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make you the best soccer player RAW novel - Chapter 159
159
31. 시상식 (4)
루카스 토레이라가 화면에서 사라지고, 그날의 사건이 나온다.
우루과이 유니폼을 입은 루카스 토레이라가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하고, 크리스가 넘어지는 장면이었다. 심판이 주머니에서 옐로카드를 꺼내려 하고 있었다.
루카스 토레이라의 목소리는 배경음처럼 자막과 함께 영상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저는 그의 발을 걸지 않았지만, 심판은 제가 발을 걸었다고 판단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미 옐로카드를 받았었기에 한 장을 더 받으면 퇴장이었습니다.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월드컵 준비에 큰 차질을 빚을 뻔했죠.
이어지는 장면에서 크리스가 심판에게 다가가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시늉을 하며 양팔로 반칙이 아니었다고 어필했다.
심판은 반쯤 꺼내 들었던 옐로카드를 집어넣으며 경기 재개 신호를 했다.
다음 장면에서는 크리스가 패인 잔디에 걸려 스스로 넘어졌다는 걸 보여줬다.
다시 루카스 토레이라의 인터뷰 화면으로 넘어온다.
-남미에서는 심판들을 속이기 위한 기술들을 유소년 시절에 배웁니다. 저 또한 심판을 속이는 것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하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앨런의 태도에서 저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게 진짜 페어플레이구나, 라고요.
이제 화면은 크리스의 멋진 페어플레이에 감화된 중국 축구팬들과 웨일즈, 우루과이의 소수 원정 팬들의 박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바로 옆에서 이들이 박수를 치는 것처럼, 박수소리를 크게 편집한 영상이었다.
소리가 계속 나오는 채로 화면이 바뀌어 토레이라와 크리스가 유니폼을 교환하는 장면이 나왔다.
-앞으로도 그런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감명받는 선수들이 늘어나게요.
시상식장의 군데군데에서 작은 환호가 들려왔다.
에린 옆의 크리스는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 때문인지 얼굴에 홍조가 생겼는데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하지만 영상은 끝난 게 아니었다.
리버풀 데뷔전에서 보여줬던 페널티킥 거부 사건이 방금처럼 편집돼 나왔다. 이 영상을 만든 FIFA 직원은 크리스의 행동이 일관되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었겠지만, 크리스는 결국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리버풀의 팬들의 싸했던 반응까지 나오자 앞쪽에 앉아있는 살라가 과장스럽게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의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상은 크리스가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겠다고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던 아스날전까지 물 흐르듯이 나왔다.
크리스가 골을 넣는 장면이 나왔을 때 시상식장의 절반 이상이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이어서 팬들의 인터뷰가 나왔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봐 왔지만 실제로는 처음 보는, 아주 멋진 장면이었어요! 낭만적이에요.
웨일즈 유니폼을 입은 팬,
-첫 경기 보고 욕했던 선수인데··· 지금은 우리 팀에서 은퇴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리버풀 유니폼을 입은 팬과 마지막으로는 일반 축구팬의 인터뷰가 나왔다.
-기사로 본 적 있습니다. 정말 신사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저런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이 코멘트를 끝으로 영상이 끝났다.
큰 박수가 이어졌다. 바뀐 화면에는 카메라에 잡힌 크리스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그 옆으로 나와 에린도 보였다.
퍼거슨이 인상 좋은 할아버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2018 FIFA 올해의 페어플레이상은, 웨일즈, 리버풀의 크리스 앨런입니다. 축하합니다.”
호명되자마자 크리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내 무릎에 부딪히고 비틀거리며 긴장했다는 걸 전 세계로 송출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도 걸음걸이가 뻣뻣했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 건지 시상식의 사람들은 박수를 치는 내내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퍼거슨은 상을 건네기 직전 크리스에게 농담 섞인 말을 건넸다.
“리버풀 선수라는 게 좀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자 받게.”
웃음이 터지는 객석, 크리스는 귀가 붉어진 채로 상을 받았다. 퍼거슨이 마이크를 건네기 전 크리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네는 희귀한 선수야. 앞으로도 지금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네.”
크리스가 마이크를 받아들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MC가 크리스에게 소감을 요청했다. 크리스는 여느 때의 인터뷰보다 훨씬 긴장하고 있었다. 마이크를 쥔 손이 살살 떨리고 있었다. 축구계의 별들이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다는 게 부담이라도 되는 걸까.
“먼저, 이 상을 주신 FIFA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목소리도 살짝 떨리고 있었다.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행동을 했을 뿐이었습니다만···.”
식장이 조용했다. 모두의 눈과 카메라들은 크리스를 향해 있었다. 크리스의 떨리던 목소리가 점차 차분해지며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상을 들어 보였다.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랐습니다. 더 열심히, 더 잘하라는 의미겠지요.”
크리스의 말에 객석의 사람들이 미소를 머금었다. 크리스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크리스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어린 선수의 욕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더 사명감을 가지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켜나가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크리스는 말을 끝맺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지난 경기 후, 나와의 대화에서 결심한 페어플레이의 상징이 되겠다는 말을 돌려서 말한 거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크리스는 미소를 지은 채 단상에서 내려왔다.
박수가 쏟아졌다.
크리스가 에린의 왼편으로 돌아왔고, 시상식장은 MC의 진행 하에 크리스에 관한 코멘트를 받아 내고 있었다.
객석에 나가 있던 파르넬라가 베일의 왼편에 있었다.
“웨일즈의 동료에게 하실 말씀은 없나요? 아까 응원도 해 줬는데.”
“으음···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베일은 고민 끝에 답을 내놓았다.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로.
“지고 있을 때는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월드컵 진출 결정전에서 저런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떻겠어요?”
시상식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이어서 진행된 건 월드 베스트 선정이었다.
포메이션은 3-5-1-1. 월드컵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선수들을 추가하기 위해 일상적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 포메이션을 택한 듯했다.
원톱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리오넬 메시, 미드필더는 왼쪽부터 네이마르, 모드리치, 카세미루, 크로스, 살라가 선정됐고, 수비수는 왼쪽부터 마르셀루, 라모스, 티아고 실바가 선정됐다.
골키퍼는 알리송이었다.
메시와 살라를 제외하고는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주역인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과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브라질의 선수들이 다수였다.
그리고 그들이 상 하나하나를 받는 장면을, 크리스가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에린과 자리를 바꿔 앉으며 크리스에게 물었다.
“어때, 대단하지?”
크리스는 내 말을 듣지 못했는지, 묘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어서 여자 올해의 선수상을 수여하고, 이번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인 남자 올해의 선수상의 차례가 됐다.
시상자는 역대 최고의 선수인 브라질의 펠레가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나왔다.
“최종 후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다시우바 산투스 주니오르 입니다.”
영상이 시작됐다.
먼저 네이마르의 화려한 개인기와 골, 어시스트 장면에 이어 월드컵에서의 활약 하이라이트가 나왔다.
메시는 늘 그렇듯이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영상이 나왔고, 월드컵 4강까지 그가 얼마나 이바지했는지에 관한 하이라이트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영상은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장면과 월드컵 4강까지의 과정이 나왔다.
크리스는 그 하이라이트들을 화면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보고 있었다.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저 네이마르의 자리에는 살라가 유력했으나, 월드컵 우승의 영향으로 살라는 최종 3인에서 밀려났다. 살라의 최종 순위는 4위였다.
하이라이트가 다 끝나고, 펠레가 마이크를 잡았다.
한국의 시상식처럼 두구두구두구 하는 연출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담백하게, 펠레는 수상자의 이름을 불렀다.
“2018 FIFA 올해의 선수상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입니다.”
큰 화면으로 호날두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는 게 나왔다.
옆에 앉아 있는 메시는 평온한 표정이었으나, 화면 끝 네이마르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게 보였다.
화면에는 몇 %로 호날두가 수상하게 됐는지 적혀 있었다. 호날두는 무려 40%가 넘는 지지율로 1위였다.
네이마르에게 투표한 사람은 불과 1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월드컵을 우승하지 못한 메시보다 아래였다.
메시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고 PSG로 옮긴 그가 좌절하는 건 당연한 모습이었다. 언론들은 저 표정을 보고 옳다구나, 하며 기사들을 쏟아내겠지만.
또 이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건 그렇고, 나는 크리스에게 몸을 기울이며 말을 걸었다.
크리스의 눈빛은 이제 손을 대면 뜨거울 것 같을 정도로 타오르고 있었다.
“어때?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이 돼?”
크리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역시 승부욕이 강한 녀석이라니까.
“아뇨.”
크리스는 들고 있던 페어플레이상을 내게 건넸다.
“제 플레이메이커 상 옆에 놔 주세요.”
크리스의 첫 해트트릭 볼, 그리고 챔피언십 리그 플레이메이커 상에 이어 전시장에 새 트로피가 생겼다.
“태.”
“응?”
“저 상은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호날두는 한창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글쎄···.”
“태가 말한 목표라는 게 저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크리스의 아까 질문에 답했다.
“언제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리뉴 감독 하나 잡는다고 받을 수 있는 상은 아니지.”
무리뉴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명장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다 꺾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다.
저 상을 받을 수 있어야 최종 목표인 발롱도르도 수상할 수 있을 것이다.
“태, 저 상은··· 레플리카로 줘도 되죠?”
레플리카는 복제품이다.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나 갖고 싶은 건가.
“얼마든지.”
크리스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호날두가 상을 든 채 자신의 자리에 돌아왔을 때가 돼서야 느릿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거, 꼭 갖고 싶어요.”
페어플레이 상도 받았고, 크리스의 진짜 목표도 다지게 할 수 있었던 좋은 시상식이었다.
“오빠, 파리에 좋은 식당이 있다는데···.”
자의는 아니었지만, 에린과의 관계도 조금은 진척된 것 같았고.
*
작성일 18.11.30
1. 인맥
(사진)
FIFA 시상식에서 호날두와 포옹하는 태현석.
(사진)
베일이랑도 포옹.
(사진)
메시&사비와 대화중인 태현석.
(사진)
데니스 캐머런, 펠레와도 인사. 뒤로는 앨런 시어러와 개리 리네커가 보인다.
(사진)
클롭과 친한 태현석.
(사진)
펩과 친한 태현석.
···(중략)
2. T 에이전시 소속 선수들의 스탯.
T 에이전시 소속 선수 중 태현석 직속 선수들의 최근 한 달 기록.
-평균평점 : 7.4점
-선발 출장률 : 94%
-공격수들 90분당 평균득점 : 0.8
(중략)
3. 사기적인 코칭 능력
“경기장의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게 된 건 태현석의 덕이다.” – 크리스 앨런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하는 능력은 그 어떤 코치보다 뛰어나다.” – 위르겐 클롭
“훈련에 필요한 기간, 훈련의 종류, 선수의 몸 상태, 그동안 봐 왔던 그 어떤 코치보다 뛰어나다.” – 데니스 캐머런
(중략)
+ 한국에는 잘 안 알려지긴 했지만, 뉴캐슬의 데이비드라는 선수도 30평생 프리킥 한 번 안 차 봤다가 태현석 코칭 받고 한 달 만에 1, 2위 결정전에서 프리킥 골 넣음. 요즘 얘 활약 쩔어서 태현석 놀러 오면 술 공짜로 먹여준다고 하는 뉴캐슬 펍이 한두 곳이 아님. 참고로 브라이튼도 그럼.
4. 그리고··· 여친.
(태현석의 옆에 꼭 붙어 있는 에린의 사진)
크리스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함.
5.한 줄 요약.
우리나라에도 멘데스나 라이올라 급 에이전트 나올 것 같음. 글 쓰면서 국뽕 좀 빨아봤다.
-국뽕 터지다가 막짤 때문에 비추, 기만자쉐리였네
┖ㅂㅅ이냐. 데리고 있는 1부 리그 선수들이 몇인데 저 정도 스펙이면 당연한거지
-다 상관없고 막짤이 제일 부럽다
-(작성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에린 성희롱 댓글 달면 태현석이 고소하겠다고 했음
┖┖제가 키우는 고양이가 했어요. 용서해주세요ㅠㅠ
┖ㅈㄴ빨리 지우는 거 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혼자서 몇 가지를 하는 거야? 코치도 하고 팀도 찾아주고, 의사도 알고 ㄷㄷ
-석대호도 얘 선수 아님?
┖ㅇㅇ 맞음. 독일 2부 리그에서 거의 두 경기에 한 골씩은 넣는 것 같던데
┖┖요즘에는 겁나게 잘함. 폼이 점점 좋아지는 듯
┖┖┖아 맞다. 지인피셜인데 석대호도 국대 뽑힌다던데
┖┖┖┖ㅇㅈ 뽑을 만하지. 황기찬 대체인가??
┖┖┖┖┖그런 듯
정말 한국축구협회에 아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석대호가 국가대표에 뽑힐 거라는 언급을 한 댓글의 말대로 얼마 전 한국축구협회에서 석대호의 구단 홀슈타인킬에 국가대표 소집 공문을 보냈다.
팀의 주요 전력이 된 석대호였기에 홀슈타인킬은 난색을 비쳤지만, FIFA에서 규정한 대회인 아시안컵으로의 차출이라 팀이 거부할 권한은 없었다.
승격 다툼에 한창인 홀슈타인킬은 부상 등으로 위장하면 안 되느냐고 석대호 본인에게도 말하고, 나에게도 권유해 왔지만, 석대호에게 물으니 아시안컵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경기 경험을 쌓아야 하는 석대호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었다.
컵대회를 포함해서 생각보다 많은 경기를 뛴 석대호는 어느덧 별 다섯 개가 돼 있었고, 최근 물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시안컵까지 나간다면 별 여섯 개가 되는 순간을 더 앞당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잘하면 이번 시즌 안으로 말이다.