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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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휴가 같지 않은 휴가 (5)
천천히 걸어 나오는 나를 세 사람이 박수로 맞이했다. 두 사람은 열렬하게, 한 사람은 조금 힘 빠진 박수를 쳤다.
나는 입술이 댓 발은 튀어나온 장세문 해설위원을 보며 어색하게 웃고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T 에이전시의 태현석입니다. 소개가 너무 거창했는데 저 포함해서 직원이 다섯 명밖에 안 되는 작은 에이전시에요. 대표님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일개 에이전트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네요.”
신하연 아나운서가 친근하게 내 팔뚝을 툭 쳤다.
“에이~ 일개 에이전트라니요.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열 명! 분데스리가 선수가 일곱 명이나 있는 에이전시인데요!”
팀과 얀을 포함해 스벤이 데리고 온 선수들을 포함한 숫자다. 나머지는 2부 리그 선수들과 유스 선수들이었다.
댓글 창이 읽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없이 내려가는 게 보였다. 엉거주춤 서 있으니 신하연 아나운서가 앉으라고 손짓한다. 아는 장세문 해설위원과 신하연 아나운서 사이에 앉았다.
신하연 아나운서가 진행을 시작한다.
먼저, 촬영 전 사건으로 삐쳐있는 장세문 해설위원을 저격하는 신하연이었다.
“장세문 해설위원님 표정 푸세요. 태현석 씨가 불편해 하시잖아요.”
“전 원래 이런 표정입니다.”
“삐치셨잖아요. 얼굴에 다 드러나는데. 그렇죠? 여러분?”
-왜 저럼?
-뭔 일 있었음??
-손님이 왔는데 표정이 왜 그러느냐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신하연의 말에 동의했다. 장세문이 변명하려 하자 신하연이 설명한다.
“태현석 씨가 방송 전에 저희에게 선물을 줬거든요. 잠시만요. 작가님, 제 거랑 한준현 해설위원님 것 좀 가져와 주시겠어요?”
신하연이 손짓하자 작가가 유니폼 두 개를 들고 왔다. 신하연이 유니폼을 들어 보이자 반응이 폭발적이다. 한준현 해설위원의 유니폼 또한 마찬가지였다.
“크리스 앨런의 사인 유니폼이랑.”
17번, Allen 이라고 적혀 있는 리버풀의 이번 시즌 유니폼.
“아스날의 새 감독, 마우리시오 사리의 친필 사인 유니폼입니다!”
조용히 있던 한준현 해설위원이 신이 나서 유니폼을 흔들었다. 이번 시즌 아스날의 유니폼에 사리 감독의 이름을 선수의 이름처럼 새기고, 등번호는 사리 감독의 나이로 마킹한 유니폼이었다.
-헉 계탔네
-와
-대박
원래는 집에 보관하려고 들고 왔던 친필사인 유니폼들이었다. 하지만 방송 출연이 갑자기 잡히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사인 유니폼 중 적당한 걸 집어 선물로 가져온 거였다. 참고로 본인들에게 연락해서 다 새로 받기로 했다.
신하연 아나운서가 리버풀의 팬이자 휴대폰 배경화면을 크리스로 해 놨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한준현 해설위원이 아스날의 팬인 건 유명한 사실이었으니까. 나는 선물을 줄 능력이 있었고.
그리고 첼시 팬인 장세문 해설위원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근데 저게 왜?
“제가 첼시랑은 원래부터 별 접점이 없어서요. 거래해 본적도 없고, 저번에 크리스 선발 명단 제외 이후에 알레그리 감독이 화가 단단히 났다는 소식을 들어서··· 좀 많이 불편하기도 하고···.”
-ㅇㅇ 알레그리 개빡치긴 했음. 첼시 출입 기자 피셜로 클롭한테 속았다고 드레싱룸에서 물병 던지고 그랬다는데
-와 첼시랑 불편하대
-노는 물이 다르네
“아니 얘기가 왜 그런 쪽으로 가요? 그러지 좀 마요. 민망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첼세문 유니폼은 못 준 거?
첼세문은 다른 팀 해설할 때도 첼시 얘기를 끌어오는 장세문의 첼시 사랑에서 기인한 별명이었다.
“아뇨. 드렸어요. 제가 진짜 아끼는 거 드렸는데, 반응이··· 작가님. 남은 하나도···.”
작가가 재빠르게 하늘색 유니폼을 들고 왔다. 나는 유니폼을 들어 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스날 유니폼을 드릴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제일 적이 없는 맨시티 유니폼을 드렸어요. 여기 사인해주신 분이 자그마치···.”
나는 카메라에 사인을 대며 나를 변호했다.
“과르디올라 감독님이거든요.”
-ㅁㅊㄷㅁㅊㅇ
-와 저걸 받고 삐쳐있어? 옹졸한 거 보소
-나 줘요 나 줘
-역시 졸개 마인드. 마음이 좁아 ㅉㅉ
-마음을 나쁘게 먹으니까 정수리가 휑해지지
-대머리가 욕심이 많다더니
응?
“머리가 무슨 상관입니까!”
장세문이 목청을 높이자 채팅창이 갖가지 대머리 드립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극대노ㅋㅋㅋㅋㅋ
-진정해라 졸개야
장세문은 들끓는 목소리를 애써 가라앉히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아쉽다 이거죠. 제가 마지막으로 선물을 받았거든요. 신하연 아나운서한테는 리버풀 유니폼을 주고, 한준현 위원한테는 아스날 유니폼을 줬단 말이에요? 그럼 좀 기대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저도 사람인데. 저 첼시 팬인 거 여러분도 다 아시잖아요? 나도 알레그리 감독 사인 유니폼 받을 줄 알았다고!”
-옹졸 그 자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해가 가긴 하네
“그렇죠?”
일부 시청자의 동의를 받은 장세문이 위세 등등하게 나를 봤다.
나는 유니폼을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다시 가져갑니다?”
“에헤이! 그건 안 되죠.”
장세문이 황급히 유니폼을 챙겨간다. 다시 대머리라 욕심이 많다는 드립이 반복됐다. 같은 패턴의 반복이 길어지자 조금 루즈해진다 싶었는데, 마침 신하연 아나운서가 끼어들었다.
“에이 너무들 그러지 마세요. 아무튼 장세문 위원님은 이제 만족하신 거죠?”
“네, 네. 사실 정말 고맙죠.”
장세문 해설위원이 유니폼을 끌어안았다. 신하연 아나운서가 배시시 웃었다.
“그런데 현석 씨, 앨런 선수 유니폼은 그렇다 치고, 사리 감독님이랑 펩 감독님 사인은 어떻게 받아오신 거예요?”
“아, 식사할 때 미리 사 들고 가서 받았어요.”
“와, 같이 식사하는 사이에요?”
“네, 뭐··· 가끔. 펩 감독님은 조던 일로 가끔 만나고, 사리 감독님은 여름에 인연이 있었거든요.”
별 생각 없이 답한 거였는데 채팅창이 뜨거워졌다. 인맥 미쳤다. 같은 말들이 반복해서 채팅창에 올라오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세 사람이나 PD, 작가들도 나를 다른 눈으로 보고 있었다.
잠깐 기준이 달나라로 가 있었나 보다. 매일 만나도 두근거리는 분들이긴 하지만, 보통 축구팬들은 말 한 마디 해 볼 수도 없는 대단한 분들인데, 너무 쉽게 얘기했다.
나는 수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에이전트는 인맥이 생명이라서요. 저도 그분들 만날 때마다 두근거려서 혼난다니까요.”
-혹시 무리뉴랑도 알아요?
나는 채팅창에 올라온 말에 차분하게 답해줬다. 맨유 팬들이 많다 보니 이런 질문이 가장 많이 보였다.
“무리뉴 감독님과는 한 번도 얘기해본 적이 없어요. EPL감독님 중에서는 클롭, 펩, 사리, 로이, 요카노비치와 가끔 식사하는 사이에요. 나머지 감독님들은 잘 모르지만, 앞으로도 잘 지내고 싶고요.”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가 나오는 감독님들인데요, 친분이 있는 유명 선수는 없나요?”
입을 헤 벌리고 있던 신하연 아나운서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내게 물었다. 나는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도록 한 문장 한 문장 신경 써서 말했다.
“친한 선수는 우리 에이전시 선수들 말고는 거의 없어요. 에이전트라는 게 자기 선수들이랑 감독님들, 단장, 회장, 구단주, CEO, 협상팀을 주로 만나는 위치거든요. 더불어서 컨설턴트나 의료팀, 변호사, 스카우트팀 같은 축구계의 뒤편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되죠. 그런 사람들 만나기도 바쁜데 유명한 선수들이랑 친해질 시간은 별로 없어요.”
사실 베일과는 한 달 전에 식사할 정도로 괜찮은 사이이긴 했다. 하지만 굳이 얘기를 꺼내서 전화 연결해 달라 하는 곤란한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PD 등 모든 출연진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거든.
“서장만 들어도 대단하네요. 아예 1부는 태현석 씨의 이야기를 듣는 특집인데, 이야깃거리가 많이 나오겠어요.”
신하연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진행 톤으로 바뀌었다. 준비했던 말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우리 PD님이 많이 놀랐어요. 여러 방송사, 심지어 공중파에서까지 제안들이 쏟아졌는데 이 방송에만 나오기로 했다고 하셨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바로 대답하려는데 시청자 대화가 활발했다. 그 중 가장 많이 보이는 말은
-에이전시 홍보?
였다. 나는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홍보할 생각 같은 건 없어요. 제 선수 중에 한국이랑 연관 있는 선수가 하나도 없거든요. 그냥 휴가 온 김에 예전부터 존경했던 한준현, 장세문 해설위원님과 만날 수 있는 자리라고 해서 승낙한 거예요.”
“큼.”
“크흠.”
장세문과 한준현 해설위원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저는요?”
그때 눈을 동그랗게 뜬 신하연이 내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방송 만들려고 장난치는 건가.
“아하하.”
나는 적당히 웃음으로 넘기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더불어 한국 축구팬들이랑도 얘기 나눠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저도 작년 초까지만 해도 평범한 축구팬이었거든요. 2부, 3부에 예정된 챔피언스리그 3라운드 분석 때 많이 떠들어 봐요.”
-가식적인 얘기는 집어치우고 신하연 장군님의 말에 답해라!
내 호의 섞인 말에도 채팅창에는 신하연 아나운서의 방금 말에 똑바로 답하라는 코멘트만 이어졌다,
장군이라는 호칭은 그녀가 어려운 승부예측을 잘 맞춘다고 해서 지어진 별명이었다. 부록으로 역배(역배당)의 신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역으로 데이터를 통한 논리적인 판단을 주로 하는 축구전문가인 장세문과 한준현은 예상외의 결과에는 약했기에 이변이 일어난 경기에는 신하연이 경기결과를 맞히고 장세문과 한준현은 다 예측에 실패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 임팩트 있는 짤이 축구커뮤니티에 돌아다니면서 신하연은 장군이고 두 전문가는 졸개일 뿐이다. 라는 밈이 생겨난 것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신하연 아나운서님도 좋았죠. 축구 여신님이잖아요. 뭣보다 승부예측 맞추는 게 아주···.”
신하연 아나운서가 근엄한 표정을 보여주고, 양 위원들이 웃는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이제 시작해 볼게요. 통역 일을 하시다가 에이전트가 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로 에이전트를 하기로 마음먹으신 건지 궁금해요.”
미리 받았던 질문지와 똑같은 내용이었다.
질문지의 전체적인 내용은 내가 어떻게 에이전시를 차리게 됐고, 내 선수들의 뒷이야기들에 관한 질문들이 들어있었다.
그동안의 일을 정리할 기회라고 생각했고, 축구계에 입문하고 싶어 하지만 정보가 없는 여러 축구팬들에게 정보 전달을 해준다는 생각으로 질문에 열심히 답하기로 마음먹었었다. 채팅창에도 간간이 그런 것에 관해 질문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저는 예전에 여러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해외 축구 기사를 번역하는 일을 취미로 했었어요. ‘유럽축구’라는 아이디를 썼는데···.”
“유럽축구요?”
한준현 위원이 놀란 듯 입을 열었고, 장세문 위원도 나를 홱 돌아봤다.
“저는 처음 듣는데 두 분은 아시나 보네요?”
신하연의 물음에 한준현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골수 해외축구 매니아라면 모를 수가 없는 닉네임이죠. 와··· 이렇게 어리실 줄은 몰랐는데요.”
한준현이 느닷없이 악수를 청했고, 나는 어색하게 악수를 받았다. 장세문도 어느새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그게 누군데?
-박지석 아인트호벤 갔을 때 즈음부터 해외축구기사 번역해서 올리던 사람임. 기자들보다 더 빨리 소식 알려주는 네임드 였음. 작년 초쯤부터 글 안 올려서 기자 됐다고 생각했는데 에이전트가 됐었구나.
채팅창을 읽던 장세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희도 도움 많이 받았었는데요. 다들 30~40대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럼 처음 시작했을 때가··· 중학생?”
“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때부터 번역 일을 했다고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처음에는 단어도 몰라서 사전 옆에 놓고 막 번역했어요. 번역이 이상하다고 욕도 엄청 많이 먹었었는데.”
그때는 기분이 참 더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만 나온다.
“근데 욕먹으면서도 계속 쓰다 보니까 조금씩 늘고, 욕심이 생기다 보니까 이 나라 저 나라 찾아보고··· 그러다 보니까 통역까지 하게 된 거죠.”
한준현, 장세문은 내 말을 더 진지하게 듣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채팅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접속자 수가 오히려 더 늘어난 걸 보니 내 말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기에 일단 통역 일을 하게 됐고, 대기업에서 일 년 정도 돈을 버니 집안이 안정됐다. 그 이후 생각이 많아져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축구 쪽이고, 그중에서도 에이전트라는 사실을 깨닫고 유럽의 에이전시들에 지원서를 냈다는 얘기까지 갔다.
“왜 에이전트였나요? 선수는 힘들더라도 감독, 코치, 전술분석가 등 다른 직업들도 많잖아요.”
“제가 딴 맘만 먹지 않는다면, 끝까지 내 선수와 내 감독의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예를 들면 팀 사정으로 선수 안 내쳐도 되고··· 뭐 그런 이유였어요.”
“와···.”
“오···.”
입 밖으로 낼 때는 어린 생각이다. 유치하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이제 어느 정도 위치를 이뤄내서 그런지 돌아오는 반응은 감탄뿐이다. 신하연 아나운서는 감동한 건지 눈가가 글썽글썽하다.
-마인드 미쳤는데
-이러니까 성공하는 구나
“분위기가 이상해졌는데, 얘기 계속할게요. 지원서를 돌리니 여러 에이전시에서 답변이 왔어요. 그중에서 EW에이전시를 선택하게 됐죠. EW에이전시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에이전시의 형태를 띠고 있었거든요.”
“이상적인 에이전시요?”
“선수가 오직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나머지 부분을 전부 케어해주는 거죠.”
실상은 많이 달랐지만.
“면접을 통과하고, 처음 본 게 EW에이전시에서 막 계약이 해지된 크리스였어요. 제 시니어가 절 데리고 그걸 통보하러 간 거였거든요. 이야, 그때랑 비교하니까 참 많이 컸네요.”
그때 크리스는 돈을 벌기 위해 승부조작에 손대려고 하고 있었지. 옛 생각에 빠져있자 신하연의 감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와··· 그렇군요. 잠시만요.”
스태프가 소품을 몇 개 가져다줬다. 소품에는 내 선수들 여섯 명이 고화질로 프린트돼 코팅까지 돼 있었다.
“그냥 무작정 얘기하시면 힘들 것 같아서요. 먼저, 크리스, 크리스에 관해 얘기해주시겠어요?”
신하연이 크리스가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포효하는 판넬을 들며 말했다.
나는 신하연의 진행에 따라 각 선수의 뒷이야기를 적당 선만 풀었다.
승부조작 이야기나 갱단 문제, 대표와의 문제 같은 입 밖으로 꺼내서 좋을 것 없는 이야기는 당연히 묻어두었다.
크리스의 재능을 알아보고 Project revival에 집어넣고, 풀럼에 보내 성장시켜 리버풀로 이적시킨 과정.
세바스티앙과 통역으로 만나서 경기에 조언하고, 태국 투어도 함께 다녀왔으며 브라이튼의 감독인 로이와도 친해져 브라이튼에 많은 관여를 할 수 있게 된 이야기.
이적을 망설이던 베니시오를 설득했던 이야기.
부상 문제와 얽혀 있었던 조던을 위해 의사를 찾아오고, 수술을 설득했던 이야기.
컨설턴트와 함께 레온의 적합한 포지션을 찾아 줘 레온의 경기력을 끌어올린 이야기(데니스와의 일은 개인사라 얘기하지 않는 걸 택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에서 에이전시와 팀 모두에게 버림받은 노장인 줄리우를 브라이튼으로 꽂아넣은 이야기까지.
이야기가 하나하나 풀려나가는 동안 신하연은 내가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추임새를 넣어줬다.
에이전시에서 어떤 일을 해 왔는지도 이야기했다.
대표와 함께 유럽 이적시장을 돌아다니기도 했고, 해리와 함께 선수들의 생활을 돌보기도 했으며 심슨이나 조던과 함께 의료, 훈련 등의 여러 부분을 케어 했었다.
그리고 최근까지는 미슐린타트와 함께 일하기도 하고, 혼자 다니기도 하면서 구단과 선수들을 연결해줬었다.
얘기를 마치니 신하연이 습관처럼 감탄하다가 화면을 보고 놀라서 말했다.
“이야기 듣느라 정신 놓고 있어서 몰랐는데, 어느새 시청자 수가 5만이 넘어갔네요.”
“한 편 조회수가 2만 정도밖에 안 되는데, 1부에서만 실시간으로 이 정도나 봐 주다니.”
장세문이 투덜거렸고 한준현과 신하연이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정리할 시간이 없었는데, 좋은 시간이었어요.”
“아뇨, 이렇게 자세히 얘기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됐네요. 이제 1부 마무리 지어야겠어요.”
“잠깐만요. 저 질문 하나 생겼는데.”
당장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아 보이는 호의로 가득한 시선이다. 더불어 진득한 호기심까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준현이 입을 열었다.
“미노 라이올라 아시죠?”
“네.”
“오직 선수를 위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에이전트를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필요하다면 미노 라이올라처럼 팬과 구단과도 극단적인 사이가 될 수도 있는 건가요?”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말하면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방향만큼은 마음속에 확실히 정해져 있었다.
“네, 제 선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구단과 팬들의 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이전트라는 건 오직 선수만을 위한 직업이거든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구단과 팬들과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긴 한데··· 보장은 못 하겠네요.”
대답이 만족스러운 건지 한준현이 웃었고, 신하연이 잠깐 나를 쳐다봤다. 잠시의 적막이 흐른 후에, 신하연이 마무리멘트를 이어나갔다.
“멋진 대답 들었습니다. 그럼 1부 마치겠습니다. 10분 뒤에 봬요~.”
카메라가 꺼지고 실시간 채팅창도 꺼졌다. 꺼지기 직전 코멘트는
-신하연 눈에서 하트 나오겠다
였다.
신하연을 흘깃 봤는데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내 말에 세 사람이 나를 보내줬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용무를 마치고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가는데 신하연 아나운서가 복도에 나와 있었다.
신하연 아나운서가 우물쭈물하더니 내게 묻는다.
“저 번호 주실 수 있어요?”
“아, 네? 네.”
그때 휴대폰이 벨소리를 내며 울렸다.
“잠시만요. 전화가 와서.”
크리스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