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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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시즌 개막, 신고식 (4)
“인터뷰요?”
“네, 나빠진 이미지를 역이용해보고 싶어요.”
“일단, 들어볼까요?”
언론과 팬들에게 아무 대처도 없이 그대로 둔다면, 이미지는 나빠질 것이고 콥들은 하나둘 야유를 퍼붓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쁘게 박힌 첫인상은 앞으로도 꼬리표처럼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지금은 괜찮다지만, 크리스의 멘탈이 그 상황을 계속 버틴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다 보면 크리스는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관을 버려야 할지도 몰랐다.
‘거짓말 안 한다고 약속했었잖아요. 비겁한 짓도 안 할 거고요.’
나는 그 말을 흘려들었었다. 크리스를 얻었다는 생각에.
하지만 크리스는 자신이 했던 맹세대로 지난 시즌 단 한 장의 옐로카드도 받지 않았다. 보통의 마음가짐을 넘은 신념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방금 얻은 헬퍼의 정보도 크리스의 신념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혼란스럽지만 자신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저는 크리스가 스타일을 바꾸길 원하지 않아요.”
크리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축구를 하게 해 주고 싶었다. 페어플레이에 집착하는 지금의 크리스 그대로, 월드클래스의 자리까지 올려놔 주고 싶었다. 오늘의 사건은 추구하는 방향이 잘못된 게 아니라 올곧은 크리스와 승리를 바라는 팬들의 바람이 엇나가서 생긴 문제였으니까.
“나중에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팬들의 생각에 ‘크리스라면 그럴 수 있지.’, ‘크리스라면 그래도 돼.’라는 이미지를 박아 넣고 싶어요.”
“그걸 인터뷰로? 무슨 선언이라도 하려는 겁니까.”
“맞아요. 선언.”
클롭이 고개를 갸웃했다. 눈빛에 의문이 감돈다.
“대중은 파격적인 말을 행동으로 이뤄내는 사람들에게 열광하죠.”
“그렇죠.”
다음 말이 핵심이었다. 나는 한 단어 한 단어 또박또박 발음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겠다는 인터뷰와···.”
“인터뷰와?”
“그걸 증명하기 위해 앞으로 세 경기 동안 잃어버린 승점을 되찾아오겠다는 선포를 시켜보려고요.”
클롭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다음 세 경기 상대 팀들이 누군지나 알고 하는 말입니까?”
“맨시티, 아스날, 첼시죠.”
프리미어리그의 BIG6중 세 팀과의 연전이다. 리버풀로서는 참으로 우울한 일정이었다. 심지어 맨시티와 첼시전은 원정 경기였다. 시즌 전 리버풀의 팬들은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 맨유 팬이 있는 게 틀림없다며 불만을 드러냈었다.
“그 세 팀이니까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약팀 3연전이었으면 이 제안은 없었을 거예요.”
클롭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책상을 내려다봤다.
리버풀의 다음 상대들의 공통된 특징은 ‘리버풀과 동등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강팀’이다. 지옥의 3연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크리스라는 선수 하나의 입장에서 볼 때는 달랐다.
판단력으로 기술을 커버하는 크리스의 플레이스타일 특성상 리버풀과 맞불을 놓을 수 있는 강팀들이 리버풀을 상대로 텐백 수비만 하는 약팀들보다 상대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2부 리그 팀인 풀럼에 소속됐을 때 리버풀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꽂아 넣었던 것처럼.
“정말 크리스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군요.”
다행히 클롭이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다만 팀이 승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겠네요. 그리고 제가 크리스를 세 경기 다 중용해야겠고요. 아, 그래서 날 찾아오려고 했다고···.”
“네, 그래서 다 얘기한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긴장하며 물었고 아까의 고민으로 결론을 다 내려놓은 건지 클롭은 망설임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세 경기 모두 출장을 보장하지요. 폼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요.”
“네?”
너무 순순한 대답이었기에 원하는 답이 나왔는데도 되물어버렸다.
클롭은 입꼬리를 한쪽만 올린 불편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 의견도 재밌긴 했는데, 저도 어쩔 수 없거든요. 어차피 크리스는 타의적으로 최소 두 경기 연속 선발이었어요.”
“네?”
언론에는 안 나갔지만 클롭은 방금 구단 병원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케이타의 부상이 2주로 늘었고, 며칠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명단에서 제외돼 있던 밀너와 체임벌린 또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진단이 내려져 3주 정도 출전이 어려울 거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말이다.
“빅클럽들과의 3연전. 중앙 주전 미드필더들이 세 명이나 빠진 상황. 어차피 도박을 걸어야 했는데, 크리스의 동기부여까지 만들어 준다면야 저는 환영이죠. 월드클래스의 자질을 가진 선수가 동기부여까지 가지면, 가끔 괴물이 만들어지거든요. 올해 초에 저한테 세 골을 넣었던 크리스처럼요.”
클롭은 싱긋 웃었고 나는 어색하게 허허 소리를 내며 웃었다.
“실패하면 부담이 크지만, 성공하면 크리스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겠지요. 어떤 결정을 내리던 크리스의 선택이라면 존중할 생각입니다. 일단 크리스와 얘기하고, 결정되면 말해주세요. 지원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케어 잘 부탁해요.”
이틀 뒤 월요일, 나는 한여름이 보여준 나에 관한 기사 제목을 슥 봤다.
[팬들에게 사랑받는 에이전트?]브라이튼vs맨유 전에서 전광판에 내가 비치고 팬들이 박수치는 장면을 절묘하게 편집한 사진이 뒤이어 걸려 있었다. 기사의 첫 줄도 이 장면을 요약한 내용이었다.
꿈의 극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이색적인 광경이 나왔다.
뒷내용은 브라이튼과 나의 관계, 그리고 내 선수들이 대활약해 브라이튼이 맨유를 상대로 비기는 이변을 이뤄내고, 그에 감동한 브라이튼 서포터들이 내가 전광판에 비치자 박수를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브라이튼 단장의 코멘트도 있었는데, ‘미스터 태는 자신의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입장도 신경을 써주는 에이전트,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라는 내용이었다. 감독 로이도 ‘내가 원하는 선수를 귀신같이 데려와 주는 친구.’라고 말하며 나를 칭찬했다.
추가로 뉴캐슬의 구단주인 마가렛과 크리스의 국가대표 데뷔 인터뷰를 인용해 나를 구단과 팬, 선수 모두와의 관계를 잡은 신흥 에이전트라며 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는 내용으로 기사가 마무리됐다.
참고로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엘리자베스였다. 나는 엘리자베스에게 고맙다고 전화를 했고, 오늘 공개 인터뷰가 끝나면 식사나 같이 하자고 약속도 잡았다.
이 기사의 트래픽 수는 전체 3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 이적 시장 동안 고생한 거나 줄리우의 지난 경기 활약을 떠올리며 감격에 젖을만한 성과였다.
트래픽 수 1, 2위의 기사들만 없었다면 말이다.
제이미 캐러거 “크리스 앨런, 좋은 선수지만···.”
개리 리네커 “크리스 앨런, 로맨틱한 선수.”
크리스의 행동에 대해 떨떠름한 반응의 기사가 1위, 그리고 크리스의 행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기사가 2위였다.
리버풀의 팬들은 대부분이 캐러거의 떨떠름한 반응을 지지하며 ‘겉멋 들었다.’라며 크리스를 대차게 까 댔고, 리버풀의 일부 팬들과 일반 축구팬들은 리네커의 의견에 동조해 ‘멋지다. 낭만적이다.’라고 말하며 떨떠름한 반응의 팬들에게 맞불을 놨다.
두 의견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니 논란이 심화 됐고, 관심이 커졌으며 그만큼 기사도 계속 생산돼 논란을 더 불려 나가는 큰 사이클이 반복해서 만들어졌다.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논란이 커질수록 인터뷰의 효과가 커지겠지만, 이쯤 되니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회견시간은 정해졌고, 크리스의 인터뷰도 준비돼 있었다. 여기까지 온 거, 뒤로 물러나는 것보다는 앞으로 나가는 게 맞다.
나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인터뷰장소로 향했다.
*
“저는 제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크리스가 또렷한 발음으로 말했다. 목소리가 깔끔한 게 중간에 개입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나는 크리스와 나란히 앉아 크리스가 말실수할 걸 대비해 외워뒀던 내용을 상기 중이었다.
크리스의 당돌한 말에 멜우드에 모인 기자들은 먹잇감을 발견한 피라냐 떼처럼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럼 캐러거 씨의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겁니까?”
“서포터들의 반응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온다면 똑같이 플레이하겠다는 겁니까?”
나는 크리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손짓한 뒤 기자들에게 말했다.
“아직 얘기가 안 끝났습니다. 질문은 그 후에 받겠습니다.”
기자들이 잠잠해지자 나는 크리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는 마지막으로 질문한 기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똑같이 플레이할 겁니다. 그리고 팬 분들이 왜 화가 나셨는지는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자들이 다 같이 숨을 죽였다.
“제가 버렸다고 생각하시는 승점들은 제가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앞으로 세 경기 동안 말이죠. 이상입니다.”
끝까지 흔들림 없는 크리스의 예고에 기자들은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질문을 쏟아냈다. 크리스는 인터뷰 중간마다 이렇게 대답해도 해도 되느냐고 내게 물었고, 나는 최대한 침착해지려 애쓰며 크리스의 인터뷰를 보조했다.
인터뷰는 예상했던 시간을 30분 정도 더 넘겨 끝났다. 나는 크리스와 인터뷰장을 떠나며 크리스의 한쪽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말했다.
“침착하게 잘하던데?”
“그래요? 좀 긴장하긴 했는데.”
크리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관계자 하나가 우리 옆을 급하게 지나갔다. 복도에는 우리 둘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는 조용히 걸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잇는 건지 크리스는 입을 다문 채 훈련장쪽으로 걷고 있었다.
그리고 나즈막히, 나와 자신에게 하는 다짐을 늘어놓았다.
“태가 말한 대로, 전력을 다해 볼게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어제 크리스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클롭과의 대화 후, 나는 드레싱룸에서 씻고 나온 크리스를 집에 데려다 줬다.
그리고 다음 날까지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다가, 점심을 먹은 후 식탁에 마주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때? 앞으로도 그렇게 축구하고 싶지?”
잠깐 고민했던 크리스는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계획을 짜 봤는데···.”
“네. 말씀해주세요.”
“강한 임팩트가 필요해. 그 스타일을 고수하려면 팬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어쩔 수 없어. 그럼 긍정적인 반응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지.”
나는 클롭에게 제안했던 내용을 크리스에게 말했다. 더 가혹하고 상세한 조건을 댔다.
“앞으로 세 경기, 모두 이기는 게 베스트고 최소한 한 번도 지면 안 돼. 다 네 활약으로 말이야. 경기당 최소 한 골, 골을 못 넣으면 MOM이라도 받아야 해, 죽을힘을 다해서 경기를 지배해. 팬들에게 널 증명해야 해.”
“다음 상대가 맨시티였죠.”
여기서 겁을 먹으면 더 제안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우승팀 맨시티를 상대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태연한 기색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마무리했다.
“응, 맨시티, 첼시, 아스날. 이 세 팀을 상대해서 네 실력을 보여준다면,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넌 리버풀의 새로운 원더보이가 돼 있을 거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크리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태는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걱정돼?”
“조금요.”
얼굴은 이래도 속은 아닐 거다.
망설이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오늘 얻은 헬퍼의 정보에는
-승부욕에 불타오르고 있다.
까지 적혀있었다. 스포츠에서 신체능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멘탈 역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 나는 헬퍼로 읽어낸 크리스의 속마음이 원하는 답을 해 줬다.
“응.”
“좋아요.”
크리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할게요. 복잡하게 생각 안 하고 태가 시키는 대로만 할게요. 저도 제 생각을 바꾸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응?”
“제멋대로 하고··· 사고까지 쳐서 미안해요. 태.‘
크리스의 목소리와 날 보는 눈빛에는 미안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가볍게 웃었다.
“됐어.”
정말이냐는 듯이 크리스가 눈치를 보는 모습에 문득 이 녀석이 10대라는 게 생각났다.
겉으로는 말짱해 보여도 속으로는 많이 부담스러워 하고 있을 거다. 크리스가 월드클래스급 재능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이니까.
부담을 혼자 다 짊어지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걱정하지 마, 그때는 다른 수습 방법이 있으니까.”
리스크가 확실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실패했을 때의 대비책도 마련해놔야 했다. 이미 생각해 둔 방법이 있었다.
“어떻게요?”
“비밀이야.”
크리스가 싫어하겠지만, 내가 다 뒤집어쓰면 된다.
내가 영웅 하나 만들어보겠다고 순진한 크리스를 꼬드겨서 그런 식으로 플레이하라고 했다고 하면 된다. 월요일에 할 인터뷰도 마찬가지고.
유명 에이전트들이 스스로 악역을 맡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