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14
114
24. 뜻밖의 기회 (3)
“다녀온다.”
“태! 혼자 가요?”
“아니, 안내해 줄 사람 있어.”
나비넥타이를 목에 대충 걸고 셔츠의 단추도 채 잠그지 못한 채 급하게 구두를 신었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크리스는 바로 인사하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무슨 할 말 있어?”
휴대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더 지체했다가는 파티에 늦을 것 같았다.
헬퍼 데이터가 나오지 않은 선수들 목록 정리한다고 일요일인 오늘도 서류에 파묻혀 있던 탓이었다.
“나중에 얘기하자. 가봐야겠다.”
“괜찮아요.”
크리스는 뒤, 정확히 말하면 계단 위 이층을 슬쩍 바라봤다. 그곳에는 에린의 방이 있을 텐데, 뭐가 그렇게 바쁜지 아까부터 방에서 나오질 않고 있다.
“에린한테도 다녀오겠다고 전해줘.”
“아··· 네.”
크리스는 머리를 긁적인 후 손을 흔들며 나를 배웅했다.
나는 문을 열고 나가 바로 차에 올라 타 시동을 걸었다.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넥타이를 고쳐 매고, 셔츠 단추를 잠근 보람이 있었다. 나는 고급 레스토랑 하나를 통째로 빌려 개최한 파티장 입구에 꽤 깔끔한 차림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
파티장 앞에는 날 안내해줄 사람, 데니스 캐머런과 부인 마샤 캐머런이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왔어?”
“네. 애인 만들 시간이 없어서요. 안녕하세요, 한 달 전보다 더 아름다워지셨네요. 마샤.”
마샤가 호호 하고 웃으며 인사를 받아줬다.
데니스도 따라 웃으며 내 등을 탁 치며 파티장 안으로 들어가자고 손짓했다.
“레온은요?”
데니스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집에서 누워서 TV보고 있어. 일주일 째 밖에 나가질 않네.”
어쩌고 있는지 한 번에 연상됐다.
“휴가니까 푹 쉬어야죠. 몸만 안 다치면 돼요.”
“자넨 참 너그러워.”
나는 데니스와 마샤를 따라 파티장에 들어갔다.
오늘 파티는 스토크시티의 구단주 피터 위틀리가 주최하는 것으로 스토크시티의 스폰서 관계자들과 보드진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선수들은 시즌 마감일에 이미 파티를 하고 다 휴가를 떠났다.
그리고 스토크시티 구단주의 지인들인지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도 테이블 군데군데 보였다.
“오, 감독님.”
스토크시티의 감독, 마크 휴즈도 자리하고 있었다.
마크 휴즈는 짙게 웃으며 내게 악수를 건넸다. 나는 그와 악수한 후 그의 부인에게도 인사하고는 잠깐 서서 얘기를 나눴다.
데니스와 마샤는 내가 인사하는 동안 마크 휴즈의 부인과 잡담을 나눴다.
“역시, 미스터 태도 올 줄 알았어요. 구단주님이 초대했죠?”
“네.”
“이따가 다음 시즌 얘기 좀 해요. 괜찮은 선수 있으면 소개··· 아악!”
마크 휴즈의 부인이 그의 옆구리를 꼬집고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한 발자국 물러났다. 왜 이런 곳에서도 일 얘기냐 이거겠지.
“그 얘기는 다음에 하는 걸로 하죠. 제 연락처는 가지고 계시죠?”
“···그래야 겠네요. 그럼 다음 시즌 얘기 말고 잡담이나 하러 와요.”
“그럴게요.”
마크 휴즈가 부인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데니스가 다시 날 데리고 움직였고 나는 파티장의 중앙 테이블로 안내됐다. 그곳에는 날 초대해준 피터 위틀리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피터 위틀리가 환하게 웃는다. 그는 웃음으로 진해지는 주름까지도 자연스러운 멋진 노신사였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흰머리마저 패션 같아 보일 정도다.
“오오오,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군. 여기 앉게.”
옆에 있던 데니스가 예의 바른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저희는 조금 있다가 다시 오겠습니다.”
데니스와 마샤가 물러나고 나는 피터 위틀리의 안내를 받아 테이블에 착석했다.
“몇 명은 알지?”
“네.”
테이블에는 스토크시티의 각 분야 디렉터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섞여 앉아 있었다.
“안 그래도 방금까지 자네 얘길 했어.”
내 얘기를?
그때 선수 관리를 총괄하는 디렉터,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단장, 풋볼 디렉터라고 불리는 직책의 토니 스콜스가 입을 열었다. 레온의 일로 몇 번 마주쳤던 사람이었기에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미스터 태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팀이 강등당할 뻔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에이···.”
“틀림없이 그랬을 거네. 레온이 포지션을 바꾸기 전만 해도 우리는 강등권 근처에서 머물고 있었으니까.”
피터 위틀리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나머지 디렉터들과 모르는 사람들도 다 같이 같은 행동 중이었고.
이번에는 피터 위틀리가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 부른 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야. 이 사람들은 구단 이사들인 ······.”
피터 위틀리의 소개가 이어졌다. 금방 이 테이블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다. 여기는 구단주와 이사들, 그리고 디렉터들이 한데 모인 스토크시티의 머리였다.
이들은 레온 캐머런의 포지션 변경과 겨울이적시장 꿀영입으로 유명해진 팀 하르트만의 이적을 이야기하며 시즌 8위라는 성적을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줘 고맙다고 번갈아 말했다.
“그때는 그냥 에이전시에서 한 일인 줄 알았는데, 데니스가 자네 칭찬을 얼마나 하던지 원. 스벤도 마찬가지, 자네의 입김이 없었더라면 팀 하르트만 이적은 없었을 거라고 하더군.”
“감사합니다.”
칭찬을 너무 많이 들어 민망했지만, 나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꼬박꼬박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 일이 아니라 얼떨떨했다. 그렇지만 감사를 받는 기분은 좋았다.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가 따라주는 와인을 받으며 피터 위틀리와 이사들의 말에 집중했다. 말실수 하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건 피곤했지만 즐거웠다.
“······ 크리스 앨런까지 데리고 있는 에이전트가 될 줄이야.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자네 추천이라면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지.”
“감사합니다.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내 말을 끝으로 이사진들과 디렉터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기는 얼추 다 끝난 것 같았다. 느긋하게 식사나 하며 고급술을 즐겨보려는데 피터 위틀리가 나를 불렀다.
“사람을 좀 소개시켜주려고 하는데···.”
끝이 아니구나.
“얼마든지요.”
피터 위틀리가 앞장섰다.
피터 위틀리가 테이블마다 멈춰 인사를 건네 조금 지루해지던 찰나, 한 여성이 혼자 앉아있는 테이블에 도착해 나에게 앉으라고 말했다.
“기다렸잖아요. 피터.”
“미안, 미안.”
웨이브 진 금발머리에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나이 차가 두 배는 날 것 같은 피터 위틀리와는 친한 사이인지 편안하게 말을 나누고 있었다.
이 업계에서 부자라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생긴 능력인데, 옷을 보다보면 저게 비싼 건지 싼 건지 구분이 가능했다. 그녀의 정장과 구두는 평범해 보이지만 엄청나게 비싼 물건들로 보였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피터가 얼마나 칭찬하던지.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마가렛, 알지?”
피터가 이어서 말했지만 난 그녀의 얼굴을 처음 봤다. 마가렛이라는 이름을 들어도 도저히 모르겠고.
혹시 배우나 가수 뭐 이런 건가?
표정에서 읽혔는지 마가렛이라고 불린 여성이 내게 먼저 자기소개를 시작 했다.
“MH캐피탈파트너스의 대표. 마가렛 할로웨이라고 해요.”
그녀는 내게 악수를 청했고, 나는 악수를 받으며 답했다.
“T에이전시의 태현석이라고 합니다.”
내 휴대폰이 진동했고, 그녀의 휴대폰이 벨소리를 냈다.
“잠시만요. 일 관련 전화라.”
그녀가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사업 전화인지 별의 별 전문용어가 다 나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캐피탈파트너스가 회사명이면 투자 쪽 일을 하는 사람인가··· 아.
피터 위틀리가 와인을 홀짝이고 있는 틈을 타 휴대폰을 열어 방금 얻은 정보를 확인했다.
[마가렛 할로웨이]-1974. 1.1
-MH캐피탈파트너스의 대표
-과감한 투자를 즐긴다.
들어 본 이름인데··· 피터는 아직 와인을 다 못 마셨고··· 나는 인터넷 앱을 켜 마가렛 할로웨이를 검색했다.
그리고 피터와 마가렛이 대화로 돌아오기 전에 마가렛 할로웨이에 대한 파악을 마쳤다.
“유명하신 분이셨네요. 실례했습니다.”
“벌써 찾아보셨나 봐요.”
“네.”
어디서 들어본 게 맞았다. 그녀는 맨체스터 시티와 만수르를 연결해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마가렛이 맨시티와 만수르를 연결해준 대가로 1000만 파운드를 받았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었다.
짤막한 기사들로 확인해보니 그녀의 MH캐피탈파트너스는 서방에 중동 자본 투자를 중개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고, 모은 자금만도 자그마치 280억 파운드(약 41조 원)에 달한다고 했다.
한 마디로 엄청난 부자라 이거다.
“저도 당신에 대해서 많이 들었어요. 크리스 앨런의 키다리 아저씨라죠?”
“아하하···.”
“그 인터뷰랑 당신 선수들이 에이전시 시절 당신을 언급한 짤막한 코멘트들도 다 확인했어요. 당신 선수들은 당신이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축구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말하더군요.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것 같았고. 보기 좋더라고요. 대단하세요.”
“감사합니다.”
머릿속에서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걸 왜 일일이 확인하지?
“그러니까 말이야···.”
피터 위틀리가 끼어들려고 하는데 마가렛이 고개를 저었다.
마가렛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피터도 당신의 안목이 대단하다고, 자기 팀을 두 번이나 도와줬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도움을 좀 받았으면 해요. 보수는 확실히 지급할게요.”
사람을 소개시켜 준다는 게 일거리를 물어다 준다는 거였나.
나는 피터를 슬쩍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인지 들어보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요.”
“고마워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든 마가렛이 이어 말했다.
“먼저 질문 하나 할게요. 이번 시즌에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된 세 팀과 챔피언십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진 세 팀 중에 어느 팀이 가장 유망해보여요? 이 여섯 팀 중에 한 팀을 거의 인수하기 직전이거든요. 제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생각한 대로 편하게 대답해주세요. 부담 없이요.”
강등된 팀은 스완지시티, 뉴캐슬, 웨스트브롬위치알비온, 승격 못한 팀은 아스톤빌라, 미들즈브러, 더비카운티.
아니, 이렇게 풀어서 생각할 것도 없었다.
몇 주 전 아요세 페레즈의 이적 건 때 헬퍼에서 알려주지 않았나.
구단주만 갈아치운다면 뉴캐슬은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전력이 된다고.
그 정보가 신경 쓰여 가끔 뉴캐슬의 이적 소식을 살펴보기도 했는데 아요세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이 빠지긴 했지만 아직 그렇게 큰 누수는 없었다.
“제가 다른 구단들은 잘 모르지만···.”
정보를 쓸 기회가 생겼는데 아껴 둘 필요가 없다.
“뉴캐슬이 가장 괜찮다고 봅니다. 그 팀은 구단주 빼면 완벽한 팀이니까요.”
“그래요?”
마가렛이 오늘 본 미소 중에 가장 큰 미소를 지었다.
“피터, 미스터 태가 MSI랑 MBS가 얘기했던 거랑 완벽하게 똑같은 말을 하는데요? 혼자면서?”
“내가 뭐라고 했나. 능력 있는 청년이라고 했잖나.”
“제 눈으로도 확인해야죠.”
MSI는 가레스 베일을 데리고 있는 영국 최대의 에이전시였고, MBS는 펩 과르디올라의 동생 페레 과르디올라가 운영하는 에이전시를 말하는 것 같았다.
마가렛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멋진 안목이네요. 제가 인수할 팀도 뉴캐슬이에요. 오늘 이 자리에 온 건, 저한테 큰 도움을 줄 에이전트를 소개해주겠다는 피터의 부름 때문이었어요. 아까운 시간이 될 것 같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