그런가?”
예전에 인연을 맺었던 선수인데 곤란에 빠졌다는 걸 듣고, 만나서 위로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라고 스벤의 머릿속에서 부풀려진 얘기가 스벤의 입을 통해 미슐린타트에게 전해졌다.
특별히 지적할 건 없었기에 나는 얌전히 있었다. 나를 좋게 봐주면 더 좋은 거니까. 스벤의 얘기를 다 들은 미슐린타트는 나를 기특한 듯 보며 말했다.
“이야, 한번 인연이 있는 선수가 마음에 걸려? 에이전트들이 다 자네 같으면 좋을 텐데, 요즘 에이전트들은 다 돈밖에 모르거든. 자네, 점점 더 마음에 드는데?”
“과찬이십니다. 그럼···.”
“좋아, 다녀오게. 여름이적시장까지는 한참 남았고, 사흘 만에 선수 두 선수나 추천해준 스카우트에게는 휴가도 얼마든지 줄 수 있지.”
“감사합니다.”
*
베니시오가 복잡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이럴 것까진 없다니까요.”
“제가 걱정돼서 그래요. 오늘 얘기나 좀 해요.”
베니시오의 아내는 식사 준비에 한창이었고 나는 베니시오의 딸, 아드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베니시오가 걱정되는 것도 있었지만, 베니시오의 재계약을 담당한다는 에이전트와 접촉해 대표의 꿍꿍이를 확실히 알아내고 대처 방안을 찾기 위해 여기에 있었다.
예를 들면 재계약을 강요한 증거라던가. 뭐든.
아드리아나는 평소의 활기찬 모습은 어디 가고 어깨가 축 늘어지고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다. 나는 아드리아나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키 많이 컸네.”
“정말?”
“응.”
두 달 만에 보는 아드리아나의 키는 실제로도 꽤 자라 있었다. 아드리아나는 배시시 웃고는 내 옆에 앉았다.
나는 베니시오에게 물었다.
“베니시오. 담당 에이전트가 언제 방문하죠? 아니면 통화로 하나요? 중간마다 계약 얘기는 하잖아요?”
베니시오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며칠 전까지는 전화를 주로 썼는데, 안 그래도 오늘 찾아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런가요?”
타이밍이 좋았다. 느긋하게 기다리면 될 것 같았다.
나는 베니시오에게 재계약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감독들이나 팀 동료들이 베니시오를 안 좋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여보, 이거 간 좀 봐봐요.”
어느새 다가온 베니시오의 아내는 베니시오에게 수프를 한 숟가락 물려줬다.
그때, 옆에서 얼쩡거리던 아드리아나가내 어깨를 툭툭 쳐 귓속말로 말했다.
“나 부탁할 게 있는데 내 방으로 같이 가자. 응?”
조막만한 아드리아나의 진지한 얼굴에 나는 양해를 구하고 아드리아나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아드리아나는 문을 닫고 귀를 대며 밖에 사람이 없는지 살피는 귀여운 모습을 보였다.
“왜 그래?”
“아빠가 들으면 안 되니까···.”
나는 아드리아나에게 물었다.
“왜 들으면 안 되는데?”
“음··· 그러니까아···.”
아드리아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등 계속 우물쭈물 거렸다.
그리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있잖아, 친구들이 아빠보고 배신자래, 아빠 그런 사람 아닌데···.”
아드리아나가 고개를 떨궜고, 그 모습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아드리아나의 말을 기다렸다.
“도와줄 수 있어? 아빠가 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다시 고개를 든 아드리아나는 어느새 울먹거리고 있었다.
미슐린타트에게 들은 바로는 리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왼쪽 풀백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팀의 핵심인 라이언 버틀란드도 토트넘 이적이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팀의 약점을 이용한 재계약 제안, 에이전트로서 훌륭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협상 시도였지만, 재계약에 성공하더라도 선수 이미지에 극히 나쁜 방식이었다.
오래 데리고 있을 선수라면 할 필요가 없는, 그런 억지 계약 말이다.
축 처진 베니시오나, 울먹거리는 아드리아나를 보며 나를 여기까지 움직인, 가슴을 쿡쿡 찌르던 것의 정체를 알아냈다.
“열받네···.”
그건 바로 분노였다. 나는 아드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아빠는 배신자 아니야.”
“정말?”
“응. 내가 열심히 해 볼 테니까, 리아는 아빠 앞에서 많이 웃어줘. 알았지?”
“응···.”
아드리아나의 대답이 막 끝났을 때, 딩동 하고 현관문의 벨소리가 들려왔다.
지이잉.
이어서, 휴대폰이 진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