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46
146
30. 월드클래스와 2부리거 (1)
[(오피셜) 석대호, 홀슈타인킬 이적 완료]기사 제목을 빠르게 넘기고 내용을 읽었다.
박지석이 뛰던 시절처럼 해외파 축구선수들의 활약이 다양하지 않은 요즘에는 2부 리그 이적 소식만으로도 충분히 이슈가 된다.
이 기사는 지금 국내 No.1 포털사이트의 스포츠란에서 화제성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기분이 좋긴 했지만 그렇게 들뜨지는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걸 넘어서서 내가 마무리까지 했던 계약이었으니 감흥이 덜 한 건 당연하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기사 내용에 오류가 없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선수 본국의 기사이면서 가장 화제성 높은 기사인데 이상한 내용이 있으면 수정을 요구해야 하니까.
본문에는 석대호 이야기가 절반, 내 얘기가 절반 들어있었다.
석대호에 관해서는 앞으로 잘 풀리길 바란다는 내용이었고, 나에 관해서는 석대호와 함께 출국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계약까지 체결했다고, 내 실력이 굉장하다고 찬양하는 기사였다.
댓글들도 본문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빠르지···.”
당장 공격수가 필요한 팀들을 추렸고, 테스트를 받기 전에는 헬퍼로 상대 선수들의 약점을 다 체크해 석대호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는데 이 정도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직무유기다.
특별히 고칠 내용은 없어 보였다. 나는 고개를 휘휘 젓고 휴대폰을 껐다.
“한 번 남았나···.”
그리고 앞에 거치해놓은 태블랫의 재생버튼을 눌렀다. 축구 경기, 정확히 말하면 석대호의 다른 팀에서의 경기 영상이었다.
십여 분 동안 헤맨 후에야 원하는 장면을 찾을 수 있었다.
“찾았고···.”
석대호가 상대 선수에게 등을 지며 공을 받았고,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어지는 슈팅은 상대 수비수에게 막히긴 했지만, 이미 충분한 정보를 얻었다. 내 손은 노트북 자판 위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케이, 끝.”
나는 엑셀에 숫자 50을 적고, 그 옆에는 R 표시를 했다.
“비율은 72%···.”
아래에는 총 시도회수 50회, 우측(R) 36회, 좌측(L) 14회라고 함수를 통해 자동으로 계산돼 적혔다.
석대호에게 본인의 플레이자료와 이전 구단들에게서 영상자료를 받아 일일이 석대호의 플레이를 보며 분석한 결과였다.
나는 지금 석대호의 플레이스타일에 관한 통계를 만들고 있었다.
-포스트 플레이 시 우측으로 도는 습관이 있다.
라는 헬퍼의 정보가 어느 정도의 실제 자료를 근거로 하는지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헬퍼의 정보와 실제 자료들을 이런 방식으로 정리해놓고 있었다. 특히 정보가 많은 크리스나 세바스티앙 같은 경우에는 감독이나 코치보다 내가 더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이걸 반복하면 헬퍼 없이 자료만으로도 분석할 수 있을 거다. 선수 보는 눈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테고.
최종 목표는 헬퍼와 동등한 수준의 분석력을 갖는 것이었다.
헬퍼가 늘 필요한 정보만을 주는 건 아니었기에 이런 과정이 불가피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싶었고.
나는 노트북을 닫으며 슬슬 자야겠다 생각했다. 석대호에 관한 일은 얼추 끝났고, 내일은 약속 때문에 영국에 돌아가 봐야 한다.
띠리리리링.
그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다른 방에서 묵고 있을 스벤에게서였다.
“내일 오전에는 영국으로 가려고요. 마가렛이랑 점심 약속이 있어서.”
스벤은 호텔의 카페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뉴캐슬 경기까지 보고 오겠네?”
“네, 리찌랑도 간만에 술이나 한잔하려고요. 그리고 선수들도 한번 싹 만나고 오고. 열흘 정도 걸릴 것 같아요.”
“그래, 그래야지. 특히 리찌랑 술 한잔할 거라는 게 마음에 들어. 리찌는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국사람도 아니니 몇 곱절 외로울 거라고, 앞으로도 계속 신경 써 줘.”
“알죠. 그래서 로이를 소개해 줬어요.”
“알아서 잘 하는구만.”
스벤이 씩 웃는다.
선수들이나 감독들이나 수만 명의 응원이 쏟아지는 경기 후에는 깊은 고독감과 허무감을 느낀다.
선수들은 팀 내에 의지할 동료가 있지만, 감독은 홀로 모든 감정을 감당해야 해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 또한 이런 이유로 많은 고생을 했고, 경기 전 상대 팀의 감독들과 싸우더라도 경기 후에는 와인을 나누며 편안하게 얘기 나누는 걸 즐기며 고독감을 풀었다고 한다.
내가 가끔 신경써준다 하더라도 나는 감독이 아닌 에이전트일 뿐이니, 비슷한 고충을 갖고 있을 로이를 소개해준 거였다. 둘 다 노총각이기도 하니까 여자 얘기하기도 좋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생각해보니까 축구 얘기만 하는 거 아닌가 문득 걱정된다.
“표정이 왜 그래?”
“아니, 아니에요. 쓸데없는 생각이었어요. 아, 그리고 저 없는 동안 대호 일 처리 잘 부탁해요.”
“통역 정도야 뭐. 새 통역이랑 가정교사 면접도 내가 보면 되나? 집도?”
“예, 제가 독일어만 가능하면 직접 하겠는데···.”
“지금으로도 충분해. 읽는 건 할 수 있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말을 해야 진짜죠.”
“욕심도 많아.”
스벤과 동시에 피식하고 웃었다.
“아무튼 걱정하지 마. 선수 한둘 돌봐본 것도 아니고, 하나 정도야 뭐.”
스벤의 호언장담에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어. 그래서 이 시간에 부른 건데···.”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하자마자 스벤이 입을 연다.
“휴가 가 있는 동안 미스터 태가 퇴짜를 놨던 선수들의 프로필을 살펴봤어. 그런데 말이야···.”
“예, 말씀하세요.”
“앞으로도 최상위권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만 데려올 건가?”
대답 없이 고개만 갸웃하자 스벤이 이야기를 덧붙인다.
“이번에 데려온 석도 세바스티앙이나 레온 급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지.”
“그랬죠.”
“미스터 태가 이전에 퇴짜를 놨던 선수 중에도 괜찮은 선수들이 많이 보여서 말이야. 사생활에 문제가 없고, 지금의 석보다 높은 스탯을 가진, 데리고 있기만 해도 충분한 수익이 보장되는 선수들이.”
내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질수록 에이전시에 소속되고 싶다고 연락해오는 선수들은 많았다. 그 선수 중에는 스벤의 말대로 괜찮은 선수들이 많았다. 다만, 이런 무난한 선수들은 재능마저도 무난해 거절했을 뿐이었다.
내 몸은 하나고 돌볼 수 있는 선수들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나는 미스터 태의 안목을 절대적으로 신뢰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에이전시에 영입할 선수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닌가 싶은 걱정이 들어. 꼭 1부 리그 주전급의 재능을 가진 선수만 에이전시에 영입할 필요는 없지 않나?”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스벤의 의문에 대한 답을 말했다.
“그건 아니지만, 제 몸이 하나다 보니까 더 신중해지게 돼서요. 그 선수들이 별로였던 건 아니었어요. 다만, 가급적이면 훌륭한 재능을 지닌 선수들을 돌봐주고 싶었거든요. 나름의 선택과 집중이죠.”
스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만.”
스벤이 말을 계속했다.
“그럼 우리 T 에이전시의 목표는 에이전시계의 레알 마드리드, 갈락티코가 되는 건가?”
여기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에이전시를 세우면서 정한 목표는 경기 외의 모든 걸 지원해줄 수 있는 에이전시, 딱 여기까지였으니까.
내가 답을 머뭇거리자 스벤이 진지한 얼굴로 물음을 건네 온다.
“내가 조언 하나 해도 되겠나?”
“예.”
“전부 1부 리거로 이뤄진 에이전시, 월드클래스들만 소속될 수 있는 에이전시. 말만 들으면 매력적이야. 하지만 그런 재능을 지닌 선수들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어. 자네도 몸으로 깨달았을 거야. 한국이랑 일본을 이 주 넘게 뒤져서 데려온 선수가 하나야. 그것도 원래는 유럽 출신이나 다름없는 선수였지. 그리고 이번 여름 이적시장 통틀어서도 중국까지 가서 우연히 건진 줄리우가 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벤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맞아요. 계속 말해주세요.”
“잠재력에 대한 기준을 조금 낮추면 어떨까? 자네보다 선수 보는 눈은 없지만, 이 업계에서 오래 있다 보니 느끼는 건데, 예전에 들었던 미스터 태가 원한다는 종합 매니지먼트 형 에이전시를 유지하려면 중간급 선수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거든. 그런 선수들이 에이전시의 허리가 되어주지. 많이 수급할 수 있으니 한둘 사고가 난다 해도 안정적이기도 하고.”
중간급 선수라.
별로 치면 네 개에서 다섯 개 정도 되는 선수들을 말하는 거겠지.
“최상위권의 선수들은 에이전시의 케어가 필요하지 않아. 그런 선수들은 누구나 탐내고, 적당한 협상으로 비싼 값을 매길 수 있지. 그래서 가족들이 에이전트를 봐도 별 탈이 없는 거고. 하지만 그 아래의 선수들은 에이전트의 역량에 따라 3부, 4부 심지어는 아마추어 리그에 머무를지, 1부 리그를 밟을 수 있을지가 결정돼. 보통 에이전트의 역량으로도 이런 게 가능한데, 미스터 태 당신의 능력이라면 더 굉장한 걸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에이전트, 에이전시의 실력은 낮은 선수를 케어 할 때 더 빛나거든.”
“···.”
“뒷말은 개인적인 생각이야. 아무튼, 선수가 많아져서 관리가 어려운 부분은 괜찮은 에이전트들을 영입하면 그만인 일이니··· 중간층의 선수들을 영입하는 건 앞으로 꼭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네.”
나는 스벤의 조언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했다.
“조언 감사합니다.”
“아니, 아니야.”
스벤이 살짝 민망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아까보다 더 진지한 눈빛으로 말해온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아쉬움인데···.”
“얼마든지 말씀해 주세요.”
스벤은 느닷없이 에이전트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최고의 선수를 만들어야 하고, 최고의 선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이용된다는 얘기로 말문을 텄다.
보통의 에이전트는 이미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와 계약하고, 선수의 성장은 구단에 온전히 맡기고 마케팅, 계약 관련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나는 그걸 넘어서서 풋볼 컨설턴트 역할까지 수행 가능한, 구단 밖에 있는 프리랜서 코치나 다름없는 특이한 에이전트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 대단하고 가치 있지. 구단에 선수 본연의 가치까지 키울 수 있는 에이전트라는 거 아닌가.”
“예···.”
느닷없는 칭찬에 얼굴이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다만 그게 수준 높은 선수들에게만 치중될게 훤히 보여.”
“치중된다고요?”
스벤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T 에이전시는 독일에까지 꽤 이름이 알려지고 있어. 앞으로는 유능한 선수들이 미스터 태, 당신을 찾아가겠지. 그럼 당신의 안목으로 재능 있는 선수들을 뽑고, 대단한 선수들만 돌볼 수 있게 될 거야. 에이전시 직원으로서 분명 좋은 일이지만 일개 축구 팬으로서는 조금 아쉬워서 말이야. 크리스나 줄리우 같은, 이번의 석대호 같은 흙 속의 진주들을 더 볼 수 없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아쉬움 말이야. 내가 본 자네는 재능 있는 선수도 좋아하지만, 축구 선수라면 다 좋아하는 사람 같았거든.”
스벤은 씩 웃으며 말했다.
“너무 진지하게 듣지는 마. 개인적인 푸념이니까.”
나는 스벤의 말을 머릿속에 넣고 정리했다. 그 과정 동안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스벤은 태연하게 자기 차를 홀짝였다.
“앞으로 할 게 많네요.”
“그렇지.”
나는 한참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편히 쉬세요.”
“그래, 편하게 생각해, 편하게. 미스터 태 당신은 지금 그 어떤 에이전트보다 빠르게, 완벽하게 성장하고 있으니까.”
*
오랜만에 영국에 온 첫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재능이 있는데도 가난해서 축구 못하는 선수들, 못된 에이전트를 만나서 꼬인 선수들··· 또 뭐가 있을까요. 아무튼, 환경 때문에 재능을 못 발휘하는 일이 없도록, 정말 열심히 할게요.’
이 말을 한 이후 내 휴대폰에 헬퍼가 설치됐었다.
환경 때문에 재능을 못 발휘하는 선수들을 돌봐주고 싶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잘 해오고 있다, 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 나갈 수 있을까. 직원들도 여럿 생겼고, 내가 책임지고 있는 선수들도 많아졌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교양 있고 똑 부러진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내 앞에 펼쳐진 고급요리들, 그리고 건너편에는 뉴캐슬의 구단주, 마가렛 할로웨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갑자기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네요.”
“엄청나게 잘하고 있잖아요? 더할 나위가 없을 텐데?”
“편한 길을 갈지, 아니면 처음 목표대로 갈지 고민돼서요.”
마가렛은 내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줬다. 그리고 하는 말이,
“재미있네요. 많이 생각해봐야겠어요.”
였다. 도움을 주기는커녕 내가 고민하는 모습에 즐거워하는 것 같아 보였다. 나를 귀여운 조카 보듯이 하는 눈이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미스터 석 말이에요.”
“대호요?”
“맞아요. 그 선수 얼마나 대단한 선수가 될까요? 진짜 자금만 아니었더라면 내가 영입해놨는데.”
마가렛의 아쉬워하는 모습에 웃음을 짓고는 월드클래스 바로 밑에서 왔다갔다 하는 스트라이커들의 이름을 꺼냈다.
“잘 큰다고 가정했을 때, 제이미 바디, 이아고 아스파스, 알렉산드로 라카제트, 케빈 볼란트··· 같이 리그 득점랭킹 10위 안에 들어가는 스트라이커정도는 될 수 있을 거예요.”
“정말인가요?”
이후 마가렛은 나에게 우선 협상권을 달라고 졸라댔고, 나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식사가 계속되며 마가렛은 뉴캐슬 운영이 순조롭다는 자랑을 틈틈이 늘어놓았고, 나는 열심히 들어주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아, 처음부터 묻는다는 거 깜빡했네. 미스터 태, 혹시 오늘 약속 같은 거 있어요?”
“마가렛과 한 약속 말고는 딱히··· 리찌랑 술이나 한 잔 할 계획은 있어요. 리찌가 좋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VIP석에서 마가렛과 함께 뉴캐슬 경기 관람하기. 리찌가 얼마나 잘하고 있나 직접 보고, 같이 술 한 잔 할 계획까지 들어차 있었다.
마가렛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경기 후에는요? 작은 파티가 하나 있는데, 참가할 수 있어요?”
“파티요?”
“네, 조르제 멘데스랑 엔리코 밀라노, 미노 라이올라가 참가하니까 혹시 안면 있으면 술이나 한잔하고 가라고요.”
작은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