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44
144
29. T 에이전시의 일곱 번째 선수 (4)
“왜죠? 시도는 해 볼 수 있잖아요.”
-어렵습니다. 제 로비가 있긴 했지만, 줄리우도 예전 국대 경력이 아니었더라면 워크 퍼밋 발급은 어려웠을 겁니다. 거기에 기본 주급 자체도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로비가 먹혀들지 2군 수준의 주급으로는 어렵습니다.
브라이튼의 단장이 고개를 젓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1군 수준의 주급은···.”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현실적으로 어렵죠.
“역시 그렇죠?”
구단 출입기자를 통해 이런 계약 내용이 빠져나갔다가는 나와 브라이튼의 보드진을 비롯해 석대호까지 몰매를 맞을 것이다.
머리가 팽팽 돈다. 이거, 쉽게 풀리지가 않는다.
-그냥 계약하고 벨기에나 독일 같은 곳으로 임대를 보내는 방식은 안 되는 겁니까? 그런 방식이라면 무조건 계약할 의사가 있습니다만···.
브라이튼의 단장은 내 제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보지도 않은 선수를 계약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건 마지막으로 생각한 방법이라서요.”
-그렇습니까···.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정말 방법이 없는 겁니까? 후회하실 텐데···.”
-제 능력은 여기까지네요.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미스터 태.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연락드리죠.”
나는 바로 다른 구단들에 연락했다.
친분이 있는 단장과 구단주들에게 전부 전화를 돌렸고, 전부 퇴짜를 맞았다. 모두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화한 건 뉴캐슬의 구단주인 마가렛이었다.
“······어때요?”
-무조건 터진다 이거죠? 공격수고? 내년이면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뛸 수 있는 수준이 되나요?
“네.”
-으음··· 태, 조금 이따 전화해도 될까요?
부정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성공이었다.
나는 마가렛의 전화를 기다렸다. 기대감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전화는 금방 왔다. 나는 통화 버튼이 뜨자마자 화면을 터치했다.
“네, 마가렛.”
-미안해요 태. 지금 주급 예산이 규정 허용치까지 몰려있어서, 이번 시즌에는 융통성을 부리는 건 불가능해요.
이런 젠장.
-다음 시즌에 영입하면 안 되나요? 워크 퍼밋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장이 급해서요.”
※단, 경기 감각이 더 떨어진다면 치러야 할 경기 숫자가 늘어날 것이다.
나는 석대호의 금빛 정보의 일부분을 떠올리며 말했다. 마가렛이 푸념하듯 말해 온다.
-벨리노를 이년 후에 이적시킬 계획이라서요. 내년 즈음에 알려주고 공격수 한 명 부탁하려고 했는데, 이런 딜을 이렇게 빨리 가져올 줄은 몰랐네요.
“벨리노를요? 이번 시즌 벌써 12골이잖아요.”
-잘하긴 하고, 지금 사고도 안 치고 있긴 한데··· 계속 데리고 있을 만한 선수는 아니라는 게 제 판단이에요. 아, 급조한 계획은 아니에요. 원래부터 이랬어요. 이름값을 이용해서 다른 선수들을 영입하고, 적당할 때 팔기. 우리가 선수 인성까지 관리해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죠.”
-아무튼 어렵다는 거네요. 혹시 내년에라도 뉴캐슬에 이적시킬 생각 있으면 말해주세요. 다른 공격수도 괜찮고요. 저는 그럼 일이 있어서.
“네, 감사합니다.”
-영국 돌아오면 식사나 한번 해요.
“좋습니다.”
휴대전화가 완전히 끊어진 걸 확인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독일밖에 없나.”
비행기 타고 왔다갔다하는 것도 장난 아닐 텐데. 아예 이김에 분데스리가를 개척해봐?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타고 돌았고, 나는 결국 스벤과 오구라에게 전화를 걸어 자유계약으로 공격수가 필요한 팀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
K리그에 잠재 능력이 괜찮은 선수가 없는 건 아니었다.
별 다섯 개 가량의, 잉글랜드 1부 리그 하위권 팀이라면 주전을 노려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도 있었는데, 그 선수들은 죄다 에이전트가 있었다.
별 여섯 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건진 건 석대호가 전부였다.
나는 K리그 뿐만 아니라 고교 팀들도 찾아다녔다. 오늘 찾아간 팀은 석대호가 훈련하고 있다는 그의 모교였다.
정문에 들어서면서 석대호의 잠재능력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잠재 능력 : ☆☆☆☆☆☆
먼저든 감정은 일곱 개가 아니라 아쉽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축구선수 중에 최상위권에 있는 재능이었기에 아쉬움을 금세 털어냈다. 별 일곱 개는 사람의 영역이 아니니까. 크리스처럼 10대부터 번쩍번쩍 빛나는 재능이지.
석대호는 스탠드에 찾아온 나를 발견한 건지 훈련을 멈추고 다가왔다.
“오셨나요.”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해서요. 아, 여기 선수들 중에 소개해 줄 만한 선수가 있나요? 석대호 선수가 보기에는 어때요? 괜찮은 선수 있어요?”
석대호는 이내 몇 선수들을 불러줬고, 나는 차례로 악수하며 그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축구를 하고, 인터넷방송도 즐기는 세대라 그런지 모두는 나를 알아봤다.
“태현석이다!”
“와···.”
일일이 악수까지 하는 모습에 감동을 하기도 하고, 내가 혹시 자신들을 유럽에 데려가 줄지 모른다고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정보 중에 눈에 띄는 건 없었다. 석대호와 함께 훈련하는 모습에서도 마음에 확 와 닿는 선수는 없었고.
새로 영입할 선수를 찾던 내 시선은 결국 석대호에게만 꽂히게 됐다.
단단한 체구로 수비수들을 등지며 공을 받았고, 왼쪽으로 가는 척하며 수비수를 속인 후 우측으로 턴 해 슈팅까지 가져간다. 깔끔한 골이다.
유일한 프로 선수라 그런 건지 석대호의 기량은 다른 고교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현재 능력이 별 네 개니까. 영국 2부 리그 중하위권 팀에서 주전을 할 선수이고, 아직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고교 선수들이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기량 차에도 석대호는 선수들 중에 가장 열심히 뛰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훈련 후, 석대호가 고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 소고기 무한리필집에 왔다. 석대호는 끊임없이 고기를 충전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게 선택이 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정말 열심히 하던데요?”
“제 모교 선수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질이 떨어지면 양이라도 늘려야죠.”
그렇지, 프로급 훈련과 유소년 수준인 고등학교 팀의 훈련은 차원이 다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까지의 진척상황을 말했다.
“분데스리가 2 팀에 가게 될 것 같아요. 될 수 있으면 영국으로 하려 했는데 워크 퍼밋이 워낙 엄격해서요.”
“정말입니까?”
침울한 나와 반대로 석대호는 분데스리가 2라는 말에 무척 기뻐했다. 나는 후보팀들의 이름을 열거하고, 자료를 보내 줄 테니 팀 중에 마음에 드는 팀들의 순위를 매겨놓으라고 말했다.
미팅 일자도 잡아놨으니 일단 영국에 들러 계약서를 쓰고 함께 독일에 가자는 계획까지도 말해줬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석대호는 고기에도 손대지 않고 점점 더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 얼굴을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어서 물었다.
“아, 여권은 챙겨 놨죠?”
“당연하죠.”
*
“현석아! 엇, 안녕하세요.”
“누구··· 세요?”
“얘는···.”
“현석이의 직장동료인 한여름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출국 날이 다가왔고, 나는 배웅 나온 누나와 약속장소로 가다가 중간에 한여름을 만났다. 예전에 한국인 여자 변호사가 직장 동료라는 말을 듣고 의심했던 누나였기에, 한여름을 보자마자 눈을 가늘게 뜨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누나, 실례야.”
“아, 미안. 미안해요.”
한여름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얘도 언니 걱정 엄청나게 하던데, 언니도 마찬가지셨나 봐요. 역시 남매가 쏙 닮았다니까.”
누나는 정말? 하는 눈으로 나를 봤고, 나는 민망해져서 한여름을 막았다. 한여름은 피식 웃다가 내 얼굴을 자세히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야, 너는 왜 휴가 마지막 날인데 살이 더 빠져있냐? 눈은 왜 이렇게 퀭하고.”
그야 계속 일했으니까.
“새 선수는 적당히 쉬면서 쉬엄쉬엄 찾아본다며.”
그래, 그렇게 말했었지. 그런데 여러 지역 돌아다니는 게 생각보다 피곤하더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뭐. 조금. 아, 새 선수 하나 영입했다.”
“정말?”
한여름이 관심을 보이는 동시에 휴대폰이 울렸다.
지이잉.
진동과 함께 석대호가 근처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고개를 돌리니 좌측에서 한 손으로는 큰 캐리어를 끌고 남은 손을 내게 흔드는 석대호가 보였다.
“저 선수야.”
“와, 석대호잖아?”
괜히 축구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건지, 한여름은 석대호를 한눈에 알아봤다. 우리 누나는 나와 석대호를 번갈아 보며 갸웃했고.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현석··· 씨.”
“아하하핳 현석 씨래.”
한여름의 경쾌한 웃음소리에 석대호는 얼굴이 붉어졌고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호칭 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내가 들어봐도 현석 씨라는 호칭은 이상하네요. 그냥 형이라고 불러요. 92년생 맞죠?”
“네.”
“빠른 아니죠?”
“예.”
그런 걸 왜 묻느냐는 듯 고개를 움직이는 석대호다. 워낙 빠른 92 친구 놈들이 많아서 생긴 습관이다.
한여름은 어느새 석대호에게 달라붙어서 이것저것 묻고 있었다.
“저는 T 에이전시의 변호사 한여름이라고 해요.”
“저는 석대호라고 합니다.”
“알아요. 알아. 공격수잖아요. 그리고 앞으로 그렇게 딱딱하게 말하지 마요. 현석이가 형이면 나는 누나라고 부르면 되겠네요.”
“···네.”
“앞으로 가족처럼 지낼 사이잖아요. 우리 에이전시 별명이 T-패밀리라고요. 자 말해 봐요. 누나.”
“···.”
“어허.”
“누··· 나···.”
“그래, 대호야. 너 술은 잘 먹니?”
“못 먹는 편은 아닌데···.”
“잘 됐다!”
여자를 대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지 석대호는 얼굴이 터질 정도로 붉어져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내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누나랑 인사하기도 바빴다.
누나는 한여름을 신기하다는 듯 보고 있었다.
“심심하지는 않겠다.”
“맞아.”
“저 선수는 누구 길래 저렇게 한 번에 알아보는 거야?”
“전직 국가대표야. 대단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앞으로 대단한 선수가 될.”
“···국가대표면 엄청 대단한 거 아니야?”
누나는 불확실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에이전시에 잉글랜드랑 웨일즈 국가대표 선수들도 있어. 얼마 안 있으면 브라질 국가대표랑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도 생길 예정이고.”
“···더 대단한 선수들이 많다 이거지?”
“그래그래, 그러니까 걱정 말라고.”
시계를 슬쩍 본 누나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슬슬 탑승수속을 밟아야 할 시간이었다.
누나는 식사와 공과금 같은 사소한 일에 대해 걱정했고, 나는 그 얘기를 순순히 들었다. 그리고 그 걱정은 어느새 범죄까지 넘어가 있었다.
“누나는 늘 걱정이야. 유럽은 치안도 별로라는데, 인종차별 당하지는 않을까, IS 테러에 휩쓸리지 않을까···.”
“걱정이 너무 과한데···.”
“그래도···.”
그때 한여름이 나를 불렀다.
“현석아! 이제 가야돼!”
“나 이제 가봐야겠다. 이제 들어가 봐. 좀 더 볼 수는 있겠지만 누나도 친구랑 바로 약속 있다며.”
누나는 여전히 할 말이 남은 건지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누나를 가볍게 포옹했다.
“다녀올게. 연락도 자주 할 거고, 다음에는 더 대단··· 아니, 그냥 건강하게 다시 올게.”
누나는 픽 웃으며 나를 마주 안아줬다.
“그래, 건강하게만 돌아와.”
“맞다. 처음 영국 간 날 누나가 했던 톡 기억해? 기왕 간 거 잘 해보라고. 망하면 당장 돌아오라고.”
“···너는 그런 것까지 기억하냐?”
“응. 당연하지. 내가 그거 믿고 막 나가잖아.”
누나는 부끄러운 건지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입을 꾹 다문다. 장난기가 자연스럽게 동했다.
“다녀올게. 다음에는 매형 될 사람 구해놔야 돼?”
“뭐?”
“누나도 연애 좀 해. 이제 다은이 돌봐줄 필요도 없고, 아버지는 원래 어른이시잖아. 누나도 하고 싶은 것 좀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너는 뭐 연애 잘하고 사냐?”
음.
나는 말없이 몸을 돌렸다.
“누구야? 진짜 있어?”
“나 가볼게.”
“야! 누군지는 알려줘야지!”
나는 누나에게 대답하지 않고 한여름과 석대호에게로 도망쳤다. 석대호는 내가 가까이 오자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때 뒤에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