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23
123
26. 두 번째 프리 시즌 (1)
나는 풀럼과 브라이튼에게 연결해 줄 선수를 찾고 있었다.
한 팀은 갓 승격했고, 한 팀은 첫 유럽대항전에 나가는 상황이다 보니 두 팀 모두 거의 전 포지션에 걸친 보강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래서 채워야 할 곳이 많이 남아 있었다.
두 팀 다 맨유나 맨시티 정도의 거대 구단이 아니다 보니 자금이 점점 달리기 시작해 이제는 선수의 몸값도 신경 써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유럽 선수보다는 비유럽권 선수들을 데려와 주길 바란다고 했다.
리그 경기가 없어 한동안은 추천할 선수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유럽 외의 리그를 참관하러 가기에는 할 일이 많았다. 그저 월드컵 때 유심히 봐야 할 선수들의 목록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월드컵이 열리자마자 러시아로 넘어와서 가능한 한 여러 경기를 보러 다니고 있었다.
월드컵 티켓 값과 기타 경비는 풀럼과 브라이튼에게서 뜯어내 거의 공짜 월드컵을 즐기고 있었다.
두 팀은 짠 것처럼 남미, 아프리카, 중동 쪽 선수도 좋지만, 내게 한국인이나 일본인 선수와의 연결을 부탁했다. 동아시아권 선수는 좋은 스폰서를 물어오기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동남아 혼혈임에도 태국의 메인 스폰서를 물어온 세바스티앙처럼 말이다.
그래서 오늘 한국 vs 스웨덴전을 유심히 보고 한국 선수 중에서도 몇 선수들을 눈여겨봤다.
눈여겨보는 것 이상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헬퍼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서 접촉해야 했는데, 지금 만나고 있는 레온처럼 지인이 아니라면 월드컵 중인 선수를 만나는 건 정말 어려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일단 경기를 지켜보고, 내 눈으로 봤을 때 괜찮은 선수들을 헬퍼로 확인하는 선감별 후헬퍼 방식으로 선수를 찾기로 했다.
요즘 들어 헬퍼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모처럼 내 선수 보는 눈을 키울 기회도 될 것 같았다.
처음 헬퍼를 얻었을 때의 마음가짐을 잊으면 안 된다. 갑자기 나타난 거니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내 능력을 키워놔야 한다고 생각했던 초심 말이다.
“저 들어가 봐야겠어요.”
잉글랜드의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이 레온을 손짓해 부르고 있었다.
“그래, 잘하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네.”
나는 레온과 주먹을 맞댄 후,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날의 일정을 위해서.
*
-저··· 괜찮을까요?
휴대폰 너머 크리스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리버풀의 프리시즌은 다른 팀보다 거의 일주일 먼저 시작한다고 했다.
클롭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르지 않고, 월드컵에 진출하지 않은 선수들을 일찍 소집하겠다고 통보했다.
-무인도라니요···.
그리고 훈련은 무인도에서 치러진다고 했다.
프리 시즌에 암벽 등반 등으로 고강도 훈련을 시키는 클롭 감독다웠다. 마인츠 시절에 무인도에 데려간 적이 있다고 하더니, 크리스가 타이밍 안 좋게 걸린 모양이었다.
“왜, 재밌을 것 같은데.”
-재미요? 지금 태가 안 간다고 그런 얘기 하는 것 같은데··· 기사 보니까 마인츠에서는 생존 훈련을 시켰대요. 무인도에서 자급자족하는 그런 거. 저 그런 거 해 본 적 없는데 어떡해요?
오랜만에 느껴지는 10대다운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나는 크리스를 안정시키기 위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클롭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알잖아? 세계 최고의 감독님 중 하나인데 선수가 위험한 일을 하겠어?”
-그래도요···.
“너무 불안해하지 마. 그리고 네가 무서워해야 하는 건 다른 거잖아. 감독님이 아무리 널 원했다고는 하지만, 훈련에서 잘 못하면 얄짤 없는 거 알지? 선발로 못 나가는 게 무인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보다 더 무섭지 않아?”
-음···.
“세세뇽도 리버풀 오피셜 떴던데, 훈련 먼저 시작해서 걔보다 더 잘해야지, 이번 시즌은.”
참고로 세세뇽은 잉글랜드 국가대표에 선발돼 러시아에 있었다.
크리스가 끄덕이고 있는 게 휴대폰 너머로 느껴졌다.
-그래요. 맞아. 지면 안 되죠.
다행히 두려움을 떨치고 힘을 찾은 모양이었다. 나는 피식 웃고는 크리스에게 말했다.
“그래, 그 마음가짐이야. 그럼 슬슬 전화 끊어야 할 것 같다. 나 일하는 중이거든.”
-경기장이에요? 주변이 시끄러운데.
“응, 일본 대 콜롬비아 보고 있어.”
나는 모르도비아 아레나라는 이름의 경기장에서 일본과 콜롬비아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눈에 띄는 선수가 몇 보여 체크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알겠어요. 열심히 하세요.
“오케이.”
전화를 끊자마자 미리 뽑아놓은 선수명단과 선수를 대조해 메모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특히 눈에 띄는 선수들은 대부분 분데스리가 소속이었다. 구단들에서 요청했던 대로 일본 선수들을 중점으로 체크하려는데 콜롬비아 선수 하나에 유난히 눈이 갔다.
뮌헨의 하메스 로드리게스도 아니고 토트넘의 다빈손 산체스도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가브리엘 마르케스, 빡빡머리의 흑인 선수였는데 190cm에 달하는 키와 그에 걸맞은 체구를 가진 중앙 수비수였다.
“오오.”
일본의 공격수가 아이가 집어던진 장난감처럼 튕겨 나갔다. 피지컬 자체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오 분가량 뒤에는 일본의 스루패스를 예측해 가로채고는 바로 반대편의 하메스에게 깔끔한 패스를 찔러준다.
몸뿐만 아니라 머리도 쓸 줄 알고, 시야도 좋고 발기술도 좋은 볼 플레잉 디펜더로 보였다.
나는 휴대폰으로 선수의 정보를 검색했다.
미리 알아본 선수 중에서는 없던 선수였다.
“CF파추카 소속에 97년생이라···.”
CF파추카는 멕시코리그의 팀이었다.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저 선수라면 요카노비치보다는 로이가 잘 써줄 것 같았다.
당장 헬퍼로 확인하고 싶은 감정이 용솟음쳤다. 인터넷에서는 에이전트가 있는지 없는지 적혀있질 않아서 아무래도 콜롬비아 축구 협회 사람과 접촉해 연락처를 얻어내야 할 것 같았다.
“저기, 미스터 태 맞나요?”
그때 내 옆에 앉는 남자가 있었다. 생김새나 영어 발음이나 일본 사람인 것 같은데···.
“안녕하세요, 미스터 태.”
또 한 명의 남자가 끼어들었다. 생김새가 중남미 사람 아니면 스페인 사람 같았다.
일본 남자가 왼쪽에, 중남미 남자는 오른쪽에 앉았고 둘은 경쟁하듯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오구라 슌이라고 합니다.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을 몇 명 데리고 있습니다.”
“루이즈 알베즈 디아즈라고 합니다. 루이즈라고 불러주시죠. 저는 콜롬비아 국가대표 선수 몇을 데리고 있습니다.”
“아, 저기···.”
둘이 동시에 말한다.
“혹시 관심 있는 선수가 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희 선수라면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차근차근 상황파악 중이었다.
둘은 지금 뛰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에이전트이고, 지금 나한테 영업하고 있는 거지? 자기 선수들 봐달라고?
최근 에이전시 메일에는 뉴캐슬 이적을 문의하는 내용 외에 풀럼과 브라이튼 이적을 꾀하는 에이전트들의 연락도 잦아지고 있었다.
내 소개로 풀럼과 브라이튼과 계약한 선수들이 다섯은 넘다 보니 그들이나 구단에게서 새어나간 모양이었다. 내가 풀럼과 브라이튼의 영입에 큰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아마 이들도 뉴캐슬, 풀럼, 브라이튼 이적을 위해 내게 말을 건 거겠지. 그렇다면.
표정관리를 한 후에 둘에게 말했다.
“두 분 다 어떤 선수들을 데리고 있는지 말씀해주신다면, 협조하겠습니다.”
내가 갑인 상황이니 패를 먼저 보일 필요는 없었다. 내가 누구누구에게 관심을 가졌다 라고 소문이라도 나면 귀찮아질 거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구라 슌이 먼저 자신이 데리고 있는 선수들을 이야기했다.
“무토 요시노리, 쿠보 유야······.”
쿠보 유야는 경기 전 목록에 정리해놓은 선수였는데, 아쉽게도 오늘 경기에서는 미약한 발목부상으로 나오지 못해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외의 선수들은 내 눈에 들어온 선수들이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 말고, 쿠보 유야와 한번 만나볼 수 있을까요?”
오구라 슌은 나와 연락처를 교환한 후 경기 후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다.
“독일이 아닌 잉글랜드에도 활로를 열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오구라 슌은 끝까지 공손하게 말하고 자리를 비켰다.
그리고 루이즈도 선수 이름을 하나하나 대기 시작했다.
“···산체스, 가브리엘 마르케스···.”
“마르케스요?”
내가 반응을 보이자 루이즈가 짙게 웃었다.
“네, 관심 있으십니까?”
숨길 것도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속으로 아쉬움을 삭혔다. 에이전트가 있었구나.
“직접 꼭 만나보고 싶네요. 지금 경기에서 하메스나 팔카오, 산체스보다 더 돋보이는 선수였어요.”
일본은 다빈손 산체스와 가브리엘 마르케스에게 막혀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에 콜롬비아는 하메스의 크로스에 이은 팔카오의 다이빙 헤딩으로 1-0으로 앞서 가고 있었고.
“경기 끝나고 바로 만나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좋죠.”
루이즈는 나와 얘기를 더 하고 싶다며 아예 내 옆에 눌러앉았다. 나는 필드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보며 놓친 선수는 없나 유심히 살폈다.
“업계 들어온 지 1년 정도 되셨다고 들었는데, 프리미어리그 두 개 구단에 챔피언십 한 개 구단과의 거래라니, 정말 대단한 수완이십니다.”
“아닙니다. 운이 좋았죠.”
가끔 루이즈의 칭찬을 받으면서.
루이즈는 배가 좀 나온 인상 좋은 아저씨 스타일의 남자였다. 살짝 까무잡잡한 피부와 얼굴 윤곽이 남미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실제로도 브라질 사람이라고 했다.
경기는 콜롬비아의 2-0 승리로 끝났다.
나는 루이즈의 안내를 받아 콜롬비아의 드레싱룸 앞의 라운지에서 대기했다. 잠시 후에 경기에서 대활약한 가브리엘 마르케스가 루이즈의 뒤를 따라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가브리엘과 악수한 후 확인한 헬퍼의 정보는, 내 눈이 그렇게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
[가브리엘 마르케스]-현재 능력 : ★★★★★
-잠재 능력 : ☆☆☆☆☆☆
-소속 팀 : CF파추카
좋다.
나이도 어리니 로테이션 자원으로 활용하며 성장시키고, 나중에는 주전으로 써도 될 잠재력이었다.
“영상 자료를 좀 더 볼 수 있을까요? 가브리엘의 리그 경기 자료나 기록 같은···.”
“얼마든지 드려야죠. 메일이 어떻게 되시죠. 아, 연락처도 교환해야겠네요.”
당장 브라이튼과 연결해준다고 하고 싶었지만, 영상도 꼼꼼하게 체크해야 했다. 지역신문도 찾아봐 인성 같은 경기력 외의 문제가 없는지도 알아봐야 했다.
병력 같은 건 메디컬 테스트에서 나올 테니까 논외로 치고.
“그럼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 경기 인상 깊었어요, 가브리엘.”
“감사합니다.”
일이 술술 풀리는 것 같아 마음이 편했다.
나는 그날 밤을 새워서 가브리엘의 데이터를 확인한 후, 로이에게 전화를 걸어 가브리엘 마르케스를 추천했다.
*
풀럼에도 두 선수를 추천한 나는 조별리그가 끝나자마자 태국으로 향했다. 세바스티앙의 태국 정장 광고 촬영 건 때문이었다.
계약서까지 써야 하는 일이었기에 한여름도 동행했다.
브라이튼의 메인스폰서인 Asean Air에서는 유로파진출까지 일궈낸 브라이튼을 적극 밀어주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브라이튼의 에이스인 세바스티앙에게는 특별 대우를 해 줬다.
이번 정장 광고도 메인스폰서 쪽에서 가져다준 거였다.
세바스티앙의 프리시즌 첫 경기까지 보고 가고 싶었지만, 중국에도 볼일이 있어 떠나야 했다. 광고 촬영 때는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에는 크리스의 리버풀이 투어를 와 있었다.
무인도 훈련을 마친 크리스와 중국에서 합류해 스마트폰 광고 촬영 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광고주 측과 헤어진 후에는 크리스와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무인도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었다. 식사를 마친 후, 크리스가 광고주에게서 받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동안 한여름이 진지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몸이 축 늘어질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였다. 제발 일거리만 아니길 기도했다.
한여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외의 것이었다.
“야, 예전 브라질 국가대표 선수가 너랑 만나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거든? 그 선수가 지금 베이징에 있다는데 한 번 만나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