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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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두 번째 프리 시즌 (2)
한여름이 말한 브라질 전 국가대표 선수는 두 명이었다.
한 명은 현역 프로 선수, 한 명은 은퇴한 선수.
두 선수 모두 아는 선수였지만 그중에서 은퇴한 선수는 나뿐이 아닌 일반인들도 알 만한 선수였다.
“안녕하세요?”
치아교정 이후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그의 잇몸 미소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호나우두 지아시스 모레이라.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대단한 선배가 있었기에 작은 호나우두라는 뜻의 ‘호나우지뉴’라는 별명으로 유니폼을 마킹해야 했던 그는 3년 정도의 짧은 기간 만에 선배만큼이나 유명한 선수가 됐다. 전성기였던 2005~2006년에는 발롱도르, FIFA 올해의 선수, UEFA 올해의 선수를 휩쓸었던 게 바로 그다.
“사인 좀 해주시겠어요?”
오는 길에 유니폼도 하나 사 왔다. 바르셀로나의 05-06시즌 유니폼이었다.
자신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유니폼을 본 그는 기분 좋게 웃고 나서 사인을 해 줬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설렘이었다.
화려한 손놀림으로 그려지는 사인을 보다가 그의 옆에 서 있는, 옅은 눈썹에 짧은 머리를 한 순한 인상의 브라질 청년을 잠깐 바라봤다.
경기를 본 적도 있고 이름도 알고 있는 선수였다. 용건이 있는 선수라는 게 이 선수겠지.
아까, 한여름은 내게 메일을 보여주며 말했었다.
‘크리스 앨런 일로 중국에 오게 된다면 한 선수랑 만나줄 수 만나줄 수 있냐는데?’
‘누군데?’
아마 내 표정에는 피곤한 기색이 비쳤었을 거다. 한여름이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너 바쁜 건 잘 아는데··· 유명 축구선수들 만나는 거 엄청 좋아하잖아.’
‘유명 축구선수?’
한여름은 말없이 내게 메일을 넘겼다.
메일 안에는 자신의 풀네임을 정중한 어투로 기록한 호나우지뉴가 자신이 아는 선수와 한 번 만나줄 수 있냐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거짓 메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 선수와 함께 중국에서 함께 찍은 사진과 연락처까지 들어 있었다.
나는 패드에서 시선을 떼자마자 바로 말했다.
‘만날래, 만날래.’
한여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너 베일도 만나보고 호날두도 만나보고, 유명한 선수나 감독도 꽤 많이 만나봤잖아.’
‘다 다른 선수잖아.’
내 말에 한여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잠깐 지었었다.
“자요.”
호나우지뉴가 유니폼에 사인을 마치고 내게 넘겨줬다. ‘친애하는 미스터 태에게.’라고 적혀있다. 잘 보관해 놨다가 집 생기면 전시해 놔야지.
“이쪽은 줄리우에요. 아시나요?”
“네, 당연히 알죠.”
호나우지뉴는 능숙한 포르투갈어로 줄리우에게 내 말을 전달했다. 줄리우는 내게 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줄리우 페르난도 두나시멘투, 줄리우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는 전직 브라질 국가대표 중앙수비수였다. 지금은 아니지만.
포르투갈어를 알아듣는 건 문제가 없었다. 나는 줄리우의 악수를 받으며 답했다. 호나우지뉴가 알아서 전달해주겠지.
“잘 알고 있어요. 줄리우. 발렌시아에서 뛸 때부터 봐왔거든요.”
지이잉.
호나우지뉴에게서 내 말을 들은 줄리우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 나는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호나우지뉴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제 에이전트 일을 하시는 건가요?”
호나우지뉴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고요. 중국에 사업차 왔다가 친한 동생이 고생하는 걸 보고 도와주는 거예요. 줄리우가 미스터 태가 엄청나게 바쁠 거라고 만날 수 있을까 걱정하길래 제 유명세를 이용해서 만남을 주선해 봤어요.”
호나우지뉴의 솔직한 말에 나도 솔직히 답했다.
“그렇군요. 호나우지뉴 선수와의 만남이 매력적이긴 했어요.”
들뜬 마음을 차근차근 가라앉혔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다섯 시간 후에 러시아행 비행기 예약을 해 둬서 말이다. 16강전 경기를 보러 가야 하거든.
“본격적으로 얘기를 들어볼까요?”
줄리우의 말이 길어지자 뇌에서 혼란이 왔다. 나는 호나우지뉴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호나우지뉴는 애초부터 통역을 위해 왔던 것처럼, 막힘없이 술술 줄리우의 말을 전해줬다.
호나우지뉴를 통해 들은 줄리우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친분이 있는 선수에게 소문을 들었다고 한다. 에이전시 소속이든 무소속이든 가리지 않고, 프리미어리그의 구단과의 이적을 주선해주는 에이전트에 대해서.
바로 나 말이다.
그의 말은 담당 구단들에게 아주 큰 영향력을 끼친다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그가 연결해 준 선수는 무조건 계약을 체결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선수를 보는 기준은 모르겠지만, 그 에이전트는 몇 번 보지도 않은 선수의 장단점뿐만 아니라 그 외의 모든 걸 귀신같이 알아낸다고도 한다.
“···민망하네요.”
그런 소문이 돌고 있을 줄이야.
줄리우는 나를 구세주 보듯이 보고 있었다.
호나우지뉴가 줄리우의 말을 전한다.
“3부 리그의 골키퍼였던 크리스도 포지션 변경을 도와줘 리버풀까지 올려냈고, 2부 리그에서 10경기도 출전하지 않은 선수의 이적도 주선했다고 들었다네요. 그래서 자기도 시키는 건 다 할 테니 꼭 유럽 팀으로 이적하는 걸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계약 비용이나 커미션은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답니다. 꼭 유럽으로 돌아가서 뛰고 싶다고 합니다.”
두 번째 사례는 얼마 전 풀럼으로 이적시킨 선수다. 현재능력은 별 세 갠데 잠재능력이 별 여섯 개였지.
호나우지뉴의 말이 끝나자마자 줄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줄리우 선수는 베이징FC 소속 아니었나요?”
호나우지뉴가 바로 말했다.
“한 달 전에 방출됐어요.”
“그런가요.”
“에이전트도 이 녀석을 버렸고요.”
날 간절하게 바라보는 줄리우의 눈을 보지 않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빠르게 마음을 다잡았다. 역시, 거절하는 건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죄송하지만 문제를 일으켰던 선수를 제가 아는 구단에 소개해주기는 좀··· 죄송합니다.”
거절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표정은 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지금, 호나우지뉴의 말을 전해 들은 지금 줄리우의 눈빛처럼.
줄리우가 뭐라 말하려 했는데, 호나우지뉴가 그의 어깨를 잡으며 선수를 쳤다.
“그 일이 줄리우의 잘못이 아닌 건 아니지만··· 사정이 있어요.”
줄리우는 예전 티아고 실바, 다비드 루이즈와 함께 브라질 중앙 수비를 이끌 것이라 예견됐던 선수였다.
어린 시절의 그는 정말 매력적인 플레이를 하는 수비수여서 스페셜 영상이나 풀 경기 영상을 일부러 찾아본 적도 있었다. 그는 네스타 같이 몸을 아끼지 않는 화려한 수비를 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그가 스물넷이 되던 나이에 있던 사건 때문에 단번에 정이 뚝 떨어져 그 이후에는 관심 한 번 가져본 적이 없었다.
“훈련 무단 불참에 단장과 말다툼하는 장면이 언론에 사진으로 떡하니 게시됐죠. 중국에 가고 싶어서 그렇게 했던 게 아닌가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유럽으로···.”
오 년 전에 줄리우는 자신을 아끼던 발렌시아의 팬들과 구단 사람들을 저버리고 중국으로 떠났다. 방금 말했다시피 떠나는 과정이 무척 지저분했다. 아직도 발렌시아의 팬들은 줄리우의 이름만 들어도 화를 낸다.
“그게···.”
호나우지뉴가 이번에도 줄리우를 변호하려 했다.
“이유가 있다면 본인에게 듣고 싶은데요.”
아직 비행기 시간이 꽤 남아 있었지만, 시답잖은 얘기라면 호텔로 돌아가서 쉴 생각이었다. 풀럼이나 브라이튼은 이제 중앙수비수 영입이 더 필요하지 않았고, 팀을 찾아 달라 부탁하는 선수들은 많았다. 문제가 있는 선수를 관리할 시간은 없었다.
“저, 저는 발렌시아에서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줄리우가 더듬거리며 말을 시작했다. 나는 줄리우에게 말을 천천히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번에는 최대한 직접 들으며 이해하지 못한 부분만 호나우지뉴에게 묻는 식으로 들었다.
줄리우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랬다.
줄리우의 에이전트가 발렌시아 단장과 줄리우를 스폰서 문제로 이간질했단다. 줄리우의 에이전트는 어린 시절부터 물심양면 지원해 준 줄리우의 아버지나 다름없는 사람이었기에, 줄리우는 자신의 에이전트를 욕하는 단장과 크게 다퉜다고 했다. 에이전트는 마음이 상한 줄리우를 꼬드겨 다른 팀을 알아보자고 말했고, 줄리우는 그렇게 하자고 했단다.
에이전트를 그렇게나 믿었던 줄리우는 유럽의 다른 팀에게서 온 제안들이 누락됐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단다.
줄리우에게 온 제안은 중국에서 온 제안밖에 없다고, 중국으로 잠깐 갔다가, 제의만 들어오면 유럽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식으로 줄리우를 꼬드겼다고 했다.
“그걸 믿었습니까?”
“···네.”
그때 줄리우의 폼이라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팀들이 많이 노렸을 텐데.
호나우지뉴가 보충한다.
“이 자식 별명이 멍청이(Idiota)거든요. 같은 구단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봐왔는데 남 말을 너무 잘 믿어요. 얼마 전에 발렌시아 전 단장님이랑 따로 안 만났으면 오해도 못 풀 뻔했어요.”
줄리우는 중국에 온 후 유럽으로 계속 돌아가고 싶어했단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줄리우에게 팀들의 제안이 없다, 이 정도 제안으로 가면 뛰지도 못하는 잉여가 될 거다 등 간교하게 혀를 놀려 줄리우를 1년, 2년, 3년 눌러 앉혔다고 했다.
마지막 계약 해에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자 에이전트는 미온적으로 변했고, 장기부상 후 기량에 대한 의심으로 구단이 재계약을 거부하자마자 자신을 버렸다고 했다.
충격을 받은 줄리우는 발렌시아의 전 단장을 찾아갔단다.
단장은 그 에이전트 말이나 믿으라고 툴툴대다가, 줄리우의 깁스한 다리를 보고는 여러 제안이 왔었다는 얘기와 스폰서 문제는 오해였다는 사실을 천천히 풀어줬단다.
“정리하면··· 에이전트의 농간에 놀아났을 뿐이다. 그 얘기죠?”
줄리우와 호나우지뉴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얘기하려 했다. 나는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안타깝긴 했다. 이 선수가 제대로 성장만 했었더라면 미네이랑의 비극이라고 불리던 브라질 월드컵 독일전에서 그렇게 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렇게까지 마음이 동하지는 않았다.
“그 정도면 됐어요. 제 개인 정보통으로 알아볼게요.”
“방출된 이후에도 열심히 했습니다.”
줄리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적당히 고개만 끄덕였다.
괜한 얘기를 꺼냈다가 기대하게 만들까 봐.
우리는 많이 식어버린 음식에 손을 댔고,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헬퍼로 얻은 정보를 확인했다.
[줄리우 페르난도 두나시멘투]-한 달 정도의 정식 훈련과 실전감각을 쌓으면 ★★★★★★까지 현재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
-간절하게 새 구단을 찾고 있다.
-재활에 성공해 전성기 때와 다르지 않은 무릎 상태다.
나는 고수향이 짙은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침음성을 냈다.
“음.”
사람 마음이란 간사하다. 긍정적인 정보를 보니 마음이 동한다.
탐이 난다. 자유 계약이고 프리시즌도 갓 시작했으니 준비기간도 충분하고.
두 팀 말고 다른 팀에 연결만 해주고 수당 계약으로 해 버리면 자금 확보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국가대표라는 네임밸류는 있으니 수비수를 급하게 찾는 팀이라면 어떻게든 연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내 앞의 둘은 나를 살짝 봤다가, 곧 자기들끼리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호나우지뉴는 줄리우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고, 줄리우는 거의 듣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그 문제의 에이전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에이전트 이름이 뭐라고 했지?”
이름을 알아두면 일 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거다.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루이즈 알베즈 디아즈요.”
응?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