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50
150
30. 월드클래스와 2부리거 (5)
데이비드가 걸음을 멈춘 채 뚱한 얼굴로 나를 본다.
“···실험체요?”
젠장. 들었을 줄이야.
“실험체라뇨?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볼일 보세요. 훈련하려고 온 거 아니에요?”
발음도 꼬이고 중간에 머뭇거리기도 한 어수룩한 변명이었지만, 데이비드는 고개를 한 번 갸웃하고는 드레싱룸이 있는 터널로 들어갔다.
“후우···.”
데이비드를 어떻게 꾀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저번에 뉴캐슬과 연결해 줬을 때 봤던 바와 같이, 웬만한 건 다 스스로 하는 선수였기에 어떤 이유로 나와 함께하자고 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정보가 더 필요했다. 지금 막 얻은 정보가 쓸만한 거라면 좋을 텐데.
-데드볼 상황에서의 킥에 높은 잠재력이 있다.
높은 잠재력이라 하면 여러 선수의 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표현이다. 어떻게 계발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지만 한 분야에서만큼은 리그 상위권 재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좋은 정보였지만 당장 설득에 쓸 만한 정보는 아니었다. 설득에 성공한 후, 데이비드를 훈련시킬 때 참고할만한 정보지.
아쉬워하고 있는데 데이비드가 막 터널에서 나왔다.
트레이닝복 차림이 된 데이비드는 나를 힐긋 보더니 가벼운 러닝을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나를 잊어버린 듯 진지하게 공을 다루는 일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가벼운 리프팅에 이은 부드러운 킥.
고강도의 훈련을 하지 않는 걸 보니 팀 훈련 전이라 감각 찾기에만 집중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 가지 씩 해 나가는 모습을 보니 개인 훈련도 꽤 체계적으로 짜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딴짓을 하는 척하며 훈련하는 모습을 다 지켜봤다. 틈틈이 데이비드 워커에 관해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는 건 다 찾아보면서.
데이비드는 땀에 젖은 트레이닝복을 갈아입기 위해 다시 터널로 돌아갔고, 잠시 후 다른 선수들도 하나둘 훈련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리찌가 장난스럽게 어깨동무를 하고 가기도 했다.
아홉 시 정각이 되자 뉴캐슬의 훈련이 시작됐다. 두 명씩 짝지어 패스와 트래핑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익숙하면서 존재감 넘치는 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옆에 다시 돌아온 리찌에게 물었다.
“벨리노는요?”
“지각이죠.”
벨리노는 훈련이 시작하고 30분 정도 후에 도착했다. 참고로 벨리노만 지각한 건 아니고 몇 선수들도 5분, 10분씩 늦게 들어오기도 했다.
얼차려 같은 건 당연하게도 없었다. 대신 지각 시에는 벌금이 있었다. 벨리노는 죄책감 따윈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혼자 공을 가지고 통통 휘적휘적 거리더니(아마 몸을 푼 것 같다) 태연하게 합류했다.
리찌는 꽤 꼼꼼한 감독이었기에 벌금도 시간대별로 달랐다. 30분이 넘었으니 내 기억으로는 500파운드(약 72만원)를 내야 할 것이다.
지각 한번에 72만원이라니 황당한 금액으로 보일 순 있지만, 저 녀석에게는 껌값이나 다름없는 비용이다. 일주일에 몇억씩 받는 녀석이니까.
나는 볼로 재간을 부리기 시작한 벨리노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 데이비드를 바라봤다.
지각자들이 하나둘 합류해 소란스러워지든 말든, 데이비드는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 패스를 주고받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팀 훈련 때도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생각이 바뀌었나 봐요? 미스터 태?”
훈련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내게 다가온 건 벨리노였다. 능글맞은 목소리와 함께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오는 모습이 막 황제 자리에 올라간 꼬마 황제 같아 보였다.
“나 같은 선수를 탐 안내는 에이전트가 어디 있겠어요.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니까요?”
내가 자신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대신으로 보이는 걸까. 대답 없이 눈을 가늘게 뜬 채로 그를 바라봤다.
“훈련 내내 나 쳐다보는 거 다 봤다니까요? 그렇게 쑥스러워할 필요 없어요.”
월드클래스가 될 게 틀림없는 선수가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한다. 헬퍼도 내가 데려가면 좋을 선수라고 추천해줬다. 하지만 나는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훈련 내내 쳐다본 선수는 당신이 아닌데요.”
숨길 것도 없었기에 나는 구단관리사에게 콘을 빌리겠다고 얘기하는 중인 데이비드를 턱 끝으로 가리켰다.
벨리노가 인상을 찌푸린다.
“워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계속 근처에 있었잖아요. 가끔 당신이랑 눈 마주칠 때 일부러 피했는데, 그걸 쳐다보는 걸로 착각했었군요. 미안해요. 착각하게 만들어서.”
벨리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데이비드랑 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해온다.
“왜요?”
“열심히 하잖아요.”
“···.”
막힘없는 대답에 벨리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슬슬 가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벨리노가 데이비드를 삿대질하며 언성을 높였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데요? 당신, 에이전트 아니에요? 돈 벌어 줄 선수가 필요한 거 아니냐고요. 나는 워커랑 달라요. 저렇게 남아서 훈련하지 않아도 경기장에서 대활약할 수 있는 판타지스타라고요. 왜 날 거절해요?”
“···.”
훈련이 끝나고 남은 건 데이비드뿐만이 아니었기에 몇몇 관리인과 선수들이 우리를 흘끔거리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데이비드는 훈련장 구석에서 콘을 정사각형으로 놓느라 듣지 못한 듯했다. 장인정신이 담긴 손길이다.
아무튼 자기 입으로 판타지스타라고 말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벨리노는 태연한 얼굴이었다. 위세가 당당했다. 열두 살 무렵부터 제2의 토티, 바조의 재림 등 별의별 수식어를 달고, 받들어졌던 것 때문일까. 아마 거절당해본 경험도 없겠지.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전트라고 모두 돈을 원하는 건 아니에요.”
벨리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Che cazzo!”
욕설을 내뱉고 훈련장을 떠났다.
데이비드는 정사각형으로 놓은 콘들 중앙에 서서 각 꼭지점을 찍고 오는 훈련을 시작하고 있었다.
멀티 플레이어 데이비드는 현재 리찌에 의해 우측 풀백으로 뛰고 있었다. 저 훈련은 수비수로서 필수적인 다양한 방향으로의 순간적인 포지셔닝을 위한 훈련이었다.
오전 훈련과는 다르게 데이비드는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데 주차장 쪽에서 시끄러운 배기음이 들렸다.
자연스레 시선이 돌아갔고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차 안으로 벨리노가 보였다. 저 차는···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올해 나온 페라리 한정판이라는 건 알고 있다. 세바스티앙이 저거 사고 싶다고 몇 번 보여줬었거든.
벨리노는 주차장을 막 나서자마자 신호에 걸렸는데, 무시하고 그대로 달려갔다. 신호에 걸려 있는 동안 사인을 받으려고 생각한 팬들은 차에 달라붙으려다가 당황해서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그들은 멀어져 가는 차를 허망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서 소리가 나든 말든 데이비드는 이제 콘 네 개를 멀찍이 ㅗ 형태로 놓고는 전력질주 및 방향전환 훈련을 시작했다.
스무 번 정도 한 후에는 한참을 헉헉거리더니 공을 몰고 러닝 크로스 훈련을 시작했다. 같이 남았던 몇 선수들도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결국, 필드에는 데이비드 혼자만이 남았다.
대체 뭣 때문에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
내 선수 중에 저 정도로 열심히 하는 건 크리스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크리스는 데이비드와 달랐다.
크리스는 재능이 있기에 훈련한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데이비드는 아니었고.
“성장이 없다고 했었지.”
리찌도 그렇고 헬퍼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나 또한 데이비드를 찾으러 밀월로 갔을 때, 훈련하고 있는 데이비드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었다.
‘이런 선수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좋은 팀 소속으로 들여보내 팀 트로피를 받게 하는 거다.’
물론 지금 생각은 완벽히 달라졌다.
데이비드가 원하는 게 그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데이비드는 주인공이 돼서 챔피언스리그든, 월드컵이든 우승해 보고 싶은 거다.
대체 왜?
나는 러닝 크로스를 수십 회 하고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데이비드에게로 다가갔다. 오전 훈련에 팀 훈련에 또 개인 훈련이라니. 몸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헉, 허억···.”
“자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앉아있던 데이비드가 나를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나는 미리 들고 있던 수건과 이온음료를 데이비드에게 내밀었고, 데이비드는 음료통의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단번에 들이켰다.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면서 나를 계속 보고 있었다. 내가 갑자기 왜 이러나 궁금해 하는 게 보인다.
“아침부터 계속 봤는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아침부터 계속 계시던데,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그렇기에 내 질문과는 방향이 다른 질문이 돌아왔다.
나는 준비해놨던 대답을 늘어놓았다.
“그냥, 리찌가 잘 일하고 있나, 구단이 어떻게 돌아가나 이런 거 봐두는 거예요. 에이전트로 일하려면 이런 거 다 알아야 하거든요.”
데이비드는 그런 건가 하면서 고개를 살살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내 질문에 답해 준다.
“팀 훈련과 경기에 누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누가 짜준 거예요?”
“밀월에 있을 때 한 코치님께서···.”
데이비드는 말을 끝까지 잇지 않았다. 그런 걸 왜 궁금해하느냐는 듯한 얼굴이다.
“그냥, 오늘 하루 종일 지켜봤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나 궁금해서요.”
“실력이 부족하니까요.”
내 질문이 익숙하다는 듯, 데이비드는 금세 돌부처 같은 무표정으로 돌아오며 틈도 없이 답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점심 먹으러 가 봐야겠습니다.”
데이비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클럽하우스로 돌아갔다.
그는 점심을 먹고 난 후에도, 한 시간 더 저항성 운동을 하고서야 훈련장을 떠났다.
그리고 나도, 차를 몰아 데이비드의 예전 팀 밀월로 향했다.
헬퍼를 통해 얻는 정보는 한계가 있고,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을 거다.
그렇기에 예전처럼, 발로 뛰며 직접 정보를 물어와야겠다고 결심했다.
데이비드의 직전 팀, 밀월에서는 어느 정도 안면이 있던 단장을 통해 데이비드의 훈련을 짜줬다는 코치와 만났다.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하는 녀석이었죠. 실력도 괜찮았고. 도와주고 싶더라고요.”
다음 날에 방문한 팀은 데이비드가 밀월로 이적하기 이전의 소속팀, 3부 리그의 위컴 원더러스였다. 여기에서는 오 년 넘게 재직하고 있는 코치와 이야기를 나눴다.
“잘했죠. 우리 팀 수비의 핵이었어요. 뭘 시켜도 열심히 하고, 그때 감독은 데이비드부터 적고 선발 명단을 짜기 시작했었다니까요.”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위컴으로 이적하기 전 팀이었던, 세미 프로 팀인 사우스포트FC의 감독과 만났다.
“여기에서 뛰는 선수들은 보통 부업이 있거든요? 그런데 데이비드는 달랐어요. 자기는 무조건 위로 갈 거라고, 다른 선수들이 일하러 간 사이에도 훈련하곤 했죠. 잘하면 프리미어리그까지 갈 것 같은데, 이 정도도 충분히 기적 아닌가요?”
그 다음 날에는 노스 그린포드 유나이티드라는 데이비드가 살던 지역의 아마추어 팀, 그 팀의 선수이자 벽돌공을 만났다.
“진짜 프로 선수가 될 줄은 몰랐다니까? 계속 우리랑 같이 일할 줄이나 알았지.”
마지막으로는 그의 부모님을 만났다.
“누구라고? 에이전트? 뭐? 데이브의 친구라고?”
이들은 모두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대화를 이어나가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나에게는 상대방의 관심사를 알려줄 헬퍼가 있었고, 그들과 나 사이에는 데이비드라는 공통 화제가 있었으니까.
거기에 돈 좀 써서 멋들어진 식사를 대접하면 그들의 입에서는 막혀있던 둑에 구멍을 낸 것처럼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이틀 동안 뉴캐슬에서 벗어나 정보를 모은 나는 다시 뉴캐슬로 돌아왔다. 데이비드를 어떻게 꾀어야 할지 감을 잡은 채로.
데이비드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는 건 정말 쉬웠다. 그냥 일찍 오거나, 훈련이 끝나고 시간이 지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지금처럼.
“데이비드, 오늘도 열심이네요.”
“사흘 전이랑 같은 이유로?”
데이비드는 지난번처럼 의심하지 않고 이온음료와 수건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어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데이비드에게 티켓 두 장을 내밀었다.
“데이비드한테 볼 일이 있어서요. 혹시, 이거 흥미 있어요?”
티켓의 정체를 확인한 데이비드의 눈동자가 커졌다.
오늘 저녁, 안필드에서 열리는 리버풀 vs 바르셀로나전의 구단관계자석 티켓이다. 참고로 구단관계자석은 경기장 내 최고의 전망을 제공한다.
“어때요 데이비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녀석이랑, 세계 최고의 선수를 최고의 자리에서 한 번 보고 오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