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27
127
26. 두 번째 프리 시즌 (5)
“로이랑 얘기 마쳤어요. 앞으로 4주 동안은 브라이튼에서 훈련하고 연습경기에도 참가할 수 있어요.”
“입단 테스트를 받을 수 있다고요? 아니, 그 지경으로 경기를 했는데 어떻게···.”
줄리우를 보고 있던 세바스티앙이 말했다.
“때는 유능하거든요. 감독님도 그걸 잘 알고 있고요.”
“감사합니다!”
줄리우가 감격에 젖어있는 사이 세바스티앙이 슬금슬금 다가와 귓속말로 묻는다.
“어지간히 밀어붙였나 봐요? 절대로 테스트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경기력이 아니었는데.”
“한 달 정도만 훈련하면 팀 내 최고 수비수가 될 거니까, 좀 무리했어.”
“최고요?”
방금의 경기를 회상한 건지 세바스티앙이 갸웃했다.
“응, 최고.”
나는 단호하게 답했다.
그렇게 줄리우는 브라이튼의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게 됐다. 로이의 지시로 세바스티앙과 같은 방을 쓴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세바스티앙의 정장 광고를 함께하고 다시 월드컵으로 돌아가지 않고, 프리 시즌을 돌고 있는 팀들을 찾아다녔다.
4강에 남은 팀은 포르투갈 vs 브라질, 아르헨티나 vs 독일이어서 흙 속의 진주를 찾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팬심으로는 결승전에서 호날두 vs 메시를 보고 싶었다. 누가 최고의 선수인가 가리기에는 최고의 무대니까.
그리고 많은 유럽 팀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친선경기를 갖는 미국에 도착했을 때, 유럽에 돌아간 로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테스트를 시작하고 열흘, 예상보다 빠른 속도였다.
로이는 내 예고대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줄리우랑 계약하고 싶어요. 태, 언제 유럽으로 돌아오나요.
나는 조던 킹이 속한 맨시티가 상대한 미국 팀의 선수들을 살핀 후, 유럽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후, 브라이튼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줄리우가 환한 얼굴로 유니폼을 들고 찍은 사진이 실렸다.
[줄리우 페르난도 두나시멘투, 3년 계약.]*
최근 브라이튼의 줄리우 영입에 관해 팬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줄리우는 일 년간의 장기 부상 후에 중국 팀에서도 방출된 무적 신세였다. 발렌시아에서 뛰던 줄리우라면 모를까, 지금의 줄리우를 유로파리그에 진출하는 브라이튼이 영입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영입에 의문을 가진 본 기자는 최근 한 축구계 관계자의 제보를 받았다. 이 영입에 크리스 앨런의 에이전트로 유명한 태현석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원래는 가브리엘 마르케스라는 콜롬비아의 재능 있는 수비수 영입을 추진하다가, 무슨 생각인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영입을 취소하고 줄리우를 브라이튼에 추천했다는 것이다.
줄리우는 태현석의 에이전시인 T 에이전시 소속으로···.
(중략)
기자, 롬멜 포터 [email protected]
*
“너 기사 떴는데?”
“방금 막 읽었어.”
“오빠 기사가 떴다고요?”
한여름도 나와 같은 기사를 보고 있었나 보다.
한창 일하다가 잠깐 티타임을 가지자고 했던 건데, 이거 쉴 틈이 없다.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데도 굳이 들어와 우리를 열심히 돕고, 커피를 마시던 에린은 휴대폰을 정신없이 만지작대며 나와 줄리우가 함께 찍은 사진을 메인으로 내 건 기사를 발견했다.
“에이, 있는 사진이네.”
“뭐가 있는 사진이냐.”
에린이 말없이 웃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기사에 뜬 사진은 에이전시 사이트에 게시하기 위해 찍은 사진이었다. 브라이튼과 계약을 마치고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나와 함께 찍은 사진. 잘 나왔다고는 생각했지만 기사에 인용될 줄은 몰랐다.
“축구계 관계자라니··· 루이즈겠지?”
“뻔하지 뭐.”
기사의 내용은 나를 자기 선수를 팔기 위해 브라이튼을 배려하지 않은 나쁜 놈으로 만들고 있었다. 미노 라이올라의 사례까지 덧붙여서 에이전트는 결국 자신이나 자신의 선수만을 위하는 돈벌레라고 까는 내용까지 덧붙여져 있었다.
나에 관해 나쁘게 말하는 기사의 정보 제공자.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이적이 추진됐다는 것도 적혀있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버릇없는 놈이라는 게 인터뷰에 그대로 적혀 있는 걸 보면 놈이 틀림없었다.
브라이튼 관계자들에게 버릇없게 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 확실하다.
“팬 페이지에도 올라왔네.”
브라이튼의 SNS 팬 페이지에는 이 기사가 인용돼 있었다.
안 그래도 줄리우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반응이 영 좋지 않았었는데 이런 기사까지 연달아 터지니 나와 줄리우의 이미지가 확 나빠진 게 댓글에서부터 보였다.
┖선수한테 돈 받은 거 아니야?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정신이 나갔구나.
┖또 태네, 이번 시즌 영입은 한 명 빼고 다 태가 중개했다는데 괜히 불안해진다.
┖┖그래도 다 괜찮은 영입이었잖아.
┖┖┖이번 영입은 진짜 이상하잖아. 97년생에다가 월드컵에서도 활약한 유망주를 버리고 88년생 퇴물 중앙수비수라니.
에린과 한여름이 걱정하는 기색으로 나를 본다.
“그래도 xTAE OUT 같은 건 안 나오네.”
나름 농담이었는데 에린과 한여름의 표정이 더 나빠졌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완전히 영입한 후에도 줄리우는 한 경기도 못 나왔다고.”
“맞아요. 그리고 이런 거 보지 마세요. 기분만 나빠져요.”
에린이 내 휴대폰을 빼앗으려 해서 나는 손을 뒤로 쭉 빼 피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시즌 시작되면 이 평가는 다 뒤집혀. 지금 안 좋게 볼수록 반전이 일어났을 때 더 좋지 않겠어?”
나는 여전히 불안해하는 둘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리고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입 밖으로 꺼냈다.
“정말 자신 있다니까. 아니면 여기서 인터뷰를 한 번 할까? 결과를 보면 이해하게 될 거라고. 지금은 욕 좀 먹을지 몰라도 줄리우가 대활약을 펼치면 에이전시 신뢰도가 저절로 올라갈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보냐.”
한여름이 나를 질색하는 얼굴로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축구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너무 확신하는 거 아니야? 줄리우가 잘 못하기라도 하면? 메시 같은 선수도 아주 가끔 삽질하기도 하는 게 축구인데. 응?”
“잘할 거야.”
“예상치 못한 부상이라도 당하면?”
“아···.”
다음 말이 쉬이 나오지 않았다.
그대로 나쁜 이미지가 굳어지겠지. 머릿속에 냉각수를 끼얹은 느낌이다.
내가 말을 멈추자 두 사람은 가만히 나를 기다려 줬다. 나는 생각을 다시 정리해서 입을 열었다.
“고마워. 인터뷰는 하면 안 되겠다.”
“그래.”
“그렇지만 정말 자신 있어. 줄리우는 분명히 브라이튼의 주전 수비수가 될 거라고.”
한여름이 한숨을 쉰다.
“멘탈 튼튼한 거 보게··· 걱정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저런 댓글이나 기사가 너한테 쏟아지는데 정말 괜찮아?”
에린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건가?
나는 휴대폰을 켜 기사와 댓글을 다시 한 번 쭉 봤다.
음.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줄리우가 프리미어리그 상위급의 기량을 갖고 있다는 걸 아는 데에서 나오는 자신감일까.
아무리 봐도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아무리 봐도 괜찮아. 이 사람들이 나중에 사과할 거 생각하니까 오히려 기분이 좀 더 좋아지는데?”
“미친놈.”
한여름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나도 따라 웃으며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려 기사를 다시 읽었다. 가벼운 해명 기사를 내거나 기사를 아예 안 내는 게 괜찮을 것 같았다. 가브리엘을 추진하다가 줄리우로 바꾼 건 사실이긴 하니까.
그때, 이상한 댓글을 하나 발견했다.
가장 좋아요를 많이 받은 댓글에 달린 대 댓글이었는데 참 익숙한 아이디였다.
[SebaOfficial]“얘 여기서 뭐하냐.”
내 표정이 많이 이상했던 건지 한여름과 에린이 양옆으로 쫓아와 내가 보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
“···.”
둘도 할 말을 잃은 채 나처럼 멍하니 화면만 보고 있었다.
댓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선수한테 돈 받은 거 아니야?
┖┖엿 같은 소리 하지 마 >:(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정신이 나갔구나.
┖┖네 정신이 나간 거겠지.
세바스티앙이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에 무서운 속도로 대 댓글을 달고 있었다.
이 미친놈···.
브라이튼의 에이스라는 놈이 브라이튼의 팬들이랑 싸우면 어떡해.
나는 바로 세바스티앙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휴대폰을 들고 있었던 듯 바로 받는다.
그리고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다급히 말해 온다.
-때, 기사 봤어요?
“기사도 봤고 댓글도 봤다. 미친놈아. 빨리 지워.”
내가 다급히 말하자 잠깐 조용해졌던 세바스티앙이었다. 하지만.
-왜요! 다들 헛소리하잖아요!
발끈하면서 거절한다.
날 지지해주는 건 정말 좋은데··· 난 지금 몹시 평온하다고.
“나 정말 괜찮다니까? 오히려 이 댓글 쓴 사람들이 나중에 사과할 거 생각하면 막 두근거린다니까?”
나는 한여름에게 했던 말을 재탕했다.
세바스티앙의 숨소리가 잦아드는 게 들려왔다.
나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지워. 빨리. 나 때문에 네 이미지가 나빠지면 내가 좋아할 것 같아?”
-으음··· 그럼 전화 끊지 말고 있어봐요.
나는 휴대폰을 귀에 댄 채 기다렸다.
자기 폰을 보고 있던 한여름이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바스티앙이 댓글들을 지우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 후 세바스티앙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에서 다시 들려왔다.
-저런 거 그대로 두면 다 선동되는데··· 초기부터 이 악물고 달려들어서 바로잡아야 하는데···.
커뮤니티의 속성에 대해 참 잘 아는 녀석이다. 나는 녀석을 달래기 위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그냥 믿고 기다려 봐. 너도 줄리우랑 같이 뛰고 있으니까 잘 알 거 아니야? 매일같이 폼이 올라오고 있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음···.
“왜, 뭐.”
세바스티앙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답답하단 말이에요. 때랑 줄리우를 나쁘게 보는데 어떻게 참아요?
나는 피식 소리를 내며 웃어버렸다.
“고맙다 자식아. 그런데 조금만 더 참아라.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다음 달이면 팬들의 시선이 싹 바뀔 거니까.”
*
두 번째 프리시즌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지난 시즌만큼의 큰 영입은 없었지만, 5,000만 파운드는 훌쩍 넘는 이적료가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보였고, 무엇보다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나온 한 발표였는데, FIFA의 회장이 다음 개최지로 내정됐던 카타르가 아닌 ‘중국’이 월드컵을 개최하게 됐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날씨나 경기장 건설 등에서 차질을 빚던 카타르는 결국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더불어서 중국의 로비가 있었을 거라는 소문이 축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돌았다.
아, 참고로 월드컵 결승은 독일과 브라질의 대결이었고, 네이마르와 제수스의 한 골씩에 힘입어 브라질이 2-0으로 승리해 우승했다.
나는 월드컵 결승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할 만큼 바빴다.
자금을 모으기 위해 두 구단에게 소개해줄 선수를 찾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였고, 틈틈이 내 선수들의 상태도 확인했다.
먼저 크리스는 잘 적응하고 있었다.
특별한 점이라면 기본기 훈련만 추가로 매일 한 시간씩 더 하고 있었는데, 클롭이 앞으로 자신이 있는 동안은 계속 이 훈련을 할 거라고 말했다.
‘오프더볼 무브먼트는 나무랄 데가 없어요. 하지만 온 더 볼 상황에서는 취약해요. 2부 리그의 압박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했겠지만, 1부 리그는 다르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그럴 공간도 안 나올 거예요. 한동안 부침을 예상해야 할 겁니다.’
크리스에 대한 클롭의 냉정한 평가였다.
나는 이 평가를 들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안심했다.
감독이 한동안 부침을 겪을 걸 예상하고 있는 것이니, 부진하더라도,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라도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크리스 본인은 높은 퀄리티의 훈련에 몹시 만족하고 있었다.
맨시티의 조던은 부상을 이겨낸 후의 첫 시즌이라 또 부상을 당하지 않게, 조용하고 착실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고, 스토크의 레온은 월드컵을 겪고 난 후 더 능숙해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예전과 똑같은 별 여섯개 였지만 뭔가가 달라 보였다.
사우스햄튼의 베니시오는 슬슬 은퇴 후를 준비하고 있었다. 폼이 떨어진 건 아니었지만, 코치로 진로를 정할지, 행정가가 될지, 스카우트가 될지 등 여러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내 에이전시에 들어오라고 했고 베니시오는 진지하게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참고로 베니시오의 딸인 아드리아나는 이제 영어에도 능숙해져 있었다.
그리고 뉴캐슬에 들러서는 뉴캐슬 선수들의 정보를 종합해 리찌에게 넘겼다. 헬퍼의 도움을 받은 분석정보에 리찌는 몹시 놀라는 얼굴로 내게 말했었다.
‘이런 것도 할 줄 압니까?’
‘이제 우리 에이전시 들어올 생각이 좀 생겼어요?’
나는 태연하게 리찌를 꼬셨고,
‘이것 참, 여자 꼬시는 것도 아니고.’
리찌는 결국 승낙했다. 그는 흔쾌하게 에이전시 계약서에 사인했다. 우리 에이전시의 첫 감독이었다.
마지막으로는 브라이튼의 두 선수, 세바스티앙과 줄리우.
세바스티앙은 지난 댓글 사건으로 팬들과 조금 트러블이 생겼지만, ‘축구 선수는 축구만 잘하면 다.’ 라는 말이 증명하듯 세바스티앙의 열성 팬들이 트러블 자체를 묻어버렸다.
그리고 줄리우는 내게 ‘믿어주신 만큼 열심히 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그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가족들이 머무를 집과 줄리우가 타고 다닐 차를 수배해줬다.
계속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던 줄리우는 시즌 개막 두 경기 전에 30분 출전하고, 직전 경기에는 풀타임 출전해 준수한 활약을 보이며 자신에게 쏟아지던 부정적인 시선을 혹시, 하는 의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개막 당일, 줄리우는 선발 명단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