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28
128
27. 시즌 개막, 신고식 (1)
“작년에는 맨시티더니 올해는 맨유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트의 서포터석에서 브라이튼의 팬들은 자신의 팀의 가혹한 일정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왜, 지난 시즌에는 지긴 했어도 잘했잖아. 세바스티앙이 혼자 두 골도 넣었고. 시즌 결과도 좋았으니 이번에도 지면 액땜하는 셈 치면 되지 뭐.”
한 서포터의 말에 다른 서포터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브라이튼만 수십 년 응원한 골수팬들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이었지만 누구보다 현실적이기도 했다.
얼마 전, 알렉스 산드루를 영입한다고 7,000만 파운드를 단번에 쏟아 부은 맨유와 브라이튼은 체급 자체가 다르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혹시 알아? 우리가 이길지.”
“지랄하네.”
“지랄.”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후덕한 서포터의 말에 양쪽에 앉아있는 서포터가 동시에 부정적인 말을 늘어놓았다.
긍정적인 말을 꺼냈던 서포터가 인상을 찡그렸다.
“지난 시즌은 예상순위 20위였는데, 우승팀인 맨시티한테 아깝게 졌잖아. 올해는 영입도 많이 해서 예상순위가 10위까지 올라왔다고. 기대할 만하지 않아?”
왼쪽에 앉아있는 머리를 빡빡 민 서포터가 고개를 저으며 매치데이 포스터를 들어 보였다.
“오늘 선발 명단 못 봤어?”
빡빡 민 서포터가 매치데이 포스터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줄리우가 들어가 있다고. 불안해 죽겠어.”
후덕한 서포터가 매치데이 포스터를 뺏어 들며 말했다.
“스캇, 너는 맨날 불안하다고만 하냐? 나도 줄리우가 에이전트가 꽂아 넣은 거라는 얘길 들었을 때 별로긴 했는데, 저번 주 프리시즌 경기에서는 무난하게 하더만.”
“프리 시즌일 뿐이잖아. 실전에서 엉망이면 어떡해? 가뜩이나 첫 경기에서.”
“너 로이 못 믿냐?”
후덕한 서포터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20위 전력으로 유로파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7위를 만들어 낸 감독이다. 로이 브래들리는 브라이튼의 서포터들 사이에서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말문이 막힌 스캇은 잠시 입술을 씹으며 얌전히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왜 자신이 불안해하는지 입증하려 애썼다.
“로이는 믿지, 그렇지만 로이랑 태가 엄청나게 친하잖아.”
“에이.”
후덕한 서포터의 부정적인 반응에 스캇은 열을 내며 말했다.
“사진도 있고 훈련 구경가는 서포터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둘이 수석코치랑 통역일 때부터 친구였다고 했어.”
“그건 맞아.”
조용히 둘의 대화를 듣던 서포터가 얘기했다.
후덕한 서포터의 표정이 나빠졌다.
“에이, 에이전트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결국 선발은 감독이 정하는 건데···.”
경기 시간이 다 돼 선수들이 하나하나 필드로 나오고 있었다. 후덕한 서포터는 벤치 앞에 서 있는 로이와 브라이튼의 선수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줄리우를 보고 난 후 한숨을 쉬었다.
“···괜히 불안하네.”
마침 선수들을 비추던 전광판도 줄리우를 마지막으로 비추고는, 카메라를 바꿔 브라이튼 선수들 다섯 이상의 영입을 주관한 에이전트, 태현석을 비췄다.
“괜찮겠지?”
“줄리우 경기력이 엿 같으면 내가 저 놈 찾아가서 한 방 날린다.”
스캇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의 팔 근육이 꿈틀댄다. 그의 시선이 전광판에서 줄리우에게로 옮겨졌다.
“못하기만 해봐라.”
“잘하면?”
후덕한 서포터의 물음에 인상을 찌푸렸던 스캇은, 경기 휘슬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말했다.
“그럼 태가 화면에 잡힐 때마다 박수치면서 환호해야지.”
*
“으악, 오늘 화장 대충했는데.”
한여름이 고개를 숙인다. 나는 카메라가 내 얼굴을 찍고 있다는 걸 알고 살짝 미소를 지은 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기 위해 필드만 바라봤다.
5만 명이 넘게 들어선 구장의 전광판에 내 얼굴이 비치다니, 몹시 민망하다.
줄리우의 실력에 대한 논란은 비난에서 의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난주에 있었던 프리시즌 경기 덕이었다.
그에 따라 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기사에 올랐고, 경기 중에도 줄리우와 함께 나를 잡을 정도로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생겼다. 어느 정도의 인지도라고 하는 건 브라이튼의 팬들은 다 내가 누군지 아는데 타 팀의 팬들은 아직 날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내가 화면에 나오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수군대는 맨유 팬들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현석아, 카메라 갔어?”
“응.”
한여름이 고개를 들자마자 전광판에 한여름의 얼굴이 떡하니 나왔다. 역시 올드 트래포트, 화질도 끝내준다. 한여름은 바로 고개를 숙이며 내게 욕설을 내뱉었다.
나는 쿡쿡 웃고는 진짜 카메라가 사라진 후 한여름에게 진짜라면서 일으키고, 주먹으로 팔뚝을 한 대 맞았다.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휴대폰이 끊임없이 울린다.
헬퍼는 아니고 카톡이었다.
맨유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팀이고, 그만큼 많은 사람이 경기를 생중계로 본다.
그중에 내 친구 놈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바로 톡방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실시간으로 바뀌는 최신 대화 내역을 보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훤히 보였다.
-야, 저거 너냐?
-(사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설자들이 너 존나 걱정하는데? 테러당하는 거 아니냐고.
-옆에 여자친구임?
나는 카톡의 알림 기능을 끄고, 다은이에게 톡을 하나 남겼다.
-지금 축구 보지 마. 누나나 아빠가 보려고 하면 말려줘. 이따 다시 톡할게.
다행히 당장 톡이 없는 걸 보면 가족들은 축구를 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혹시나 우연이라도 해설자들이 나에 관해 얘기하는 걸 듣는다면 누나는 유난 떨면서 걱정할 거고, 아버지는 말없이 걱정할 게 훤히 보였다.
해설자들이 나에 대해 할 얘기라고는 브라이튼의 영입 전반을 내가 중개했고, 줄리우라는 내 에이전시 선수를 인맥을 통해 꽂아 넣은 게 아니냐는 논란거리뿐이니까.
나는 휴대폰을 닫으며 필드 위에 막 들어서기 시작한 선수 중 줄리우를 찾았다.
줄리우는 내가 있는 곳을 한 번에 찾아내더니 굳건한 시선으로 나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바로 시선을 돌려 세바스티앙의 도움을 받아 브라이튼의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잘하겠지.
여태까지 부상도 없었고, 오늘 경기에서 증명만 하는 일만 남았기에 걱정보다는 기대로 두근거렸다.
특히 경기 전 줄리우의 포부를 듣고 더 그렇게 됐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슬슬 몸을 풀러 나가려던 줄리우는 복도에서 기다리던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몸 상태는 어때요?”
“최고입니다.”
줄리우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 목소리에 안심이 되긴 했지만, 나는 그가 끝까지 방심하지 않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까지 부상 조심하는 거 잊지 마요.”
“당연하죠.”
줄리우가 웃는다.
“유럽에 돌아올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프리미어리그까지 데려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줄리우가 실력이 있으니까 그런 거예요. 오늘 경기 부담 없이 잘해 봐요.”
줄리우의 인사에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부담만 털어낸다면 알아서 잘할 거다. 한 달 동안 그의 현재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회복됐고, 지금의 현재 능력은 별 여섯 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줄리우는 편안함 보다는 압박감 속으로 들어가는 걸 택했다.
“아니죠. 부담을 가져야죠. 오늘 경기 반드시 잘하겠습니다.”
혹여나 긴장할까 염려가 들었다.
“괜찮겠어요?”
줄리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저는 이 정도까지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몰랐습니다. 전부 미스터 태가 말한 대로 되더군요. 한 달 만에 몸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머리는 발렌시아 시절보다 더 잘 돌아갑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힘이 넘쳐요.”
흔들림 없는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긴장한 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최근 얻어낸 줄리우의 잠재능력은 자그마치 별 일곱 개였다. 월드 클래스 급 재능의 선수였지만, 나이가 서른이라 일곱 개는 다 채우지 못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크리스가 가끔 보여주는 월드클래스급 잠재력을 지닌 선수들의 플레이, 소름이 돋는 특별한 플레이 정도는 언젠가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뭐, 오늘은 아니겠지만.
상대가 상대이니 말이다. 하지만 잠재능력이 별 일곱 개에 현재 능력이 여섯 개, 천재지변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경기를 망칠 일은 없을 거다.
그럴 거다. 그래야지.
“그럼 정말 기대합니다?”
“네, 얼마든지요.”
줄리우는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몸을 풀기 위해 필드로 나갔다.
삑, 삐익!
휘슬이 울리면서 프리미어리그 18-19시즌 브라이튼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시즌 첫 경기가 시작됐다.
로이는 오늘 무리뉴의 허를 찔러버리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 로이는 수비라인을 내린 후 세바스티앙을 이용한 역습 플레이를 주 전술로 삼았다.
하지만 오늘 브라이튼은 휘슬이 울리자마자 라인을 전체적으로 올리고 맨유의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있었다.
로이가 프리시즌 때부터 누누히 얘기했던 공격적인 플레이를 전 시즌 2위 팀에게 시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와, 브라이튼도 잘하는데? 맨유랑 비슷하게 가네.”
브라이튼의 선수들은 맨유 선수들의 거의 두 배는 뛰는 것 같아 보였다. 역습으로 나올 거라 생각한 상대가 이빨을 들이미니 맨유 선수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길지는 않을 거야. 잘 봐둬.”
맨시티나 바르샤처럼 계속 공격하겠다는 건 아니고 전반 20분, 종료 전 20분을 집중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나머지 시간은 지난 시즌처럼 잠그기 후 역습 패턴을 이용하겠다고 했고.
옆 관계자석에 앉아있는 맨유의 임원과 원로들의 표정이 나빠져 갔다.
그 중 최근 병상에서 회복하신 세계, 아니 역대 최고의 감독님 알렉스 퍼거슨과 에드워드 우드워드의 표정이 특히 굳어졌다. 음, 경기 전에 미리 사인을 받아두길 잘했다.
처음에는 어찌어찌 대처하던 맨유의 선수들은 브라이튼의 압박공세가 잦아들지 않자 렉이 걸린 것처럼 뻣뻣하게 움직였다.
그래도 강팀은 강팀인지 폴 포그바와 맥토미니가 자신들의 템포를 찾기 위해 패스를 주고받으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체스나 루카쿠도 볼 운반을 돕기 위해 아래로 내려왔다.
시간을 더 주면 맨유가 흐름을 잡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전에 브라이튼이 먼저 움직였다.
이번 이적 시장, 브라이튼에 처음으로 소개해 준 가나산 스트라이커 라미즈가 맥토미니를 압박했고, 맥토미니는 드래그 백 후에 몸을 틀며 라미즈를 등지는 탈 압박을 펼쳤다.
라미즈 하나였다면 괜찮았겠지만, 맥토미니의 뒤에는 우리 에이전시 1호기인 세바스티앙이 소리 없이 다가와 있었다.
세바스티앙은 맥토미니에게서 쉽게 공을 낚아채고는 에릭 바이와 필 존스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경기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맨유 서포터들이 막아! 라며 소리쳤다. 그리고 브라이튼의 서포터들은 달려! 라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고.
두 기대가 필드 위로 쏟아졌고, 맨유 서포터들의 기대를 받은 필 존스가 브라이튼 서포터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세바스티앙과 일대일로 맞섰다.
허슬 플레이로 유명한 그였기에 제치기에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으나, 세바스티앙은 반칙이라도 얻어내려는 건지 줄리우를 상대로 선보였던 알까기 이후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필 존스는 세바스티앙의 셔츠를 잡고 늘어지며 세바스티앙의 뒤를 쫓았다. 반칙과 몸싸움의 어중간한 경계에서 필 존스가 세바스티앙을 점점 따라잡았고, 공을 빼앗기기 직전이라고 생각했을 때, 세바스티앙은 보지도 않고 왼쪽으로 공을 밀어 찼다.
그곳에는 에릭 바이를 막 따돌린 라미즈가 있었다. 그가 논스톱으로 슈팅을 날렸다.
“고올! ···이 아니네.”
반쯤 일어났던 나는 바로 주저앉았다.
맨유 전력의 50%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 맨유의 수문장, 데 헤아는 펀칭도 어려울 것 같은 궤적의 슛을 양손으로 잡아내는 묘기를 선보였다.
“미쳤다, 진짜···.”
역시 세계 최고의 골키퍼 TOP5 안에 늘 꼽히는 선수 다웠다.
데 헤아는 판단력도 굉장했다.
일어나자마자 긴 팔로 하프라인 근처에 있는 포그바에게까지 공을 던진 것이다.
역습을 위해서.
내가 두 번째로 브라이튼에 소개한 선수인 뉴질랜드산 수비형 미드필더 카우리가 포그바와 몸싸움을 했지만, 카우리는 포그바의 우월한 신장에서 나오는 몸싸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포그바는 카우리를 튕겨낸 후, 머리로 공의 속도를 줄이고는 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논스톱으로 오른쪽 라인을 타고 달리던 래쉬포드에게 멋진 발리패스를 찔러줬다.
언제부터 뛰고 있었던 건지 래쉬포드는 최고속도에 도달해 있었다.
브라이튼의 어떤 선수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