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18
118
25. 기회를 움켜쥐려면 (2)
“비토리아 리찌라···.”
MH캐피탈파트너스 영국지사 안의 대표실, 마가렛은 내가 추천한 감독의 이름을 듣고는 고민에 잠겨 있었다.
“괜찮긴 한데··· 조금, 조금 애매하달까요?”
비토리아 리찌는 세리에B에서도 만년 하위권이었던 베네벤토를 선수관리와 전술의 힘만으로 세리에B 2위까지 이끈 전력이 있는 감독이었다.
14-15시즌에 처음 팀을 맡아서 리빌딩을 하면서도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켰고, 15-16 시즌 전반기 때는 2위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그 시즌 겨울이적시장 말미에 밀월의 설득에 넘어가 시즌을 끝까지 이끈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이탈리아의 각 언론지에서 ‘미래의 이탈리아 국가대표 감독 후보 TOP3’안에 리찌를 넣을 만큼 젊고 유망한 감독으로 유명해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리찌가 팀을 떠난 후 베네벤토가 어떻게 되었는지만 봐도 리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수석코치가 팀을 이어받았지만, 리찌 만큼의 지도력은 없었기에 팀은 2월 내내 무승 행진을 달리며 7위까지 떨어졌었다.
후임 감독은 자신의 전술을 포기하고 리찌의 전술을 그대로 채용해 베네벤토의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렸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지난 시즌 베네벤토는 세리에A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뭐, 원체 감독빨로 올라온 팀이었기 때문에 세리에A에서는 밑천 다 드러나서 유럽 1부 리그 팀들 중에서 2번째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리찌는 15-16하반기부터 밀월을 맡았고, 강등권에 있던 팀을 순식간에 중위권까지 복귀시켰다. 그리고 16-17인 바로 직전 시즌. 시즌 전 예상순위 15위였던 팀을 플레이오프 바로 밑 순위인 7위까지 이끌었다.
크리스 영입에 실패하는 과정에서 짠돌이 구단주 밑에서 고생한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이 정도 성과라니, 대단한 실력의 감독이었다.
나는 망설이는 마가렛에게 그의 성과를 쭉 늘어놓은 후에야, 비토리아 리찌가 내 눈에는 별 일곱 개짜리 보석 그 자체인 감독이지만, 타인에게는 가성비 감독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확실히 네임드 감독은 아니었다. 마가렛이 이렇게 고민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확신이 있었다.
머릿속으로 리찌의 정보를 떠올려봤다.
[비토리아 리찌]-현재 능력 : ★★★★★★
-잠재 능력 : ☆☆☆☆☆☆☆
스토크시티의 감독 마크 휴즈도 별 여섯 개다. 펩 과르디올라는 아직 정보를 얻지 못했지만, 위르겐 클롭 같은 감독이 일곱 개를 다는 것이니 여섯 개면 충분히 1부 리그 감독도 맡을 수 있는 수준이라 이거다.
“저는 수석 코치 시절의 로이 브래들리와도 친밀한 관계였어요. 저는 그때도 로이가 유능한 감독이라는 걸 알았고, 그 로이는 이번 시즌 사전예상순위 20위였던 브라이튼을 유로파리그로 이끌어낸 감독이 됐죠. 리찌는 그때의 로이보다 훨씬 더 나은 감독이라고 확신해요. 탑클래스 감독을 제외한다면 그 어떤 감독에 대도 떨어지지 않을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로이와도 친하다고요? 으음···.”
“무대만 못 만났을 뿐, 제대로 된 지원만 갖춰지고 시간만 준다면 축구 역사에 이름을 올릴, 이 시대를 대표하는 감독이 될 거예요. 최고의 구단주가 될 마가렛이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감독이에요.”
“···혀가 잘 굴러가네요. 오늘 아침에 버터 통째로 먹었어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
마가렛이 피식 웃으며 내 쪽으로 의자를 돌렸다.
“감독의 잠재력 같은 건 계량화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요?”
저는 할 수 있어요. 아니 내 휴대폰 속 앱이 할 수 있어요.
입이 근질거렸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얘기는 아니었다.
마가렛은 여전히 신중한 표정으로 나를 살피다가 진지하게 답해줬다.
“태의 의견을 안 듣겠다는 게 아니에요. 저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감독을 데려올 줄 알았거든요.”
“네.”
“이 건은 수뇌진들과 더 상의해 볼게요. 비토리아 리찌 감독에 대해서 더 알아봐야겠어요. 그리고···.”
설득을 위해 구체적인 자료를 들이 밀은 것도 아니고, 마가렛의 답도 거절이 아니니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약속 잡아뒀다고 했죠?”
“네, 사흘 후로 잡아뒀습니다.”
“직접 만나보고 판단할게요.”
“감사합니다.”
내 대답을 들은 마가렛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5,000만 파운드를 아낄 수 있는 파격적인 계획인데 누구나 알 수 있는 감독을 데려온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맞아요. 쉽게 풀릴 리가 없는 건데, 마음속으로 방심하고 있었나 봐요. 리찌 감독의 프로필을 들고 온 태를 보고 살짝 당황해 버렸네요.”
“괜찮습니다. 저도 제 의견을 뒷받침할 자료를 더 준비해 왔어야 했는데···.”
“시간이 없었으니까 괜찮아요. 리찌 감독님과 얘기까지 이끌어낸 것만으로 충분해요.“
“이해해주신다니 감사하네요.”
마가렛이 손목의 시계를 보더니 내게 말했다.
“점심시간인데 식사나 같이 할래요?”
“좋습니다.”
나는 마가렛과 식사를 마친 후, 리찌 감독을 만나러 출발했다.
*
리찌는 밀월 훈련장에 있는 감독실의 물건을 상자에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인사를 한 리찌는 책상 위의 상자를 치우고는 나를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리찌가 내온 차를 한 모금 마시니 리찌가 물어온다.
“만나겠다고는 했는데, 그 구단주라는 사람 대체 어떤 사람인가요?”
“유능하신 분이죠.”
“그렇게 추상적인 말 말고요.”
아직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이름까지 말하는 건 왠지 모르게 꺼려졌다.
나는 마가렛의 정보를 적당히 요약해서 말했다.
“여성 구단주고, 보유 자금만 280억 파운드(약 41조)를 가지고 있는 회사의 대표예요.”
“여자라··· 크흠, 아니, 뭐요? 280억 파운드? 그거··· 유로로 하면 얼마죠?”
나는 머리를 빠르게 굴려 답했다.
“대충 320억 유로 정도 될 것 같은데요?”
“미친···.”
리찌는 많이 놀란 건지 이탈리아어로 몇 가지 욕을 더 했다.
“돈이 많은 건 좋은데, 태 말대로 지원도 확실한 거죠?”
“틀림없다니까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던 리찌가, 그제야 내게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왜 왔습니까. 약속까지는 사흘 남았는데.”
“이제야 물어보시네요. 조금 문제가 생겨서요.”
“문제?”
나는 조심스럽게 일의 처음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예비 구단주님이 제가 제안한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셨고,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감독을 데려오라고 하셨었어요.”
얼결에 제안한 프로젝트였고, 괜찮은 감독을 데려와 달라고 했었지만, 과장 좀 보탰다. 나를 좀 더 대단하게 볼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리찌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
최고의 감독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입가가 씰룩거리기 시작한 리찌를 보면 제대로 먹히기는 한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리찌의 승부욕을 자극하기로 했다.
“예비 구단주님에게 리찌 감독님이 최적의 후보다, 라고 말하니까 의문부터 내비치셨어요.”
“그래요?”
리찌의 눈썹이 위로 살짝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심기가 불편해진 게 보였다.
“기존 감독이 이스탄불의 기적을 이뤄낸 그 베니테즈였잖아요. 그러다 보니 조금···.”
“확실히, 제가 꿇리긴 하네요.”
리찌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입은 여전히 일자로 다물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데, 사흘 후에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정말 놓치기 아까운 기회거든요. 1부 리그 구단에 가도 이만한 기회는 없을 거예요.”
말없이 차를 한 잔 더 마신 리찌가 느릿하게 답했다.
“구단주가 어떤 사람인지 보고요.”
사흘 뒤, 런던 고급 호텔의 한 레스토랑의 구석 테이블에서 나는 천하 태평한 리찌를 보며 걱정에 잠겨 있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행동하는 모습이나 구단주가 싫다고 바로 구단을 그만두는 모습을 봤을 때, 리찌는 먼저 숙이는 스타일이 절대 아니었다. 먼저 때리면 때렸지.
마가렛 또한 자신만만한 스타일이었기에 둘이 충돌이라도 하면 어쩌나, 그런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에서, 레스토랑 문이 열리며 마가렛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저분이에요.”
“···.”
리찌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리찌를 살피니 리찌는 멍하니 문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리찌?”
“···.”
“리찌?”
마가렛이 외투를 점원에게 맡기고 또각또각 걸어 들어오는 동안 리찌는 대답 한 번 하지 않았다.
리찌는 옆구리를 쿡 찔러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마가렛을 맞았다.
마가렛이 말한다.
“일찍 왔네요?”
“네.”
“비토리아 리찌가 이분이죠? 만나서 반가워요. MH캐피탈파트너스의 대표 마가렛 할로웨이라고 해요.”
“저기, 리찌.”
내 손가락 세 개를 이용한 옆구리 찌르기에 리찌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멍한 표정은 그 어느 순간보다 느끼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저거 어디서 한 번 본 적 있는데.
리찌의 입에서 유창한 영어가 흘러나온다.
“저 문이 열리고 당신이 들어오는 순간 이곳이 천국으로 변한 줄 알았···.”
“그만, 됐어요.”
마가렛이 한숨을 쉬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탈리안이라는 거 잘 알고 있거든요. 굳이 안 보여줘도 돼요. 사업하면서 많이 봤어요.”
“진심입니다. 너무 아름다우십니···.”
“그만, 고마워요. 고마워.”
리찌가 마가렛을 보자마자 무장해제 된 것이었다. 눈동자에 의욕이 철철 흘러 넘쳤다.
아, 어디서 봤나 생각난다. 크리스 이적 건으로 밀월에 들렸을 때, 정장을 입고 있는 에린을 보며 천사, 날개 어쩌고 했던 그때다.
‘괜히 걱정했네.’
40대 중반의 마가렛은 처음 봤을 때 30대 중후반 정도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관리를 잘 한 전형적인 금발벽안의 미인이었다.
리찌는 30대의 젊은 독신, 이탈리안 종특이 살아 숨 쉬는 감독이었고.
리찌의 예찬이 이어졌고 마가렛은 한숨을 쉬면서도 끝까지 그 얘기를 들었다. 생각해보니까 마가렛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어로 말하고 있었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통역이 필요했던 리찌는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이제 영어 잘하시네요?”
“의사소통 정도는 무리 없어요.”
리찌가 가슴을 펴며 말했다. 질린 표정을 짓고 있던 마가렛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그건 좋은 소식이네요.”
“그런가요?”
리찌가 헤실 거리는 모습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 걱정은 대체···. 아니아니, 프로팀 감독이 이런 이유로 팀을 정하는 건 말도 안 되지. 일 얘기로 들어가면 달라질 거다. ···그렇겠지?
우리는 식사를 함께하며 사담을 나누었다. 거의 내가 양쪽을 소개해주는 느낌이었다. 흥분한 리찌 때문에 조금 소개팅, 아니 선 같은 느낌이 나려고 해서 그걸 억제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후식이 나오기 전, 마가렛이 얘기를 본론으로 끌고 갔다.
“저는 구단 종합 운영비로 연간 1억 파운드를 보장할 생각이에요. 예상보다 스폰서 등의 수익이 늘어난다면 성적 여하에 따라 더 늘릴 수도 있어요.”
다행히 리찌의 눈이 아까와는 다르게 진지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마가렛은 그걸 보며 의외라는 눈을 잠깐 했다.
마가렛이 말한다.
“이 정도 지원이라면 1부 리그의 감독들도 어렵지 않게 끌어올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그 정도의 감독인가요? 제가 미스터 태의 안목을 어느 정도 믿으니까, 일단 만나보러 온 거예요.”
마가렛의 말을 끝까지 들은 리찌가 씩 웃으며 답했다.
“미스터 태가 저라는 선장만 얻는다면 뉴캐슬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강등당하지 않을 전력을 갖춘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더군요. 정말로 그런 걸까?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찾아본 뉴캐슬은 미스터 태의 말 그대로였습니다.”
리찌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현재, 아무런 영입이 없는 상태로도 플레이오프까지는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포지션의 선수만 제대로 보강해 주신다면 1위까지 해 보일 수 있습니다.”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니 걱정이 살짝 덜어졌다. 리찌와 마가렛에게 기회를 준다는 내 역할은 끝났기에, 나는 리찌가 마가렛을 설득하길 바라고 있었다.
마가렛이 묻는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자신만만하죠?”
리찌는 들고 왔던 가방에서 깔끔하게 정리한 문서 한 뭉치를 꺼내 마가렛에게 넘겼다.
“이번 시즌의 마스터플랜(종합 계획 혹은 기본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