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15
115
24. 뜻밖의 기회 (4)
점원이 어느새 내 앞의 빈 잔을 채워놓았다. 마가렛이 내게 잔을 내밀었다. 나는 내 잔을 들어 보이며 와인을 한 입 머금었다. 향이 달콤하면서도 진했다.
-구단주만 교체할 수 있다면 팀에 남는 것이 좋다. 아요세 페레즈는 팀에 애정을 가지고 있고, 팀은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까운 정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연결점이 생길 줄이야. 일단 물어봐야 할 게 있었다. 나와 그녀를 소개해준 피터 위틀리에게 말이다.
“피터? 제가 큰 도움을 줄 에이전트라고요?”
“그렇지.”
피터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말을 하기도 전에 마가렛이 말한다.
“몇 가지만 더 대답해준다면, 확실히 얘기해 줄게요.”
나는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듣고 싶어요. 왜 뉴캐슬인가요?”
헬퍼로 봤어요.
이렇게 말할 수는 없었기에 잠시 입을 멈춘 채 있었다.
“그리고, 제가 뉴캐슬에 투자했을 때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요.”
연속으로 말한 그녀가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그녀가 싱긋 웃는다.
“저는 축구팬이면서도 투자자거든요.”
앞으로 관계를 맺을지 안 맺을지 이전에 구단주, 그것도 영국 내 최고의 부자 중 한 사람에게 안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건 에이전트로서 가장 피해야 할 일이었다.
헬퍼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신중하게,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머릿속에서 바로 떠오른 생각은 각 구단 중 가장 큰 규모와 충성도를 가진 팬층이 있어 입장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녀가 이런 걸 생각하지 못 할 리가 없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최소한 보통 이상의 인상을 주려면, 평범한 대답보다는 그녀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분, 그러니까 축구 전문가의 시선으로 얘기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어려운가요?”
“제가 투자 쪽으로는 잘 몰라서요. 금액에도 강한 편이 아니고. 뭣보다, 전문가를 앞에 두고 그런 얘기를 하는 건 멍청한 행동이죠.”
“그런가요?”
“대신 저는 선수나 감독, 스태프들이 어떤 기량을 가졌는지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포터를 포함한 구단 인프라도 마찬가지지요. 그게 완벽하게 갖춰진 구단은 리그에서 최고의 수익을 꾸준히 낼 잠재력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리그에서 최고의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는 마가렛이 더 잘 알겠죠.”
마가렛의 눈이 반짝인 것 같았다.
“저는 최근 한 구단과의 프로젝트 때문에 뉴캐슬의 훈련과정을 일주일 정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뉴캐슬에 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됐어요.”
마가렛이 계속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뉴캐슬의 코치진들은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수준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베니테즈 감독을 따라온 코치들을 제외하고도 말이죠. 그리고 선수들 또한 프리미어리그의 중하위권이라면 얼마든지 뛸 수 있는 기량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선수단만 유지하고, 괜찮은 감독만 구한다면 2부 리그에서도 최상위권 활약을 보일 수 있는 선수들이 한 가득입니다. 지금은 나빠진 환경에 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요.”
“괜찮은 감독을 구한다고요?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의 베니테즈가 있는데?”
이걸 여기에서 이야기해도 되나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도 그만큼 퍼진 일, 나에게 말해준 사람을 특정할 수도 없는 일이니 태연하게 답했다.
“곧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고 하더군요.”
마가렛의 눈썹이 찌그러졌다.
“정말인가요? 관계자들이 하는 말은 헛소문이라고 일축하던데···.”
“구단 내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소식이라고 하더군요. 베니테즈가 공개적으로 부정한 적도 없고요. 한번 자세히 확인해보세요.”
“마이크 이 사람이···.”
뉴캐슬의 현 구단주를 씹듯이 중얼거리는 마가렛, 그녀의 눈이 맹수처럼 사나워진 것 같은 착시가 잠깐 보였다.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구단주와의 다툼으로 힘이 든다 해도 팀을 중반부터 놔 버린 감독에게 어떻게 팀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새 감독을 구하는 편이 낫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던 마가렛은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끄적였다.
“안 그래도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더 꼼꼼하게 확인해야겠네요. 이김에 인수 금액도 낮춰버리고··· 아, 그리고 감독 얘기 때문에 잠깐 얘기가 샜는데, 코치진들과 선수들의 수준이 그 정도라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죠?”
“이 자리에서 설명하려면 밤을 새워야 합니다. 영업 노하우라 쉽게 알려 드릴 수도 없고요.”
음. 멘트 좋다.
사실 헬퍼로 듬성듬성 확인한 것들이기에 자세히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영업 노하우라는 말에 마가렛은 더 묻지 않고 조용히, 흥미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성공이지.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피터는 재미있다는 듯 마가렛과 나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저는 나이 같은 거 안 봐요. 경력? 상관없어요. 성별도 마찬가지예요. 그게 바로 여성인 제가 중동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어요.”
느닷없이 시작된 마가렛의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물일곱. 당신 나이죠?”
저번 달에 생일이 지났으니 맞다. 우리나라식 나이 셈법 때문에 잠깐 헷갈렸다.
“네.”
“당신 선수들 연봉 총액을 합치면 2,000만 파운드(약 300억)가 넘죠. 맞나요?”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팔뚝을 만지작댔다. 옷 위로도 소름이 느껴질 정도였다.
추가수당을 뺀 연봉 총합이 딱 그 정도였다.
“왜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었어요. 나랑 독대했을 때,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 20대는 별로 없거든요. 그리고 주제넘게 사업 가능성 어쩌고 하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고요.”
마가렛의 눈에서 아까와는 다른 불꽃이 일어나고 있었다. 보물을 발견한 해적 같은 눈빛이었다.
“당신은 최고가 될 가능성이 있고, 나는 최고의 팀을 만들고 싶어요. 어때요. 날 만족시켜줄 수 있나요?”
“크흠··· 어떤 거죠?”
기침할 뻔했다. 대사가 좀 그래서. 마가렛은 내 반응을 보고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예를 들면··· 크리스 앨런 같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
이쪽도 선수 영입 협약인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마가렛의 다음 말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그건 보조적인 일이고요. 주 업무는 내 세 번째 조언자가 되어 주는 일이에요.”
조언자? 세 번째? 동시에 떠오른 두 개의 질문 중에 내가 선택한 건,
“세 번째요?”
이었다.
“나는 축구계에 대해 잘 몰라요. 단장들을 다루고 구단 자체를 경영하는 건 어렵지 않죠. 하지만 선수들이나 감독들의 기량 같은 것에 대해서는 축구 팬 그 이상 그 이하로는 아무것도 몰라요.”
모르는 걸 솔직하게 인정한 그녀는 여전히 여유롭고 자신만만해 보였다.
“잘 모르는 분야에 들어갈 때, 한 사람의 조언만 듣는 건 멍청한 짓이잖아요. 저는 맨유의 우드워드 단장처럼 한 시즌을 통째로 헤매는 짓은 절대로 사양이에요. 제가 인수한 이상, 이 구단은 성공하고 또 성공해야 해요. 그 외에는 용납 못 해요.”
순간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가렛이 왠지 모르게 크게 보였다.
“MSI, MBS의 대표에게서 주기적으로 조언을 받기로 했어요. 세 번째이자 마지막 조언자로 미스터 태, 당신을 택한 거고요. 싹이 안 보이면 유망한 청년이랑 얘기만 한 셈 치려 했는데, 당신이랑 지금부터 관계를 맺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마가렛이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려 진한 미소를 지었다.
나 또한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웃었다.
MSI와 MBS는 전 세계 TOP 10안에 들어가는 에이전시, 그들의 대표와 동등한 위치에서 조언하게 해 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어때요? 심심할 때마다 저랑 얘기 나누고, 구단에 필요한 선수나 감독도 데려와 주면 좋고.”
“좋습니다. 해보겠습니다.”
“컨설팅 비용은 건당으로 지급할게요. 상관없죠?”
“네.”
구단주의 시선으로 본다면 분명 배우는 것도 많을 것이고, 한번은 꼭 거쳐야 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많은 구단주는 유명 에이전트들의 조언을 받는다.
“오케이, 계약 완료네요. 그럼 술이나 좀 더 마셔볼까요?”
“좋지.”
우리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피터가 끼어들며 말하고는 손을 들어 점원을 불렀다.
“아, 그리고 3년 안에 성과가 날 거라고 보나요? 이건 그냥 질문이에요.”
마가렛이 윙크하며 말했고, 나는 3년이라는 숫자에 집중했다.
3년에 구단주라면 뻔한 조합이지.
“FFP룰 때문이죠?”
“맞아요. FFP룰을 피하려면 미리부터 준비하는 편이 나으니까요.”
FFP룰(Finacial Fair Play Rule)은 UEFA(유럽축구연맹)에서 제정한 규정이다. 구단들의 부실 경영을 막겠다는 의지로 세워졌고, 한 마디로 구단의 지출이 수익보다 많아서는 안 되는, 구단주의 사적인 지원을 제한하는 룰이다.
목적은 좋지만 가난한 구단의 투자를 막는 빈부격차만을 늘리는 룰이라고 에이전트나 감독들 사이에서 비판이 많은 규정이었다.
이 FFP룰의 회계 보고서는 최근 3년을 기준으로 잡기 때문에 구단들은 첫해에 3년 치의 자금을 쏟아 붙고 나머지 2년 동안 잠잠히 있는 방식을 선호한다.
마가렛 또한 그렇게 하려는 것 같았다. 올해에 화끈하게 투자해서 내년에 승격만 한다면 2억 파운드 정도가 기본으로 보장돼 있으니까.
그냥 질문이라고 하니 편하게 대답해야지.
“네, 성과는 무조건 납니다. 구단주님만 들어가신다면 내년에 당장 승격할 수 있을 겁니다.”
헬퍼에서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이라고 해 줬는데, 당연히 되겠지. 내 목소리에는 어떠한 떨림도 없었다. 확신만이 가득했다.
“아, 새 감독을 구하고, 빠져나간 선수단을 보충하는 것만 한다면 말이죠. 아마 선수를 팔면서 받은 이적료랑··· 강등 이후에 나오는 보조금만으로도 충분하겠네요.”
이른바 ‘낙하산 보수(Parachute Payment)’라고 불리는 제도인데 프리미어리그에서 2부 리그로 강등될 경우 강등 클럽에게 연간 650만 파운드 정도를 2년간 지급해주는 제도이다. 감독 하나 구하는 데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베니테즈가 다른 팀으로 옮긴다면, 2년 계약이 남은 만큼 그쪽에서 보상금도 줄 테고.
음. 틀림없다.
독립하면서 틈틈이 공부 좀 했다.
“감독은 지지난 시즌의 로이 브래들리나 이번 시즌의 슬라비사 요카노비치 정도면 충분하고요.”
말이 술술 나온다.
감독은 별 여섯 개면 충분할 것이다. 아까 마가렛에게는 별 다섯개라고 대놓고 말할 수 없어 애매하게 괜찮은 선수라고 했지만, 뉴캐슬에는 분명 별 다섯개짜리 선수가 많았다.
크리스나 세바스티앙, 세세뇽처럼 2부 리그를 씹어 먹을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팀에 가도 핵심 선수가 될 수 있는 선수들 말이다.
신이 나서 계속 중얼거리다가 마가렛을 봤는데, 그녀는 어느새 와인잔을 놓고, 눈을 동그랗게 떴으며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마가렛이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피터, 미스터 태 사기꾼 아니죠?”
“그렇지. 그런데 지금 제안은 나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인데.”
“네?”
내가 무슨 제안을 했다는 거지?
“FFP 신경 쓸 것도 없이 최소자금만 투입해도 된다는 얘기잖아요. 지금.”
“···그렇네요.”
반대편에 앉아있던 마가렛이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그리고 내 쪽으로 몸을 숙여 이야기에 흥미를 드러냈다.
“그 말 진짜에요? 지금 태가 한 말은 그 어떤 에이전시가 했던 제안보다 매혹적인 말이었어요. 다른 곳에서는 최소 5,000만 파운드는 투자해야 한다고 했거든요.”
“어, 음··· 거짓말은 아닙니다만.”
“나, 아낀 돈만큼 더 투자하는 사람이에요. 불필요한 자금을 아낄 수만 있다면 저한테는 천금 같은 얘기라고요.”
마가렛은 그 자금을 이용해 빅샤이닝 한 번을 하거나 팬들이나 유스팀을 위한 시설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을 수 있다며 내 의견을 더 졸라댔다.
나는 똑똑히 대답했다.
“전문적이고 복잡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새 감독만 데려오고 빠져나간 선수의 자리들만 보강해주면 됩니다. 구단주님이 교체된 걸 빨리 공표해 기존 선수들의 이탈을 막아주시면 더 수월할 것 같네요. 딱 그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