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42
142
29. T 에이전시의 일곱 번째 선수 (2)
“아쉽습니다. 마음에 차시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니···.”
“제가 죄송하죠. 기대만 하게 만든 것 같아서···.”
결국 J리그에서도 괜찮은 선수를 찾지 못했다. 오구라 슌 씨가 데리고 있는 J리그의 선수 중에도 유럽에 진출할 만한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실망할 법한데도 오구라 슌 씨는 내게 악수를 건네고 있었다. 정말 만족스럽다는 듯한 미소를 지은 채.
“아닙니다. 미스터 태와 좋은 관계를 맺게 된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흘이었습니다.”
손을 맞잡으며 웃었다.
“그렇네요. 가치 있는 사흘이었네요. 앞으로도 괜찮은 선수가 있다면 얼마든지 소개해 주세요. 보수는 확실히 지급해 드릴 테니까요.”
오구라 슌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 선수들이 EPL에 진출할 때도 연락드리죠.”
“저희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 진출할 때도요.”
나는 EPL의 최상위권 팀부터 중하위권 팀까지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었고, 오구라 슌은 분데스리가의 꽤 많은 구단과 거래를 튼 상태였다. 스벤의 인맥이 닿지 않는 상황에는 오구라 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에이전트에게 있어 이런 인맥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며칠 동안 봐왔던 자료들을 다시 살피고 있었다.
화면 왼쪽에는 석대호가 스위스리그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이 떠 있었고, 옆에는 그의 스탯과 부상이력이 기록된 표가 떠 있었다.
휴가를 온 김에 에이전시의 새 선수를 수급하려던 계획. 일본은 허탕으로 끝이 났고, 남은 건 이 석대호와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 학교들과 K리그를 돌며 새 선수를 찾을 가능성뿐이었다.
석대호에 관해서 알아볼 수 있는 건 다 알아봤다. 요즘은 스포츠 분석 체계가 워낙 잘 돼 있어서 시즌 스탯이나 부상 이력을 알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더해서 지역지 신문 기사까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논란이 된 사건들은 모두 인터넷 기사에 기록돼 있었다. 석대호는 개인사로 기사가 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석대호의 이전 구단들에도 전화해서 내 신분을 밝히고 석대호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확인했다. 튀지 않는 선수, 라는 평가가 나왔다.
종합해봤을 때, 괜찮은 선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헬퍼의 정보를 추론해봤을 때, 그의 예상 현재 능력은 별 네 개. 반 시즌만 열심히 뛴다면 별 다섯 개가 되고 한 시즌을 다 채운다면 별 여섯 개가 될 수 있는 실력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다.
“괜찮긴 한데···.”
노트북을 덮고 석대호를 영입해도 괜찮은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최국종의 말대로라면 그는 에이전트 없이 이적할 팀을 찾아다니고 있었고, 오늘 저녁 약속에서 틀림없이 내게 도움을 청할 것이다.
나는 그를 영입할지, 아니면 단기로 팀만 찾아줄지에 대해 며칠 내내 고민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영입을 원한다고 했을 때, 그가 수락할 거라고 보장할 수는 없었지만, 방침은 미리 정해두고 싶어서였다. 에이전트와 팀이 없는 이때가 영입하기 최적의 시기니까.
중요한 것은 이 영입이 에이전시를 위한 영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제 나는 혼자 다니는 에이전트가 아니라 한 에이전시의 대표였으니까.
나 스스로 생각하기 민망하지만, 나는 지금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핫한 에이전트이고, 영국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에이전트였다.
그런 내가 한국 선수를 영입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쏟아질 거다. 혹여나 곧바로 활약하지 못한다면 영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내 안목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생겨날 것이다.
반 시즌이면 잠잠해질 거라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지만, 혹여나 실패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했다. 자잘한 부상이라면 모를까 갑작스러운 부상 같은 건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자아, 그런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석대호를 영입해도 되는가. 지금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화두가 이것이었다.
석대호에 관해 아는 거라곤 자료를 통해 확인한 정보와 기사를 통해 본 과거 행적, 그리고 별 여섯 개의 잠재능력을 가진 선수라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누나의 조언을 생각하고,
-너, 뭘 하든 한번에, 급하게 하려는 버릇 고쳐. 닥치지도 않은 일 준비한다고 아등바등 거리는 것도 고치고. 할 수 있는 거 하나씩, 차분하게 하는 거 잊지 마. 알았어?
하나씩 생각해보자.
일단 나는 석대호를 괜찮은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군 문제와 계약 문제를 해결하자마자 유럽에 무모하게 부딪혔던 모습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유럽으로 떠났던 나와 많이 닮아있었으니까. 그래서 호감이 있었다. 헬퍼의 도움으로 승승장구했던 나와는 달리 실패의 연속이라는 점이 안쓰럽기도 했고.
석대호가 제대로 된 사람이기만 하다면 가급적 도와주고 싶긴 했다. 제대로 된 팀만 찾아준다면 그는 다음 시즌 초쯤에는 별 여섯 개에 도달해 있을 선수니까.
다음. 석대호가 성장하는 동안 생길 트러블은 어떨까.
애초부터 인터뷰하고 들어간다면 기다려보자는 여론 정도는 끌어낼 수 있다. 그 상태에서 실패하더라도 그동안의 성과가 있어 실패 한 번 정도는 감당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럼 그 실패를 감수해야 할 이유는?
별 여섯 개, 한국 선수. 정확히 말해보자면 아시아권의 프리미어리그 주전급 선수.
이 문장은 무수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시아 마케팅을 중요시하는 유럽 팀들은 별 여섯 개의 기량을 가진 한국선수라면 몇백만, 몇천만 파운드를 더 얹어서라도 데려가려고 손을 뻗을 것이다.
석대호는 팀을 얻어서 좋고, 구단은 동아시아의 거대기업들의 스폰서를 얻을 수 있는 윈-윈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성과를 낸다면, 같은 동아시아 사람인 내가 그렇게 만들어낸다면, 동아시아의 선수들과 에이전트들도 내게 본격적으로 도움을 청할 것이다.
T 에이전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좋아, 하자.”
스벤의 조언대로 에이전시를 이 규모로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 선수가 여럿 필요하기도 했다. 별 여섯 개짜리 선수라면 그 자격에 부족함은 없다.
더불어 현재 선수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크리스를 비롯한 여섯 선수는 올해에 다 계약해서 한동안 재계약할 이유도 없고, 문젯거리도 하나도 없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앞으로는 내가 할 일이 없어져 버린다. 경기만 보면서 백수처럼 살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아깝다.
친분이 있는 구단들은 다 영국이라 워크퍼밋이 걸리긴 하는데,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안 된다면 오구라 씨나 스벤을 이용해 외국인 영입이 자유로운 편인 독일로 보내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만약에 새로운 헬퍼의 추가 정보나 오늘의 만남을 통해 계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면, 팀 찾아주는 선에서 끝내거나 거절하면 그만이다.
*
지이잉. 지이잉.
“어! 현석아!”
약속 시간 5분 전, 최국종과 석대호가 식당으로 들어섰다. 석대호는 나를 보며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나는 둘이 다가오기 전 빠르게 헬퍼를 확인했다.
최국종의 정보에는 관심 없었고, 석대호의 정보만.
-거짓말을 할 때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오호라.
둘이 다가와서 테이블에 앉자마자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최기자님, 석대호 선수. 며칠 전에 한 번 봤었죠?”
“아··· 네.”
“응? 니들 아는 사이야?”
석대호의 반응을 보고 찔러 봤는데 그 또한 나를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최국종의 물음에는 석대호가 답했다.
“며칠 전에 분향소에서 본 적이 있어요.”
“어깨를 부딪쳤죠. 엄청 단단하시더라고요.”
“어··· 죄송했습니다.”
내 말에 석대호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각진 턱 위로 순박한 인상의 얼굴이 미안함에 물들었다.
일단 첫인상은 괜찮고.
“괜찮아요. 농담이에요. 그런데···.”
둘은 앉으며 나를 바라봤다. 아직 밑반찬이 준비되기 전, 나는 식사 후 포만감으로 마음이 풀린 상태가 아니라 살짝 배고픈 지금의 상태로 석대호의 의향을 묻고 싶었다.
질문을 준비해 왔는데, 헬퍼의 정보 때문에 진위파악이 훨씬 더 쉬워졌다.
“식사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내가 뭘 도와주길 원하세요?”
“저기, 현석아···.”
느닷없는 내 질문에 최국종은 식사 자리가 불편해질 걸 우려한 건지 나를 만류하려 했다. 하지만 석대호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답했다.
“음··· 저는 유럽 팀에 이적하는 걸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을 소개해준다고 해서 따라온 겁니다. 요즘 많이 유명하신 태현석 씨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지만요.”
“유럽 팀에 가고 싶다. 그걸 도와달라고 하고 싶다. 이 말이네요.”
“맞습니다.”
석대호는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최대한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정확한 발음으로 그의 의사를 확인한 질문을 던졌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왜 또 유럽인가요? 석대호 선수는 병역 문제도 없고, 국가대표 경력도 있고, 유럽에서 몇 년 버틴 경력까지 있어서 일본이나 중국, 한국이나 중동에서 오라고 하는 팀이 없지는 않았을 텐데요.”
나는 그 말을 하며 석대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석대호는 고개를 숙이더니 몇 초 지난 후에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내 시선을 피하지 않으면서.
“어··· 이런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네요. 대단한 이유는 없고요··· 그냥, 목표를 이루려면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잖아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칼같이 또 물었다.
“목표가 뭔데요?”
“···.”
석대호는 바로 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우물쭈물하는 게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떡 벌어진 어깨를 한 사람이 그러고 있으니 살짝 징그럽다는 기분도 들었다.
“야, 무슨 압박면접 하냐. 보자마자 뭘 그런 걸 물어보고 그러냐.”
“저한테는 중요해요.”
내 진지한 태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석대호는 자기 혼자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의 대답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꽤 괜찮은 대답이었다.
“빅리그에서 뛰고 싶어서요. 유명한 스타플레이어 들과 함께 뛰고 싶어요. 적이든, 같은 편이든. 지금은 불가능하겠지만, 언젠가는···.”
그는 끝말을 흐리며 냉수를 따라 한 번에 들이켰다. 부끄러운가 보지.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 눈, 다행히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는 짙은 미소를 보여주며 말했다.
“솔직히 대답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고기 나왔네요. 다 먹고 다음 얘기해요.”
식사 내내 나는 식사 후 어떤 식으로 얘기해야 할지 고민에 잠기는 바람에 최국종이 사주는 엄청나게 비싼 소고기의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우리 사이에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최국종과 석대호는 내 눈치를 보고 있었고,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으니.
소고기가 거의 다 해치워질 무렵, 최국종이 침묵을 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담배 좀···.”
“저도 같이 가요.”
드디어 열린 내 입에 둘이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얘기나 좀 해요. 최기자님. 그리고 남은 거 다 드셔도 돼요. 석대호 선수.”
“아, 예···.”
최국종은 나를 이상한 놈 보듯이 보다가 나가자고 말했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식당 옆 흡연공간으로 나갔다. 최국종이 담배 한 개비를 빼 불을 붙이고 입에 물었다. 그리고 한 숨 들이켜고 후.
표정이 한결 나아진 최국종이 내게 먼저 물었다.
“무슨 얘기 하려고?”
“물어볼 게 있어서요.”
“왜, 마음에 안 들어? 문제 생겼어?”
뚜렷한 목표가 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했던 선수다. 멘탈은 틀림없이 괜찮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물어볼 거 다 물어보고 얘기해 줄 생각이었다.
“최기자님. 석대호선수 사생활은 어때요? 문제 일으키고 그래요?”
질문이 질문으로 되돌아오자 최국종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솔직하게 얘기했다.
“너 뭔가 능구렁이가 된 것 같은데··· 경기장에서는 터프하긴 한데 평소에는 생긴 것처럼 순둥이지 뭐.”
“스포츠 코리아 편집장 자리를 걸고 장담하실 수 있어요?”
최국종의 미간 주름이 깊어졌다.
대답만큼은 꼬박꼬박 했다.
“···그래. 내 자리 걸고 보장한다. 쟤가 사고 치면 내가 사표 쓸 수도 있어. 그만큼 괜찮은 녀석이라니까?”
최국종의 말을 듣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왜 또 웃냐.”
“줄리우를 데려올 때는 호나우지뉴라는 이름값 있는 인증처가 있었거든요.”
“호나우지뉴? 너 호나우지뉴랑도 만났냐?”
“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은 길게 보면서 괜찮은 선수인 걸 알 수 있었어요. 이상한 선수를 우리 에이전시에 넣고 싶지는 않아서··· 그래서 최기자님에게 물어본 거예요.”
내 대답을 멍하니 듣던 그는 내 말의 의미를 뒤늦게 깨닫고는 고개를 홱 돌렸다. 한숨만 들이켰던 담배가 어느새 절반 넘게 타 있었다.
“정말이야? 이적 한 번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아예 네 에이전시 소속으로 하고 싶다고?”
“네.”
“아우···.”
이상한 소리를 내며 안도의 한숨을 쉰 최국종이 담배를 다시 물었다.
그의 얼굴에 져 있던 그늘이 순식간에 걷혀나갔다.
“진짜 다행이다. 네가 거절할까 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예전에는 그냥 학생이었던 놈이 지금은 진짜 거물 에이전트가 되긴 했구나.”
“하하.”
“그래도 이렇게 떠보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나 지금 심장 아파 죽겠다. 생각해봐라. 너 정도 되는 에이전트랑 사이 나빠지면 나한테 무슨 이익이 있겠냐?”
“죄송해요. 에이전시 규모 키우고 첫 영입이라. 저 혼자 일하는 거라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최국종이 피식 웃었다.
“그래, 그래. 결과만 좋으면 됐다. 근데 대호 뭐가 마음에 들었냐? 경기 찾아보기는 했어?”
“네, 일본에서 틈날 때마다 봤어요. 일이 년만 부상 없이 뛰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선수··· 아니아니, 빅리그에서 상당한 선수가 될 거예요.”
“정말이냐?”
“네, 팀만 잘 찾아준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