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2
12
3.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5)
나는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늘어놨다.
“세 놈은 입에 올릴 가치도 없고, 감독도 별로야. 방관하고 있던 다른 선수들이나 코칭 스태프도 마찬가지. 구단 전체를 감시해야 할 보드진도 일을 안 해. 심지어는 에이전시마저 방관하고 있어. 마음에 드는 무리가 하나도 없다고.”
그리고 다시 질문 한 번.
“그런데도 계속 할 거야? 나라면 손해 보더라도 위약금 물고 당장 고향으로 갔을 거야.”
세바스티앙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세바스티앙은 조금 마른 눈물을 슥 닦더니 작게 말했다.
“아직 하나 남았잖아요.”
“뭐가 남아?”
세바스티앙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화면을 키고 예전에 웹서핑을 할 때 봤던, 자신의 SNS를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올렸던 영상, 그리고 바로 어제까지도 달렸던 댓글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적응해서 우리 팀 승격시켜주세요 :D]악플도 많이 보였지만, 세바스티앙은 그 악플 마저도 소중하다는 듯 보며 웃었다.
“이렇게 응원해주는데, 꼭 보답해주고 싶어요.”
잠시 멍해졌던 나는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세바스티앙의 검은 더벅머리를 손으로 헝클어놨다.
“뛰고 싶은 거지? 그럼?”
“···네. 결국 못 뛰더라도 최소한 이번 시즌까지는 버텨보고 싶어요.”
“알았어. 가급적이면, 아니 어떻게든 뛸 수 있게 만들어볼게.”
“네?”
나는 세바스티앙의 물음을 뒤로 하고, 세바스티앙의 집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일을 하려면 밥부터 먹어야 하니까.
*
나는 그 날 에이전시에 연락해 렌트카를 빠르게 수배해(이 정도는 해주더라), 차를 몰고 세바스티앙을 훈련장에 데려다 줬다.
멘탈을 흔드는 괴롭힘은 계속됐다. 훈련장에서는 관계자 같은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는지 교활하게 우리를 건드렸지만, 밤의 깽판은 점점 더 심해져 잠을 제대로 자질 못했다.
물론, 세바스티앙은 다른 숙소에 옮겨뒀다. 에이전시에서 지원을 안 해 줘서··· 사비를 조금 썼다. 나중에 세바스티앙이 잘 되면, 에이전시에서 받아낼 거다. 영수증 꼬박꼬박 챙겨놓고 있다.
그리고 나는 원래 집에 남아서 중간 중간 인기척을 내며 저들을 속였다. 세바스티앙의 집에는 원격으로 조종하는 스마트한 로봇 청소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튿날까지는 힘들었지만 셋째 날부터는 꽤 재미있었다. 세바스티앙의 집은 원격으로 조정 가능한 게 많아서 불도 켰다가 껐다가 하면서 을 우리 집과 세바스티앙의 집을 오가게 할 수 있었다.
확실한 증거들이 차곡차곡 모였다.
녹음기를 켠 채로, 일부러 리암 그랜트를 비롯한 핵폐기물 3인조 근처를 얼쩡거렸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는 문자나 통화하는 척하면서 짧은 클립영상들을 몇 개 찍었다. 실패도 많았으나 간혹 한두 개씩 성공하기도 했다.
인종차별을 하는 동작들을 찍을 때마다 편집해서 모았다. 눈을 찢는다던가, 원숭이 흉내를 낸다던가, 냄새난다고 제스쳐를 취한 다던가···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별로다. 나한테 하는 게 절반이었거든. 나쁜 새끼들.
헬퍼가 영상 같은 것도 보내주면 좋겠다, 생각 했는데 그런 요행은 없었다. 오직 발로 뛰어야 했다. 그래도 발로 뛴 성과는 있었다.
[리암 그랜트]-경기 전날 성관계를 해야 하는 징크스가 있음.
경기 전날인 오늘 얻은 정보였다.
세바스티앙은 내일 경기에서도 명단에 들지 못했다. 당연히 후보 명단에도 없었다. 매번 그랬을 테지만 세바스티앙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았다. 적당히 위로하며 세바스티앙을 호텔로 돌려보내고, 나는 지금 다른 호텔 앞에 잠복하고 있었다.
손에는 캠코더와 내 카메라를 쥐고, 마치 파파라치처럼.
호텔의 이름은 이었다. 리암 그랜트가 지난주 일요일 내내 머물렀던 호텔이었다.
‘미성년자와 지속적인 성관계를 가지고 있음’과 ‘호텔 Sea Garden의 단골’이라는 정보, 그리고 발로 뛴 성과인 ‘경기 전날 성관계를 해야 하는 징크스가 있음’이라는 3개 정보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미성년자와 할 거라고 보증할 순 없지만, 확인할 가치는 있었다.
나는 샌드위치 자판기에서 뽑아온 샌드위치를 씹으며 호텔 앞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지금 시간은 오후 두시 가급적이면 빨리 와줬으면 한다.
“언제 와···.”
현재시간은 오후 11시 30분, 가져온 샌드위치는 한 개가 남았고, 리암 그랜트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단골이라고 해서 항상 같은 곳에만 가지는 않지. 나는 반쯤 체념한 채로 호텔 앞을 지켜봤다.
그리고, 호텔 주차장에 차가 멈추고, 남녀 한 쌍이 내렸다.
리암 그랜트와 여자였다.
나는 재빨리 캠코더를 켜 놓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연속촬영을 걸어놔서 리암 그랜트가 들어가는 그 짧은 시간동안 몇백 장의 사진이 찍혔다.
“됐다.”
나는 노트북을 켜고 사진들을 하나하나 감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자의 옆모습이 또렷하게 드러난 사진 몇 장을 손에 넣었다.
“헛짚은 건가···.”
문제는 여자가 너무 성숙해 보인다는 점에 있었다.
대충 봐도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나는 그래도 오늘 계획했던 일을 끝마치고자, 밤을 새며 호텔 입구를 주시했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은 계속 흘러 새벽 여섯시 가량이 됐다.
드디어 아까의 여자가 호텔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움직이기에 앞서 리암 그랜트가 뒤따라 나오는지 살폈다.
다행히도 리암 그랜트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차에 시동을 걸고 호텔에서 멀어지고 있는 여자를 쫓아갔다. 그리고 여자가 가는 길 앞에서 차를 멈춘 후 그녀가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내려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저기, 핸드폰 번호 좀 주실 수 있나요?”
“네?”
쪽팔리더라도 어쩔 수 없다. 성희롱으로 신고당할까 무섭기도 했지만, 세바스티앙을 위해서다.
나는 머뭇거리는 여자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손을 잡았다. 신고를 두려워하는 내 잠재의식이 그녀의 손을 꽉 움켜쥐지 못하고 엉성하게 잡고 있었다. 진짜 손가락으로 손가락을 잡은 수준이었다.
“첫 눈에 반했습니다. 영국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있군요.”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지만 너무 짜증난다.
“나 호텔에서 나온 거 안보여요?”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여자는 인상을 되는대로 찌푸리더니 내 손을 탁 치고 양 허리에 손을 얹었다.
“나랑 자고 싶으면, 돈을 내요.”
“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당황하는 게 재밌었는지 그녀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돈이요, 돈. 나 꽤 비싼 몸이니까, 흔한 창녀들한테 주는 돈 말고··· 꽤 많은 돈 말이에요. 그래도 번호 필요해요?”
“···네.”
여자는 마치 백화점의 판매직원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여 명함 비슷한 걸 꺼냈다.
[엠마 로이드]라는 이름이 적혀있는, 가격표였다. 2시간에 얼마 하루에 얼마, 같은. 번호도 당연히 적혀있었고.
“가격은 거기 써있는 대로에요. 그럼 연락 주세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나는 한참을 멍청하게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차로 뛰어 돌아갔다. 저 여자가 어디 사는 지까지 알아내야 했다.
나는 차를 운전해 여자를 찾아내고는, 속도를 낮춰 찬찬히 미행했다.
그러면서 헬퍼에 뜬 그녀의 정보를 살폈다. 다행히 축구에 관심이 있는 여자였다.
[멜리사 캔트]-2002년 12월 17일 생
-브라이튼의 팬
-찐 당근을 싫어함
명함에 적혀있는 건 당연하게도 본명이 아니었다.
멜리사 캔트라는 이름의 여자는 미성년자에,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성매매 여성이었다. 그러니까, 리암 그랜트는 미성년자 성매매를 한 거다.
풀린다, 술술 풀린다.
그렇지만 기분이 막 좋지는 않았다. 2002년생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과한 오지랖과 동정은 사절이다. 저 여자가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궁금하지도 않고.
나는 지금 세바스티앙을 위해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게 다다. 저 여자는 영국 법대로 어떻게든 될 거다.
나는 멜리사 캔트의 집까지 확인한 후에 세바스티앙이 막 깨어났을 호텔로 향했다. 어제 사 놓은 재료들로 아침을 해 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호텔 조리시설을 빌려 간단하게 식사를 만들어 세바스티앙의 방문을 두드렸다. 세바스티앙은 나오자마자 나를 걱정스런 눈으로 봤다.
“뭐 하고 왔어요? 또 밤 샜어요?”
“일 했어, 일. 밤도 샜고.”
“무슨 일을 새벽까지···.”
“요새 힘들지?”
갑작스러운 내 말에 세바스티앙은 입을 다물었다.
“···.”
“조금만 더 버텨봐. 거의 다 된 거 같아.”
“말만으로도 감사해요.”
세바스티앙은 대답하며 내가 가져온 식사를 받았다.
“나 잠 좀 잘게, 오늘 경기 보러 가야지.”
“네. 있다 깨워드릴게요.”
세바스티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대충 샤워하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증거는 이제 충분하다.
확실한 증거를 원했던 케이티 큐빗도 이 정도 증거라면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 움직였을 때 내가 이걸 언론에 고발하거나 인터넷에 올려버린다면 큰 손해를 입을 거라는 판단 정도는 머리가 있으면 할 수 있을 테니까, 무조건 움직일 거다.
프리미어리그 선수였던 아담 존슨의 사례로 미뤄봤을 때, 리암 그랜트의 미성년자 성매매 범죄는 당연하게도 계약 해지에 징역살이가 예정돼 있다.나머지 폐기물 두 찌그래기들도 인종 차별로 계약 해지는 당연한 수순이다. 걔네들은 삼류 양아치 수준이니까.
리암 그랜트의 뒷배, 그러니까 갱단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영국 내에 많은 인맥을 구축했을 EW에이전시의 힘이라면 충분히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고위층들과 연이 많이 닿아 있을 테니까.
최소한 나 혼자 언론에 고발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증거를 다 모아놓고, 내 손으로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점이 자존심 상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일개 계약직 통역이고, 외국인이니까. 내 현실을 명확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 수고했다.
일단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