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34
134
27. 시즌 개막, 신고식 (7)
-미스터 태. 너무한 거 아닙니까?
“하하하···.”
-아스날이 다음 사냥감이 됐다고 기자들이 난리도 아니에요. 선수들 개개인한테 크리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느냐고 묻고 다니고··· 팀 내 분위기도 심각하다고요!
“그거 안타깝네요.”
크리스가 처음 인터뷰를 했을 때만 해도 다수의 사람은 10대의 치기 정도로만 인식했었다. 마리오 발로텔리나 안토니오 카사노의 사례처럼 재능 많은 선수가 돌발 행동으로 사고 치는 거야 축구계에서는 흔한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씹을 거리로는 충분했기에 팬들은 편한 마음으로 맨시티 경기를 시청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1위였던 맨시티가 진짜로 당해 버렸다.
그리고 논란의 주인공 크리스는 두 경기 남았다고 말하며 경기장을 떠났다.
EPL의 팬들은 압도적인 신성의 등장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특히 EPL에 참가하고 있는 웨일즈 지역의 팬들은 매일 펍에서 치얼스(cheers!) 대신에 크리스!를 외친다는 기사까지 나올 정도였다.
화제는 점점 커졌고 이제 다른 리그의 축구팬들 조차 크리스가 정말 제 말을 지킬 수 있을지에 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수요가 생기니 기자들은 관련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 타겟은 당연하게도 다음 경기 상대인 아스날과 첼시가 됐다.
그래서 나한테 전화를 건 이 사람이 투정 중이었던 거고.
-이거 미스터 태가 지시한 거 맞죠? 같이 일한 적도 있는 사이인데 이게 뭐냐고요.
“미안해요 미슐린타트. 그런데 그 불평 하려고 전화한 거예요?”
-네. 이래야 스트레스가 좀 풀릴 것 같아서요.
“하하하···.”
아스날의 수석 스카우터, 미슐린타트는 한참 투덜거리다가, 자기 아래 스카우터들이 나만큼 일을 못한다고 욕을 하더니 다음 겨울이적시장에도 함께 다니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이게 본론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일정 보고 생각해보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내일이면 아스날전이었다.
크리스는 맨시티 전을 준비했던 것과 똑같은 강도로 아스날 전을 준비해왔다. 방금까지도 거실에서 이것저것 적고 그려보더니 잘 시간이라며 제 방으로 들어갔다.
리버풀의 선수들 또한 맨시티 전에서 보여준 성과 때문인지 공식 훈련 외의 크리스 훈련에도 쉬이 협조해줘 더 원활하게 훈련했다.
특히 에이스인 모하메드 살라는 자기한테 10골은 더 만들어 줄 선수라며 크리스를 특별히 예뻐해 준다고 들었다.
그리고 맨시티의 단장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나를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다고.
이적한 지 얼마 안 됐으니 크리스를 노릴 수는 없고, 대신 나와 친해지고 싶은 모양이었다.
조던 킹을 처음 만났을 때 본 적이 있었기에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맨체스터에 방문해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대접하는 저녁을 먹었다.
그는 조던 킹 얘기를 주로 하고, 작년 EW에이전시 시절 일을 얘기하며 크리스 얘기를 의도적으로 꺼내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했다.
나는 또 다른 내 선수인 조던 킹을 잘 신경 써달라는 얘길 했고, 베히리스타인 단장은 당연히 그러하겠다고 말했다. 대화의 마지막에는 좋은 선수가 있다면 맨시티에도 추천해줘도 되겠냐고 물었고, 단장은 흔쾌히 그래주면 고맙겠다고 말해 우리 에이전시가 거래할 수 있는 구단의 수를 늘릴 수 있었다.
참고로 이 만남의 시발점이었던 크리스와 펩간의 대화에서, 펩은 ‘오늘 경기를 보고 팬이 됐다. 테크닉을 더 늘리면 좋은 선수가 될 거다. 그에 관해 조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 라고 말했다고 한다.
요망한 감독이다.
*
오늘은 대망의 아스날 전이 있는 날이었고, 나와 한여름, 에린, 이자벨은 안필드의 관계자석에 앉아 있었다.
리버풀의 단장 마이클 에드워즈가 싱글거리며 나와 악수하고 갔는데 크리스의 이번 활약이 무척 기쁜 모양이었다.
다른 선수들의 가족이나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가 화제는 화제인 모양인지 우리에게 다 한 마디씩은 걸었다.
분위기가 무척 호의적이라 세 경기 다 갈 것 없이 이번 경기에서 크리스에게 콥들이 환호해주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마음 한구석에 피어났다.
선수들이 입장하기도 전부터 콥들은 머플러를 머리 위로 치켜들며 You`ll never walk alone(YNWA)을 부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스포츠의 응원가들은 빠른 템포의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응원가들을 선호하는데, 리버풀은 비틀즈의 도시라 그런 건지 느린 템포의 노래들을 응원가로 차용하고 있었다.
YNWA가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Fields of Anfield Road 라는 응원가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모두 입장했고, 팬들은 경기 전을 응원가로 불태우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중이었다.
그리고,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들을 하나하나 호명하기 시작했다. 팬들은 선수들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예에! 와아! 라고 소리 지르며 경기장을 달궜다.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지지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와아아!”
“와아아이예에에에!!!”
이렇게 말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번호가 불리고, 크리스의 차례가 다가왔다.
“와아아!”
평범한 선수에게나 할 만한 무난한 환호가 경기장에 울렸다. 나는 이 순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한여름이 말해줘서 알았다.
“실망했어?”
“응. 조금. 살라 반 정도는 소리 지를 줄 알았는데.”
솔직하게 본심을 말했다.
맨시티전에서 그렇게 활약했는데 이렇게 환호성이 짜다니.
특히 서포터석에 위치한 네임드 서포터들은 소리 자체를 내지 않았다. 내 말에 한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잘하면 늘어나겠지, 뭐.”
맨시티 전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건가. 팬들의 입장을 너무 덜 생각했던 건가.
머릿속인 복잡해지던 찰나, 미디움 템포의 응원가 일색이었던 리버풀 서포터들의 노래가 빠른 템포의 응원가로 변했다.
동시에 휘슬이 울리고 아스날전이 시작했다.
눈은 경기를 보고 있었지만 내 정신은 그 응원가에 쏠려 있었다. 익숙한 이름이 들려서 더.
“크리스! 크리스! 크리스!”
크리스를 콜할 때 조용히 있던 수천의 골수 서포터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크리스는 자신을 부르는 서포터들을 힐긋 바라봤다. 그때 본격적인 응원가가 시작됐다.
레알에 있는 늙은 크리스는 부럽지 않아.
우리에게는 젊은 크리스가 있으니까!
“헐··· 지금 저거 크리스 응원가야?”
“···그런가 본데?”
늘 경기에 집중하는 크리스였지만 지금만큼은 제자리에 멈춰 서 응원가를 듣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까면서 크리스를 치켜세우는 영국식 응원가였다.
풀럼에서도 크리스 응원가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응원가가 만들어지진 않았었다.
골수 서포터가 아닌 일반 관객석의 팬들도 응원가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잠깐 얼이 빠져있던 크리스는 살라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는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입가에 커다란 미소를 그린 채.
“환영식 한 번 거하네.”
입술이랑 입꼬리가 계속 꿈틀거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 옆의 한여름도 마찬가지였다. 에린과 이자벨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아스날 전은 막 시작했을 뿐이다. 크리스가 자신의 말을 입증하려면 아직 두 경기나 남아 있었다. 하지만 5만여 명의 콥들은 크리스를 위한 응원가를 불러주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잘하든 못하든, 너는 이제 우리 선수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
크리스를 환영하는 콥들의 선물이었다.
*
-안녕하세요. EPL 시청자 여러분. 이번 주 MOTD는 평소보다 더 반짝거리는 앨런 시어러와 주름이 잔뜩 늘어난 데니스 캐머런과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 뭐요?
-싸우지 좀 마요, 창피하다고요.
앨런 시어러는 한 가닥도 없이 번들거리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부들거렸고, 개리 리네커는 틀린 말 했느냐며 깐족거려 시어러의 화를 더 돋우고 있었다. 데니스는 한숨을 쉬었다.
티격거림이 끝난 후에야, 개리 리네커는 가장 권위 있는 축구분석방송인 BBC의 MOTD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이번 주 EPL 매치의 결과를 하나하나 소개하고, 세세한 분석이 이어졌다.
1시간가량 방송이 진행되고, 드디어 마지막 경기가 화면에 띄워졌다. 리버풀 vs 아스날 전이었다.
-마지막으로 리버풀 vs 아스날 전에 관해 얘기해 볼까요?
-여기서는 크리스 앨런 선수가 빠질 수가 없죠.
데니스가 말을 받았고, 시어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용을 보충했다.
-맞아요. 앨런은 분석가들이나 전문가들이 좋아할 재미있는 선수예요.
리네커는 먼저 경기 시작 직후 울려 퍼졌던 리버풀의 응원가를 보여줬다. 처음은 완전 크리스를 위한 응원가였고, 그 이후부터는 기존 응원가에 크리스의 이름을 섞어 불러준 응원가들이었다. 데니스가 탄성을 질렀다.
-녹화 방송으로 봤는데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레온 경기만 아니었더라면 라이브로 봤을 텐데.
-그러고 보니 크리스와 레온이 같은 에이전시 소속이었죠? 크리스 선수를 직접 만나본 적이 있나요?
리네커는 얘깃거리가 될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데니스는 웃으면서 크리스 앨런에 관해 이야기했다.
-네, 미스터 태까지 포함해서 저녁을 몇 번 같이 먹은 적 있는데 무척 예의가 바른 청년이었어요. 툭하면 툴툴거리는 레온이 좀 배웠으면 할 만큼요.
-레온이 방송 보면 화내겠는데요?
-뭐 어때요? 사실인걸.
스튜디오에 웃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축구선수의 사적인 면은 팬들이 큰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었다.
-본격적으로 경기에 관해 얘기해보죠. 여기, 이 장면 보세요.
리네커가 화면을 조작해 경기 시작 30분 가량의 장면 하나를 보여줬다. 크리스가 피르미누 보다 높은 위치에서 공을 잡자, 아스날의 선수들이 거리를 두는 장면이었다.
-사리 감독은 전술을 쉬이 바꾸는 감독이 아니죠. 그렇지만 크리스 앨런에 대한 대처를 하긴 했다는 게 바로 이 장면에서 나옵니다. 사리 감독은 크리스를 ‘테크닉이 부족하고 침투가 뛰어난 선수’로 규정한 게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거리를 두고, 차라리 중거리 슛을 주는 걸 택한 거죠.
그리고 리네커가 정지된 화면의 시작 버튼을 눌렀다.
크리스가 공을 몰고 달리고, 아스날의 선수들은 압박하지 않고 뒤로 찬찬히 물러나는 모습이었다.
리네커가 다시 화면을 멈췄다.
-그게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크리스는 자신의 슛이 허망하게 빗나갈 걸 알고, 자신이 다가가면 거리를 벌리는 선수들을 이용해 피르미누와의 스위칭을 수시로 시도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섀도우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이기 시작했죠. 이 장면처럼요. 이렇게 겹쳐 있기도 했고요.
뒤로 물러나 있던 피르미누가 달려왔고, 크리스는 살짝 밀어 볼을 넘기고 골대 쪽으로 달렸다. 아스날의 선수들은 피르미누에게 달려들어야 하는가, 크리스에게서 거리를 둬야 하는가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 애매함이 공간을 낳았고, 이어진 피르미누의 중거리 슈팅이 체흐를 지나 골망을 갈랐다.
아스날 선수들의 허망한 얼굴이 화면에 나왔다.
-정말 똑똑합니다. 클롭 감독의 반응을 보면 프리롤을 부여받은 것 같은데, 보통 기술로 재능을 뽐내는 다른 유망주들과는 정말 다른 유형이에요.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이 분석하는 맛이 나죠. 자, 다음 장면을 보세요.
이번에는 시어러였다.
-심리전에도 능합니다. 크리스는 후반전 들어서 20분 동안 공을 거의 잡지 않았어요. 잡을 일이 있어도 원터치로 같은 팀 선수에게 넘겼죠. 바로 이 순간만을 위해서 말이죠.
67분, 상대 선수들이 리버풀 선수들에게 시선이 끌린 틈을 타 크리스가 공을 받고, 본인이 드리블해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가 왼발로 공을 감아 차는 모습이었다. 아스날의 선수들은 크리스가 직접 해결할 거라 생각지 못하고 머뭇거렸고, 그 틈에 크리스는 골까지 넣었다.
-이번에도 1골 1어시. 건방지다는 평가가 다수였던 인터뷰를 완벽하게 실력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다음 첼시 전이 정말 기대돼요.
크리스의 수비적 움직임에 관한 분석이 이어졌다. 마지막 분석까지 끝나자, 데니스가 한 가지 사실을 상기시켰다.
-가장 대단한 점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맨시티와 아스날을 상대로 단 한 번도 파울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실력을 증명하고 있어요.
-네?
-정말요?
리네커와 시어러가 당황했고, 데니스는 준비해놨던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유명한 축구 스탯 사이트의 자료였다.
-허··· 정말이네요. 리네커, 진짜로 별명 넘겨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리네커는 선수 시절 깔끔한 플레이로 그라운드의 신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고, 지난 웨일즈의 국가대항전 때도 크리스를 그라운드의 두 번째 신사라고 부르던 언론이 꽤 있었다.
시어러의 말을 들은 리네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정도 후배라면 괜찮죠. 저처럼 잘생기기도 했으니 충분하죠.
-당신처럼요? 비교도 안 되죠!
데니스가 헛소리를 들었다는 듯 도리질 쳤고, 시어러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리네커는 어색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의 크리스 앨런이나 1주차의 줄리우 선수 모두 같은 에이전시 소속이네요.
-T 에이전시 말이죠?
데니스가 들뜬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