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55
155
30. 월드클래스와 2부리거 (10)
“내가 차고 싶어.”
누가 프리킥을 찰지 정하기 위해 모인 뉴캐슬의 키커들은 똑같은 심정으로 자기들에게 말을 건넨 한 선수를 보고 있었다.
선수들의 시선이 모인 곳에는 빡빡 깎은 머리를 살짝 기울이고 있는 데이비드 워커가 있었다. 그는 왜 대답하지 않느냐는 듯 선수들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선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훈련 중이든 훈련 후든 경기 중이든, 필요한 것 외에는 말도 잘 하지 않던 데이비드가 자기 의사를 주장하고 나선 거다.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자기가 차고 싶다는 생각과 데이비드에게 양보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엉켜 머뭇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사고회로가 왜 꼬인 건지 모르는 데이비드는 한 걸음 더 내딛으며 자신이 차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열심히 연습했어.”
뉴캐슬의 선수들은 부정할 수 없었다.
데이비드 워커.
이번 시즌 리찌와 함께 이적해 온 동료는 특출날 것 하나 없는 조용한 선수였다.
그럼에도 훈련장에 도착하면 늘 땀에 젖어 있었고, 훈련장을 떠날 때는 홀로 남아 훈련에 열심인 괴짜 같은 선수였다.
처음에는 서른 살이나 돼서 뭐 그렇게 열심이느냐고 앞에서 농담도 하고, 뒤에서 비웃기도 했었지만, 점차 선수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녀석은 진심이구나.
몇 개월을 함께 했기에 그들은 데이비드의 말에서 깊은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뉴캐슬의 핵심 중앙 미드필더인 존조 셸비가 다른 선수들을 돌아본 후, 데이비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잘 해봐.”
크리스티앙 아츄와 맷 리치 또한 자리를 비켜주며 데이비드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심판이 스프레이로 공의 위치를 정해주고, 상대 수비벽 앞에 라인을 그었다. 데이비드는 공 앞에 홀로 서서 골대와의 거리와 벽의 높이를 가늠하며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심장 박동이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연습기간은 불과 한 달, 실전에서 한 번도 차 보지 않은 프리킥.
이 경기는 챔피언십리그 1위를 결정하는 자리이고, 상대는 팬들이 이번 시즌 가장 이겨야 한다고 뽑은 1순위 팀인 지역 라이벌 미들즈브러다.
우리는 1-0으로 지고 있었고.
‘내가 왜 하겠다고 나섰지?’
급격히 후회가 밀려왔다. 순순히 비켜준 동료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은 팀 훈련에서 프리킥을 맡아서 찬 적도 없고, 특출난 킥 능력을 보여준 적도 없었으니까.
데이비드가 자신만의 세계에 잠깐 빠져 있는 동안, 뉴캐슬의 선수들은 아무런 동요 없이 데이비드의 프리킥을 돕기 위해 수비벽을 방해하고, 상대 골키퍼의 시야를 방해하고, 리바운드 되는 공을 받기 위해 각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뉴캐슬의 선수들은 데이비드가 프리킥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음알음 알고 있었다. 여기에서 차겠다고 할 줄은 몰랐지만, 호나우지뉴에게 일대일로 배운, 꽤 정확하다는 프리킥의 정체가 곧 밝혀질 거라는 사실에 기대감을 가진 선수들도 몇 있었다.
‘실패하면 어떡하지.’
데이비드는 후회 중이었지만.
삐익-!
야속하게도 심판의 휘슬이 울렸고, 데이비드는 빠른 시간 안에 공을 차야 했다. 공 바로 앞에서 머뭇거리는데 문득 태현석이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이 화두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재능 같은 건 없다고, 노력으로 뚫을 수 있다고 믿는 멍청이가 도와줘야 하거든요.」
태현석이 말한 대로 자신은 멍청이였다.
될지 안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일단 부딪치고 보는 멍청이.
그런 멍청이의 손을 잡아준 멍청이가 있었다.
태현석은 이 팀에서 쓸모가 없어지면 다른 팀에 빠르게 보내 주겠다고 약속했다. 태현석을 만난 후의 훈련은 버릴 것 하나 없을 정도로 알찼고, 스스로 성장한다는 느낌도 충분히 받았다.
그동안의 성과를 결과로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기대해 준 만큼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가만히만 있으면 그와 약속했던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는 이룰 수 없으니까.
「자기 실력이 늘었다고는 생각 못 해요?」
분명히 늘었을 거다. 거리는 대략 24m, 연습해왔던 거리와 같다.
데이비드는 발목 힘이 좋긴 했지만, 호나우지뉴 같은 기이한 곡선을 그릴 수 없었고, 베컴 같은 아름다운 곡선도 그릴 수 없었다.
피를로와 주니뉴 같은 변화무쌍한 프리킥도 불가능했다.
데이비드의 프리킥은 그저 평범한 곡선. 어느 선수나 찰 수 있는 평범한 궤적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데이비드를 닮은 듯한.
“골만 넣으면 되는 거다. 화려한 건 필요 없다. 연습한 대로, 연습한 대로.”
데이비드는 혼잣말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심호흡 두 번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앞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왼발, 오른발, 왼발.
뻥.
소리가 좋았다.
연습 때와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공에 닿은 엄지발가락 주변의 감각이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데이비드의 발을 떠난 공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수비벽을 넘어 좌측으로 휘어 들어갔다.
미들즈브러의 골키퍼 콘스타톤풀로스가 손을 뻗어봤지만, 그의 손이 닿지 않을 거라는 걸 데이비드는 직감했다.
‘들어간다고? 이게···?’
공은 완벽하게 골대 모서리에 꽂혔다. 골망이 출렁이는 게 보인다.
경기장이 터질 것 같은 함성이 쏟아졌고, 뉴캐슬의 선수들이 데이비드에게로 달려왔다.
“데이브!”
“이 자식 이런 걸 숨기고 있었어?”
뉴캐슬의 선수들은 데이비드의 어깨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등에 올라타기도 하며 데이비드의 골을 기뻐해 줬다.
그럼에도 데이비드는 멍한 얼굴이었다.
그가 왜 그러고 있는지 깨달은 존조 셸비는 그의 등을 탁! 소리 나게 치며 말했다.
“너 골 넣었다고, 멍청아! 빨리 세레머니 해! 역전 골 넣으러 가야지!”
“아···.”
데이비드는 그제야 뉴캐슬의 선수들이 자신에게 칭찬과 격려와 기쁨을 쏟아놓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데이비드의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한 손을 치켜들어 관중에게 치켜들었다. 관중의 환호가 몇 배는 더 커졌다.
10분 후에도 데이비드는 골을 넣은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았다.
대신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진 기분이었다. 데이비드는 침착해지는 걸 포기하고 그냥 뛰기로 했다.
지금은 미들즈브러의 공격이 이뤄지고 있었다. 상대 중앙 미드필더의 긴 패스를 받은 스튜어트 다우닝이 데이비드와 일대일로 맞붙었다.
수비수들은 늘 다음 경기에서 상대할 선수들을 분석한다.
다우닝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데이비드는 다우닝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마킹만 하자고 마음먹었다.
여태까지처럼.
그런데 문득 발을 내밀어도 뺏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포지션에만 집중한 이후부터 생긴 감각이었다. 한 달 전부터 지난주까지, 이 감각은 점점 더 성장하고 있었다.
다우닝이 헛다리까지 짚으며 자신을 속이려 하자 지금! 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들려오고 데이비드는 이미 발을 내밀고 있었다.
정말로 데이비드는 다우닝의 공을 빼앗았고, 데이비드는 감각이든 생각이든 뭐든 훈련했던 대로, 공을 세게 치고 달려 균형을 잃은 다우닝을 제쳐낸 후 패스할 곳을 찾았다.
없었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일단 터치라인을 따라 계속 달렸다.
그래도 패스할 곳이 없었다.
미들즈브러의 선수들은 그동안의 데이비드의 관해 잘 알고 있었기에, 일정 간격 이상으로 압박하지 않았다.
특출난 롱패스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창조적인 패스도 없는 선수다. 날카로운 크로스 또한 갖추고 있지 않았고.
그렇기에 데이비드는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질주하는 동안 큰 방해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데이비드 앞의 크리스티앙 아츄가 미들즈브러 수비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평소라면 러닝 크로스를 올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데이비드에게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공을 멈춰두고 차자.’
데이비드는 공을 발바닥으로 멈춰 세우고, 뒤로 물러나서 프리킥을 차는 것처럼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수없이 연습했기에 이것만은 할 수 있었다.
뉴캐슬의 스트라이커 호셀루와 데이비드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데이비드는 날카로운 크로스 같은 것에 자신 없었다. 장거리 프리킥을 연습할 때는 늘 공을 정확히 보내는 것만 연습했다.
‘공 아래를 쓸듯이.’
공이 공중으로 떠 페널티박스 안으로 날아간다. 크로스가 아닌 방향전환 롱 패스 같은 어중간한 속도에 안에 있던 선수들은 잠시 멈칫했다.
데이비드와 눈을 맞췄던 호셀루는 누구보다 빨리 자리를 잡은 후 움직이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선수들이 공의 낙하지점을 찾았을 때, 190cm가 넘는 호셀루는 미들즈브러의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고 버텨냈다.
선제골의 주인공 벤 깁슨도 달라붙었지만 호셀루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벤 깁슨의 몸에 기댄 채 평소보다 높은 점프를 해 데이비드의 느린 크로스를 옆 통수로 임팩트해 반대편 포스트를 노렸다.
데이비드에게는 그 장면이 무척 느리게 보였다.
공은 두둥실 떠서 미들즈브러의 골키퍼의 허우적거리는 손을 지나쳤고, 또다시 골망을 갈랐다.
믿을 수가 없었다.
골을 넣은 호셀루가 선수들을 다 밀쳐내고 자신에게 오는 것도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호셀루가 자신을 끌어안았을 때, 데이비드는 막힌 귀가 막 뚫린 것처럼 굉장한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
뉴캐슬의 팬들, 툰들의 함성이었다.
데이비드가 프로 데뷔 첫 MOM을 받아내는 순간이었다.
*
TV 속 데이비드는 어색한 티를 팍팍 내며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선수의 기록을 살피다 놀라운 점을 발견했어요. 오늘 프리킥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찬 프리킥이기도 하시죠?] [···예. 그렇습니다.]한 기자의 물음에 모인 기자들이 웅성거리는 게 TV 너머로도 느껴졌다.
[이런 멋진 프리킥을 갖고 계시는데 그동안 한 번도 공을 차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기자의 목소리에 생기가 넘치는 건 분명 기삿거리가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일 거다.
다른 선수와의 불화든, 자신의 트라우마든, 뒤늦은 재능 계발이든 첫 프리킥에 첫 골을 넣은 선수다. 어떤 쪽으로든 소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도움을··· 받았습니다.] [도움이요?] [얼마 전 제 에이전트가 되어 주신, 미스터 태에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계속해서 더듬거리던 데이비드는 이 말 만큼은 똑바로 했다. 내 이름이 나오자마자 기자들이 먹잇감을 발견한 피라냐 떼처럼 데이비드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또 전화 잔뜩 걸려 오겠구만, 내가 눈썹을 찡그리자 옆에서 같이 TV를 보던 세바스티앙이 들뜬 목소리로 떠들어댄다.
“진짜 때의 안목은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평소보다 더 들떠보이는 세바스티앙이었다. 수상했다.
“야, 저거 네가 알려줬지. 경기 끝나고 저렇게 인터뷰하라고.”
내 서늘한 목소리에 세바스티앙은 순간 움찔하고는 제 딴에는 빠른 대답을 했다.
“아니거든요.”
“거짓말 마.”
나는 세바스티앙에게 헤드락을 걸어버렸고, 세바스티앙은 낑낑대다가 결국 자백했다.
“비슷한 말을 하기는 했는데, 저건 진심일 거예요. 내가 잘 안다니까요··· 때 잘못했어요. 살려줘요.”
“하긴 했다는 거네.”
팔에 힘을 더 주자 세바스티앙이 비명을 질렀다. 세바스티앙은 탈출을 포기하고는 이어지는 인터뷰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데이비드는 어느 정도 잠재력이 있어요? 태 눈에 들었으니까 당연히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수 있겠죠? 늦은 나이까지 열심히 하는 멋진 아저씨던데,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만들어야지···.”
힘이 탁 풀렸다. 동시에 세바스티앙의 휴대폰에서 라틴 스타일의 가요가 흘러나왔다.
“뭐라고요?”
“전화나 받아.”
세바스티앙은 갸웃거리더니 내 팔에서 빠져나가 휴대폰을 들었다. 부모님의 전화인지 밝은 스페인어부터 대뜸 나온다.
나는 리플레이 되는 데이비드의 깔끔한 프리킥을 보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별 개수에 변화는 없었다. 어느 정도 가까이 가야 변화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하필 왜 오늘 브라이튼에 와서···.”
데이비드가 다음 레벨에 도착했었던 건지, 다른 포지션 훈련에 쏟던 에너지를 프리킥이라는 새 기술에 쏟은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마침 인터뷰가 끝났다. TV속 데이비드의 딱딱한 목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 오늘은 저 모습을 보는 걸로 충분하다.
데이비드는 한 달 동안 내 플랜에 충실하게 따라왔고, 그 결과로 저 자리에 서 있었다.
정보가 변하지 않았더라도 데이비드는 틀림없이 성장했을 거다.
목표인 챔피언스리그 우승, 월드컵 우승, 발롱도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오를 산이 많이 남기도 했으니까, 일희일비하지 말자.
그래도 축하하는 전화 정도는 괜찮겠지?
휴대폰을 열자마자 BBC의 기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고, 상태창은 부재중 전화와 문자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젠장, 바쁘겠네.”
나는 개인 휴대폰을 꺼내며 데이비드에게 문자를 남겼다.
수고했다고, 보면 연락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