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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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시즌 개막, 신고식 (2)
브라이튼은 전방압박 전술을 사용 중이었기에 전체적인 수비라인이 높았다. 브라이튼의 수비수들은 복귀에 급급했고, 래쉬포드는 페널티 박스 안에 들어와 있었다.
슈팅일 거라 생각했는지 브라이튼의 골키퍼가 각을 좁히기 위해 튀어나왔다.
래쉬포드는 크로스를 택했다.
궤적이 애매해서 그대로 두면 골대로 들어가거나 살짝 스쳐서 옆으로 내려갈 크로스였다.
골키퍼는 점프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맨유의 괴물 스트라이커 루카쿠가 크로스를 확실히 마무리 짓기 위해 도움닫기 중이었다.
루카쿠가 머리만 대면 골인 상황.
나를 포함한 경기장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순간, 뒤늦게 나타난 줄리우가 도움닫기 대신 전력질주로 루카쿠보다 먼저 자리를 잡았다.
남은 관성에 줄리우가 몸이 반쯤 기운 애매한 자세로 비틀거렸다.
이대로면 세계 최고의 피지컬을 가진 선수 중 하나인 루카쿠와 준비 없이 심하게 충돌할 상황이었다. 크게 다칠지도 몰랐다.
하지만 줄리우는 비스듬하게 떠 머리로 공을 걷어냈다.
퍼억!
경기장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 나와 한여름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루카쿠에게 튕겨 나간 후 줄리우는 몇 번 굴러 골망에 휘감겼다.
그리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말짱해 보인다.
맨유 팬들의 뒤늦은 탄식이 들렸다. 몸을 아끼지 않는 줄리우의 수비 때문에 골이나 다름없는 장면이 노 골로 바뀌게 된 것이었다.
브라이튼의 골키퍼와 수비진들이 줄리우의 머리와 등을 때리며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동료 선수들의 격한 칭찬이었다.
브라이튼의 서포터석에서는 환호가 나오고 있었다.
브라이튼의 골키퍼가 골킥을 준비하고, 줄리우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잠깐, 나를 올려보더니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그 이후, 줄리우는 미친 듯한 수비를 보이기 시작했다.
브라이튼의 전방압박은 줄리우가 있었기에 성립될 수 있었다. 브라이튼의 넓은 후방을 줄리우가 노련미와 기교로 차분하게 막아냈다. 마치 큰 위기가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줄리우 플레이의 정점이었다.
*
돌덩이 같다. 어떻게 사람 몸이 이렇게 딱딱하지.
루카쿠와의 몸싸움을 간신히 버텨낸 줄리우가 속으로 생각했다.
“헉, 허억···.”
심지어 빠르다. 줄리우는 루카쿠가 갈 곳을 예측하고는 그쪽으로 미리 움직였다. 예전보다 떨어진 신체능력은 생각, 정확히 말하면 ‘직관’으로 메워야 한다. 줄리우는 공을 깔끔하게 차단한 후, 주장 케빈 캄프에게 정확히 패스했다.
맨유와 브라이튼은 마치 대등한 팀처럼 가드 없이 주먹만 날려대는 난타전을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 맨유의 가장 날카로운 주먹인 루카쿠를 줄리우가 혼자 막아내고 있었다.
브라이튼의 공격이 막히고 다시 맨유의 공격이 시작됐다.
포그바가 측면에서 공을 잡았다.
줄리우는 루카쿠가 등 뒤로 침투할지, 아니면 앞으로 빠져서 공을 받고 공간을 만들어 줄지 생각했다. 경기장은 분명 시끌벅적할 텐데도 줄리우에게는 루카쿠의 숨소리와 자신의 숨소리만 들렸다.
‘측면 침투다!’
포그바가 발을 움직였고, 루카쿠가 줄리우의 등 뒤로 빠져나가려 했다.
줄리우는 공을 앞에서 끊어내기 위해 대각선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맨유의 포그바는 클래스가 다른 미드필더였다. 포그바는 본래 측면으로 패스 하려고 했던 게 맞았지만, 줄리우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발목을 틀어 궤도를 바꿨다. 측면이 아닌 중앙 침투 패스로.
1m 정도 뜬 패스가 빠른 속도로 루카쿠의 조금 앞을 향해 날아간다.
줄리우는 순식간에 역동작에 걸렸고, 포그바의 패스는 줄리우의 등 뒤를 지나갈 것으로 보였다.
포그바가 미소를 지었다. 저 패스가 줄리우를 지나치고, 루카쿠에게 도착하면 1대1 찬스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줄리우의 말도 안 되는 플레이가 나왔다.
맨유 팬들의 탄식이 올드트래포트를 가득 채웠다.
줄리우가 역동작에 걸린 걸 역으로 이용해 앞으로 일부러 넘어지며 발뒤꿈치로 공중의 공을 쳐 낸 것이다. 공은 그대로 날아가 막 골문을 비우고 뛰어나오던 브라이튼의 골키퍼의 발로 향했다.
알레산드로 네스타를 연상시키는 아크로바틱한 수비에 맨유 선수들뿐만 아니라 브라이튼의 선수들 또한 다 얼이 빠졌다.
그때 줄리우는 혼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게 원래 내 플레이였지, 예전이라면 혼자 감탄하고 있었을 테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제 서른, 낭비한 시간이 많은 줄리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했다. 그리고 이 경기는 승리할수록 값어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줄리우는 고개를 좌우로 빨리 움직여 경기장의 상황을 파악한 후, 공을 잡은 채 멈춰 서 있던 골키퍼에게 소리쳤다.
“매튜! 카우리!”
줄리우의 외침이 경기장을 울렸다.
브라이튼의 골키퍼, 매튜 라이언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줄리우의 말대로 카우리를 찾았다. 포그바가 마킹하고 있던 카우리가 프리로 비어 있었다.
매튜는 속도보다는 정확함을 살려 카우리에게 패스했다.
카우리는 공을 잡자마자 케빈 캄프에게 패스했고, 케빈 캄프는 강한 패스로 단번에 전방에 머무르던 세바스티앙에게 공을 전달하려 했다.
트래핑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패스였다. 조급했던 케빈의 실수였다. 케빈은 공이 임팩트 되는 순간부터 후회하고 있었다. 멋진 수비에 이은 역습 기회였는데, 자신이 다 날려버리게 생겼기에.
하지만 세바스티앙은 공을 잡아두는 게 아니라 발등으로 속도를 죽이며 패스를 자신 뒤로 흘려보냈다. 공은 필 존스의 왼쪽으로 향하고, 자신은 망설임 없이 우측으로 돌아들어 가는 아름다운 턴이다.
왼쪽으로 갔던 공은 스핀을 먹고 세바스티앙의 발 앞에 딱 떨어졌다.
세바스티앙이 공을 치고 나간 자리에는 필 존스의 허우적거림만 남았다.
브라이튼의 서포터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바스티앙의 단독 1대1 찬스.
세바스티앙은 같은 스페인 선수인 데 헤아가 잡을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슈팅을 니어포스트로 때렸다.
줄리우는 이 과정을 가만히 구경만 하지 않았다. 수비수는 언제나 최악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아까처럼 데 헤아가 막고 역습이 시작될지도 몰랐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지만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줄리우는 상대 선수의 움직임과 역습을 차단할 루트를 끊임없이 살폈다. 그리고 파트너인 중앙 수비수에게 움직임을 지시했다.
하지만.
줄리우는 긴장을 풀었다.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고, 세바스티앙이 골을 넣고 난 후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팬들의 함성이 쏟아진다.
세바스티앙은 자신들을 덮치려는 동료를 뿌리치면서 줄리우에게 뛰어왔다.
“멋졌어요!”
“잘했다!”
세바스티앙은 거목에 매달리는 매미처럼 줄리우에게 매달렸고, 줄리우는 환하게 웃었다.
*
브라이튼은 골을 넣은 후 잠그기에 들어갔다.
곡예에 가까운 수비를 펼친 줄리우는 뒤로 물러난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 중이었다.
아크로바틱한 수비가 아닌 정확한 태클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방금도 맨유의 월드클래스 알렉시스 산체스가 드리블을 하다가 공만 빼앗겨서 땅을 치는 장면이 나왔다.
콩깍지 다 떼고 맨유의 에릭 바이나 필 존스보다 훨씬 더 나아 보인다.
“이기는 거 아니야?”
한여름의 조심스러운 말에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야, 야, 괜찮아? 왜 그렇게 얼이 빠졌어.”
“그냥, 좋아서.”
골을 넣은 세바스티앙과 철벽이나 다름없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줄리우. 내 선수들은 맨유의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보다 이 경기에서만큼은 훨씬 더 빛나고 있었다.
특히 줄리우는 마치 전성기로 돌아간 것처럼 깔끔한 수비가 무엇인지, 화려한 수비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어? 무리뉴 일어났다.”
그때, 벤치에만 앉아 있던 맨유의 감독. 조제 무리뉴가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 몇을 불러 무언가를 지시했다.
알렉시스 산체스와 래쉬포드가 자리를 바꾸고, 래쉬포드는 앙토니 마샬로 교체됐다.
루카쿠에게는 측면으로 빠지란 지시를 내린 건지 왼쪽 오른쪽 가리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하며 줄리우의 수비 범위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맨유의 새 선수이자 7,000만 파운드짜리 풀백인 알렉스 산드루가 왼쪽 라인을 타고 오버래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무리뉴의 지시 한 번에 맨유의 공세가 더 거세지고, 정교해졌다.
한여름이 먼저 입을 다물었고 나도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
무리뉴의 전술 변화는 몇 분 후에 성과를 보였다.
맥토미니와 원투패스를 한 산드루가 페널티박스 우측 끝에 있는 루카쿠에게 긴 패스를 시도했다.
뒤늦게 다가온 줄리우가 루카쿠에게 비벼봤지만, 루카쿠는 줄리우를 튕겨내며 가슴으로 공을 받고, 안쪽으로 잘라 들어가는 산체스에게 패스했다.
팬들의 환성이 커졌다. 산체스가 공을 잡고 바로 슈팅을 날릴 거다. 맨유의 팬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산체스의 발에는 공이 오지 않았고, 그는 관성에 비틀거리며 뒤를 돌아보아야만 했다.
황당해하는 표정을 한 채.
줄리우가 바닥에 떨어지고, 기다시피 해 가슴으로 공을 눌러버린 거였다.
줄리우를 걷어차는 것처럼 돼버린 루카쿠는 패스하려던 자세 그대로 멈춰있었다.
정신을 차린 루카쿠는 공을 빼내기 위해 다급히 발을 측면으로 쓸었지만, 줄리우는 이미 땅에 닿은 쪽 팔을 축으로 삼아 발로 공을 차낸 후였다.
아크로바틱한 수비에 기술적인 태클, 그리고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까지.
줄리우는 중앙 수비수가 갖고 있어야 하는 자질이 무엇인지 필드 위에서 전부 입증하고 있었다.
나는 주먹을 들며 소리쳤다.
“최고다!”
지이잉.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카톡은 꺼놨는데, 하고 생각하며 여니 헬퍼의 정보가 갱신돼 있었다.
-오늘의 능력(8/11) : ★★★★★★★
경기 전까지만 해도 여섯 개였는데, 올랐다. 저 정도는 해야 일곱 개구나.
방금의 플레이에는 맨유의 팬들까지도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저런 선수가 한 에이전트의 욕심에 휩쓸려 중국까지 갔다가 은퇴할 뻔했다니.
안타까움에 더해 다행이라는 감정도 들었다. 그때 얘기를 끝까지 안 들었더라면 이런 멋진 광경을 못 볼 뻔했다는 사실에.
감상에 잠겨 있는데, 느닷없이 브라이튼의 서포터들 사이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놓친 게 있나 필드 전체를 살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줄리우나 세바스티앙도 문제없었다.
마지막으로 전광판을 보니 내가 떡하니 찍혀 있었다. 한여름은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브라이튼 서포터쪽을 바라보니 더 열광적으로 소리를 질러대며 박수까지 보내는 그들이다.
맨유 서포터들은 전광판을 보면서도 어리둥절한 기색들이었다.
좀 더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줄리우가 월드클래스 급 활약을 펼치는 바람에 줄리우에 대한 의심이 완전히 사라진 모양이다.
더불어 나에 대한 의심까지도.
나는 피식 웃고 손을 들어 카메라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이거, 한국에서 난리 나는 거 아니야?
걱정은 브라이튼 팬들의 환호소리에 묻혔다.
줄리우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다만 경기는 줄리우의 짝으로 나온 다른 중앙수비수의 실책으로 산체스에게 골을 먹혀 1-1로 끝났다.
그 수비수가 딱히 잘못한 것도 아니고 산체스가 워낙 잘 감아 찼기에 그를 탓하기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전 시즌 2위를 달성한 맨유에게 승점을 따냈다는 것만으로 브라이튼의 팬들은 마치 승리의 군가를 부르듯 합창하고 있었다.
몹시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경기 후 인터뷰도 마찬가지.
-저희 선수들은 100%를 발휘했지만, 줄리우는 200%를 발휘했습니다. 그게 오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이유입니다.
가끔 무졸렬이라고 까이긴 하지만, 그건 무리뉴의 심리전이라 보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무리뉴는 기본적으로 이런 깔끔한 인터뷰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무리뉴는 기자의 왜 비겼냐는 날 선 물음에, 줄리우를 극찬하면서도 맨유의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다는 걸 동시에 말하는 코멘트로 답하며 인터뷰장을 떠났다.
나는 브라이튼의 드레싱룸에 들르지는 못하고 바로 경기장을 나가 먼 곳에 주차한 차를 타기 위해 한여름과 이동해야 했다.
바로 리버풀로 가야 크리스의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켜 줄리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전화를 받은 건, 줄리우가 아닌 세바스티앙이었다.
-줄리우는 탈진했어요. 팀닥터들이 보고 있어요.
탈진?
“많이 심각해?”
내 반응에 세바스티앙이 웃는다.
-그건 아니고요. 그냥 열심히 뛰어서 그렇대요. 아, 그리고 때한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했어요.
조금 간질간질한 말이었다.
머쓱해서, 세바스티앙을 가볍게 놀렸다.
“넌 열심히 안 뛰었나 보네.”
-때!
격한 반응에 큭큭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본심을 얘기했다.
“당연히 농담이야. 오늘 골 진짜 멋있었어. 전율이 쫙 돋았다니까?”
-역시, 그렇죠?
“진짜 수고 많았어. 초코바 같은 거 잘 챙겨 먹고··· 아 네가 알아서 하겠구나, 줄리우나 잘 챙겨줘.”
-네네. 걱정 마세요. 지금 리버풀 가는 거죠?
“응.”
-크리스한테 안부 전해주세요. 저도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크리스 경기 볼 거예요.
세바스티앙이 전화를 끊었다. 막 차에 도착했고, 한여름이 운전하겠다고 했다.
나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갱신됐던 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오늘의 능력(8/11) : ★★★★★★
일곱 개까지 올라갔던 게 신기루였던 것처럼 줄리우의 오늘의 능력은 다시 여섯 개가 돼 있었다.
열심히 뛰겠다고 하더니 탈진할 정도로 뛰어서 만들어 낸 성과였던 걸까.
나는 줄리우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기대 이상이었어요. 최고였어요. 앞으로도 줄리우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네요.
으 오글거려. 그래도 특별한 날이니까.
-일 년 삼 개월 만의 복귀 진심으로 축하해요. 뭐든 필요한 게 있다면 얼마든지 연락하세요. 대신 뛰어주는 것 말고는 다 도와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