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51
151
30. 월드클래스와 2부리거 (6)
내가 알아본 바로는 데이비드는 이 티켓에 넘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챔피언스리그를, 뉴캐슬이라는 북동부로 이적했다는 이유로 이번 시즌 들어 단 한 번도 못 봤다고 하니까.
하지만 그는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문제가 된 건 세 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데이비드는 리버풀vs바르셀로나라는 빅 매치 떡밥을 탐내긴 했지만, 장거리 여행으로 자신의 컨디션이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번 시즌 동안 그가 챔피언스리그를 보러 가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기에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 왔다.
뉴캐슬 팀 훈련이 내일 오후라는 걸 강조하면서 리버풀에 가면 호텔 방을 예약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돌아오는 것도 책임지겠다고 했고.
문제가 얼추 해결되자, 챔피언스리그 티켓에 잠시 정신이 팔렸던 데이비드는 그제야 본질적인 질문을 해왔다.
“그런데 대체 나한테 왜···.”
“가서 얘기해 드릴게요.”
“음···.”
티켓을 보며 고민하던 데이비드는 결국 내 유혹에 넘어왔다.
*
축구팬이면 모를 수가 없는 전주가 나오고 안필드를 가득 채운 팬들이 일시적으로 조용해졌다.
Ce sont les meilleures equipes, 저들은 최고의 팀들이다,
Es sind die allerbesten Mannschaften, 그들은 정말 최고의 팀들이다,
The main event. 가장 중요한 이벤트.
웅장한 음악과 함께 프랑스어와 독일어, 영어로 된 가사가 차례로 경기장을 채우며 오늘 경기를 치를 두 팀과 오늘의 경기를 찬양하고 있었다.
Die Meister, Die Besten, 정복자들, 최고들,
Les grandes equipes, 위대한 팀들,
The champions! 챔피언들!
가사는 두 팀을 칭송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뛰게 될 스물두 명의 선수들을 소개하는 것 같기도 했다.
축구계 최고의 무대에서 곧 맞부딪힐 그들은 수십, 수백만의 선수 중 선택받은 일부였으니까.
그 선수들 사이에서 크리스는 입을 꾹 다문 채로 자신의 앞에 있는 모하메드 살라의 뒤통수만 보며 걷고 있었다.
UEFA 챔피언스 리그.
세계 최고의 클럽들이 모여 있는 유럽 지역의 최고를 가리는 각 리그 최고 팀들의 무대. 월드컵에 이은 선수들의 꿈. 웬만한 선수들은 챔피언스리그에 한 번 출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만난 지 일 년 하고 칠 개월 만에 크리스는 저 노래를 개선가처럼 들으며 안필드로 입장하고 있었다.
오늘은 크리스가 그 챔피언스리그에 데뷔하는 날이었다.
노래는 계속됐지만, 안필드의 팬들은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에게 야유를 쏟아내기도 하고 리버풀의 선수들에게 잘하라고 소리치기도 하며 경기장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제는 흐리게 들리는 챔피언스리그 공식 주제가 ‘Ligue Des Champions’ 프랑스어로 챔피언스리그를 뜻하는 제목의 이 노래는 축구팬들뿐만 아니라 축구선수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마력을 지닌 노래였다.
그렇기에 오늘은 선수가 아닌 하나의 축구팬으로서 여기에 찾아온 데이비드는 팬들 때문에 노래가 잘 들리지 않게 된 상황에서도 가사와 음악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한 줄로 쭉 선 리버풀과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을 멍한, 아니, 동경하는 게 틀림없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데이비드의 반대쪽, 내 우측에서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다. 진짜로 없네···.”
관계자석에 도착하자마자 내 옆에 착 달라붙은 에린이 데이비드 처럼 일렬로 쭉 늘어선 선수 진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크리스의 소꿉친구인 릴리 로즈가 와 있었다. 릴리 옆에는 이자벨이 앉아 있었다. 릴리는 크리스가 자기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이라고 교통비까지 주면서 초대했다고 했다.
나는 에린에게 투덜거렸다.
“다행은 무슨, 아깝지 않아?”
“저도 아쉽습니다···.”
정신 놓은 줄 알았던 데이비드가 동조했고, 에린을 비롯한 크리스의 지인들이 우리를 찌릿하고 노려봤다.
필드 위에 서 있는 리버풀과 바르셀로나의 선수들.
그중, 바르셀로나의 선수단에는 No.10,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가 없었다. 그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지난 경기 작은 타박상을 입었기에 발베르데 감독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것 같았다. 아마 교체로 투입되지 않을까 싶었다.
크리스가 잘 하는 게 1순위이긴 했지만, 리오넬 메시의 플레이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는데.
오프닝 곡이 끝나자마자 안필드의 콥들은 YNWA를 부르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두 배는 높은 볼륨,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의 기를 죽이려는 게 느껴져 이게 진짜 홈 어드벤티지구나 싶었다.
내 좌측에 앉아있는 데이비드는 그 광경에도 감명 받은 듯 오, 오 라고 작게 감탄사까지 내고 있었다. 에린은 그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보는 중이다.
아까 에린에게 데이비드를 소개했는데, 그는 에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는 훈련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던 에린은 나까지 묶어서 이렇게 삐죽거렸었다.
“축구에 미친 사람이 또 늘었네···.”
FC바르셀로나의 면면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예전만큼 절대적이라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이니에스타가 지난 시즌 떠났고, 무엇보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빠진 게 컸다.
헤라르드 피케와 세르히오 부스케츠, 루이스 수아레스라는 월드클래스들이 있었지만 메시와 겨룰 수 있는 건 과거의 인물들을 제외하면 호날두 뿐이다.
삑, 삐이이이이익!
보통 경기보다 힘찬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필리페 쿠티뉴가 공을 잡자마자 야유가 쏟아졌다. 리버풀의 핵심 선수였다가 지저분하게 이적했던 그였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발베르데 감독의 전술은 비대칭 4-1-4-1 전형이었다.
왼쪽 윙인 쿠티뉴가 플레이메이킹을 하고, 중앙의 파울리뉴와 라키티치는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그리고 원톱 수아레스는 라인을 깰 듯 말듯 리버풀의 수비진과 심리전을 걸고, 넓은 반대사이드에는 우스만 뎀벨레가 언제든지 공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팀을 잘 잡는 걸로 유명한 리버풀의 선수들은 트레이드마크인 게겐프레싱으로 바르셀로나의 후방 빌드업을 담당하는 선수들을 압박해나갔다.
이니에스타가 빠지고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라는 색채가 많이 사라졌지만, 바르셀로나는 이번 시즌에도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라리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최고의 팀이었기에 쉽게 공을 뺏기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핵심은 크리스네.’
크리스는 시즌 초 보여줬던 미친 활동량을 오늘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바르셀로나의 진짜 중심인 세르히오 부스케츠였다.
마치 피를로를 지우려고 했던 박지석처럼, 크리스는 부스케츠에게 착 달라붙어 있었다.
부스케츠가 바르셀로나의 중심인 이유는 그의 ‘축구 지능’에 있었다. 그는 바르셀로나의 빌드업이 막힐 때마다 뒤에서 새로운 공격 루트를 만들어내는 숨겨진 창조자였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바르셀로나에서도 모든 감독은 부스케츠를 1순위로 두고 라인업을 짠다고 한다. 부스케츠는 현대 축구계에서 가장 똑똑한 선수고, 사기적인 볼 키핑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당연한 선택이다.
헬퍼로 볼 필요도 없이 별 일곱 개라고 확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였다.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그에게 있어 크리스의 강력한 압박은 익숙한 일인 듯 보였다.
그는 뚱한 얼굴로 드래그백을 해 자신의 공을 노리고 달려들었던 크리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속였다. 크리스는 방금 완벽한 헛발질을 했다.
“어때요? 크리스가 잘할 수 있을까요.”
데이비드는 경기장에 시선을 둔 채로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경기 전에 크리스를 만났었다.
경기 전에 만난 크리스는 컨디션이 무척 좋아 보였고, 승부욕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리오넬 메시랑 맞붙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데이비드를 본 크리스는 내게 귓속말로 ‘영입하려고요?’라고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었다.
크리스는 곧바로 데이비드에게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고, 나중에 식사나 함께 하자고 인사했다. 데이비드는 크리스의 환대에 쑥스러워 했고.
아무튼 경기로 돌아와서, 리오넬 메시는 없었지만 다행히 크리스의 승부욕은 꺼지지 않은 듯 보였다. 크리스는 부스케츠에게 계속 속으면서도 모기처럼 달라붙고 있었다.
중간마다 피르미누나 세세뇽, 살라의 도움을 받으면서 압박해도 부스케츠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쪽은 볼을 지키고 한쪽은 볼을 뺏으려 하는 상태가 30분 동안 지속됐다.
그리고, 크리스가 드디어 균열을 찾아냈다. 크리스는 축구가 팀플레이라는 걸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 부스케츠를 이길 수 없다면 다른 약점을 부수면 되는 거다.
“오오···.”
데이비드는 마치 소년 같은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부스케츠를 담당하던 크리스는 어느 순간 그를 두고 움직였고, 세세뇽에게 압박당하던 세메두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세세뇽은 크리스와 눈을 맞추자마자 세메두에게 더 가까이 붙었다. 세메두는 자연스럽게 중앙의 부스케츠에게 패스하려고 했다. 그리고 바로 자신의 옆까지 다가온 크리스를 발견하고 눈에 띄게 당황해서 뒤의 움티티에게 패스를 시도했다.
당황이 섞인 패스인 만큼 힘이 없고 부정확했고, 그 패스는 길목을 예측한 크리스에게 막혔다.
팬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 시작했고,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러댔다.
첫 전방압박 성공이었다. 클롭의 게겐프레싱이 무서운 점은 공을 탈취한 순간 거의 모든 선수가 전력질주를 시작한다는 점에 있었다.
크리스는 세세뇽에게 공을 주고 중앙으로 달려가며 공간을 벌려줬고, 중앙에 있던 피르미누도 위치를 조정하며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이 움직이기 어렵게 만들었다.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가 복귀하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고,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수비수들은 공간을 좁히지도 못하고 있었다. 반대쪽 사이드에는 지난 시즌 전 세계 삼인자였던 모하메드 살라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으니까.
공을 몰고 질주하던 세세뇽이 움티티와 일대일로 맞붙는 순간이었다. 선수들과 관중들이 세세뇽이 속도를 더 살려 움티티를 제치는 시도를 할 거라 생각했을 때, 세세뇽은 공을 발바닥으로 밟아 멈춰 세웠다.
속도를 살려야 하는 상황에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라 생각했다. 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젊은 선수의 욕심인 걸까. 패스할 선수가 저렇게나 많은데··· 어?
세세뇽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린 틈에 크리스가 어느새 세세뇽 옆까지 다가와 있었다. 크리스는 전력질주 중이었다. 그리고 크리스는 세세뇽이 멈춰놓은 공을 빼앗듯이 치고 달려 페널티박스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움티티가 당황하며 뒤늦게 쫓았지만, 크리스는 이미 슈팅까지 가져가고 있었다.
월드클래스 골키퍼인 테어 슈테겐이라도 페널티 박스 안까지 들어와 아무 제지 없이 때린 크리스의 슛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그는 공에 손을 댈 수는 있었지만, 공이 골라인을 넘어가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골을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길게 울리고, 안필드가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A매치데이 이전 누캄프에서의 패배를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크리스가 앙갚음하는 순간이었다.
크리스는 골 세레머니로 세세뇽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이 플레이가 계획된 패턴이었다는 걸 보여줬다.
이어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우리 쪽을 향했다. 이자벨과 릴리가 입이 찢어지라 웃는 게 장내 카메라에 잡힌다.
에린이 티 안 나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오빠 또 바빠지겠네요···.”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에 콥들이 다시 한 번 날뛰기 시작했다. 선제골의 열기를 식히지 못한 그들은 크리스의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크리스가 타 리그의 세계급 팀에게도 먹힌다는 걸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몸값 오르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데이비드에게 말을 걸었다.
“어때요? 굉장하죠?”
“예, 정말 엄청납니다. 크리스는 정말 천재네요.”
“데이비드는 저런 무대에서 뛰고 싶지 않아요오오··· 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크리스가 멋들어진 공간패스를 넣는다. 거기에는 라인을 깨며 중앙으로 침투하는 모하메드 살라가 있었다. 진짜 빠르다···.
살라는 각을 좁히기 위해 나오는 테어 슈테겐을 보고는 그의 키를 넘기는 로빙슛으로 깔끔한 추가골을 넣었다.
선제골을 넣은 지 1분도 안 돼서였다.
2-0.
리버풀의 리드로 전반전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